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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잘 숨겨지지 않은 골방

끄적끄적_。


[끄적끄적_。] 글도 보고...

드디어 약선님의 소월궁주를 정주행하기 시작했다.

몇 년 전에 읽고 싶어서 찜했다가 놓친 것이 너무도 아쉬웠던 작품이라 두근두근거렸다.

오래전부터 리메해서 연재하고 계셨는데 이걸 왜 이제서야 발견했을까... 으....

서문은 너무도 가슴이 아려오는 것이었다.

앞으로 나올 내 캐릭터 중 하나도 저와 비슷한 결말을 맞이하기에 더욱 공감되었던 것 같다. 절제된 심리묘사 속에 피눈물을 쏟는 주인공을 느꼈다.

역시 기대했던 것이 부족하지 않았다! 으으

그리고 본문...

주인공이 저승에서 절망하여 산산이 부서지는 모습, 그럴 수밖에 없었기에 너무도 절절하여 나쁜놈이었지만 불쌍하였다~

어느덧 여인의 몸으로 세상으로 나간 주인공... 과연 천하를 호령해왔던 저분이 여인의 몸을 견딜 수 있을 것인가... 두근두근

커헉?

이분은 누구세요? 기억을 잊고 새로 태어난 것이라면 그러려니 했겠는데, 모든 기억을 그대로 갖고 여인의 몸으로 빙의된 이분이 그분 맞나 싶을 정도로 나긋나긋한 여인의 말투에 완전히 다른 심상... 비록 절망하고 후회하고 바르게 살겠다고 다짐하였다 하더라도 이분 성격과 본성은 바뀌기 쉽지 않을텐데....

완전히 다른 분이 되어 계셨다... 이때부터 멘붕이 시작되었다. 몸에 베인 듯 여인의 말투를 사용할 때마다 소름이 쭉 끼쳤다. 그래도 예전부터 읽고 싶었던 작품이기에 참고 피를 토하듯 페이지를 넘겼다. 조금 견디면 괜찮을 거야.

안 괜찮았다. 그녀가 한 마디 할 때마다 묵직한 내상으로 다가왔고 그것은 선삭으로 이어졌다.

그 다음날, 그래도 한 번 보기로 했던 작품이고, 분명 꾸준한 인기를 누렸던 작품이니 그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재도전을 하기로 했다.

부디 넘기자. 넘길 수 있을 거야. 길거리에서 담배냄새가 날아오면 잠시 숨을 참고 가듯이 그녀가 한 마디 할 때마다 아슬아슬하게 넘겼다. 가끔 나오는 독백도 견디기 힘들었다. ‘그래, 난 나빴었지. 이제 바른 아이가 되겠어.’ 의 메시지를 담는 것까진 좋았는데 그 말투도 견디기 힘든데 너무 자주 보이다보니 손발이 오그라들다 못해 사라져버리는 현상까지 만났다.

계속 가야 하나? 마치 주인공이 아니라 내가 고행하듯이 한 페이지씩 넘겼다. 작품이 계속 이랬다면 그렇게까지 유명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분명히 전환점이 있을 것이다. 견디자! 아자!

드디어 주인공이 제자를 하나 둘 맞이하면서 세력을 키우는 장면이 나왔다. 우와, 세월이 흐르면서 그녀도 심하게 오그라드는 말투를 쓰지 않았다. 무엇보다 시선분산이 가능했다. 주인공만 바라보지 않아도 되니 숨통이 트였다.

언제서부턴가 밖으로부터 오는 압력을 하나둘 처리해나가는 그녀의 전략에 푹 빠져서 보게 되었다. 아무리 후에 위협이 될 것 같다고 해도, 굳이 조용히 잘 살고 있는 그녀를 끄집어내어 제압하려는 적들이 이해가지는 않았지만 (저것들은 맹주라면서 엄청 한가한가?) 스포라이트를 많이 받는 주인공의 역할인 이상 어쩔 수 없겠다는 생각으로 역시 수긍하기로 했다.

그녀가 가끔 전생을 생각하며 눈물짓는 장면을 보면서 저것이 원래 그녀의 본성이었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다. 원래는 마음이 저렇게 선하고 부드러웠었는데 전생처럼 악독했을 다른 설명되지 않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로 가정하여 생각해보기도 했으나.... 그러기엔 전생에 너무 악독했다... 그녀를 이해해보려는 재시도 실패.

그냥 그녀와 전생과 아예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해버리니까 글 읽기가 훨씬 편해졌다. 그러자 그녀의 인격이 별도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녀의 모든 전략에는 생명을 해치지 않으려는 소림사 주지방장이나 할만한 대자대비의 마음씨가 듬뿍 담겨들어갔다. 다소 불이익이 와도 감당이 될 정도의 실력이니 저걸 하지, 어설픈 자가 저걸 흉내 내었다간 바로 실려나갔으리라.

내 전작인 ‘녹그’에서 악독한 주인공과 맞섰던 캐릭터가 절대선이었는데 갑자기 그가 생각난다. 오른쪽 뺨을 맞으면 왼쪽 뺨을 대주는 캐릭터를 만나자, 자기 이익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었던 주인공이 결국 견디지 못하고 완전하게 무너져내리는 장면도 생각난다.

아마 봉향설이란 주인공은 이런 류의 절대선의 인격일 것이다. 거기에 걸맞는 실력도 갖췄으니 앞으로 적들이 추풍낙엽처럼 쓸려나갈 것이 예상된다. (내 주인공이 쓸려나갔듯이...)

여러모로 좋은 작품을 읽은 것 같다. 장르소설에서 이렇게 주제가 확실한 작품을 찾기 힘든데 작가분이 정말 굉장하다는 느낌이다. 확실히 아끼는 소설이라고 하셨던 이유를 알 것 같다. 아쉬운 것은 읽으면서 심상이 군데군데 많이 생략된 느낌을 받았다. 리메전 버전을 읽어봐야 알 수 있을 부분들이 많은데 구할 수 없겠지...ㅠㅠ

소수령이 유일하게 맘에 드는 캐릭터다. 발랄하고 솔직솔직한 성격이 돋보인다.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그녀 버전으로 팬픽 한 번 해보려다가 참았다. 좋은 작품은 훼손없이 좋은 작품으로 보전되어야 하는 법이다. 한꺼번에 읽으려고 4권부터는 모으는 중인데 아쉬운 마음에 끄적끄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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