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선 저 같은 경우는 장르문학에 큰 관심이 없었습니당. 장르문학이라는 말 자체를 은교에서 처음 들어서 ㅋㅋ; 대신 환상문학이라고 하는 남미쪽 문학을 젊었을 때(?) 많이 읽고 좋아했어서 일반적인 내용에 그런 환타지스러운 내용이 군데군데 들어가는 걸 좋아하고용. 그래서 처음 문피아에 연재했을 때도 그 부분에 집착(?)을 해서 글을 썼는데 독자 반응이 정말 무에 가까워서..ㅋㅋ
이걸로 성공해야지! 이런 건 아니었지만 막상 돈받고 하는 일도 아니고, 제가 해야할 일도 있는 상황에서 반응이 너무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좀 접게 되더라고용..
2.
그래서 두 번째엔 좀 더 읽히기 쉽고, 어떤 점에선 평소에 티비나 영화나 게임 같은 걸 보면서 ‘나 같으면 이렇게 써보겠다’ 싶었던 내용을 써보자 싶어서 좀 더 읽히기 쉬운 내용들에 좀 일반적인 소재들로 글을 써보고 있습니다.
근데 쓰면서 계속 드는 생각은 이게 글 쓰는 것 자체는 제가 평소에 소설은 안 썼어도 계속 인문학글은 많이 썼어서 어렵지 않은데, 단지 글을 쓰는 것과 글을 재밌게 쓰는 것 자체는 무척 다른 것 같더라고요. 항상 의미 전달이 중요한 글을 쓰다가, 쉽고 재밌게 읽히는 글을 쓰려고 하니, 약간만 정신줄 놓고 쓰다보면 정말 지루하고, 정말 평이한 내용들이 지지부진하게 늘어지더군요. 특히 쉽고 빠르게 읽히는 장르소설 특성상 정확한 의미 전달보단 즉각적인 의미전달이 중요한 것 같은데, 정신줄 놓으면 계속 문장이 만연체로 돼서..ㅠㅠ
그리고 또 문제는 약간의 욕심 때문인지, 비축분의 양을 더 많이 늘려서 하루에 더 많이 연재해서 반응이 없으면 일단 쓰고 싶은 내용을 다 써서 보내고 깔끔하게 끝내자! 이런 생각이랑 어쩌면 많이 올리면 반응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 때문에 계속 그렇게 쓰게 되더라고요.
3.
그래서 만약 재밌는 글쓰기가 어렵다면, 소재를 익숙하고 재밌는 걸 써볼까 생각을 해봤습니다. 근데 그렇다고 막 인기작들 컨셉들 이것저것 다 가져와서 써먹어야지! 이러기엔 막 제가 마음에 안 드는 핵심적인 부분들이 계속 걸리더군요. 가령 요샌 게임요소를 명시적으로 넣은 소설들이 유행하는데, 막 아이템에 무력+15 이런 거 넣는 게 좀 제 마음에 안들다보니, 이게 인기라는 걸 알면서도 그걸 안 따라가고 싶은 마음이 들고..
게다가 먼치킨.. 저도 한 명의 독자로서 먼치킨 소설이 얼마나 읽히기 쉽고 통쾌한지 압니다ㅋ저도 개인적으로 좋아하고요ㅋ근데 막상 그걸 읽는 게 아니라 쓰라고 하면 제가 이입이 안되고 좀 뭐랄까.. 저도 늙었는지 독자로서의 저의 취향엔 그게 읽히기 쉬우니까 괜찮지만, 작가로서의 저의 취향엔 또 안 맞는..; 그러다보면 제가 독자라도 무슨 소설을 읽겠느냐는 물음엔 당연히 먼치킨 소설을 읽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ㅋ
4.
어쩌면 이 모든 게 전 전업작가가 아니고 그 분들은 전업작가거나 준 전업작가여서 (수입의 측면에서) 그런 걸 수도 있지 않을까 싶긴 합니다. 전 돈을 벌기 위해 소설 쓰는 게 아니고 그 분들은 돈을 벌기 위해 써야하니까, 전 그냥 여유롭게 ‘싫으면 안해’ 이러고 그 분들은 ‘싫어도 해야지’ 이런 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드는데.. 어차피 내가 제일 쓰고 싶은 소설은 순수장르문학(?)이 아닌 이상 이 소설을 쓰면서도 계속 좀 더 진지한 글들 쓰고 싶어지는 마음이 생기다보니 마음 속에서 계속 두 욕망이 충돌하더군요.
1) 읽히는 글을 써보고 싶다. 인기작이 되어서 나도 뭔가 글로 활개쳐보고싶다.
2) 어차피 안 읽힐 거 내가 제일 쓰고 싶은 글을 쓰고 싶다. 근데 이건 아예 그냥 처음부터 안 읽힐 게 명확하고, 이런 글을 쓸거면 글을 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책을 읽는 게 중요하고..;
1번의 경우는 일종의 장기플랜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살면서 무엇을 하든, 작가로서의 경험이 쌓이고 경력이 쌓인다면 결국 나중에 글에 더 몰입할 때 외적으로나 내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요ㅋ
2번의 경우는 그냥 제 성향 때문인 것 같고요..
5.
여담이지만 가끔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분명 소설이라는 장르도 역사라는 걸 갖는데, 앞으로의 역사의 전개는 왠지 소설이 다른 소설들과 경쟁하는 게 아니라, 아예 다른 매체들 (시각, 청각, 이젠 촉각? 등을 이용하는 매체들..)과 경쟁을 해야하는데, 다른 매체의 특징은 즉각적이라는 거죵.. 소설은 아무리 쉽게 써도 읽고 내용을 전달하는 ‘글’을 읽고 최소한의 이해를 해야하는 반면, 게임을 하거나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볼 땐 매체 자체에 대한 이해 없이 감각만 갖고 있다면, 즉각적으로 그 안에 빠져든다는 게.. 결국 글로 써지는 장르라는 것의 특성 상 다른 매체들과 경쟁하기 위해서 더 즉각적이고, 더 쉬워져야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운명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모든 소설이나 모든 글들이 그렇게 되진 않겠지만, 적어도 ‘재미’를 위해 읽히는 글들은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고요.
그런 점에서 보면 지금 사람들이 무시하는 장르소설들도 나중엔 소위 말하는 고전이나 아니면 어려운 문학이 될 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하면, 결국 가장 의미있는 건
a) 읽히기 쉬우면서도
b) 내용이 있는 (교훈이 있거나, 아니면 최소한 다 읽고나면 무언가 생각할 게 남는)
그런 글을 써놓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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