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창렉스 님의 서재입니다.

미래 본좌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SF

창렉스
작품등록일 :
2021.05.26 19:02
최근연재일 :
2021.06.01 17:59
연재수 :
7 회
조회수 :
218
추천수 :
6
글자수 :
30,646

작성
21.05.30 17:14
조회
19
추천
0
글자
7쪽

여정의 시작

DUMMY

강제로 열어젖힌 철문을 넘어서고 다리 위를 걸어가게 된 나와 여화.


"또 비 오는 날에 배 띄우시면 안 돼요!"


걱정스레 외치는 예지.


"걱장 마. 나도 학습이라는 걸 하니까."


그 말에 예지가 안심이 된 듯 웃어보였다.


이곳에 우연히 흘러들어온 나를 구해준 그녀. 비록 함께 하지는 못 하지만 잊을 수 없을 것이다.


한편 여화 역시 녹적단원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여화, 돌아오면 바깥 이야기 잔뜩 해줘야 돼."

"알았어. 1년간은 지루하지 않을 정도로 이야기 보따리를 싸 갖고 올게."


그렇게 우리는 마을 사람들의 송신을 받으며 길을 떠났다.


손을 흔드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이 점점 작아지고, 소리도 점차 잦아들어갔다. 다리 위에는 나와 여화, 둘만이 온전히 남았다.


"솔직히 따라올지 안 따라올지 반반이었는데 진짜 따라오는구나."


나는 농담삼아서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는 여화.


"저도 반반이었어요. 그래도 나으리께서 하신 말씀을 듣고나니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 싶어서······."

"나으리라 부르지 마라."

"네?"

"내겐 동무한이라는 이름이 있다."

"아······."


입을 다물고서 우물쭈물하는 여화.


"그럼 무한 씨라 부르면 될까요?"

"그래."


나는 그녀를 곁눈질로 바라보며 대답했다.


우리는 어느새 건너편 도시로 향하는 철문 앞에 서있었다.


"열겠다. 괜찮겠나?"

"아마 안 괜찮겠죠. 들어가자마자 무수한 철인들에게 노려질 수도 있고."

"그건 최악의 수를 가정한 건가?"

"뭐 그렇죠."

"최악의 수가 그 정도라면 문제없겠지."


나는 검을 하늘로 치켜들었다.


"무한인 3식 무한절!"


그리고 검을 내리쳐 철문을 반으로 갈라버렸다.


다시금 철문이 묵직한 쇳소리를 내며 열리기 시작했다.


미래로 향하는 바람이 우리 두 사람의 옷가지를 흔들었다.


우리의 앞에 펼쳐진 곳은, 정말이지 내가 상상 따윈 할 수도 없었던 세상이었다.


길거리는 모조리 포장이 되어있고, 회색의 깡마른 철인들이 큰길의 좌우로 줄지어 서있었다. 마치 장군의 개선을 맞이하는 신하들처럼 말이다.


물론, 그들이 우리를 맞이할 리는 없었다.


그들은 내 쪽을 일시에 바라보았다. 두 줄로 서 있는 수십의 깡통들에게 동시에 주목받는 건 꽤나 소름끼치는 일이었다.


다음에 맨 앞에 있던 깡통 하나가 무미건조하게 내뱉은 말이 더욱 소름끼쳤지만.


"생명체를 확인. 하문섬 유폐지 육인 1명 외 신원 불명의 육인 1명."


그들은 회색의 길고 두꺼운 상자 같은 것을 우리들에게 들이밀었다. 그것이 무언가 싶어 가까이 다가가려는데,


"초, 초, 총이에요!"


하고 여화가 까무러치듯 외치는 것이었다.


"총?"

"초, 초, 초음속으로 날아오는······."

"돌아가라. 15초 내로 이곳에서 떠나지 않는다면 발포하겠다."


깡통들에게서 살의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들은 길거리를 청소하는 청소부처럼, 맡은 일을 묵묵히 수행하고자 할 뿐이었다.


그럼에도 그 맡은 일이 우리 두 사람을 무력으로 제압함을 의미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결국 여화의 말대로 최악의 수를 맞이하게 된 것이었다.


"뭘 보냐, 깡통들아."

"무, 무한 씨?"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물러날 생각은 없었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상대 쪽에서 먼저 공격해오기 전에 내 쪽에서 먼저 공격하리라 마음먹었다.


그리고 단전에 내공을 모으며 무한인을 사용하려던 그때였다.


사방에 웅장한 노래가 깔리더니, 하늘에서 멸치처럼 빼빼 마른 깡통 하나가 팽이처럼 빙빙 돌며 내려오는 것이었다.


놈의 머리는 양동이를 눕힌 것처럼 생겼고, 얼굴은 둥글고 투명한 막으로 막혀 있었으며 그 막 안에 거대한 눈 같은 것이 들어있었다.


녀석이 간사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문을 부수고 들어온 인간은 처음입니다잉. 제 이름은 픽사煏士입니다잉. 사진 좀 찍어도 되겠습니까잉?"


느닷없이 나타나서는 의미를 알 수 없는 소리를 하는 녀석이었지만, 기묘하게도 이미 15초가 지난 것 같은데도 다른 깡통들이 공격을 하지 않고 있었다.


"여화, 사진이란 게 뭐지?"

"그림이랑 비슷한데 사람이나 풍경의 실제 모습을 그대로 담아요."

"자~ 여러분, 사진의 제목은 아나라 200년 역사 최초로 하문섬 유폐지에서 탈출한 인간! 정도면 적당하겠죠잉. 자세 잡으시고~ 하나 둘 셋 치즈!"


픽사는 저 혼자 뭐라 지껄이고는 얼굴에서 한 순간 눈부신 빛을 뿜어냈다.


"협력 감사드립니다. 연이 닿으면, 두 분께서 살아남으신다면 또 만납시다!"


그는 그렇게 말하고서 다시 빙글빙글 돌며 하늘 위로 사라졌다.


뭐 하는 놈인가 싶었는데, 그런 게 문제가 아니었다.


픽사가 있을 때는 가만히 있던 깡통들이, 그가 사라지자 마자 총이란 것을 쏘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들이 쏘아낸 것은 붉은 색으로 빛나는 작은 덩어리. 아까 깡통들과 싸울 때 그들이 썼던 검과 비슷한 물체로 보였다.


또한 굉장히 빨랐다. 그것들은 눈깜짝할 새에 내 눈 앞에까지 이르러있었다.


무한인 1식 무한속.


나는 무한히 빠른 검격으로 그 덩어리들을 잘라내기 시작했다.


정말로 많은 공격들이 쏟아졌다. 두 줄로 서있던 수십의 깡통들이 동시에 공격을 해오는 것이었다.


한 30초 가량은 그렇게 혼자서 막아냈다. 하지만 점점 숨이 가빠져 오기 시작했다.


아직 무한속을 무한하게 쓰는 경지에는 이르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설마 이대로 벌집이 되어 죽는 건가, 그런 생각을 하던 때였다.


맨 앞에 있던 깡통 하나가 갑자기 총구를 다른 곳으로 돌리더니, 다른 깡통들을 쏘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깡통들이 하나씩 늘어가기 시작했고, 이윽고 깡통들끼리 싸우는 듯한 그림이 완성되었다.


"무한 씨, 괜찮으세요?"


통제기를 쥔채 싱긋 웃는 여화. 그녀가 벌인 일인 듯했다.


"하급 집행관과 거의 동일한 구조를 갖고 있어서 가능했어요."

"하하, 너 역시 대단하잖냐."

"그렇죠? 제가 동행해 드리지 않았으면 여기서 개죽음 당하셨겠죠?"

"하하······."


잠시 후, 현장에 남아있던 것은 여전히 멀쩡하게 살아있는 나와 여화, 그리고 고철이 된 채 온몸에서 김을 뿜어내는 수십의 깡통들.


역시 여화를 데리고 나오길 잘 했다. 3일 동안 바다 위에서 표류를 하고 나니 그래도 머리가 트이기는 한 모양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미래 본좌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주기 변경 21.06.02 18 0 -
7 자유의 증명 21.06.01 19 0 7쪽
6 미쳐버린 환대 21.05.31 21 0 11쪽
» 여정의 시작 21.05.30 20 0 7쪽
4 탈출 21.05.29 24 0 9쪽
3 자유의 관철자 21.05.28 24 1 9쪽
2 어린 날의 과오 21.05.27 38 2 12쪽
1 나는 병신이다 21.05.26 72 3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