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베스트에는 그런 글만 올라와 있다, 이 시장의 질이 점점 떨어지는 것 같다.
최근 한담의 의견이 그쪽으로 기울어 있는 것 같아 이번에는 글쓴이 입장에서 한마디 의견을 내보겠습니다.
사실 저도 연재를 하고 있는 입장이므로 이런 글을 올리는 자체가 무척이나 조심스럽습니다. 그냥 글쓰는 사람은 이런 생각도 하는구나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처음 글을 시작했을 때는 SF장르의 아포칼립스물을 썼습니다. 판타지적 요소를 철저히 배제한 글이었고, 요즘 말하는 소위 ‘대리만족’ 코드 이런 것도 없었습니다. 따로 설정집을 십만자 넘게 써서 정교하게 쓰려고 노력했고, 문장도 하나하나 고심해서 어렵게 어렵게 쓴 글입니다. 지금도 제가 써본 모든 작품 중에 가장 애정이 남는 글이네요.
결론은 지표가 처참했다는 점입니다. 가장 꾸준히 연재하던 시절에 추천까지 받고도 최신화를 읽는 사람은 많아야 하루 기준 70-80여명입니다. 댓글은 안 달렸습니다. 선작은 두 달이 넘은 시점에서 간신히 세 자리를 넘었죠.
1년 정도 지난 후에 즉흥적인 기운으로 시작한 소설은 연재 1달만에 네 자리 선작을 달성하고 최신화 기준 하루 4000조회 정도를 달성했습니다. 댓글이 많이 달리는 날은 40-50개까지도 달렸죠. 대세의 완전체인 현대 판타지, 레이드물은 아니었지만 당시 유행 중인 코드인 환생, 스탯창 등등을 노골적으로 초반부에 삽입한 글이었습니다. 이렇게 하면 시선을 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시도한 것이죠.
사실 스스로 생각해도 조금 기운 빠지는 일이었습니다. 3년 넘게 꾸준히 가다듬은 세계관 위로 철저하고 힘 있게 쌓아올린 첫작은 5%도 안 되는 연독률로 무너진 반면, 당장 생각나는 요소를 가지고 하루 정도 틀을 잡아 쓰기 시작한 글은 연독률을 70-80% 유지하면서 유료 전환 직전 기준(두 달 연재) 2700선작까지 증가했습니다.
물론 첫 번째 작품은 글도 딱딱하고, 연재의 특성과 가독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이 있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가독성을 위해 통편집을 해도 별로 달라지는 점은 없었습니다.
결국 첫 번째 작품은 6권 초반부를 쓰다가 접게 되었습니다. 어차피 읽는 사람도 50명이 될까말까한 글, 쓰는 데는 하루 4-5시간을 공들여 써야 하지만 돌아오는 반응도 없습니다. 좀 속물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무슨 대가가 있는 것도 아니죠. 글 쓸 생각이 들지 않는 것입니다.
제 이야기만 너무 길게 한 것 같네요..... 어쨌든 이렇게 두 개의 작품을 쓰면서 느낀점은 결국 작품은 읽는 사람이 있어야 쓸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내가 좋아서 쓰는 글은 결국 호응이 없으면 힘이 빠져버리는 겁니다. ‘나만 재밌는 글’처럼 느껴지고 자괴감이 들기 때문이죠.
글쓴이는 사람들이 많이 읽는 글을 쓰고 싶어합니다. 자신의 글이 재미 있느냐 없느냐를 보여주는 가장 원초적이고 확실한 지표가 조회수, 추천수, 선작수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지표들을 얻으려면 사실 대세를 타는 게 가장 빠르고 정확한 길입니다.
이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모를 순환 사이에서 대세는 굳어지고, 같은 장르 같은 전개 비슷한 작품이 베스트란을 독점하게 된 것이죠. 요즘 나오는 글은 왜 하나같이 ‘띠링~’이고 ‘퀘스트’와 ‘레이드’로 점철되었는가 생각해본다면 어쨌든 그런 글이 인기를 얻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쓰고 싶은 글인가, 아니면 읽히는 글인가.... 부끄러운 말이지만, 솔직히 당장 저라도 인기를 얻을 수 있다면 대세물을 쓰고 싶은 마음입니다.
Comment '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