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소설(?)경력 10년차의 청년입니다. 초딩때부터 드래곤 라자, 비상하는 매, 마왕의 육아일기를 읽으며 자랐으니 좀 오래되었군요~ 근래에 나오는 소설들은 읽다보니 왠만하면 식상해지는 것이, 별로 제 마음에 드는 것이 없습니다. 요번에 문피아를 뒤지다 에뛰드란 소설이 있길래 그걸 두권 다 소장했습니다. 괜찮은 작품이더라고요. 문피아에서 괜찮은 작품을 몇개 찾아서(카이첼 님 글들,어디 성무 일지?, 남자 이야기, 등등) 문피아를 뒤적 거리게 되었는데, 한 두어달 서식하니 먹을 글이 없네요. 일단 나름 내공이 있는지라 게시물 3개쯤 보면 작품을 골라낼 수준은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최근의 골든 베스트 등은 그냥 넘겨 뛰고 있습니다.
일단 제가 골라먹는 기준은
1. 주인공의 철학이 납득할 만한 것이어야만 한다(그런 철학을 가지게 되는 과정이 납득할 만한 것이어야만 한다). 주인공은 좀 특별해야 한다.(가장 중요.)
뭐 평범한 인간이 이계로 갔는데 고생 좀 하다가 소드 마스터가 된다. 대 마법사가 된다. 이런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주인공은 특별해야 합니다. 일단 인간이 사는 세상인 이상, 그쪽 세상에서도 그가 강해질 수 있는 요건을 갖추고, 그만큼 성숙한 철학을 가지고 있어야죠. 뭐 걍 양산형 고등학생이 간다, 특수훈련 밭은 사람도 아니고 다른 사람 다 받는 훈련을 받은 군바리가 가서 초인이 된다 이런건 아예 말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다른 세상이라지만 그쪽 사람들은 잘난 사람들 없겠습니까? 날아가서 이쪽에선 평균정도 되는 인간이 거기에서 갑자기 일등하고 이런건 말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뭐 드래곤이 힘을 주고 이런건 말도 안되지요. 그런 식으로 힘을 얻게 되더라도 제약이라던가 그를 선택한 이유라던게 있어야겠죠? 그리고 그의 능력이 평범하더라도, 주인공일 수 있는 이유. 그의 철학과 그가 그런 철학을 가지게 된, 걸어온 인생의 독특함이 살아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일단 캐릭터의 특성이 잘 살아 있고, 그것이 캐릭터가 강해지고자 하는 이유, 그가 목적의식을 가지게 되는 이유와 혼용이 되어야 겠죠.
2. 주인공이 강해지는 과정에서 그만큼의 피와 땀과 눈물을 흘려야 한다.(좀 굴러야 한다.)
저는 구르는 주인공을 좋아합니다. 일단 홍정훈 님의 글은 주인공이 별 꼴을 다 당해서 좋아하지요.(변태는 아닙니다;;;) 팔 없어지고, 가족 몰살 당하고, 살해당하고 연인이 XXXXX당하고......캐릭터가 구르는 것은 그들이 강해지는데 그만큼 당위성을 부여합니다. 그들의 캐릭터에 힘을 실어주고, 목적을 만들어 주지요. 그냥 아무 일도 없이 드래곤이나 절대자같은 놈들이 떡하니 나타나서 힘을 준다던가 그냥 내가 짱을 먹고야 말겠다 하는 건 정말 마음에 안듭니다. 요새의 오락소설들은 뭐 스토리 구상할때 졸면서 했는지 그 주인공이 강해지는 과정이 모두 어이가 없습니다. 뭐 기연을 얻더라도 좀 말이 되는 식으로 얻어야지 동굴에 떨어져서 숨겨진 고수가 있는 것도 아니고 책이 떨어져 있길래 그걸 보고 두달 수행해서 실력이 제곱되고 뻥튀기 되고.......이소룡이 책 낸거 본 사람들은 모두 절권도의 숨은 고수가 되었겠군요. 참. 뭐 어린 아이들을 위해서 쓴 글들이 대부분이라지만, 그 정도가 너무하더군요. 일단 어떻게 되든, 주인공이 구르는 글이 좋습니다. 로맨스도 구르는 걸 좋아할 정도이니......
3. 히로인과 연결되는 과정이 좀 납득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히로인의 캐릭터 성은 주인공에 못지 않았으면 한다.
가끔 책방에서 글을 뒤적거리다 보면 작가들이 여성들과 대화조차 나누어본 적이 없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때가 있습니다. 싸움 잘한다고 좋아하고, 요조숙녀에다 남자랑 애기도 안해본 자신한테 좀 잘해주었다고 좋아하고, 이렇게 잘난 자신한테 관심이 없다고 해서 좋아하고, 한번 좋아하면 도무지 떨어질 줄을 모르고......흠. 참 보고 있으면 이런 여성이 세상에 존재한다면 참 좋겠군.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옛날에 대유행했던 귀여니의 소설에 나오는 남자주인공들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하셨습니까? 여성들이 양판소를 보며 생각하는 것이 당신이 생각한 바로 그것입니다. 그래도 좀 튕기기도 하고 짜증도 내고 서로 마찰도 생기고.....그게 재미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무슨 요새 소설들에 나오는 히로인들은 아이템같습니다. 그냥 퀘스트를 클리어하면 받아서 인벤토리에 장착하는...그것도 필드까지 갈 필요도 없는 마을 왕복 퀘스트...이렇게 말하니까 좀 그렇지만 그렇게 생각이 드네요. 한마디로 좀 전형적인 여성상이 아닌, 캐릭터가 살아있는 히로인이 되었으면 합니다. 연결되는 과정도 좀 납득할 수 있게 되면 하고요.
4.악당은 멋져야 한다.
저는 그 잠룡전설....의 작가분을 정말 싫어합니다. 뭐 필력도 좋고, 여러가지 면에서 꿇릴게 없는 분이죠. 근데.......제목을 보시면 제가 싫어하는 이유를 알 수 있으실 것입니다. 중딩대 유딩. 그게 그 작가분 작품들의 흐름이자 전체 줄거리입니다. 단지 다섯글자로 요약되었네요. 주인공이 그렇게 수준이 높은건 아닌데 악당들은 그냥 주인공에게 죽기위해, 모든 재산을 바치기 위해 태어난 것 같습니다. 내용이 전개될때마다 악당들의 운명이 불쌍해져서 책을 덮게 된다죠. 뭐 그렇다는 것입니다. 악당은 악당의 카리스마가 있어야 합니다. 세상엔 나쁜놈들이 많죠. 우린 그들을 두려워합니다. 왜 그렇겠습니까? 뭐 모든 악당이 잠룡전설의 악당들 같으면 세상은 이미 전쟁도 없고 미국 대선에서 군수업체가 미치는 영향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서민 등골 빨아먹는 큰 손들도 존재하지 않았을 겁니다. 언제나 악당은 강하고, 그에 대적하기 위해서 주인공은 강해지는 겁니다. 그냥 손 한번 휘둘러서 다 쓸어버리는 그런 주인공으로는 이야기를 전개할 필요가 없습니다. (주인공 김왕장류의 글에서 제가 가장 궁금한 것은, 왜 적의 책사가 펼쳐놓은 함정에서 놀아나면서 시간을 끄는가 하는 것입니다. 그냥 적의 본거지에 군대가 있어도 혼자 쳐들어가면 만사 형통인데, 어째서 그러지 않는지......)
일단 이 네개가 충족되는 글을 좀 추천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글이 너무 길어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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