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의 필력 키우기 –(2)
지난 글에 이어 씁니다.
그저 초보가 소설이란 걸 처음 쓰면서 어찌 필력을 키우려고 어떻게 노력하고 있는지 그 경험을 정리해보고 혹시 쓸만한 부분은 참고하시라고 쓰는 글입니다. 고수들은 퇴장하시길…
글의 목적상 평대로 갑니다. 양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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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를 주는 요소들에 대해서…
1. 기대감 만들기
소설이란 결국 이야기다. 이야기는 재미가 있어야 듣는다.
독자 입장에서 글을 읽을 때 언제 재미가 있었을까? 사람마다 취향마다 다르겠지만 그래도 재미있는 글들의 공통점은 있는 것 같다. 그것은 한마디로 ‘기대감’이다. 앞을 계속 궁금하게 만드는 거다. 이 궁금증이 클 수로 확실히 흥미진진한 전개가 된다. 백 회 가까이 연재를 해보니, 독자의 눈을 계속 앞으로 이끌고 가는 흡입력을 조성하는 글쓰기 기법은 분명히 있었다. 일단 기대감을 만드는데 성공하면 독자는 계속 따라오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 기대감을 만드는 방법이 정말 다양한데도 막상 쓰면서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데 초보의 비애가 있었다. 결국 기대감이란 팽팽한 균형을 만드는 것이고, 그 팽팽한 균형을 깨가는 과정을 얼마나 실감나게 표현하느냐의 심리게임 아닌가 싶다.
그 와중에서도 몇 가지 시도하여 건진 기법은 다음과 같다. 쉬운 것부터 정리하면,
1) 어휘/문장 수준에서의 기대 혹은 실망
어휘의 반복은 피하고, 같은 의미의 다양한 단어를 쓰되, 적절한 운율과 리듬을 타는 구성이면 독자의 몰입감을 불러 일으키는 것 같았다.
필자 개인의 기분이긴 하지만, 글에서 어휘가 앙상하거나(뻔하거나) 같은 단어가 너무 반복되면 ‘문장 수준’에서의 기대는 쉽게 깨진다. 내용에 관계없이 글을 읽는 느낌이 참 밋밋하다. 쉽게 피곤하고 지친다.
예를 들어 전투장면에서 자주 나오는 ‘찔렀다’. ‘베었다’. ‘…초식을 펼쳤다… 를 전개했다’ 의 어휘가 반복해서 연이어 나오거나, 동작이 애매한 초식이름이 갑자기 등장하면 몰입이 쉽게 깨진다. 그냥 뭔지 몰라도 훌륭한 공격을 했나 보다… 정도의 느낌이랄까. 이런 장면이 몇 번 반복되면 그 문단 전체는 그냥 훑어 넘긴다. 작가 입장에서 그 문단을 쓰느라고 정말 노력했을 텐데…
그렇지만, 몰입도 높은 작가의 글은 달랐다. 특히 장영훈, 백연, 좌백 작가의 글은 일단 어휘와 문장 수준에서 눈길을 확 잡아당긴다는 느낌이 강했다. 무슨 차이일까? 우선 문장에서 기분 좋은 리듬감이 느껴진다. 통통 튀기는 느낌, 호흡을 타고 적절하게 넘어가는 운율이 느껴진다. 이런 글은 참 읽기가 편하다. 또한 다시 음미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읽게 된다.
예를 들어 필자는 ‘그의 검이 적을 쾌속하게 찔러 나갔다.’라는 표현보다는, ‘그가 다가간다. 걸음이 빨라진다. 퉁기듯 찔러 나간다.’ 와 같은 연속적인 표현이 더욱 박진감이 있다고 느낀다. 이 단순한 조합은 아주 간단한 운율로도 공격 상황의 속도감과 긴장감의 느낌을 동시에 달성한다. 또한 잘된 배치는 읽는 것 만으로도 기분이 들뜬다. 마치 음악에서 크레센도와도 같은 효과가 아닌가 싶다.
2) 문장/문단수준에서 기대감 만들기
문장 수준에서 기대감은 장면과 장면의 연속을 어떻게 문장에 녹여내느냐에 달려있는 것 같다. 단문의 문장이면 속도감을 일으키는 데 매우 탁월하다. 단문 만을 엮어서 글을 써 보면 장면들이 대단히 빠르게 흘러간다는 느낌이 들고, 글 읽기가 통쾌하고 빨라진다. 아마도 대부분의 젊은 작가들이 이런 글쓰기를 하는 것 같고, 그래서 통쾌감을 쉽게 느끼게 하는 것 같다.
그렇지만 단문으로 이어지는 설계는 몇 가지 한계가 있었다. 격투 장면이나 긴장감 있는 대화가 단문으로 계속하여 이어지면 쉽게 피곤해진다. 그렇게 치고 박고 싸우는 것도 좋은 데 그런 장면이 반복되거나 계속 이어지면 쉽게 지친다.
독자의 입장에서 보면 ‘그래서 어찌되는데?’ 라는 궁금증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몰입감을 떨어뜨린다. 독자가 정작 보고 싶은 것은 전투 자체의 과정은 아닐 것이다. 그것 보다는 전투를 설계하고 풀어나가는 흐름을 읽고 싶어한다고 본다. 글의 흐름도 뻔한 우열을 가리느라고 몇 가지 차이도 잘 모를 (독자 입장에서) 탐색전을 계속 벌이기 보다는, 전투를 지배하며 그 장소로 독자를 관객으로 초대하는 느낌에서 훨씬 몰입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
또한 문단의 배치가 빠른 단문위주에, 분위기 자체도 긴장 고조의 강경 일변도로 끌고 가면 오히려 숨만 차고 막상 결말을 맞이 할 때 더 올라갈 곳이 없어 김이 빠져버린다. 어차피 주인공이 이기거나 문제가 해결된다는 결말을 모든 독자가 이미 알고 있는 상황이라면, 몇 번의 고비마다 부드럽고 잔잔한 문장들을 넣어 숨을 한번 죽여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필자의 경우에는 주로 정경 묘사와 인물들의 심리, 혹은 주인공의 표정변화, 아니면 다른 복선 하나를 일부러 넣어주고 있다. 이런 구성은 상당한 정도로 독자를 쉬게 하고, 다음 진행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었다. –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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