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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lesses 님의 서재입니다.

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작성자
Lv.4 취야행
작성
08.08.26 01:55
조회
614

그동안 올림픽 보느라 즐거우셨죠? 저도 2주동안 행복했습니다. 사실 올림픽 기간동안 글쓰는것도 고역이었습니다. 중계경기들이 눈앞에 아른거려서 말입니다. 이제 올림픽도 끝났으니, 또 열심히 써야죠. 독자분들은 또 좋은 소설들 찾아 읽으실태구요.  

정연란의 <지옥가장자리길>입니다.

판타지며, 슬픈사랑 이야기 이고, 괴수물이기도 하고, 종교물이기도 합니다.

비축분량이 57회니까, 넉넉한 비축분량 원하시면 놀러오세요.

===============================================

사내는 환상적인 숲의 야경 속을 거닐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사내는 걸음을 멈추었다.

그의 앞은 번득이는 눈동자들이 가로막은 것이었다. 그들은 눈동자보다 더욱 번득이는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 거렸다. 달빛이 뿌려진 은회색 털빛이 더욱 선명하게 빛나고 있는 녀석들은 늑대였다.

무거운 고요와 번득이는 침묵의 순간은 당겨진 활시위처럼 팽팽했다.    

사내는 그대로 몸을 돌려 내달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으르렁거리던 녀석들도 컹컹 거리며 그의 뒤를 맹렬하게 쫓았다. 팔 벌린 나뭇가지들이 그의 뺨을 후려쳤으나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는 그의 뒤를 쫓는 포식자들 보다 더욱 맹렬하게 달려야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상황은 불리했다.

사내는 늑대보다 밤눈이 더 밝을 리도 없었고, 산길에 더 익숙할 리도 없었다. 그는 그저 맹렬히 달려갈 뿐 어디를 향해 달려가는 지 또한 알 수가 없었다.

그에 비해 늑대들은 침착했고, 교활했다. 차츰 대오를 벌려가며 오른쪽 날개 쪽으로 치고 들어가며 먹잇감을 왼쪽으로 내몰았다.

나뭇가지에 할퀴어진 사내의 뺨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컹 컹 컹!

피 냄새를 맡은 맹수들은 더욱 맹렬하게 사내를 위협하며 그 뒤를 쫓았다.  

억!

쫓기던 사내가 갑자기 넘어졌다. 고개를 돌려보니 누군가 곳곳에 풀을 묶어 풀 덫을 만들어 놓았다.

“지옥에나 가버려라!”

사내는 풀 덫을 만든 누군가를 향해 저주의 욕설을 뱉으며 땅을 짚고 일어섰다. 바로 그때 그는 보았다. 바로 앞에 시커멓게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낭떠러지를.

크르르르!

어느새 늑대들이 다가왔다. 사내는 절벽을 등지고 늑대들에게 포위 되어 있었다. 사내는 발아래 근처에 뒹구는 굵직한 나뭇가지를 집어 들었다.

애석하게도 나뭇가지는 푸석하고 바짝 말라 있었다. 조금만 힘을 주어 꺾어도 그대로 부러질 것만 같았다.

제발 늑대들이 알아채지 못하기를 바라면서 사내는 나뭇가지를 앞으로 내밀어 늑대들을 위협하려 했다. 그러나 늑대들은 아랑곳 하지 않고 한발 한발 앞으로 다가왔다.  

제기랄!

이럴 줄 알았다면 망치와 정이 들었던 가방을 버리지 말걸 그랬지? 이대로 죽는 건가? 저 섬뜩한 이빨에 갈기갈기 찢겨져서….

늑대들이 한발 한발 다가 설 때마다 사내는 한발 한발 뒤로 물러섰다. 다시 한 발. 또 한 발.

어느새 더 이상 물러날 곳도 없게 되어 버렸다. 늑대들은 사나운 어금니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렸다.  

크르르르!

가장 앞선 늑대가 몸을 잔뜩 웅크리며 몸을 바짝 낮췄다. 놈이 대장 늑대 인 것처럼 보였다.

크앙!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늑대가 사내의 목을 노리고 쏘아져 들어왔다. 사내는 엉겁결에 들고 있던 나뭇가지를 힘껏 휘둘렀다.

우지끈. 힘껏 휘두른 보람도 없이 나뭇가지는 늑대에게 아무런 상처도 입히지 못하고 부러져 버렸다. 다만 늑대는 놀라 허공에서 제비를 돌며 쏘아져 나온 제 자리로 돌아갔다. 그러나 땅에 발이 닫는 동시에 다시 쏘아져 사내를 공격했다.

으악!

그때 사내는 기우뚱 중심을 잃고 절벽 아래로 떨어져 버렸다. 사내의 외마디 비명이 시커먼 심연의 어둠 속으로 삼켜졌다.

아오-우! 아오-우!

사내가 잠시 의식이 깨어났을 때 절벽위에 대장늑대가 달을 보며 의기양양하게 하울링을 하고 있었다. 늑대들은 능숙하게 절벽을 따라 내려오고 있었다.

사내는 머리가 깨진 것 같았다. 팔도 다리도 움직여 지지 않았다. 그가 흘린 피로 바닥이 흥건했다. 졸려왔다. 가파르던 사내의 호흡이 차츰 고요해 졌다.

그의 마지막 소망은 늑대들이 그를 물어뜯기 전에 다시 잠드는 것이었다. 조심조심 절벽의 경사를 미끄러져 내려오는 늑대들은 점점 다 가까워져 왔다. 그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모든 것이 찰나에 시작되고, 찰나에 끝나리니.’

바로 그의 얼굴 앞에 허연 어금니를 드러낸 늑대가 코를 들이대고 있는 것이 느껴졌지만, 사내는 눈뜨지 않았다. 아니 눈뜰 힘도 남아있지 않았다.  

주마등처럼 지난 일들이 스치고 지나갔다.

하지만 모든 것이 그저 아득했다. 사내는 아득해져 가는 의식을 애써 잡으려 하지 않았다.

“오, 세실리아!” 그저 마지막 유언처럼 이름 하나를 중얼거렸을 뿐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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