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별로 잘 숨겨지지 않은 골방

끄적끄적_。


[끄적끄적_。] 우하아암...

한 바퀴 돌았다... 으하암

동생이 청축 소리를 듣고 잠들기 어렵다고 해서 늦게까지의 작업은 못 한다 ㅠ

없을 때 열심히 수정 수정~

이젠 내일쯤 전체적으로 다듬어주고 다시 진도를...

뭔가 2만자가 하늘나라로 갔다는 건 시원하면서도 허전하다...

무엇보다 다시 진도 나갈 생각하니 하늘이 노랑노랑~ 하늘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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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진 곳에서 이 파일을 발견했다.

3~5년 간격으로 문체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보기 위해 작성했던 것 같다.

나도 문체에 엄청 신경 쓸 때가 있었지. 참...

옛날 생각이 나서 요즘 버전으로 덧붙여서 추억을 되새겨본다.


스크롤 압박이 상당하니, 두려우신 분들은 지금 도망가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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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0.8   사보기 1권(무협소설) 中에서...  (여기서 1권은 일반노트 1권입니다)]


 “기절했던 사람을 데리고 왔습니다. 장문인.”


 제윤이 우두커니 서서 장문인을 바라보니 중년여자였는데 회포를 입고 머리에는 백관을 쓰고 백색죽장을 들고 있었는데, 죽장끝머리에는 용머리가 장식되어 있었다. 사방을 둘러보니 여제자들이 백색죽장을 들고 좌우로 갈라서 있었다.

 제윤은 이런 엄숙하고 무거운 분위기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대로 단 위로 올라가 장문인을 쥐어뜯었다. 바로 도박곡의 예의바른 인사다.


 “너무 고마워요. 이름이 뭐지? 난 제윤이에요. 우리 사이좋게 지네요. 은혜는 꼭 보답하겠어.”


 원래 예의같은 것은 거의 없었던 도박곡에서의 습관 그대로였다. 그러나 이런 사정을 알리없는 여제자들은 죽봉을 들고 에워쌌다.


 “감히 장문인께 무례하게 대하다니! 그것도 은인에게!”


 장문인도 약간 노한 표정이었다. 제윤은 이상하게 생각하며 말했다.


 “난 분명 인사했어요. 은혜도 갚겠다고 했는데.”


 여제자들은 제윤을 들어 대청바닥에 내던졌다. 그녀는 그대로 날아가 떨어졌다. 여제자들은 다시 죽봉으로 에워쌌다. 제윤은 어쩔줄 몰라했다. 수많은 죽장에 얻어맞으니 온몸이 얼얼했다. 반면 여제자들은 그녀의 내력에 밀려 그대로 나가떨어졌다. 제윤의 건강법은 아직 완성되지 않아 공격하기는 힘들었으나 축적된 내력은 많아 몸을 보호하는 데는 충분했던 것이다. 다시 다른 여제자들이 달려드니 마찬가지로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그때 지위 높아보이는 여제자가 나섰다.


 “설마 나도 당해내랴!”


 죽장으로 매섭게 제윤의 등을 내려치니, 제윤의 반탄력도 그만큼 강해져 그녀는 그대로 중상을 입고 물러섰다. 제윤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여러사람들을 물리친 것이다.

 장문인이 이윽고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정신나간 사람같다. 그냥 내보내 주어라.”


 여제자들은 제윤을 노려보며 길을 열어주었다. 제윤은 당당하게 걸어나갔다. 그러다 휙 뒤돌아보았다.


 “혹시 우리 외조부 보지 못했어요?”


 한 제자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네 외조부가 누군지 어떻게 아느냐?”

 “음, 온통 흰색으로 둘러싸였는데... 성은 왕이었던가 옥이었던가.”

 “그런 사람 없어! 나가!”

 “그럼 나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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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2.5.23   사보기 10권 中에서...]


 바소라는 표정을 달리하고 근엄하게 차근차근 말을 시작하였다.


 "본 구능파는 제일 크게 - 중략 - 왜 서역인데도 중원식으로 썼냐하면 조사님이 중원인이기 때문이다. 그건 그렇고 너는 잡계의 기술부터 익혀야한다."


 그는 곧 입문무공부터 가르쳐 주려고 제윤을 돌아보니 그녀는 한 쪽에 기대어 쿨쿨 자고 있는 것이 아닌가.

 둘다 불같은 성질을 가지고 있어 굴 안은 빽빽거리는 소리와 와장창하는 소리가 끊일 날이 없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명조는 그날부터 불행이 시작된 터이다. 말리려고 들어갔으나 쇠망치로 두들겨 맞는 일은 보통이고 쥐어뜯기는 일도 보통이었다. 만약 다른 사람도 보았으면 구능파의 여러 기술을 배운다는 것은 생각도 못하고 매일 치고받고 싸우는 줄로만 알았을 것이다. 언젠가 사무존이 찾아왔다가 싸움에 말려들어 정신없이 몰매를 맞은 적도 있었다. 

 이렇게 배움반, 싸움반으로 몇 달을 보내자 총명한 그녀는 벌써 구능파의 기술을 아홉가지 전부 익히고 있었다. 홀쭉해지고 온통 상처와 멍투성인 바소라가 턱의 아픔을 참느라 억지 웃음을 짓고 주변이 퍼런 눈으로 말했다.


 "너처럼 다루기 힘든 제자는 처음본다. 그렇게 박박 우기다니. 이제야 내 말이 맞는걸 알겠지?"


 제윤은 머리의 혹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이건 내가 연구해서 이루어진거야."


 바소라는 고개를 돌려 옆에 뻗어있는 명조를 보고 혀를 찼다.


 "그새 몇 방 맞더니 뻗어버렸군. 하는 수 없지."


 금세 밖으로 나가더니 나뭇가지 두어개를 꺾어가지고 들어왔다.


 "이번에는 본문의 최상승무공인 모르라공을 익혀야한다. 이것은 이제까지와 달리 장난으로 익히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이것은 내공과 외공으로 나뉘는데 둘 중 하나라도 잘못되면 주화입마가 되어버린단 말이다. 잘 알아라."


 다시 돌아보니 제윤은 명조의 배를 베고 누워 자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 날부터 다시 몇 달 동안은 저번보다 더욱 지독한 소리가 동굴 안에서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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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5.8.25  사보기 18권 中에서...]


 송주관은 여기저기서 무지개 검광이 번쩍번쩍하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안그래도 왕효련 때문에 정신이 혼란해져 있던 그는 더욱 혼란해져 허둥거렸다. 가뜩이나 그의 검이 부러져 왕효련을 당해내기에 역부족이었다. 점차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 무심코 반격해 나가다가 손을 거두고 만다.


 '그녀가 나를 죽일 수 있어도 나는 그녀를 해할 수 없다. 그만두자.'


 순간순간이 위기였다. 그러나 곧 송주관은 그녀의 검끝이 은근하게 급소를 피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송주관은 기쁘기도 하고 감동이 되기도 하였다.


 '그녀는 결코 무정한 것이 아니야. 다만 상황에 따라 움직이는 거지.'


 정신을 집중시키지 못하자 그만 헛점이 여러군데 노출되고 말았다. 갑자기 왕효련의 검이 번쩍하면서 그 헛점을 정확하고 날카롭게 찔러들어왔다. 상대가 왕효련이라는 이유만으로 전력을 다 하지 않던 송주관은 기어코 커다란 손해를 보게 된 것이다. 너무나도 매섭고 정확하게 찔러들어오자 송주관은 크게 당황하고 말았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반토막 남은 검을 들어 온 힘을 다해 그녀의 검에 맞부딪혀갔다. 순간적으로 그것만이 살 길이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갑자기 왕효련이 송주관의 검을 향하여 달려들었다. 송주관이 이상하다고 생각한 순간 이미 그의 반토막 검은 왕효련의 어깨죽지에 박혀 있었다. 송주관이 혼비백산을 하여 급히 검을 잡아뽑자 그녀의 어깨죽지에서는 금세 피가 쏟아져 나와 백포를 온통 붉은 색으로 물들였다. 그녀의 몸이 휘청거리자 송주관이 급히 검을 버리고 그녀를 부축했다.


 "어쩌자고 이런 짓을 했소?"


 왕효련은 희미하게 웃었다.


 "당신은...."


 다시 한 번 웃더니 아픔을 견디지 못하고 기절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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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97.8.9   풍운지회(삼국지소설) 7회 중에서... ]


 단복은 계속 말을 이었다.


 "자네는 지금......."


 그제서야 단복은 양정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챘다. 죽은 어머니의 얼굴을 닦아내는 기계적인 손가락의 움직임, 창백하다 못해 퍼렇게 변해버린 얼굴, 조금씩 빛이 사라져가는 눈동자.......

 단복이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형편없군."


 순간 단복의 발이 양정의 턱을 사정없이 걷어찼다. 양정은 그대로 얻어맞고 벌렁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간신히 몸을 추스리며 일어나는 양정은 혀를 깨물었는지 가느다란 핏줄기가 입에서 새어 나오고 있었다. 양정의 눈에는 경악의 빛이 가득했다. 

 단복이 어머니의 시신에 꽂혀 있는 단도를 뽑아 양정의 앞에 내동댕이쳤다.


 "지금 자네 뭐하고 있는건가? 통곡을 하거나 아님 그걸 들고 복수를 다짐해야 하는 것이 자네가 취해야할 행동이 아닌가?"


 어머니의 옆구리에서 다시 피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순간 양정은 속으로부터 뜨거운 기운이 머리끝까지 확 치솟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전에 창고에서 단복에게 느꼈던 것과 똑같은 기운이다. 다만 그때보다 몇 배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이 틀릴 뿐이다.

 양정이 눈에 불꽃을 튀기며 단도를 들고 벌떡 일어났다.


 "다...당신......!!!"


 단복이 크게 웃었다.


 "그래, 그걸로 날 죽이려는 건가? 하하하, 그래두 그 모습이 훨 낫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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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0.12.31   마지막 석양(D/R팬픽) 83회 중에서... ]


 그는 천천히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이제는 더이상 피할 수 없다. 어차피 받아들여야할 운명이라면 떨고 있을 이유가 없었다. 드래곤이 뿜어내는 엄청난 마나에 의해 본능적으로 온몸이 떨리고 있었지만 그는 담담한 눈으로 시선을 들어올렸다. 

 불그스레한 하늘이 지골레이드의 어두컴컴한 그림자로 가득했다. 그 가운데 날카로운 빛을 발하는 두 개의 눈동자가 박혀 있었다. 무엇이라도 꿰뚫어버릴 듯한 눈동자, 이제 그는 그 눈동자 속으로 사라져야 하는 것이다.

 담담하게 맞아들이리라 생각하고 또 생각하던 것이지만 막상 그것이 눈앞에 닥치게 되자 그 생각은 흔들리다 못해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그 자리에 주저앉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억제하고 있을 뿐이다. 

 그때 엘레인의 모습이 떠올라 그의 망막에 어른거린다. 그녀와의 행복했던 많은 추억들이 빠른 속도로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고 자신이 살아왔던 생애의 자취가 여기저기 떠오른다. 마구잡이로 떠오르고, 잔상을 남기며 사라졌다를 거듭하던 그것들은 어느 순간 하나의 줄로 길게 연결이 되어 있었다. 순간 그의 가슴 깊은 속으로부터 뜨겁고 강렬한 욕망이 치솟아 올랐다.


 '아직 하지 못한 일이 많은데… 아주 많은데… 이렇게 죽어야하나.'


 가능하다면 드래곤 앞에 목숨을 구걸하고 싶은 정도였다. 살고 싶었다. 무척 살고 싶었다. 하지만 헤츨링이 죽어버린 이상 희망은 아무 것도 없었다.

 오로지 죽음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 어째서 헤츨링을 안고 나와버린 것일까, 왜 그런 짓을 한 것일까, 후회가 막심하다. 다시 되돌릴 수만 있다면, 되돌릴 수만 있다면…….

 그때 이루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리치몬드씨는 다른 사람에 의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순간 그의 표정에 미세한 변화가 일어났다. 메말라있던 그의 눈빛에 슬픔이 샘솟듯이 솟아오르며 물들이기 시작했다. 

 분명 그녀는 자신을 위해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드래곤의 앞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헤츨링을 죽인, 살릴 수 없는 자신을 위해서….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돌연 그녀가 엘레인의 모습이 되어 엘레인의 웃음을 짓는다. 그의 가슴은 슬픔과 그리움으로 사무치다못해 금방이라도 붕괴되어 내릴 것 같다. 어느덧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고 눈을 마구 깜빡였다. 한 방울이라도 흘리면 안 된다.

 꿋꿋한 자세만이 그녀를 구하는 길이다. 그는 이제 죽음이 두렵지 않았다.

 이제 그는 담담한 시선으로 지골레이드를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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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4.1.30   끄적이는글(라그나로크 게임 팬픽) 68회 중에서... ]


나는 꿈 속인건가.

덥다...

너무... 덥다

온몸을 엄습해오는 화끈화끈한 사막의 열기가 가까스로 나의 의식을 현실로 당겨 주고 있었다. 뺨을 꼬집어봐도 아픈 현실이 분명한데, 여전히 꼬마다예는 내 앞에 서 있었다.

무척 보고 싶었던 그녀의 모습...

삿갓을 만들면서 언제나 떠올렸던 그녀의 모습...

아려오는 가슴속에 감당하기 힘든 감정이 복받쳐오르기 시작했다.

두근거리는 심장은 터져버릴 듯 격렬하게 움직였다.

평상적으로 느껴왔던 기쁨과는 또다른 감정이다.


나는 천천히 소매자락을 들어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리고 그녀를 위해 다듬고 다듬어 만들었던 삿갓을 그녀의 머리에 씌워주었다.


 "...네꺼야."


그녀는 젖은 눈동자로 나를 올려보고 있었다.

역시...역시 생각했던 데로 삿갓이 어울린다. 역시...

코끝이 시큰해지면서 돌연 눈물이 앞을 가렸다.

몸을 가누기도 힘들 정도로 넘쳐흐르는 감정이 뜨거운 눈물로 변해 분출되고 있었다,

아니 흐르고 있었다.

나는 거칠게 손으로 눈물을 닦아버렸다.

지금 나와서 아무 쓸데 없는 것인데... 폼도 안나고 ... 그런데 왜 닦아내니까 더 쏟아지냔 말이다.


 "다예야... 크흑, ... 보고 싶..으흐흑,.. 싶었어.. 패앵~"


대사도 이게 아니다. 훌쩍.


 "...냐앙."


다예가 손가락으로 내 가슴을 쿠욱 찔렀다.

나름대로 그리웠다는 표현을 그녀답게 한 것이지만 내 몸이 간신히 세워져있는 날림공사였다는 것이 문제였다.


 "끄아악!"


나는 그녀의 손가락 끝에, 추돌후유증으로 쑤셔오는 허리를 부여잡고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다시 피어오르는 모래먼지 한소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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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2.25   이아시스(판타지 소설) 프롤로그 중에서... ]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공허만 가득 채우고 있던 남자의 눈동자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약하게나마 눈동자에서 감정이라고 불리우는 것이 떠올랐다. 그것은 눈덩이를 불려나가듯 계속 커져 나갔다. 그러나 점점 커져가는 그것에는 나뭇잎이 기대했던 봄의 따스함 같은 것은 없었다. 슬픔과 회한으로 덧입히고 또 덧입혀져 불투명화가 되어 버린 그것은 한없이 커져 나가다가 어느 순간 결국 한 방울의 눈물이 되어 메마른 남자의 뺨을 타고 흘렀다. 전혀 움직이지 않을 것 같았던 남자의 입술이 조금씩 떨리며 공기의 파장을 힘겹게 울린다.


 "로... 로델라? ...영혼?"


 오랫동안 목을 쓰지 않았는지 제대로 된 음성이 되어 나오지 못하고 거의 쉰 목소리가 되어 있었지만 그 짧은 한 마디에는 곧 스러질것 같은 애잔한 기대감이 느껴져왔다.

 그것도 아주 잠시, 아련하게 떨리던 남자의 눈빛은 메말라서 물기가 빠져버린 빛으로 바뀌어갔다. 그의 바짝 마른 입술은 힘없이 움직였다. 


 "그럴리가... 없...겠지."


 남자의 시선이 나뭇잎에서 그녀를 쥐고 있는 끔찍한 손으로 옮겨갔다. 그것을 바라보는 남자의 눈빛은 마치 남의 것을 바라보듯 초연하기 짝이 없었다. 

 나뭇잎은 천천히 자신의 몸이 남자의 얼굴에서 멀어지는 것을 느꼈다. 남자의 시선은 이미 자신에게 있지 않았다. 조금씩 몸이 아래로 내려가더니 푹신한 것이 엉덩이에 닿았다. 흙의 진한 내음이 풍겨오는 것을 보니 무덤 위였다. 거기서 남자의 손길은 거두어졌다. 그녀는 이제 남자를 올려보아야 하는 위치가 되었다. 그때 그녀는 살짝 놀랐다.

 거의 바위에 가까웠던 남자의 입가에 아주 희미했지만 미소라 불릴 만한 표정이 떠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나를... 다시 봐야할 이유가... 없는 것을......."


 비소에 가까웠던 그 미소는 떠올랐던 만큼 빠르게 사라져 버렸다. 망연한 눈으로 무덤을 바라보던 남자는 순간 중심을 잃고 비틀거리다가 무덤 바로 옆으로 푹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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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10.12   녹색 그림자(게임 판타지, 이아시스 외전) 157회 중에서... ]


아련해 보이기까지 했던 바리공주의 얼굴은 다음 순간 새파랗게 질려버렸다. 경악으로 가득 차버린 그녀의 눈동자는 미미하게 떨리며 아래로 이동했다. 그곳에는 그녀의 멱살을 우악스럽게 움켜쥔 레이아의 손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게, ……무슨 짓이죠?”


이런 순간에서조차 평온한 어조를 유지하는 바리공주였다.


“이, 일단 놓으시고…….”


당황한 가운데서도 피오스가 나섰지만 레이아의 표정에는 털끝만큼의 변화도 없었다. 도리어 멱살을 잡은 손에 조금 더 힘이 들어갔다.

차가운 시선으로 바리공주의 눈을 쏘아보던 레이아가 입을 열었다.


“정상적인 사고를 지녔다면 여기 와서 아버지의 병환부터 걱정해야하는 것이 아닌가? 감사를 바라고 한 일은 아니지만, 그다지 평탄하다고 할 수 없는 길을 함께 해 온 우리 앞에서 첫 마디부터 그런 말은 실례지.”


마디마디 정곡을 찌르는 말이었기에 피오스는 더 나서기 곤란하게 되었다. 엉거주춤 서 있는 피오스를 흘낏 보며 나선 것은 쿠울이었다.


“그녀는 npc입니다. 유저를 대할 때는 철저하게 호감도에 따라 움직이죠. 가끔 초보들이 그걸 망각하는 게 탈이지만요.”


마지막 말을 할 때 쿠울의 조롱어린 시선이 한 차례 레이아를 스쳤지만, 레이아는 바리공주만 쏘아보고 있을 뿐이다. 바리공주의 작은 눈짓, 호흡, 하나 빠지지 않고 레이아의 눈동자로 흡수되고 있었다.

마음속으로 천천히 셋을 세었을 만한 시간이 정지한 듯이 흘러갔다.

털썩.

레이아의 손이 풀리면서 바리공주의 몸이 아무렇게 나뒹굴었다.


“아, 무례하시네요.”


바리공주가 비틀비틀 몸을 수습해 일으켰지만 그것을 지켜보는 레이아의 눈빛은 여전히 고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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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 10. 3   이신전신(무협소설) 외전 2회 중에서... ]


벌떡 몸을 일으켰으나 어깨의 상처를 타고 온몸에 격심한 고통이 밀려 올라왔다. 어찌나 고통스러운지 마비가 된 것처럼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이를 악물었는데도 신음이 새어나간 모양이다.


“움직이지 마세요. 상처가 중해서 더 누워 계셔야 해요.”


시선을 돌려보니 침상 옆의 탁자에 피곤한 표정의 천여월이 앉아 있었다. 그녀는 무언가를 쓰고 있던 종이를 옆에 시립해 있던 하녀에게 넘겼다.


“이 약방문대로 약을 달여 오너라.”

“예, 장주님.


하녀는 공손히 종이를 받아들고 뒷걸음으로 종종 사라졌다.

기어이 두위혁은 극심한 고통을 참아내고 윗몸을 일으키는데 성공했다. 이마에 구슬 같은 땀이 쏟아졌으나 신음 하나 흘리지 않았다.

천여월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이거 박수라도 쳐줘야 하나요? 움직이지 말라고 했는데 기어이 말 안 듣고 고통을 자처하는 그 미련함은 그쪽 무사가 갖춰야하는 덕목인가 봅니다.”


두위혁의 시선은 천여월을 향해 있었다. 지쳐 보이지만 그녀의 몸에서 특별한 이상은 없어보였다. 그렇다면 목적은 다 한 셈이다.


“계집, 여기가 어디냐?”


그의 말을 들은 천여월의 표정이 기이하게 변했다. 며칠 못 자서 자신의 귀가 잘못된 것은 아닐까 의심부터 했으나 그의 표정을 보고 제대로 들은 것임을 확신했다. 그녀의 눈빛은 정말 신기한 인종을 목격한 듯한 빛으로 변해갔다. 너무 어이가 없다보니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당시 위독해보여서 부득이 천가장으로 모셨습니다만, 너는 뭔데 말이 반토막이세요?”


두위혁은 어떻게든 몸을 일으키려고 애를 썼으나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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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 12. 21   이신전신(무협소설)  91회 중에서... ]


‘역시 그냥 자야겠군.’


모든 미련을 내려놓고 제대로 잠을 청해보려는 순간이었다.


“분명해. 물건은 칠층에 숨겨져 있다.”


옆방에서 소리 죽여 말하는 소리였지만 모든 감각이 열려 있는 주운돈에게는 또렷하게 들렸다. 그것이 백발노인의 목소리임을 알아챈 주운돈은 속으로 욕했다.


‘제기랄, 그 많은 방 중에 하필 옆방이냐?’


하늘의 농간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이렇게 되면 어쩔 수 없이 귀 기울여 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진 형, 준비는 다 되었소.”


의도치는 않았지만 귀에 쏙쏙 박혀든다.


“좋아. 밤이 깊어 축시가 되면 취하러 간다.”


사부님의 가르침이 이토록 잘 들렸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더 이상 들려오는 말은 없었으나 이미 주운돈의 내면에는 지진이 일어나고 있었다.


쿵쿵쿵,

자신의 심장 뛰는 소리마저 크게 들려왔다. 


‘따라 가고 싶다!’


주체할 수 없는 본능.


‘호우성을 따라잡으려면 이런 데서 지체하면 안 되지.’


가늘게나마 유지되고 있는 이성의 한 가닥.

그 사이를 수십 번도 왔다 갔다 하며 갈등에 시달리던 주운돈은 결국 절충안을 떠올렸다.




댓글 4

  • 001. Lv.36 말로링

    16.10.03 17:43

    청축이 뭐에요?? 음악소리인가?ㅎㅎ

  • 002. Personacon 시두김태은

    16.10.03 18:42

    음악소리가 타자기 소리인 게죠. ㅋ_ㅋ
    타타타타, 투타타타, 투투투투, 타타타타타타, (...총소리인가?)

  • 003. Lv.36 말로링

    16.10.03 23:12

    아하! 시두님은 동생이랑 같이 살아요? 따로 방 있지 않나? ㅎㅎ

  • 004. Personacon 시두김태은

    16.10.03 23:16

    이번에 놀러왔어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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