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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도시 흑마법사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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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백
작품등록일 :
2022.09.23 22:44
최근연재일 :
2022.09.28 21:06
연재수 :
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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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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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글자수 :
35,562

작성
22.09.25 22:29
조회
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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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3쪽

EP 4-일단 족치기.

DUMMY

EP 4-일단 족치기.


“으음...”


아커드가 이맛살을 구겼다. 그는 어드바이스가 만들어낸 홀로그램을 재차 확인했다.


[ 북구 17구역. 515-2번지. ]


“정말 엿 같은 곳에서 사는군.”


빈말이 아니라 정말 엿 같은 곳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치안이 개판인 북구에서, 15번 이상으로 넘어가는 구역은 말 그대로 개판 중의 개판이나 다름없다.


이미 우범지대에 발을 들인 이상, 아커드에게 돌아설 이유는 없었다. 그리고 필히 놈을 데리고 가는 데에 무력이 동반될 여지가 있었다. 아니, 틀림없이 그럴 것이다.


아커드가 눈을 들어 올렸다.


지을 때부터 도시계획은 안중에도 없었던 것인지 마구잡이로 지어놓은 색 바랜 아파트들, 주위에는 담벼락에 기대어 앉은 마약중독자들이 헤-웃고만 있다. 바닥에 엎어진 쓰레기통에서는 쥐가 만찬을 하고 있다.


이쯤 되면 라비앙이 앙심을 품었는지 고려해 봐야 한다.


“채무자가 죄인 거지 뭐.”


한탄해도 바뀌는 건 없다. 아커드는 냉혹한 미래에 납득하면서 발을 놀렸다.


휘이이잉-


먹구름이 낀 하늘에서 세찬 바람이 불고, 구겨진 전단지가 휭-날아간다. 아커드는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 중간에 자리 잡은 아파트로 들어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복도를 지나 그가 멈춰 선 곳은 ‘빌 헤리슨’의 집. 즉 아커드가 데리고 가야 하는 당사자의 집이었다.


아커드가 초인종을 누르려다가 손을 도로 내렸다. 초인종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구멍 난 곳에 전선 몇 가닥만 삐쭉 튀어나왔기 때문이었다.


“빌 헤리슨. 비너스에서 왔다.”


아커드는 문을 쿵쿵, 두드리며 말했다. 한참을 기다려도 문은 열리지 않았다. 참다못한 그가 기감을 펼쳐 집 내부를 파악했다.


사람은 없었다.


아커드는 쯧, 혀를 차더니 문고리를 붙잡았다. 의외로 문은 잠기지 않아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열렸다.


집 안쪽은 역시 난장판과 다름없다.

헤진 가죽 소파, 화면이 거미줄 모양으로 깨진 TV, 반쯤 열린 냉장고 앞에는 곰팡이 핀 샌드위치가 나뒹군다.


“......음.”


의뢰 완수비로 1천 달런이 매겨진 이유가 있었다. 이번 일이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직감이 강하게 들었다. 아커드가 거실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흔적을 살피려는 때에.


“이 개새끼! 잡히면 죽었어!”


“그 새끼 때문에 우리만 된통 깨졌잖아. 하여튼 여기까지 굴러들어온 군바리 출신 중에 정상이 없다니까.”


“닥치고 빨리 찾기나 하자. 오늘 내로 못 찾으면 우리 다 땅에 파묻힐지도 몰라.”


악에 받친 목소리와 함께 험상궂은 남자 세 명이 현관에서 나타났다. 그들은 거실에서 어슬렁거리는 아커드를 발견하더니 눈을 찌푸렸다.


“아이 씨. 잘못 들어왔잖아.”


“아니야 맞아. 여기 헤리슨 놈 집이야.”


“뭐?”


사내들이 시선을 교환하더니 껄렁거리며 다가왔다. 그중 머리를 보라색으로 물들인 놈이 으르렁거린다.


“너 누구야?”


“빌 헤리슨한테 볼일이 있는 사람.”


“그 군바리한테 볼일이 있다고?”


보라색 머리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짐짓 낯빛이 달라진다. 그가 바지 뒤에 꽂아두었던 권총을 꺼내 들었다.


“야, 따라와. 그 아웃사이더 놈한테 볼일 있는 놈은 내가 본 적이 없거든.”


그가 손에 쥔 총을 까닥거리며 가까워진다.

아커드는 일이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속으로 한탄하면서, 입으로는 영창했다.


“「리바인드」.”


그 순간 양쪽 벽에서 검은 연기가 불쑥 튀어나와, 보라색 머리의 뒤쪽에 있던 남자 둘을 낚아채 벽에 구속했다.

눈 깜짝할 새에 벌어진 일에 그들의 눈에 당혹감이 일었다.


“커, 컥!”


“이, 게 뭐야!”


남자들이 버둥거리는 사이, 천장에서 내려온 검은 연기가 보라색 머리의 총을 감아채 던진다. 거실 바닥에서 빙글빙글 도는 권총을 보며 보라색 머리가 슬금슬금 뒷걸음질 쳤다.


“이, 이게 아닌데...”


보라색 머리가 황급히 뒤돌았으나, 바닥에서 솟아난 검은 연기가 그의 발목을 붙잡았다. 덕분에 꽈당 앞으로 엎어진 그가 제 코를 부여잡았다.


“어윽, 씨, 씨발...”


“지금부터 내가 묻는 말에 전부 답해라.”


성큼 다가간 아커드가 보라색 머리털을 붙잡았다. 형언할 수 없는 기세에 보라색 머리의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다.


“잠, 잠깐. 나, 난. 당신이 흑마법사인 줄 몰랐어. 살려줘...”


“헛소리 말고 질문에 답하라고.”


아커드가 보라색 머리의 귀를 잡아당겼다. 그가 귀가 당겨진 쪽으로 얼굴을 일그러트리더니 비명을 내질렀다.


“악아악! 마, 말할게! 말할게!”


귀를 놓아주자 보라색 머리가 낮게 신음을 흘렸다. 아커드는 정신 차리라는 의미로 그의 이마를 툭툭 두드려주었다.


“뭐 때문에 빌 헤리슨에게 찾아온 거지?”


“그, 그러니까. 우리가 빅터스 갱단이거든? 비, 빌 헤리슨은 두목이 고용한 히트맨 비슷한 놈이었고. 그런데 그 개자식이 우리 아지트에 있던 금고를 털어가서, 그걸 찾으라고 두, 두목이...”


길거리 갱스터답게 조리 없는 말이었다. 아커드는 그의 말을 재구성해 요약했다.


“빌 헤리슨이 네 두목 금고를 털어서 도망갔다?”


“맞아...”


“왜?”


“나, 나도 모르지. 그 자식, 도박 빚도 있고. 그거 말고도 문제가 많은 놈이라서...”


“어떤 문제?”


“그 자식. 또라이야. 순 개 또라이. 빈말이 아니고 진짜로...”


빌 헤리슨, 진짜 손 많이 가는 놈이다. 아커드는 뒷골이 당기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했다.


전직 군인에다가 갱단의 히트맨 노릇까지 하는 놈한테, 고작 이런 허접한 놈들 세 명만 보낸다고? 명색의 갱단의 우두머리란 놈이?


“잠깐.”


본능적인 감각이 뇌리를 스친다. 아커드가 재빨리 안방 쪽으로 몸을 굴렸다. 직후 간발의 차로 베란다 창문이 깨지면서 총탄이 마구잡이로 날아든다.


투타타타타타!


무자비하게 쏟아진 총탄은 거실 바닥을 쭉 훑고 지나가 보라색 머리의 몸까지 너덜너덜하게 만들어버렸다. 안방에 대피한 아커드가 꿈틀거리는 보라색 머리를 보고 눈매를 구겼다.


“미친 새...”


투타타타타타타-


또다시 쏟아지는 탄환이 이번에는 소파를 찢어발겼다. 정신없이 흩날리던 솜이 눈송이처럼 떨어져 내렸다.

아커드는 머리에 묻은 솜을 털어내며 살기를 띄웠다.


“미친 새끼들.”



* * *




건너편 아파트의 베란다.

난간의 창살 사이로 비죽 튀어나온 총구에서 연기가 올라온다.


“두목. 저놈, 빌 헤리슨이 아닌 거 같은데요?”


엎드려 있던 사내가 돌격소총을 거두며 돌아본다.


그의 시선 끝은 의자에 앉아있는 남자를 향했다. 대머리를 빼곡하게 덮은 문신, 두꺼운 입에는 연신 희뿌연 담배 연기가 흘러나왔다.


빅터스 갱단의 두목. 빅터스였다. 그가 말했다.


“그럼 뭐 하는 놈인데.”


“모르겠습니다. 안쪽까지 제대로 보이질 않아서. 능력이 뭔지는 확인이 안 되고... 일단 저희 애들 족치던 거 보면 군바리 놈이랑 연관된 놈 아니겠습니까?”


“그럼 답 나왔네.”


빅터스가 끙, 앓는 소리를 내며 일어났다. 그는 연기를 크게 내뿜은 다음 꽁초를 떨어뜨려 발로 비벼껐다.

그의 오른쪽 의안이 진녹색의 광채를 띄었다.


“계속 쪼면서 애들 풀어. 어지간하면 목숨줄은 붙여놓고. 돈은 찾아야 할 거 아니야.”


“예.”



* * *



투타타타타타!


총탄이 쉴 새 없이 몰아친다. 아커드는 잠자코 몸을 움츠리고 경과를 지켜봤다.


“저 새끼들은 총알이 넘치나.”


한차례 구시렁거리고 나서, 마침내 총알 세례가 멈췄다. 장전 하는 중이었다. 기회는 이때뿐이었다. 아커드가 용수철처럼 튀어 올라 현관을 지나, 왼쪽 복도로 달려 나갔다.


투타타타타타타!


놈들은 반대쪽 건물에도 있었다. 아커드는 머리를 수그리며 질주했다. 그가 지나간 콘크리트벽은 구멍이 생기면서 파편을 흩뿌렸다. 아커드는 미끄러지듯 바닥으로 엎드렸다.


동시에 탐지 능력을 발동했다.


‘저 멀리 아슬아슬하게 걸치는 놈 둘. 반대쪽에서 쏘는 놈 하나. 그리고 곧바로 올라오는 다섯. 지금 내가 쓸 수 있는 흑마력은 간당간당하다.'


생각을 정리하며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할지 고민해본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복도 끝 계단에서 분주한 발소리가 들렸다.


“빨리 올라가! 쉴 틈을 주지 말고!”


“좆빠지게 달리라고 새끼들아!”


자신의 능력도 파악 안 되는 시점에서 무리하게 몰아붙이다니. 아무래도 높은 수준의 놈들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하여도 방심할 수는 없다. 이 빌어먹을 몸뚱어리는 유리대포나 다름 없으니까.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쓸어넘긴 그의 눈이 흑색 마력광으로 진해진다. 포위망이 완전히 펼치기 전, 무리해서라도 빠져나와야 했다.


“「부름에 응답하라」.”


아커드가 영창 하자 손끝에서 빠져나온 검은 연기가 엉키고 설켜 형체를 만들어냈다.


-크르르르....


검은 연기가 만들어낸 것은 개 형체의 사역마였다. 네 개의 눈은 붉은 안광을 번뜩이고, 입에서는 침인지 연기인지 모를 검은 분비물이 쏟아진다. 지어준 이름은 ‘흑구’.


그가 현재 쓸 수 있는 몇 안 되는 흑마법 중 하나였다.


“가서 씹고 뜯고 맛보고 즐겨라.”


-컹!


흑구가 복도 끝 계단으로 거칠게 질주한다. 붉은 안광이 잔상을 주욱 남기고, 계단 입구로 사라진 후에는.


“씨발! 이거 뭐야!”


“쏴, 쏴!”


탕 타탕 탕탕!


조명 없어 어두컴컴한 계단 쪽에서 총이 발사되는 여파로 빛이 점멸했다가를 반복한다. 이후 들려오는 것은 고통에 찬 비명.


“이 개새끼 좀 뜯어내 봐!”


“끄아아아악!”


“내 팔, 내 팔!”


저쪽은 이제 안심해도 된다. 사역마를 파괴할 정도의 수준은 근처에 없는 것 같으니.


아커드는 아파트의 구조를 파악했다. 그래도 생각이 있는 놈들이라면 통로마다 헛짓거리해놨을 확률이 높다. 엘리베이터는 당연히 안되고, 계단도 믿을 수 없다.


계산을 끝낸 아커드가 몸을 일으켰다. 이어서 벼락같은 속도로 왼손을 뻗자 검은 칼날이 날아간다.


슈우우욱!


반대쪽 옥상에서 총을 겨누던 놈의 머리가 뒤로 젖혀졌다. 아커드는 전신에 방어막을 두른 다음, 그대로 허리까지 올라오는 복도 벽을 타고 떨어졌다.


5층이었지만 해볼 만 했다.


콰앙!


운이 좋았는지 주차장이었다. 그가 착지한 자동차의 보닛은 움푹 찌그러져 있었다. 거의 폐차 수준. 아커드는 차 주인에게 명복을 빌어주고 주차장을 가로질렀다.


이제 쓸 수 있는 방어막은 없다.


“후욱, 후욱....”


눈앞의 풍경이 빠르게 지나간다. 아커드는 숨을 헐떡이며 오른쪽으로 방향을 꺾었다. 마침 옆 아파트에서 걸어나오는 남자 두 명이 보인다.


거리는 고작 5m가 채 안 됐다.


그들을 보자 확신할 수 있었다. 거실에서 자신에게 총을 난사했던 놈들이었다. 한 명은 어깨에 돌격 소총을 걸치고 있고, 다른 놈은 문신이 대머리를 빼곡하게 뒤덮고 있다.


“....저놈이 어떻게?”


그중 돌격 소총을 든 놈의 눈에 당황하는 기색이 엿보였다. 그가 제 옆의 대머리를 한번 쳐다봤다가 돌격소총을 뽑아 아커드에게 겨냥했다.


그보다 한발 빠르게 아커드의 몸이 주차된 픽업트럭 뒤편으로 날았다.


투타타타타!


픽업트럭의 철판에서 티티팅, 불씨가 튀겼다. 아카드는 차 바퀴 뒤에 엎드려 남은 흑마력을 순환시켰다. 몸의 한계가 느껴졌지만, 어쩔 수 없었다.


투타타타타!


이어서 아커드는 허리에 매어둔 단검을 뽑았다. 날의 서늘한 기운이 그의 정신을 일깨웠다. 그가 호흡을 한번 고르고 차체 아래로 단검을 내던졌다.


휘리리리릭.


단검이 바닥을 타고 미끄러지면서 와이어가 딸려나간다. 아커드가 허공에 손을 몇 번 휘젓자.


“컥!”


철푸턱 엎어지는 소리가 나더니, 비처럼 쏟아지던 총알 세례가 멈췄다. 아커드가 픽업트럭에서 튀어나오자, 바닥에 쓰러져 버둥거리는 총잡이랑 허리띠에서 권총을 뽑아내려는 대머리가 보였다.


아커드가 오른손을 휙 돌리자 와이어가 이번에는 대머리의 몸을 옭아맸다. 대머리가 당황하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이, 이게 뭔!”


“두목!”


뒤늦게 총잡이 놈이 낑낑거리며 일어나려 한다. 하지만 벌써 날아드는 단검, 서걱-파육음이 지나간 후에는 머리통이 바닥을 뒹굴른다. 몸뚱어리까지 완전히 쓰러지고 나자, 그의 등 뒤에서 아커드가 나타났다.


그가 대머리를 내려다봤다.


“너냐?”


“잠깐. 얘기를-”


“좆까.”


아커드의 주먹이 대머리의 안면을 으깨버린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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