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창렉스 님의 서재입니다.

미래 본좌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SF

창렉스
작품등록일 :
2021.05.26 19:02
최근연재일 :
2021.06.01 17:59
연재수 :
7 회
조회수 :
221
추천수 :
6
글자수 :
30,646

작성
21.06.01 17:59
조회
19
추천
0
글자
7쪽

자유의 증명

DUMMY

나와 여화는 포박이 된 채로 밖으로 끌려 나왔다.


"맨손으로는 무한속을 못 쓰시는 건가요?"

"몰라."


쓸 수는 있겠지만 검으로 쓸 때만큼의 위력은 안 나올 것이다. 평생 검과 함께 살아와서 주먹에 기를 담아서 휘둘러 본 적은 없다.


"걱정할 필요 없다."


첨섬이라는 중급 깡통이 위로인지 뭔가를 했다.


"무기는 넘겨주겠다. 황충 공께서는 너를 상대로 무언가를 증명하고자 하신다. 네가 전력으로 싸울 수 있는 상태가 아니면 증명은 못 한다 하셨다."

"그러냐, 그럼 빨리 내놔라."

"지금은 안 된다. 네 실력은 이미 파악해 두었다."

"내가 지금 검을 쥐면 네가 날 통제할 수 없다는 거냐?"


첨섬은 그렇다 하였다. 생각보다 정직한 놈이군.


"그런 말을 들으면 당연히 지금 손에 넣어야 되겠는데."


나는 여화에게 물었다.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뭘 어쩌시려고요?"

"너라면 가능하잖아."


그 말에 여화는 악동처럼 싱긋 웃어보였다.


"물론이죠. 이미 손을 써두었죠. 전원, 중급 집행관을 포박하라!"


그녀의 외침과 동시에, 첨섬이 대동하고 있던 하급 깡통들이 돌변하며 그에게 달라붙었다.


그리고 한 놈은 나와 여화의 포박을 풀어주고, 나는 곧장 목욕탕 옷장 안에 있을 검을 가지러 들어갔다.


나는 잠긴 옷장을 힘으로 뜯어내고서 그 안에 있던 검을 챙겨 나왔다.


그런데 갑작스레 폭음과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마음이 급해져 문으로 돌아가지 않고 정면에 있던 유리창을 몸으로 깨며 밖으로 나갔다.


첨섬은 이미 손등에서 검을 뽑아내어 그걸로 하급 깡통들을 다 쓸어버린 뒤였다. 여화는 다치친 않았으며 중급으로부터 허겁지겁 도망치고 있었다.


첨섬은 손등의 칼날을 여화에게 휘두르는데, 칼날이 주욱 길어지더니 채찍처럼 휘날리며 여화의 등짝으로 날아갔다.


이대로 가면 여화는 적어도 중상이다.


나는 오른손으로 검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나 또한 이 거리에서 첨섬을 베어버릴 생각이었다.


무한인 2식······.


초식을 발하려던 그 순간, 첨섬이 몸을 획 돌리더니, 여화에게 가던 채찍 검을 내 쪽으로 휘둘러 왔다.


1식 무한속,


나는 급하게 무한속으로 그의 검을 토막냈다. 하지만 열 뿐이었기에 토막 나지 않았고, 나는 급하게 뛰어올라 피했다.


"그걸 노렸다."


그런데, 첨섬이 검이 돋아있지 않은 손을 내 쪽으로 들이밀더니, 손가락에서 무언가를 쏘아내기 시작했다.


그것은 노란 금속으로 된 송곳이었다. 또한 처음 이 도시에 들어왔을 적, 깡통들이 내게 무수히 쏘아댔던 '총'이라는 것과 거의 동일한 속도였다.


물론 나는 무한속으로 그것들을 모조리 토막내 버렸다. 그리고 바닥에 여유롭게 착지하는데,


"끄으으으!"


섬짓한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뒤를 돌아보니 노인이 어깨에 토막난 금속 조각이라도 맞은 듯했다.


사람들은 "할아버지!" 라고 외치며 그를 부축하였고, 나를 일제히 노려보았다.


"외적 놈!"


그들은 나를 욕하기 시작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여화에게도 "유폐지의 육인은 밖으로 못 나오는 거 뻔히 알면서 왜 여기 찾아와서 민폐 끼치는 거냐?" 라며 투덜투덜거렸다.


여화는 대답하지 못하고, 사람들은 기세를 타고 욕 위에 욕을 쌓으며 욕의 탑을 세웠다.


물론, 이것은 나의 불찰이었다.


그러니 사과를 했다. "미안하다." 라고.


그럼에도 그들은 여전히 욕을 했다. "미안하면 다냐! 사람이 다쳤는데!" 라면서 말이다. 솔직히 뭐라 대답할 말이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여화가 "여러분." 이라 말하며 운을 띄었다.


"저도 여러분과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육인은 유폐지 안에서만 살아야 한다고. 하지만 지금은 이곳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걸 가능케 해주신 건 바로 저분이십니다."


그녀는 나를 가리켰다.


"저는 자유라는 단어는 알았지만, 그것이 어떤 모양, 어떤 색인지는 몰랐습니다. 하지만 저분은 타지에서 온 분이십니다. 저분은 자유라는 게 뭔지 아십니다. 그래서 가능했던 겁니다. 제게 자유를 선물해주시는 게."


"자유, 자유라고?" 사람들이 술렁거렸다.


"자유가 뭐냐. 살면서 한 번도 경험해본 적 없는 것이다. 자유에 색이나 모양 따위가 존재하는 거냐?" 노인이 한 말이었다.


여화는 미소를 지으며, "나으리, 보여주시겠습니까?" 하고 물어왔다.


물론 보여줘야겠지. 그들에게도.


"너희들은 그 자리에 가만히 있어라." 내가 운을 띄웠다.


"물러날 필요도 없다. 보고만 있어라. 지금부터 저 깡통은 너희들의 털끝 하나도 못 건드릴 것이다."


그러자 첨섬이 일갈했다.


"육인이란 이리도 수치를 모르는 존재인가? 200년 전 인류를 배신하고 외적에게 붙은 변절자의 후예임에도, 아직도 주제를 모르고 설치는 것이냐?


그렇다면 이 첨섬, 지금부터 너희들의 모든 희망을 꺾어주겠다."


그렇게 말하고서 그는 또 한 번 검을 길게 늘려 채찍처럼 휘적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그에게 곧장 달려들었다. 그가 내 얼굴을 향해 채찍 검을 휘두르고, 나는 옆으로 재빠르게 움직여 그것을 피했다.


그런데 어꺠부근에 굉장한 열이 느껴졌다. 검이 거꾸로 휘어서 나를 덮진 듯했다.


나는 베이기 전에 몸을 숙였지만, 이미 어깨에 상처가 난 뒤였다.


그렇게 주춤거리고 있는데, 내가 자세가 흐트러진 틈을 타 첨섬이 또 총을 갈겼다. 내 뒤에는 사람들이 있었으며, 아까와 같은 상황이었다.


물론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무한속을 쓰는 것 뿐, 다만 이번에는 절대로 실수하지 않는다.


나는 침착하게 총알들을 다 하늘로 튕겨내며 그에게 다가갔다. 그는 깡통 주제에 당황하며 뒷걸음질을 치는데, 그러다가 총알이 한 순간 끊겼다.


"아."


놓치지 않는다.


무한인 1식 무한속.


나는 그를 토막내 버렸다. 푸른 검격으로, 수십 개의 직선이 어지럽게 교차하는 모양으로 말이다.


자유의 색, 그리고 모양이었다.


첨섬의 쇳 조각들이 떨어져 내리는데, 사람들은 또 침묵했다. 그들은 기쁨의 눈물을 흘리지도, 환호성을 지르지도 않았다. 그저 놀란 표정으로 토막난 깡통의 시체를 내려다볼 뿐이었다.


유폐지의 인간들이란 얼마나 희망을 믿지 않는 존재인 거냐. 적이 쓰러졌는데도 전혀 환호하지 않다니, 믿을 수 없는 일이라는 듯 멀뚱거리고만 있다니.


그런 와중에 한 사내가 내게 물어왔다.


"어떻게 인간의 몸으로 그렇게 강해질 수 있는 겁니까?"

"무공을 배워서 그렇다."


그러자 노인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저는 젊을 적엔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50년 동안 바깥 세상을 상상만 했습니다. 죽기 전에 바깥을 실제로 확인해보는 것이 꿈입니다. 부디 저희에게 대협처럼 밖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을만한 힘과 지식을 전수해 주십시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미래 본좌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주기 변경 21.06.02 18 0 -
» 자유의 증명 21.06.01 20 0 7쪽
6 미쳐버린 환대 21.05.31 21 0 11쪽
5 여정의 시작 21.05.30 20 0 7쪽
4 탈출 21.05.29 25 0 9쪽
3 자유의 관철자 21.05.28 24 1 9쪽
2 어린 날의 과오 21.05.27 38 2 12쪽
1 나는 병신이다 21.05.26 73 3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