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시작 전에 어지간히 철저하게 준비하면 모를까, 아니 설사 철저하게 준비한다손 쳐도, 요즘 베스트란에 빼꼼 얼굴이라도 한번 내밀어 보려 하면 일일연재가 기본 전재입니다. 한 두번 쉬는 거? 인기 작가가 되면 쉬엄쉬엄 가능한가 보면, 하루 쉬면 대번 이 작가 어딨냐고 독자항의가 들어옵니다.
ㅎㅎ물론 아직 그런 항의를 한번도 받아보지 못한 제 입장에서는 그저 부러울 뿐이지만...
일일연재는 참 어렵습니다. 일단 5000자 글을 적는데 최소 2시간은 걸리고 이걸 또 수정하고 하면 또 시간은 배가 걸리죠. 그럼 하루 3, 4시간이면 글이 뚝딱 지어지는가? 아니 그 전에 어떻게 글을 적을지 구상해두어야 하는데 그 시간은 왜 또 뺍니까? 하지만 일일연재 + 자기일(전업작가가 아니기에)의 특성상 마나톤처럼 쉬엄쉬엄 달리는 게 아닌, 매일 전력질주하듯 글에 메달리다보면 어느 순간 캐릭터가 튀고, 스토리가 튀는 걸 경험하게 됩니다. 그럴 때 필요한게 바로 순발력입니다.
넓은 설정, 아니 톡 까놓고 애매한 설정과 유연한 사고, 그리고 순발력만이 이야기가 산으로 가는 걸 막을 유일한 방법입니다.
정말 잘 짜놓은 스토리 플롯이 있을 경우, 미리 이번화는 어느어느 분량까지만 진행해고 자른다 하면 될 것 같죠? 막상 글을 적다보면 적는 와중에 아이디어가 샘솟고 그 아이디어를 글에 적용하니까 이야기가 튀어버리는 일이 일상다반사입니다. 하루 이틀 여유가 있으면 아 이건 좀 그렇고, 아 저건 좀 그렇네 수정이 가능할텐데 일일연재는 항상 등 뒤로 칼을 겨누고 있죠.
그런 고로 요즘 작가는 순발력이 필요합니다. 이전 작가는 순발력이 필요 없었다가 아니라 요즘 작가는 특히 더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그럼 순발력을 기르는 방법이 뭘까요?
가장 우선은 일단 타고 나야 하는 거겠지만, 그렇지 않는 분에게는 릴레리 소설을 한 번 권해봅니다. 괜히 참여작가끼리 의논하고 서로 말맞추는데 시간 뺏지 말고, 한 번 다른 작가가 글을 올리면 그 뒤부터 자기가 마음대로 글을 진행하는 식, 지난 스토리는 왈구왈부하지 않고 걍 진행!
군시절, 군대 인트라넷으로 모르는 사람끼리 미친 릴레이 소설을 적은 경험을 비춰볼때, 갑자기 다음파트가 잠수타거나, 나중에 내가 적은 부분으로 시비 거는 독자들 등등 여러모로 정신은 피폐해졌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상당히 유익하고 재밌었다고 생각납니다.
지금 특별히 연재하는 작품이 없으시다면(괜히 다른 작품 있는데 릴레이 시작하면 그분 독자들이 제게 욕할 듯 싶으니) 한번 호흡을 쉬는가는 요량으로 릴레이에 도전해보는 것도 작가 경험상 즐거울거라 생각해 추천해 봅니다.
아, 혹시 위에 언급한 형식으로 릴레이한 소설이 문피아에 있나요? 완결여부는... 양심상 바라면 안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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