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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잘 숨겨지지 않은 골방

끄적끄적_。


[끄적끄적_。] 오랜만에...

건필십년을 계획했을 때,

이 시간이 지나가면 무언가 굉장해져 있을 줄 알았다.

무언가 이뤘을 줄 알았다.

아마 꾸준히 썼으면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여러 가지 외부 요인도 있었지만 나 자신이 쓰는 글에 확신이 없어서 더욱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날 붙들고 있는 것은 계속 멈추지 않고 글을 쓰겠다는 초반의 다짐 때문일 것이다.

그것 때문에 도중에 몇 번 멈추더라도 다시 일어나서 달렸다.

그냥 기계적으로 달리는 느낌이다. 이거까진 어쩔 수 없다.


얼마 전에 한 작가분이 작업하는 모습을 직접 볼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말로만 들었었다. 거의 채팅하는 속도로 글을 써내린다는 경지... 믿지 않았었는데 실제 눈으로 보니 상당한 충격이었다.

글이라는 것은 작가의 영혼을 갈아넣는 작업이기에 결코 쉬울 수 없다. 그래서 몇 번씩 중간에 쉬어야 했고, 심한 경우는 며칠 쉬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단명하고 싶지 않기에 살짝 엄살을 부리는 것도 있었다;;)

하루에 몇 만자씩 써낸다는 작가분들 이야기 들을 때마다 그래서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저분들은 그래도 무사한가?

직접 봤다. 그렇게 써내리고도 무사했다. 멀쩡했다. 괴물을 보는 느낌이었으나 차마 내색할 수는 없었다.

그분도 많은 세월을 견디며 굳어진 실력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저렇게 써내려야만 살아남는 시대가 되다보니, 그걸 해낼 수 있는 괴물들만 남았나보다.


나는 저분들보다 몇 배는 글에 시간을 쏟아야 하는데 저분들보다 더욱 게으름을 부리고 있다. 재능이 없는 데다가 모든 컨디션이 완벽해야 겨우 글이 써지는 스타일에서 벗어나도록 노력이라도 해야 하는데 그 자체 부담감으로 주저앉는다.


독한 결심으로 이번 년도 하반기를 시작하였으나 현재 목표한 것의 1/4만 온 상태다.

글에 활력이 없고 분명히 늘어지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같은 부분을 보고, 또 보다보니 감각까지 무뎌져서 내 눈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이것을 봐주는 그 누구도 없다보니 무척 외롭고 방황스럽다. 모든 것을 혼자 짐작하고 혼자 결정해야 하는 것이 글쟁이의 숙명이라고 하지만 덧없이 흔들린다. 멀미가 날 정도로.

몇 년간 혼자만 달리다보니 이젠 어디가 독자가 좋아해주고 싫어해줄지 감각까지 혼동이 온다. 아마 눈에 보이진 않겠지만 나의 안 좋은 습관이 글에 덕지덕지 붙었을 게 뻔하다.

우울감에 주저앉고 싶지만 달리기로 결심했기에 또 다시 일어선다.

나, 아직, 여기에, 살아있다! 






-漫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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