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까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 위주로 읽었습니다. 재기 넘치는 작가들의 판타지나 최근 등단한 신인작가들의 무협을 중심으로 읽었습니다. 예를 들면 이그 님의 '리셋 라이프'(제가 좋아하는 판작가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작가님이시죠...)나, 기억하지 못하는 작가의 '남궁세가 소공자'를 탐독했었죠... 그러다가 문득 옛날 나를 뜨겁게 만들었던 작가들의 글을 다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그 첫 단추가 되었던 소설은 좌백 대협의 '비적 유성탄'이었습니다. 계속해서 다음에, 다음에... 이렇게 미뤄오던 작품이었는데, 한 번 손을 잡으니 도저히 손에서 뗄 수가 없었습니다... 미친 듯이, 말 그대로 미친 듯이 읽었습니다. 좌 대협께서 왜 이 작품을 '작가로서 쓰고 싶은 소설'이라고 평했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최근에 느껴보지 못한 포만감에 정말 행복했습니다.
그래서 그 다음으로 뽑아든 것은 김석진 님의 '삼류무사'였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하죠? 삼류무사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정말 죄송한 이야기지만 저는 의무감으로 끝까지 완독했습니다. 틀림없이 전에 인터넷 상에서 읽었을 때는 재밌게 읽었는데, 책으로 보니 그 재미가 확연히 떨어짐을 느꼈습니다. (이상하게 인터넷으로 볼 때에는 재미있었던 작품이 책으로 볼 때는 그 재미가 떨어지는 작품이 종종 있습니다. 저는 그것이 책으로 볼 때 나의 시각이 좀 더 객관적이고 냉정해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다시 좌 대협 급의 작가 작품을 찾았습니다. 저와 동향 출신인 장경 장 대협의 작품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 동안 그렇게도 오래오래 미뤄오던 '성라대연'과 '황금인형' 연작을 이번 기회에 읽었습니다... 평가는 필요없습니다. 장 대협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아아... 천산검로, 장풍파랑, 빙하탄이여... 거기에 성라대연을 덧붙였습니다...
그 다음 뽑은 책은 임준욱 님의 작품들이었습니다. 이미 '진가소전'부터 '촌검무인'까지는 다 섭렵했고, 이제 남은 것은 '괴선'과 '쟁천구패' 두 작품이었는데... 읽는 내내 행복했습니다. 엄밀히 따져서 좌 대협의 포스에는 틀림없이 미치지 못했습니다. 인물들의 대화 중 어떤 부분은 유치하기 짝이 없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순간순간 울컥 하게 만들고 눈시울을 뜨겁게 만드는 장면도 많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해서 너무너무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준욱 님...
왜 글제목에 '요청'이라고 해 놓고 이렇게 장황하게 쓸데없는 이야기를 많이 했는가... 임준욱 님의 '쟁천구패'를 끝으로 눈에 띄는 소설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출간작, 될 수 있으면 완결작 중에서 추천 부탁드립니다. 참고로 용노사의 '군림천하'는 아직 읽지 않고 있습니다. 십 년이 훨씬 넘는 세월을 기다려온 작품이기에 완결되기 전에는 절대 읽지 않으리라!!! 독기어린 맹세를 하고 말았습니다. 금강문주님의 작품은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제 취향에 맞지 않아 읽지 않고 있습니다. 신진고수들 중에는 한백림 님의 연작소설을 아주 뜻깊게 보았고... 그 외에는 특별히 기억나는 작품이 별로 없네요...
허리 굽혀 요청합니다. 어서 빨리 다음 장, 다음 권을 읽고 싶은 마음에 서둘러 책장을 넘기면서도 이제 남은 장, 남은 권수가 얼마 되지 않음으로 말미암아 책장 넘기기를 망설이게 만드는 작품, 다 읽은 후 큰 한숨을 내쉬며 아쉬어하면서도, 또 한 편으로는 가슴 뿌듯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작품, 때로는 박장대소하게 만들고, 때로는 등골에 전율을 일으키며, 때로는 눈시울을 뜨겁게 만드는 그런 대작을 보고 싶습니다. 추천하실 분... 요 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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