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서점과 대여점 모바일결제 위주로 장르소설을 접하다가 한 반년 전부터 문피아 소설들을 읽게 되었습니다.
학생 때부터 10년 이상 판타지 무협 SF 등을 즐겨 있었었지만 해가 갈수록 읽을만한 작품은 줄어들고 킬링 타임도 못되는 망작들이 서점 서가를 점점 잠식해 들어오는 것을 느끼고 좋은 글은 다 씨가 말랐다고 생각했지요. 한담 란 다른 게시물에서도 지적하시듯이 단순한 오탈자도 검수하지 못하고, 등장인물의 이름이 왔다갔다 하는 막장 출판물들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들지요.
그런데 문피아의 완결란, 혹은 현재 연재되는 작품들을 보면 묘사도 출중하고 플롯 구성도 매우 바람직한 수작들이 즐비하더군요. 정담 란에서 간단히 이런 감상을 적은 적이 있지만, 문피아의 많은 글들은 웬만한 출판소설보다 재미있고 훌륭한데, 강호의 무명기인들처럼 게시판 어딘가에 뭍혀서 빛을 보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도대체 이유가 무엇일까요?
1.저의 소설을 보는 시각이 편향되었을 수 가능성도 있지요. 제 취향은 꽤 에픽 판타지에 가깝고 코믹 류나 일기당천 식의 글에는 점수가 박하며 필력과 이야기구조를 중시하는 까탈스런 쪽에 가까우니 때문에 제가 좋게 보는 글이 꼭 '좋은' 글이 될 수는 없는 것이지요. [제 취향의 문제]
2. 시장에서 가장 다수를 차지하는 라이트한 학생, 중년층의 취향과 문피아의 작품이 괴리가 클 수 있습니다. 게시판 눈팅하면서 문피아에서 인기를 끌었던 글이 정작 출판되고 나서 판매가 부진해 종결되는 세태에 대해 한탄하는 글도 종종 본 적이 있습니다. 출판사가 원하는 글의 조건에 훌륭하고 잘 쓴 글은 부차적인 조건일 수 있는 것이지요. [출판사의 사정과 흥행의 문제]
3. 혹은 출간작이나 문피아 글이나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은 없는데 연재 방식이나 매체의 종류의 차이 때문에 인식의 괴리가 오는 것일 수도 있겠지요. 문피아에서는 재미있게 보던 글이 책으로 묶여서 주욱 읽게되면 그 전에 장점으로 다가오던 것이 단점으로, 약점으로 지적되던 것이 지뢰로 변할 수도 있는 것이니까요. [매체의 문제]
문피아 독자나 작가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문피아에 많은 글들이 불우하게 때를 만나지 못한 글들이 많다고 생각하세요? 그냥 아마추어의 글 정도일 뿐이고 그 중에 빼어난 작품이 출간되는 것이 맞다고 보세요? 그리고 문피아에서 인기를 얻어 출판에 성공한 많은 작품들은 그게 걸맞는 퀄리티를 갖춘 것들이 많았다고 보시는지요?
덧) 단순한 발제나 궁금증 제기에 가까운 글이라서, 일부러 작품 이름은 예로 들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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