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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잘 숨겨지지 않은 골방

끄적끄적_。


[끄적끄적_。] 다 털었다

시원한가? 섭섭한가?

모르겠다.

처음부터 이렇게 보내주려고 시작한 연재였으나 막상 때가 되니 매몰차게 떨쳐지지 않는다.

미운 정도 정이라고 그동안 진득하게 정이 들어버린 것일까?

연재 시작 전에 펑펑 울었던 것과 비슷한 느낌일지도 모르겠다.

이번에야말로 손을 놓아주자고 했으나 어느새 다음 회 아이디어 구상을 하고 있는 나자신에게 회의가 든다.

아직 작가로서 남아있는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여전히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무엇이 옳은 것일까..

긴 세월이 지날지라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하게 쓰고 또 쓰면 작게라도 무언가 이룰 줄 알았던 지난 세월의 내가  떠오른다.

진한 탈모와 시력 저하와 긴 허망함밖에 남지 않았지만, 여전히 그것을 선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다만 너무 지쳤다.

처음에는 독자가 없으면 작가는 죽는다는 말을 실감하지 못했다.

글을 쓰는 것은 작가인데 어이하여?

당시는 항상 반응해주시는 독자분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배부른 소리였다.

나는 모르는 사이 몇 년에 걸쳐서 서서히 말라 죽어가고 있었다.

심각하다는 걸 깨달았을 때는 돌이켤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

무엇보다 쓰고 싶은 글이 없다는 것이 막막하다.

어떤 장면을 글로 써내야 한다면 벌써 짜증을 내고 있다.

평생 쓰기로 했던 글인데 벌써 이러면 남은 세월은 어쩌라고.

어쩌면 아주 오래 전에 사라져야 했을 사람이 저 약속 때문에 아직껏 고집을 부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조금 휴식을 취하면서 생각을 정리해봐야겠다.

조금 긴 휴식이 될지도 모르겠다.

아마 그래도 쓰겠다는 저 고집이 아직도 남아 있어서 언젠간 돌아오긴 하겠지만,

그땐 어느 쪽으로든 확실하게 달라진 모습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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