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립니다.
어린 시절에는 비를 좋아했었는데, 이제는 비와 철천지원수가 되었습니다.
지난 6월, 입대를 하기 얼마 전부터 골반이 쿡쿡 쑤셨습니다.
별다른 이유도 없이, 불현듯 간헐적으로 찾아오던 통증이었습니다.
입대 후, 훈련을 받으면서도 이상하게 아프다 싶었는데….
훈련을 마친 후, 대학 병원에 갔더니
강직성 척추염이라는 것으로 의심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의사선생님은 앞으로 2,3년 안에 강직이 시작될 것 같다며 담담히 말씀하시더군요.
척추나 골반 관절 등에 달라붙은 염증이 굳어서,
자연스럽게 움직여야 하는 관절이 굳어버린다는 것입니다.
저로서는 땅이 꺼지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 후로 골반이나 척추의 통증이 꾸준하게 찾아옵니다.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날에는 발바닥에서부터 등허리까지
욱신욱신 쑤셔서 아무것도 하고싶은 생각이 없어집니다.
이 몸으로 살 길은 글밖에 없다는 생각에,
병원에서 병명을 전해들은 이후부터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일전에는 글을 쓰는 와중에 책을 읽는 것이 부담이었는데,
이것 아니면 안 된다 생각하니 일주일에 3권. 많게는 10권까지.
마치 걸신들린 사람처럼 책을 먹어치웠습니다.
150권 가량을 읽었을 즈음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글밖에 없다는 각오를 다지며,
쓰고 또 썼습니다.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던 2002년 겨울에 비해 많은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책을 탐독하지 못했던 지난봄에 비해서도 실력이 늘었다고 생각합니다.
쓰다 보니, 두서없는 소리만을 늘어놓은 것 같습니다.
결론은... 비가 원망스럽습니다. 에고, 삭신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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