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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도시 흑마법사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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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백
작품등록일 :
2022.09.23 22:44
최근연재일 :
2022.09.28 21:06
연재수 :
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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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5,562

작성
22.09.24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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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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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EP 1-흑마법사가 살아남으려면.

DUMMY

EP 1-흑마법사가 살아남으려면.


실력있는 흑마법사에게 게임 클리어가 손쉬운 건 보편적 상식이다.


그게 내가 고난이도의 흑마법사를 고른 이유였는데, 게임 속으로 들어올 것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하물며 1년 동안이나 말이다.




* * *





-이번 역은 우리 열차의 종착역. 뉴트럴 시티입니다. 편안한 여행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스피커에서 열차의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아커드는 열차 차창 바깥에 빠르게 지나가는 도심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마천루의 형형색색의 네온사인이 길쭉한 잔상을 남겼다.


참 오래도 걸렸다. 버칸 반도에서 뉴트럴까지의 거리는 열차로만 일주일에 달했으니.

그가 애꿎은 구식 열차를 탓했다. 티켓값이 저렴하는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아커드가 정장의 옷매무새를 다듬으며 일어나려는 때에.


“으읍.....읍......”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아커드는 힐끗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빠르게 지나가는 차창 너머의 도심 속 불빛이 엎어진 남자를 비추었다. 깜깜한 열차칸 내에서 그것이 유일한 조명이었다. 드문드문 밝아졌다가 어두워졌다가를 반복했다.


"으읍...."


남자는 할말이 많아 보이는지 테이프로 사지를 넘어서 입까지 막아놨음에도 계속 움찔거렸다.


아커드가 쭈그려 앉아 남자의 입에 붙여진 테이프를 땠다.


쫘악!


“할말이 많아 보이는걸.”


“커, 커헉!”


남자가 마른 숨결을 토해내며 이글거리는 눈빛을 쏘아보냈다.


“이, 애꾸눈 자식. 날 이렇게 만들고 무사할거 같냐? 하오문도를 건드린 이상 곱게 지내기는 글른줄 알아라!”


“애꾸눈이라. 그닥 좋은 표현은 아닌걸. 그리고 무엇보다.”


아커드는 덤덤하게 대꾸하고서 일어나 남자의 발목을 즈려밟았다.


”언제부터 하오문이 싸구려 열차칸의 강도 짓이나 하는 잡졸 문원에게 그렇게 신경을 썼지?“


“끄아아아악!”


남자는 사지가 구속된 나머지 머리만 격하게 흔들었다. 이참에 머리를 짓밟을까 하다가도 시작부터 살인 전과를 얻고 싶진 않았다.


이 꼬리칸에서 목격자는 없지만, 이미 도시 경찰에 신고를 마친 뒤라 걸릴 것이 너무 많았다.


“끄흐흑. 바, 반드시 죽여버릴거다 이 개새끼야아아야!”


“그러던가.”


“끼아아악!”


아커드가 한번더 남자를 즈려밟는 사이 열차의 문이 열렸다.


치이익-


뉴트럴 시티의 첫 방문. 아커드를 맞이한 것은 도시 경찰들이었다. 인원은 고작 둘. 그중 왼손에 의체를 단 중년 경찰이 다가왔다.


“수고 많으셨소. 북구 10구역 순찰대원 켄이오. 꼬리칸은 탑승객도 거의 없을텐데, 위험할 뻔 했수다.”


중년 경찰이 열차칸 내부를 설렁설렁 둘러보고서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어딘가 한가로운 말투가 영 꺼림직했다.


“제 한 몸 지킬 능력은 있는 터라.”


“호오. 뭐. 이 무정한 도시에서 살아남으려면 자기 한 몸 지킬 재주는 마땅히 갖춰야 할 소양이긴 합디다.”


자신을 켄이라 소개한 경관은 뒷짐을 진 채 어슬렁거렸다. 그로고서 부하에게 손짓으로 간단한 지시를 하더니 강도를 끌고 나갔다.


저벅저벅.


“곧 볼거다. 애꾸눈 자식아.”


남자가 아커드를 지나치면서 속삭였다. 원망을 꾹꾹 눌러 담은 경고에도 아커드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대신 뒤통수 한 대를 후려줄 뿐.


쩌억.


“그만 중얼거리고 빨리 꺼져라.”


“이, 이....개새끼가.....”


남자가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그렇게 경찰들과 남자가 사라지고 나서야, 아커드도 열차에서 내렸다.


“후우우.....”


그가 뉴트럴의 탁한 공기를 한껏 느꼈다. 지상 열차라 그런지 도시의 공해가 민낯으로 다가왔다.


“더럽게 구리네.”


외마디 감상평. 아커드는 뉴트럴의 첫만남을 짧게 정의한 뒤, 역 계단을 걸어내려갔다. 구석구석에 남루한 행색의 노숙자들이 눈에 띄었다.


뉴트럴. 세계의 중심 도시.

어지간한 국가 크기의 뉴트럴 시티는 이미 극단의 양극화가 이루어진지 오래다.


약하면 잡아 먹히고, 강하면 잡아 먹는다.

현대를 넘어선 미래형 도시라고 불리움에도 그 내면은 야생의 생태계나 다름 없는 곳이다.


그건 짧은 감상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는 사실이다.


“벌써 우울해 지려하네. 거지 같은 곳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니.”


아커드는 기다란 계단을 내려가다 무심코 옆을 돌아 보았다. 도시의 마천루에서는 화려한 네온사인이 밤안개를 뚫고 은은히 새어나오고 있었다.


웬지 모르게 음울한 분위기의 도심의 야경. 유리창에는 그의 모습 또한 희미하게 담겨져 있었다.


“내 이름은 아커드. 아커드.”


아커드는 수차례 되뇌었다.


정갈하게 빗어넘긴 흑발 아래, 왼눈을 대신하여 자리 잡은 검정 안대. 그리고 반대쪽의 선명하게 빛나는 푸른 눈동자. 거기다 검은 정장 차림에 유독 대비되는 창백한 피부까지.


음울하기 짝이 없는 것은 도시의 야경만이 다가 아니었다.


“인상을 고치던가 해야겠군.”


아커드는 제 안면을 어루만졌다. 머리 속에는 앞으로의 계획이 정신을 어지럽히고 있었다.


이왕이면 지금 신분으로, 제너릭 코퍼레이션에 취직해야겠군, 뒷세계는 따로 활동하면서 남은 시나리오를 진행하면 될테고. 먼저 수중에 남은 돈이 별로 없으니 이것부터 해결하면....


그가 막연한 생각에 잠길 때 즈음.

어느덧 역 건물을 빠져나와 외진 골목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첫 방문처럼 보였던 행동치고는 상당히 과감한 걸음이었다. 마치 뉴트럴의 지리에 익숙한 듯이.

아커드는 두리번 거리는 새도 없이 오로지 앞만 보고 직진하였다.


터벅.


그러던 그가 우뚝 멈춰선다. 기감에 잡히는 인기척 때문이었다.


“아까부터 파리 새끼들이 계속 따라오더라니.”


아커드는 몸을 돌려 추격자들은 확인 했다.


“저 새끼야? 우리 계획을 어그러트린 놈이?”


“참 재수 없게도 생겼구만.”


인원은 다섯. 그 중 익숙한 얼굴이 두 명 보인다. 한 명은 켄 경관,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은.


“반갑다. 애꾸눈 양반. 내가 다시 볼 거라고 했지.”


“왜지?”


그의 말에는 많은 의미가 함축돼 있었다.

왜 경찰이 널 풀어줬으며, 왜 굳이 돌아왔고, 왜 옆에는 켄 경관이 붙어 있는거냐고.


“킁. 북구 10번대 구역의 경관 나으리들은 법만큼이나 이걸 소중히 여기시거든. 일종의 융통성이랄까?”


남자가 히죽 웃으며 손가락으로 동전 모양을 만들어냈다. 그러더니 뒷주머니에서 리볼버를 꺼내들어 아커드를 겨누었다.


“장담하지 결코 널 곱게 죽이진 않을거야. 으슥한 창고로 데려가서 양 손목, 두 발목의 인대를 끊어낸 다음, 차근차근 괴롭힐거지. 사실, 우리 일을 방해한 대가는 그걸로도 부족하지만 말이야.”


“무서워서 오줌이라도 지리겠군. 지금이라도 엎드려 빌면 되는건가.”


“되겠냐? 이 병신아!”


짧은 만담을 주고 받는 때에 켄 경관이 끼어들었다. 눈길은 여전히 손에 들린 돈뭉치를 세는데에 집중한 채로.


“이봐. 흔적은 남기지마. 기껏 300달런으로 뒤처리까지 바라는건 과욕이야.”


“헤헤. 아무렴 걱정 마십쇼. 켄 경관 나으리.”


“하여튼 막장 세계관 게임 아니랄까봐.”


이 무슨 끔찍한 공권력이란 말인가. 아커드는 고개를 살살 내저었다. 북구 자체가 워낙 우범 지대인건 이미 알고 있었다.


그렇다 하여도 도시의 치안을 담당해야 할 경찰이 저리 대놓고 범죄자에 들러 붙다니. 이게 바로 전생에 있을 적에 플레이 하던 [뉴트럴 2088]인가.


[뉴트럴 2088]. 동서양이 혼합된 사이버펑크 세계관을 배경으로 한 세계관의 스토리 게임.

바로 그가 빙의한 곳이었다.


지난 1년 동안 개고생을 했음에도, 고작 일주일이 지났다고 망각하다니. 이곳은 이제 게임이 아닌, 비정한 현실만 난무하는 [뉴트럴 2088]인데 말이다.


“게임 세계. 뭐?”

“됐다. 말해봤자 입만 아프지.”


보편적으로 흑마법사들은 흑마법을 펼치기 위해서 필연적으로 제물이 필요했다. 그게 타인의 생명력이든, 본인의 생명력이든.


하지만 아커드에게는 통용되지 않는 상식이었다. 그는 다른 마법사, 아니 다른 인물들과 다르게 특수한 체질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몸에 과부하가 자주 오는것만 제외하면 모든 순간에 유용했다.


"어디보자......"


그들을 마주보며 아커드가 왼손을 말아쥔다.

뉴트럴에 방문한 첫날부터 별 꼴을 다 보다니. 오히려 나쁘지 않은 경험이다. 다시금 마음을 다잡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니까.


그가 아래로 손을 뻗어 펼쳤다.


“「리바인딩」.”


그 손짓에 남자들이 끝내 헛웃음을 지었다.


“뭐라는거야 병신이.”


“대가리가 돌아 버린건가?”


“돌아버릴만하지. 혼자서 저 지랄을 하며 개똥폼을 다 잡고 있는걸 보면 모르겠냐. 킬킬.”


허나 얼마지나지 않아, 습기를 머금은 아스팔트에서 검은 연기가 들끓었다. 이윽고 솟아 오른 검은 연기가 아커드의 머리 위로 응집했다.


겨우 주먹만한 크기였음에도 공포를 유발하긴 충분했다.


“씨, 씨발! 흑, 흑마법사잖아!”


남자가 서둘러 리볼버의 방아쇠를 당긴다.


탕! 탕!


묵직한 총격음이 골목을 가득 메운다.

하지만 탄환은 번번히 검은 연기가 낼름 가로채기 일쑤.


“....도망치자.”


고민은 짧고 판단은 더욱 짧다.


본능적인 감각으로 남자들은 도주를 선택했다. 이 바닥에서 흑마법사는 엮이지 않는게 상책. 하물며 상대까지 한다는 것은 더더욱 피해야 할 일이다.


“당장 튀어!”


“이 새끼야! 흑마법사라곤 안했잖아!”


“나도 몰랐어!”


타다다닷-


기함을 토해낸 남자들이 다급히 뒤로 돌아서 내달렸다. 으스름한 네온사인의 불빛을 배경 삼아 골목길을 빠져나가려 했으나, 그 뜻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꺽, 꺽......”


“커헉......”


“크흐흑.....”


남자들이 몇 발자국 떠나기도 전에 우뚝 멈춰섰다. 어느새 검은 연기가 그들의 목을 옥죄고 있었다.


“끄흐어어억.....살, 려...”


“흐으윽흑큭....제발....”


하나같이 제 목을 살점이 떨어져 나갈 정도로 할퀴더니, 끝내는 눈이 풀린 채 고꾸라진다. 이대로 끝나면 해피 엔딩이겠지만 아직 할 일이 남았다.


아커드가 한숨을 내쉬고 시선을 돌렸다.


비리 경찰이 골목벽에 딱 달라붙어 사시나무처럼 몸을 떨고 있었다.


“이봐. 경관 나으리. 우리 얘기 좀 하자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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