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현대 판타지라고 하면 좀 정형화된 클리셰 같은게 있는 것 같습니다.
주인공은 어떠한 계기로 엄청난 힘을 얻고, 그 힘을 토대로 사회를 뒤집어 엎으며 원하는 꿈을 실현하고는 하지요. 우수수 무너져가는 조폭과 재벌은 부록이겠구요.
물론 저도 대리만족을 느낄 수있는 이런 작품들을 싫어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맛있다고 해서 삼시세끼 아이스크림만 먹을 수 없는 것처럼, 소설도 비슷비슷한 현판만 읽다보면 좀 질리기 마련이죠.
이번에 추천하고자 하는 소설은 바로 그렇게 '보통 현판'에 질리신 분들에게 적당한, '진국'인 작품인데요, 바로 심중섭 님의 [서울 박물지]입니다.
개인적인 감상을 먼저 말씀드리자면, 왜 이작품이 아직까지 선작 932'밖에' 되지 않는지 신기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러면 글 소개를 해볼까요.
장르는 일종의 퇴마물, 그러니까 [퇴마록]이나 [신비소설 무] 와 비슷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고 할 수 있겠네요. 글 내용을 아주 간단히 전체적으로 말하자면, 여러가지 요괴나 신들(작중에선 환망사라고 표현하죠)이 인간세상에 끼칠 해악을 막기 위해 분전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이 작품의 첫번째 매력은 이부분에 있습니다. 바로 '지극히 한국적인' 야담이라고 할까요.
기존의 작품들에 대해 서울 박물지는 차별화 된 모습을 보여줍니다. 세계 각지 여러 방면으로 뻗어나가는 대신, 한국의 설화와 역사에 근거해서 깊게 구성한 한국의 환상세계가 나오거든요.
읽고있으면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다양하고 신기한 전래 문화 콘텐츠들이 있었구나 하고 놀랍니다. 그래서 이 소설엔 검강을 뿌리는 소드마스터도 이세계의 마법사도 바티칸의 비밀 전투 신부도 필요 없습니다. 동양적인 소재만으로도 이렇게 다양하고 독특한 이야기가 가능하다는 걸 느끼실거에요.
이러한 것들을 가능하게 하는 작가님의 사전 조사와 열의도 놀랍습니다. 제목도 딱 찝어서 '서울'이잖아요? 네, 여기선 서울이 배경이에요. 모두들 아는 장소에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물론, 서울만 나오진 않고 활동범위는 전국구지만요...) 글 읽는 중간 중간 보면 아무래도 작가님이 작중 날짜와 실제 날씨까지 조사해서 반영시키신 것 같더군요.
익숙하지 않은 설화에 진입장벽을 느끼실지도 모르는 독자분들도 있으시겠죠. 그런 분들께서는 소설 본편과 별개로 소설 속에 나온 소재들을 설명하는 '속 박물지'도 있으니 같이 보시면 좋습니다.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은 혹시 '그냥 소재만 특이한 게 아니냐, 우린 문화 공부하려고 소설보는거 아니다'하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저 그런 글이었으면 이렇게 길게 쓰고있을 필요도 없겠죠. 이 글의 두번째 매력이 바로 여깄습니다. 이 소설은 입체적이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수두룩한, 재미있는 소설이거든요.
성격 괄괄하고 주관있고 힘잘쓰는 채이신, 회장님 아들에 업왕신인 방도담, 용을 삼킨 동안 아저씨 정다정 등이 주축이 되어서, 자신들 주변에 벌어지고 있는 여러가지 의문과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모습이 작가님의 필력을 타고 흥미진진하게 펼쳐집니다.
거기에 과거의 상처, 의문의 세력, 수상한 사람, 환망사와 인간의 문제 등이 얽혀들죠. 각자의 인간관계, 미묘한 감정 역시 빼놓을 수 없겠네요. 각각의 캐릭터들이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서 노력합니다.
그렇다고 답답한 이야기만 있는건 아니구요, '트렁크 좋아하는 아주머니', '이무기와 매 선생' 등 깨알같은 요소들이 양념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이게 뭐냐구요? 보시면 아실거에요.
언젠가 이 작품을 추천하는 글을 꼭 써야겠다 하고 벼르고 있었는데, 이번에 드디어 1부가 마무리 된 김에 시간을 내서 추천글을 써봤습니다.
연재된 분량도 많으니까요, 아직 안보신 분들 계시다면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포탈:
http://novel.munpia.com/1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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