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소설에는 여러가지 패턴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그 패턴에는 일정한 흐름이 있어서 최근의 무협 소설은 과거에 주로 사용됐던 기연과 복수라는 장치를 잘 사용하지 않죠. 그것은 무협소설작가들과 무협을 읽는 독자의 수준이 같이 상승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터무니없는 설정과 온갖 우연으로 이어지는 뻔한 스토리는 더 이상 환영받지 못합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연과 복수는 무협이라는 장르에서 포기할 수 없는 매력적인 소재임이 틀림없습니다. 그 흔한 소재를 재미있게 풀어내는 것이야말로 작가의 능력이 아닐까요?
사비록은 전통무협의 틀을 상당부분 고수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의 불우한 어린 시절과(아직도 어린 시절이지만) 기인과의 인연. 성장 과정의 소소하지만 중요한 에피소드. (추후의 인연을 암시하는 것들) 자칫 외면받기 쉬운 구조의 흐름이건만 사비록의 작가는 보기 드문 필력과 호흡으로 독자들을 끌어들입니다. 단어 하나 문장 하나에 고민과 노력이 묻어나는 것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표현력은 사비록이 작가의 첫 작품이라는 것을 믿지 못하게 할 정도죠.
무협을 좋아한다면 읽고 난 후에 후회 되지 않을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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