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장르소설들을 보면 대리만족적인 글이 상당히 많습니다. 물론 이게 꼭 나쁜 거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허나 그로 인해 희생당하는 개연성을 보면 다소 울적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강력한 힘을 가진 주인공이 썩어빠진 악당을 쓰러뜨린다. 일견 단순해보이는 스토리지만, 그 과정을 잘만 풀어나가면 글을 읽는 이들로 하여금 충분히 짜릿함과 감동을 선사해줄 수 있죠. 그게 나쁜 건 아닙니다. 오히려 글을 읽는 한 사람의 독자로써 만약 그런 작품이 나온다면 쌍수를 들고 환영해주고 싶을 정도 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개연성이 희생되는 것은 확실히 문제라고 봅니다. 가령 예를 들어 A가 우연히 엄청난 힘을 손에 넣었다. A는 집 안이 가난했고 그래서 기분이 더러웠다. 그래서 탈세와 각종 부정으로 유명한 부자 정치인 B를 골려주고 돈을 빼앗았다. 물론 B의 사정따윈 전혀 생각하지 않고 단순히 자기 배알이 꼴린다는 이유만으로.
물론 이 과정에서 통쾌함을 느낄 수는 있을 겁니다. 엄청난 힘을 가진 A의 활약을 보며 대리만족을 할 수는 있을 겁니다. 허나 작품의 개연성은 그야말로 안드로메다로 향하게 되죠.
그리고 불행히도, 현시점에서 이것과 유사할 정도로 개연성을 상실한 글들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뭐, 글을 쓰시는 작가님들께서 '그런 것 따윈 상관없어' 라고 하신다면 저로써는 아무 할 말도 없습니다. 허나 그래도 씁쓸한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특히 그런 식으로 개연성을 희생시킨 글들이 책으로 버젓이 나와있는 모습을 보면 더더욱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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