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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

미래도시 흑마법사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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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백
작품등록일 :
2022.09.23 22:44
최근연재일 :
2022.09.28 21:06
연재수 :
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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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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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562

작성
22.09.24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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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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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EP 3-돈맛 아는 남자.

DUMMY

EP 3-돈맛 아는 남자.


“그래.”


아커드는 짤막하게 답한 뒤 맞은편 소파에 앉았다. 자연스러운 행동에 라비앙은 당황하는 대신 살포시 눈웃음을 지었다.


“본론부터 말씀드리죠. ’담장 위에 새가 지저귄다.‘ 저희 가게를 찾아와주시는 VVIP분들께만 지급되는 코드인데, 아무리 보아도 손님분은 초면인데 말이지요.”


“코드는 승계 받았다.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거든.”


아커드가 주머니에 들어있던 칩을 꺼내 테이블 위로 내려 놓았다. 라비앙이 조심스레 칩을 받아 들여다보았다. 한참 동안이나 정적이 이어졌고.


그 끝은 라비앙이 칩을 다시 내려놓을 때였다.


“진품이군요. 저희 가게에서 발급되는 VVIP 코드입니다. 그렇다면 확인차 질문 드립니다. 이분과 관계가 어떻게 되시는지요?”


“내 은사님이시다.”


“은사님이시라.....의외네요. 그분이 제자를 들이실 분은 아니었던걸로 기억하는데 말이죠.”


“변덕이 있으신 분인지라.”


아커드는 잠깐 1년 동안의 추억을 떠올리며 미소지었다. 낯선 세상에 떨어지고 순진 할 때에 그 시절 말이다. 그의 달라진 기류에 라비앙이 희미한 웃음기를 드러냈다.


“얼굴을 보니 더욱 알 것 같군요. 귀객과 인연이 있으신 분이란걸요. 그러면 혹시 귀객의 성함은 어찌되시는가요?”


“지금 쓰고 있는 이름은 아커드. 추후에 바뀔 수도 있고.”


“아커드....좋은 어감이군요. 제가 알기론 아마 버칸 반도에서 유래된 이름으로 알고있는데, 귀객께서도 거기서 오신건가요?”


“맞아.”


“역시 그렇군요.”


라비앙은 이름을 몇 번 되뇌이더니 테이블 위에 호출기를 눌렀다.


“케발 위스키 23년산으로. 그리고 테이블 세팅도 바로 도와줘요.”


-알겠습니다. 마담.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웨이터가 들어오고, 테이블 위에는 각종 과일들과 안주거리 그리고 큼직한 술병이 자리 잡았다.

라비앙이 술잔에 술을 따라주고. 아커드는 대번에 술을 들이켰다.


식도로 넘어가는 묵직한 느낌과 후각을 감싸는 은은한 잔향.

감탄이 절로 나올맛한 맛이다.


“훌륭하군.”


“과연 알아 보시다니. 식견이 있으신 분이시군요.”


라비앙은 입을 가리고 웃더니 머리를 귀 뒤로 쓸어 넘겼다.


“케발 위스키 23년 산. 오대를 거친 남대륙 장인들의 무한한 열정이 담긴 진정한 명품이죠. 귀객께서 방문하셨으니, 이 술은 제가 사도록 하겠습니다. 대신 그 외의 값은....”


리비앙이 한쪽 눈을 찡그린다. 귀한 손님인 것과는 별개로, 제대로 된 정보의 대가는 받겠단 뜻이었다.

아무렴 그걸 모르겠는가. 아커드도 공짜로 입을 닦을 생각은 없었다.


“그러면 나도 이왕 말 나온 김에 하지. 애초에 여기를 방문한 이유도 의뢰와 관련된 내용이니.”


“얼마든지요. 최대한 손이 닿는대로 도와드리겠습니다.”


“번듯한 직장을 가지고 싶은데, 나름 보증된 대기업으로.”


“VVIP등급의 취업 알선 부탁이라.....이거 꽤나 독특하군요.”


라비앙이 얼굴에 흥미가 일었다.


“그렇다면 고려해두신 기업들이 있으신지요?”


“제너릭 코퍼레이션. 그 외에 고려한 곳은 없다. 고려 할 것도 없고.”


그의 대답에 라비앙의 낯빛이 순식간에 달라진다. 그녀가 이맛살을 구기더니 테이블 아래에서 길다란 담뱃대를 꺼내들어 입에 물었다. 룸 안에 침묵이 자리 잡았다.

곧 희뿌연 연기가 그녀의 붉은 입술 사이로 새어나오고.


“무리네요. 그건 도저히 손 쓸 수 없는 부분이라고 밖에 말씀 드릴 수밖에 없어요. 아니, 장담하건데 뉴트럴의 그 어느 브로커들도 도와 드릴수 없을 겁니다.”


예상했던 바다. 무려 제너릭 코퍼레이션이니 당연한 반응일지도 몰랐다.


뉴트럴 시티 내의 수 많은 기업들 중, 가장 압도적인 위세를 떨치고 있는 곳 중 하나가 바로 제너릭 코퍼레이션.


뉴트럴 내에서 끝판왕이자,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업. 과장 조금 보태자면 어지간한 국가 규모의 힘을 가지고 있는 곳이니까.


그런 곳을 편법으로 비집고 들어가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란건 명백하다.


하지만.


“본사까지는 바라지도 않아. 적어도 계열사나 자회사 정도면 충분해.”


[뉴트럴 2088]의 시나리오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는 것이 제너릭 코퍼레이션. 게임 속의 난관을 헤쳐나가기 위해서 그가 반드시 자리 잡아야 할 곳이다.


우선적인 목표는 본사지만, 일단은 활로부터 뚫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 그녀가 도움이 절실했고.


“흐음......”


라비앙은 침음성을 흘리며 애꿎은 담뱃대만 빨아댔다. 그녀 딴에도 고민이 많았는지, 꽤나 말을 아끼는 눈치였다. 더군다나 그가 제너릭 코퍼레이션에 입사하려는 목적도 모르는 상황.


아무래도 신중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VVIP 등급이라는게 허울은 아니었는지, 결국 라비앙이 힘겹게 고개를 주억인다.


“알겠습니다. 한번 시도는 해보죠. 대신 선수금이 있는데 괜찮으실까요.”


“얼마지?”


“35만 달런입니다.”


아 씨발. 생각지도 못한 거금에 아커드의 눈앞이 깜깜해진다. 아무리 고난이도 의뢰라지만 선수금만 저정도 액수라니, 그런 의뢰가 완수됐을 경우에 지출해야될 금액은?


그의 예상을 벗어나고도 한참 벗어난 금액이었다. 덕분에 그의 소비 계획이 도미노처럼 무너졌다.


아커드의 일그러지는 표정을 알아챈 라비앙이 말을 덧붙였다.


“과하다 싶긴 하겠지만, 나름대로 합리적인 책정이랍니다. 방금 아카드 님께서 말씀하시길 버칸 반도에서 오셨다고 하셨죠? 아쉽게도 제너릭 코퍼레이션의 보안 지침상 외국인 고용은 꺼리는 편이라서요. 그건 본사 이외에도 엇비슷하게 통용될 겁니다.”


“.....”


“솔직히 말해서 단순한 보안 업무라면 가능할지도 모를겁니다. 하지만 그래봤자 하청 공장의 경비 수준. 자회사나 계열사를 원하시던 것과는 다소 동떨어진 일일테죠?”


“......”


솔직히 반박할 수가 없다. 네고라도 해볼 심산이었지만 그는 깔끔하게 포기하기로 했다. 대신 이왕 이렇게 된 거 얼굴에 철판을 깔기로 마음 먹었다.


“비너스에서는 등급별로 외상 한도가 있는걸로 알고 있다. 내가 알기론 VVIP등급 정도라면 500만 달런까지였던가 아마.”


이번에는 라비앙의 안면이 미미하게 일그러진다. 그럼에도 그녀는 프로페셔널한 기지를 발휘해 싱긋 웃어 보인다.


“정확하게 알고 계시군요. 하지만 외상을 하시게 된다면 등급 하락이 뒤따를텐데 괜찮으신지요?”


“상관없다. 아 그리고 말나온 김에, 돈도 빌리고 싶은데. 더도 말고 20만 달런. 그리고 정식으로 개통된 통신 어드바이스도 같이.”


“......”


라비앙의 이마에 힘줄이 격자로 돋는다. 아커드도 내심 찔렸지만 의식하지 않았다. 비너스에서는 대부업도 같이 하니까. 뉴트럴에서 외국인에 해당하는 그에게 유일한 구원 자금이었다.


이미 엎질러진 물, 그는 최대한 뽑아먹을 작정이었다. 이율이 비싸다고? 돈 따내서 빠르게 갚으면 된다!


“알겠습니다. 10만 달런과 통신 어드바이스는 바로 지급해 드리죠. 또 의뢰하신 건의 진행 상황은 일주일 내로 연락 드리겠습니다. 그런데 이런 질문을 드리는게 송구하지만....”


VVIP 등급이라고 해도 확인할건 확인해야 한다.


“여력은 되실런지요?”


라비앙의 못미더운 눈을 맞받아치며 아커드가 청사과 하나를 집어먹는다.


으적으적.


그는 신기하리만치 태연했다. 직후 먹고 남은 씨앗을 술잔에 넣으며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먼저 말을 하려고 했는데 말이야. 일감 물어다주면 좋겠는데. 흑마법사가 할 수 있는, 위험하지 않으면서 적당히 돈 될만한걸로.”


라비앙은 몸에서 진이 빠지는 것을 간신히 견뎌내야 했다.




* * *




이틀이 지나고.


아커드는 침대에 드러누워 손목에 달린 얇은 통신 어드바이스를 이리저리 조작해보았다. 크기는 조그만 녀석이 디스플레이에 터치 몇 번을 하니 큼직한 홀로그램을 띄운다.


“성능 확실하군.”


이로써 연락 문제는 해결이 됐다. 그렇지 않아도 뉴트럴에서 외국인이 쓸 수 있는 통신기라고는 대포폰 같은 것 밖에 없는데. 잘된 일이었다


‘일도 잘 풀렸는데 오랜만에 고기란걸 먹어볼까. 육즙이 넘치는걸로다가.‘


아커드는 육즙과 식감의 향연이 넘치는 스테이크를 상상하다 이내 관두었다. 오로지 본인만의 돈이 아니라는데에 급격히 우울감이 몰려왔다.


빚이란건 지다보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건 세상 이치였으니. 거기다 흑마법사라는걸 밝혔으니, 라비앙도 그에 걸맞는 일을 맡길 것이다.


아마 위험한 일일 확률이 높겠지.


“미리 준비부터 해놔야겠군.”


아커드는 상념을 떨쳐내고 모텔을 나왔다. 목적지는 11번 구역이었다. 그리 멀지 않아 걷는데에 부담 없었다.


단지 거슬리는 점은 머리 위로 울리는 홀로그램 광고의 소음들 뿐.


그는 물웅덩이와 젖은 신문지들을 밟아가며 콘크리트 정글을 거닐었다. 16번 구역에 가까워질수록, 이따금 빠르게 지나가는 경찰차들의 사이렌이 거리를 빨갛게 파랗게 물들기를 반복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주위의 건물들은 앙상한 철골과 빛바랜 콘트리트만 남은, 상당히 낙후된 지역으로 변모해 있었다.

또 근처 골목길마다 드럼통에 불을 때다놓고 양아치들이 모여 있었다.


“낄낄낄. 그래서 내가 그놈을 갖다가 혼쭐을 내줬지.”


“하여튼 이 새끼 허세 하나는 알아줘야 된다니까.”


“진짜라니까!”


아커드는 그들을 스쳐지나가며 묵묵히 앞쪽으로 걸었다. 그 끝은 온갖 고철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공터 옆에 놓인 단층 건물이었다.


그가 건물로 향했고, 락카칠로 범벅이 된 알록달록한 셔터를 쾅쾅 두드렸다. 1분도 되지 않아 셔터가 열리면서 아래로 용접용 고글을 쓴 남자가 머리를 내밀었다.


“뭐야?”


“손님.”


손님이라는 말에 남자가 고글을 이마 위로 추켜올렸다. 그가 게슴츠레 눈을 뜨며 물었다.


“....어디 아파보이는데. 제대로 걸을 수나 있으쇼?”


“제대로 구입도 할 수 있으니까 문이나 열지.”


“거참 까칠하기는.”


남자의 머리가 쑥 사라지고, 셔터가 드르륵 열린다. 완전히 드러난 작업장은 여기저기 볼트와 쇳덩이가 굴러다녀 난장판이었다.


장비를 구입하기에는 신뢰가 가지 않은 환경이었으나, 게임 플레이 당시에 단골이나 다름없던 아커드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냉큼 들어오슈. 여기 있는 물건 중에 온도에 예민한 놈들이 몇 명 있어서.”


“그래.”


아커드가 발을 들이자마자 셔터의 문이 닫혔다. 남자는 뺨에 묻은 검뎅을 닦아내며 말했다.


“생긴건 닭도 못잡게 생긴 양반이 여긴 어쩐 일로 온거요?”


“호신용으로 물건 몇 개만 살려고.”


“그 비리비리한 몸으로? 아니, 뭐 마법사요?”


“흑마법사다.”


“.....죄송하게 됐수다.”


때론 열 마디 말보다 직업 한번을 밝히는게 도움이 될 때도 있다. 남자는 ’하필 흑마법사랑 엮이네. 시부랄 것.‘이라 중얼거리며 아커드를 응대했다.


“잘 오셨수다. 다른데는 몰라도. 북구의 10번 대 구역에서 이 말콤네 상점보다 괜찮은데는 없거든.”


말콤이 뒷주머니에 찔러 넣어둔 장갑을 꺼내 탈탈 털어냈다. 그러고는 벽에 달린 레버를 밑으로 당겼다.


덜컥. 드드드드득.


벽면이 양쪽으로 벌려지면서 내부의 공간이 드러났다. 아커드는 무기로 가득찬 벽걸이 선반들 살폈다.


“흐음.”


리볼버, 샷건, 돌격소총, 저격총, 같은 총기류. 채찍, 검, 단검, 대검, 카타나, 도끼와 같은 냉병기까지. 오만가지의 무기가 있었다.


그러나 아커드의 마음에 딱히 땡기는 놈이 없었다. 그가 실망스러운 기색을 보이자 말콤이 황급히 변명을 늘여놓았다.


“얼마전에 16번 구역에서 한바탕 전쟁이 나서. 쓸만한 놈들은 그쪽 양아치 놈들이 죄다 쓸어갔수다. 뭐, 찾아보면 한 두 개 괜찮은게 나올수도 있을거요.”


“방호 장비는 없는건가?”


“그건 정말 쥐어 짜내도 없수. 마찬가지로 죄다 팔렸거든. 하나도 빠짐없이.”


“장사를 한다는 놈이....”


아커드가 한심하다는 투로 쳐다보자 말콤이 슬금슬금 눈을 피했다.


“아이 진짜. 이건 어지간하면 안보여줄랬는데.”


그가 결심했다는 듯이 뒷문으로 나갔다. 다시 들어왔을 때는 손에 뭔가가 들려 있었다. 그게 뭔지는 구석에 놓인 책상에 내려놓고 나서야 알수 있었다.


“와이어?”


둥글게 말아놓은, 틀림없는 와이어였다. 그 끝에 단검이 걸려 있어 헷갈렸을 뿐.


“제갈 인더스트리에서 개발하다가 만 시제품이요. 내가 특수 개조를 거쳤지. 항마력석을 갈아만든 도료로 코팅해놔서, 어지간한 마법에는 조작되지도 않을거요.”


“이걸 추천해준 이유는?”


“아까 말했지 않수? 흑마법사라고. 그러면 흑마력을 쓸테니 항마력석에 걸리지도 않을테고. 뭣보다 흑마법이 한번 시전하는데 딜레이가 있는걸로 아는데. 이정도면 꽤 쏠쏠하게 시간 벌어줄거유. 게다가 아다만티움의 카피 금속으로 꼬아낸거라 잘 끊기지도 않을거고.”


동네 깡패 같은 인상으로 제 생각을 줄줄 읊는다. 제법 논리적인 설명에 아커드도 납득이 될 정도였다.


“나쁘진 않군.”


아커드는 한손으로는 단검을 쥐고, 반대쪽으로는 와이어를 쥐었다. 그의 눈이 위로 향했다. 천장에 삐쭉 튀어난 철골이었다.


그가 냅다 단검을 던지자, 그 반동력으로 와이어가 철골을 칭칭 감았다.


“순수 근력으로도 나쁘지 않고. 그러면.....”


아커드가 재킷 안주머니에서 케이스를 꺼냈다. 버튼을 누르고 붉은 사탕이 튀어나온다. 이를 입에 넣고 까드득, 소리가 난 다음.


우우우웅.


흑마력의 정수가 담긴 와이어가 철골을 조으고, 종국에는 찌그러지기 시작했다.


쩌저저저적.


“기, 기똥차구만.”


말콤이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감탄했다. 자기가 팔아놓고도 예상하지 못한 성능이었나 보다.


“그럼 이걸로 하지. 금액은?”


“2만 5천 달런이오. 비싸다고 뭐라해도 어쩔수 없수다. 카피 금속이라 해도 아다만티움인데....”


말콤이 말을 끝맺기도 전, 카드 한 장이 날아들었다. 그가 얼떨결에 이를 낚아챘다. 뉴트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금 카드였다.


“3만 달런이다. 오기 전에 충전해놨으니 확인해봐.”


“자, 잔돈은....”


“필요없어.”


아커드는 휙 고개를 돌리고서 다시 와이어를 다루는데에 집중했다. 말콤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제 손목에 달린 어드바이스에 카드를 가져다댔다.


[ 보유. 30,000 D ]


“지, 진짜네.”


홀로그램에 떠오른 숫자를 보고나서야 말콤이 긴장을 풀었다.

의외로 흔쾌히 대금을 지불하자 말콤이 들뜬 나머지 입을 나불거렸다.


“히야. 내가 어지간하면 흑마법사랑 상종 잘 안하는데, 형씨는 정말 다른거 같수다. 방구 좀 뀐다하는 놈들도 2만 달런을 넘어가면 벌벌 떨면서 깎아달라고 하기 바쁜데. 키야.”


호들갑 떠는 말콤을 뒤로하고 아커드가 픽 웃었다. 하여튼 게임이나 현실이나 달라진게 없는 놈이었다. 3만 달런의 출혈이 뼈 아프긴 하나, 이정도 성능이라면 제값을 할터였다.


거기다 흑마법사의 성격적 고정관념도 부숴주고, 미리 신뢰도 쌓아놨으니 앞으로도 종종 들를수 있어 나쁘지 않은 성과다.


“그런데 형씨. 내가 어지간하면 질문 잘 안하는데. 대체 3만 달런이나 내고 이걸 사가다니. 대체 뭘 하려는거요?”


띠링.


아커드의 손목에서 알림이 울린다. 그가 팔을 들어 올리자, 어드바이스에서 홀로그램이 떴다.


대머리에 피폐한 얼굴을 하고 있는 중년 남성의 얼굴 형상이었다. 그 아래에는 주의사항으로는 전직 군인 출신이라는 것과 1천 달런의 의뢰비를 지급하겠다는게 담겨 있었다.


인상 깊은 죄목으로는.


[ 비너스의 채무자. 원금회수기한이 6개월이 지남. ]


그리고 첨언된 문자 메시지 하나.


[ 일감. 물어다드렸습니다. ]


“공교롭군. 돈 빌린 놈한테 돈 빌린 놈 잡아오라니.”


일종의 경고인가? 아커드는 쯧, 입맛을 다시고서 홀로그램을 껐다. 뒤에서 지켜보던 말콤이 호기심이 들었는지 자꾸 얼쩡거렸다.


“예? 형씨. 뭔일이길래 이리 비싼걸 사가는거요?”


“별거 아니고.”


아커드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돈 버는 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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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P 1-흑마법사가 살아남으려면. 22.09.24 149 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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