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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초보의 소설쓰기- (1)

작성자
Lv.10 요삼
작성
07.05.25 11:04
조회
550

초보의 소설쓰기- (1)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소설이란 걸 써보겠다고 좌판을 들었었습니다. 그게 작년 9월 이야기니 이제 얼추 8개월 가까이 글을 썼군요. 그 동안 꾸준히 쓴 보람이 있어서 소설분야 글쓰기도 이제 조금은 익숙해진 것 같습니다. 초식이나 내공수준으로 한 2성쯤 쌓였을려나… 그래도 처음처럼 어찌 써야 할지 막막하지는 않으니 말이죠.

어쨌든 그 동안 제가 글쓰기를 하면서 나름대로 터득한 작은 경험들을 공유하고 싶어 이 글을 씁니다. 원래 목적은 소설 글쓰기를 하면서 이것저것 시도했던 여러 가지 실험을 정리하고 혼자 고민하려고 메모하는 글입니다만, 이왕이면 동병상련의 초보끼리 아픈 심정도 나눌 겸 혹시라도 글쓰기에 참고가 되시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뭐 초보가 터득한 조촐한 방법이니 고수 분들께서는 마우스를 뒤로 돌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이하 제 자신에게 쓰는 메모 형식의 글이니 평대로 서술하니, 양해를…

1. 시작하기 전에 준비

일단 워드 프로세서를 쓴다. 이야기의 품질을 올리기 위해서는 이 절차는 기본인 것 같다. 게시판에 직접 써서 올리는 것은 가독성도 나쁠 뿐 아니라, 글을 쓴 후 종합적인 편집작업이 정말 어렵다. 일필휘지로 써도 손댈 필요 없는 수준의 엄청난 고수라면 몰라도 게시판에 직접 쓰는 것은 정말 글쓰는 사람으로서 독자에게 해야 할 일이 아니다.

많은 작품들이 내용에 관계없이 문단 구성과 가독성 측면에서 전혀 독자를 배려한 흔적이 없어서 참 아쉽다. 그런 태도의 글쓰기를 하는 작가의 작품들을 보면서 느끼지만, 능력이 발전되는 모습은 본적이 한번도 없는 것 같다. 일단 글 보는 것 자체가 싫으니… 이 작가들은 초보주제에 올린 후 자기 자신의 작품을 살펴보지도 않는가? 그토록 많은 오타와 주어가 뭔지, 술어가 뭔지, 대체 무엇을 묘사한 건지, 누가 이야기를 한 건지 그저 범벅이 되어있는 불친절한 문장구조를 고칠 생각이 안 들었을까? 그러고도 더 읽어주기를 바랐을까… 자신조차 허투루 써 갈긴 글을 말이다. 독자들이 오타를 지적해주면 정말 부끄럽고 미안하더만…

2. 시작하기

글머리를 시작할 때가 가장 어렵다. 머리 속에 구상은 맴도는데 무엇으로 시작해야 할지 모른다. 글을 그토록 많이 써도 제목 바로 밑에서 헤매는 시간은 참 고통스럽다.

내 경우에는 무엇이라도 먼저 시작해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었다. 주인공의 대화로 시작하든, 조연의 질문으로 시작하든, 정경묘사로 시작하든 일단 시작하면 글이 풀린다. 일단 내용을 빠르게 흘려본다. 스토리가 가자는 대로 가본다. 물론 애초 구상을 잊어서는 안 된다. 가급적 스토리 위주로 빨리 써간다. 묘사나 장면들은 일단 생략한다.  

이렇게 초벌구이가 끝나면, 전체 구성을 다시 본다. 그리고 뼈대가 되는 스토리를 이리저리 자르고 붙여가면서 그 효과를 본다. (워드로 작업하면 이 작업은 정말 쉽다. 옛날 원고지 작업하던 작가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이 고통스런 작업을 수십 번 손으로 써가며 했을 테니…)

이렇게 구도가 끝나면 자른 글 꼭지 하나하나에 대해 상세한 묘사와 대화를 넣어본다. 이렇게 꼭지가 완성되면 꼭지와 꼭지 사이에 접속할 부분들, 이어지는 부분에 대해 자연스러운 느낌이 들도록 다시 스토리 텔링을 본다. 필자는 최소 3번은 봐야 한다고 느꼈다. 첫번째는 스토리의 자연스런 흐름 중심으로 보고(앞뒤 문맥을 맞추는 수준), 두 번째는 그 전후 챕터와 논리적 모순점이 없는지 살펴보고 (큰 흐름을 고려하여 모순을 없애는 작업),

세번째는 현 시점 작가의 기분을 없앨 을 때도 원래 원하는 느낌대로 써 졌는지 확인하는 작업이다. (객관화 작업) 이 작업은 최소 이틀은 묵혀야 글이 다르게 보인다. 확실히 기분 좋을 때 쓴 글과 뭔가 꼬일 때 쓴 글은 맛이 다르다. 한 참 뒤에 쳐다봐도 같은 느낌이라면 글은 성공적이라고 봐도 될 것 같았다. (독자의 반응도 마찬가지였고…)  쓸 때는 정말 흥분해서 써 내려갔는데, 이틀 뒤에 보면 차갑게 식어버린 글 더미 위에서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 지를 모르고 있다가 죄다 지우고 고쳐야 하는 경우도 많았다.

어쨌든 이렇게 하면 일단 어설프지만 한 챕터에 대한 이야기가 대충 구성은 되는 것 같았다.

결국 기업에서 보고서 쓰기와 별로 다를 것은 없었다.

3. 재미있게 그리고 흥미 있게 쓰기

결국 소설의 성패는 이 대목에서 갈린다. 가장 어렵기도 하고, 진짜 재능을 요구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필자의 짧은 경험으로는 이 조차도 노력이 재능에 앞선다고 보았다. 직접 써보니 독자의 재미를 불러일으키는 몇 가지 원리/원칙 비슷한 것이 있는 것 같았다. 지금도 발견하고 있는 중이지만 참으로 흥미롭고도 ‘작가’를 미치게 하는 뭔가가 있었다. 아마 그 기분 때문에 그 고통스런 글을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계속 정리할 것이지만, 필자가 초보로서 지금까지 발견한 ‘재미의 원칙’들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었다.

1) 독특한 소재

독특한 소재는 일단 관심을 끌어 당긴다. 독특하다는 것은 상황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 독특한 상황 자체에서 재미를 느끼는 사람은 없다. 재미의 초점은 그 상황에 빠졌을 때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라는 관심이다.

결국 독자가 원하는 것은 그 ‘골’ 때리는 상황에서 작가가 펼칠 극한의 상상력을 보고 싶은 것 아닐까? 적어도 내가 독자인 입장에서는 그랬다. 자! 황당한 상황에서 뭔가를 해야 한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이며, 무엇을 해결해야 하는가? 정말 궁금하다. 작가는 독자의 상상을 뛰어 넘는 곳에서 그 세계를 창조하고, 이야기 장치를 구성하고, 규칙을 정하고, 이야기를 끌어가야 한다. 그것도 독자가 긴장감을 놓치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거리게 하면서…

작가가 이 길을 택했다면 가장 어렵고도 먼 길을 택한 셈이다. 결국 ‘도’ 아니면 ‘모’의 게임이다. 호기심이 깨지고, 독특한 상황에서 벗어나면 소재의 우위는 사라진다. 결국 다시 일상적인 필력과 이야기 실력의 싸움이 된다.

내가 보기에는 많은 초보작가들이 가장 많이 시도하고 가장 많이 망가지는 코스인 것 같다. 그래도 이 사람들은 그나마 낫다. 희망이 있다. 적어도 상상하기를 포기하지는 않았고, 그래서 앞으로도 끊임없이 상상력을 키워갈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저 남의 스토리에서 자극적인 것만을 골라 이리저리 짜 맞추는 사람들 보다는 백배 나은 사람들이다.

2) 이야기 구성력

이야기는 누구나 다 할 수 있다. 그러나 같은 이야기를 재미있게 만드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없다. 그 차이가 위대한 작가와 평범한 작가를 나눈다. 지루하고 빤한 C급 영화 필름도 A급 감독이 다시 자르고 순서만 바꿨는데도 갑자기 없던 긴장이 생기고, 흥미진진한 전개가 된다. 결국 장비나 소재의 차이가 아니라는 것이다. 요리법의 차이다.  

이야기를 재미있게 만드는 것은 확실히 재능이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는 이 재능 역시 결국 노력에서 생긴다. 필자가 글을 쓰면서 발견한 흥미로운 구성방법 중 하나는 다음과 같다. (물론 독자 분들이 흥미롭다고 이야기해준 방법이니 최소한 필자의 자기만족만은 아닐 가능성이 크다.)

첫째, 주인공의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 그것이 안빈낙도(安貧樂道)로 노는 것이든, 세계 정복이든 무엇이든 상관없다. 또한 죽이든 살리든 어떻게 해결하든 그 방법은 작가의 몫이다. 그러나 목적이 독자에게 알려지는 것은 중요하다. 알리는 방법 역시 주인공의 독백이든, 누군가의 추정이든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아주 적극적으로 독자를 주인공의 ‘공범’으로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 (적어도 필자가 글을 쓰면서 항상 염두에 두고 있는 생각이다.)  그래야 독자가 몰입한다. (물론 다른 방법도 많을 것이다. 필자 역시 초보로서 계속 개척할 생각이다.)

둘째, 개연성의 확보다. 개연성이라고 해서 거창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주인공의 행동, 등장인물의 행동들이 정말 그럴 듯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억지가 있을 수 도 있다. 그렇지만 그 억지조차도 설명 되어야 한다. 누구에게? 독자에게. 왜 이것이 중요하냐 하면 개연성과 독자의 이야기에 대한 몰입도는 지독할 정도로 깊은 상관관계를 가지기 때문이다.  개연성이 무너지면 이야기가 무너진다. 특히 심각한 이야기에서는 거의 치명적이다. 독자는 배신감 마저 느낀다. (물론 필자의 경험이다)

이 정도까지가 재미를 만들 수 있는 기초작업이다. 최소한 읽어줄 만하다 정도까지 갈 수 있는 '기본기'라는 이야기다. 이 목적과 개연성 두 가지는 모든 글쓰기의 내공과도 같다. 이 내공이 확보된 다음에야 진정한 재미를 붙이기 위한 현란한 초식을 전개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게 안 된 상태에서도 재미를 느낄 수 있을까? (있기는 있다. 그런데 왜 있는지는 모르겠다… )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에는 초보작가가 터득한 재미 만들기의 간단한 초식을 써볼 생각임…


Comment ' 6

  • 작성자
    Lv.11 홋홋홋
    작성일
    07.05.25 11:08
    No. 1

    괜찮네요 , 공감가는 것도 있고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맹세
    작성일
    07.05.25 11:57
    No. 2

    좋은 글 이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1 송담(松潭)
    작성일
    07.05.25 12:25
    No. 3

    오늘 드디어 신공을 하나 발견한 듯 합니다.
    부지런히 연마해서 십성수준에 도달하게 되면...
    요삼님께 한 턱 쏴야 할 듯;;
    다음 편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초보신공 하편? 이라고 표현해도 될지...)
    좋은 글 고맙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0 우유용용
    작성일
    07.05.25 13:50
    No. 4

    한담게시판에 들어갈만한 내용인지 정담용 글인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2 디페랑스
    작성일
    07.05.25 14:29
    No. 5

    김훈(최근 베스트셀러로 떠오른 남한산성의 작가)은 아직도 원고지에다 남이 알아보기 어려운 초서체로 글을 쓰고 있더라는...
    그런데 이 양반이 국내 무협의 선사시대에 중국 무협을 번안해 소개한 김광주 선생의 아드님이었다는...
    ...뭐 다 아는 이야기.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잠깐
    작성일
    07.05.25 18:11
    No. 6

    이 시간에 초인의 길 한편 한줄이라도 더.... 크흠... 에헴...

    찬성: 0 | 반대: 0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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