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홀 안을 천장에 박힌 거대한 수정이 빛을 투과시켜 밝히고 있다. 수정의 빛은 태양의 미세한 움직임에 천천히 불규칙적이면서 은은하고 신비롭게 빛나고 있었다. 마치 살아 움직이듯 홀 안을 비추던 수정의 빛은 망토와 후드를 두른 한 사람을 스쳐지나갔다. 그리고 그는 홀 안의 고요하던 침묵을 깼다.
“비록 우리가 추방당했지만, 그래도 그들은 우리의 형제입니다.”
그때 누군가가 소리쳤다.
“형제라고?! 무의미한 전쟁과 살육으로 피로 얼룩진 역사를 끊고자 우리가 여기 있는 것 아닙니까? 어리석고 오만한 그들은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할 뿐 하나도 나아진 것이 없습니다!”
홀 안에 모여 있는 다른 사람들도 소리친 자의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침묵을 깼던 자는 그의 말에 반론하고 싶었지만, 그가 한 말은 모두 사실이었다. 그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머뭇거리자 다른 누군가가 그에게 다가가 어깨를 토닥이고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하지만 이대로 손 놓고 있다가 세상이 그의 손아귀에 떨어진다면, 더 이상 그 어떤 미래도 없습니다.”
그리고 이방인은 뒤돌아 홀 안의 모든 사람들을 향해 외쳤다.
“우리는 이제 더 이상 두고 보고 있지만은 않을 겁니다. 이젠 웅크린 가운데 복수를 다짐하고 주먹을 움켜쥐고 일어설 때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을 무너뜨리는 자는 천사든 악마든 그 어떤 것이라도 전력으로 맞서야 합니다. 이 싸움은 신을 위한 것도 악마를 위한 것도 아닙니다. 인간을 위한 것도 엘프나 오크, 타 종족을 위한 것도 아닙니다. 오로지 우리 자신이 살아남기 위한 성전입니다.”
이방인의 짧은 연설이 끝나자 홀 안의 사람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이방인. 그대가 이 자리에 나와 그따위 말을 지껄일 처지라고 생각하는가?”
사람들은 그 이방인을 주목했다. 완고한 그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 관심이 모아졌다.
“그래. 난 당신들이 말하는 이방인이다. 나한테는 이세상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 하지만 이곳에서 만난 동료들과 헤어지긴 싫다. 그렇기 때문에 난 당신들을 데리고 가기위해 이 자리에 섰다.”
“흥! 부탁치고는 태도가 거만하군.”
“부탁? 이건 부탁이 아닌 제안이다. 우리와 함께 맞서 싸워 이 땅의 주권을 되찾아 지난날의 과오를 씻고 명예를 회복할 것인지 아니면 굴속에 숨어 비겁하게 도망칠 것인지. 선택하는 건 자기 자신이다.”
말을 마친 이방인은 홀을 빠져나갔고, 그 뒤를 홀 안의 사람들이 따라 나섰다. 자리를 지키고 잇던 사람들도 그들과 함께 따라나섰고 마지막 한 사람이 홀 안에 남겨졌다.
“…지난날의 과오? 어차피 결과는 마찬가지 인 것을….”
평범한 생계형 게이머. 게임라이퍼인 주인공 진조운.
단순히 게임만 하고 사는 백수인 그가 게임을 하면서 만나는 유저와 NPC, 동료들과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게임 최고의 강자가 되는 것이 목적이 아닙니다. 복수를 위해 거대 혈맹과 맞서는 무모한 인간도 아닙니다. 최강의 몬스터로 여겨지는 드레곤을 죽여 드레곤슬레이어의 칭호를 얻거나 마왕으로부터 세계를 구하는 영웅도 아닙니다. 거대한 혈맹을 이끄는 지도자도 아니고, 신에게 도전하는 초월자는 더더욱 아닙니다.
그저 단순히 게임을 하며 돈을 벌고 약간의 유희를 즐기고 사람들과 만나며 인연을 쌓고, 그들과 함께 지내는 것을 좋아하는 평범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어쩌다보니 평범하고 느긋한 게임생활과는 다른 생활을 하게 됩니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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