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여년 전으로 기억한다.
대회 명칭은 생각나지 않는데 일본 프로야구와
한국 프로야구 선수들간의 교류전이었다.
당시 일본선수들은 벤치에 앉아서 거들먹거리며
장난처럼 시합을 했고, 결과는 한국의 참패였다.
경기보다도 일본 선수들의 한국을 얍잡아 보는
태도에 화가 나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불과 몇 년전에 열린 베이스볼 클래식에서는
이치로가 한국은 향후 30년간 일본을 이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가 망신을 당했지만
어쨌든 우승은 일본이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래도 야구는 일본이 한 수 위가
아니냐며 쓰라린 심정을 달랬다.
이번 올림픽에서 일본 선수단의 감독인 호시노는
위장 오더는 더이상 안 된다느니, 이승엽이 누군지
모른다느니 하면서 한국의 감정을 긁었다.
미국전에서는 일부러 졸전을 펼쳐 한국과
준결승에서 만나는 꼼수를 부렸다.
드디어 한국과의 준결승전.
한국팀은 초반부터 실수를 연발하여 2점을 내주었다.
호시노는 2점이면 막강 릴레이 계투로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판단했는지 일본 최고의 마무리인
후지카와를 마운드에 올렸다.
후지카와는 이름이 球兒로서 태어날 때부터
야구를 할 운명이었다.
그는 칠테면 쳐보라는 식으로 정면승부하는
스타일로 평소에 호감을 가지고 있는 친구다
(이번 경기에서는 아니지만.)
하지만 그는 안타를 맞았고, 기회임을 직감한
김경문 감독은 대타 이진영을 내세웠다.
경기 후, 후지카와는 말했다.
"종이 한 장 차이로 제구했지만 이진영이 한 수
위였다.."
2대 2 동점
순전히 기억에 의지해 쓰느라 그뒤 상황은 확실히
모르겠다. 다만 이승엽 타석.
사실 이번 올림픽에서 이승엽은 죽을 쑤었다.
과연 그를 믿고 계속 4번 타자로 내세워야 하는지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은 큰 경기에, 결정적인 찬스에
강한 그를 믿었다.
물론, 이승엽을 믿는 사람들 중에는 나도, 이승엽 빠도
김제동도 있었을 것이다.
이제 호시노는 이승엽이 누구이지 확실히 알 것이다.
이승엽의 홈런!
농담처럼 떠도는, 합법적 병역브로커의 역할을
해낸 것이다. 무려 14명이나.
올림픽 한일전에서 야구의 승패로 독도의 주인을
가리자던 일본인들이 많았다.
4승 3패로 올라가도 준결승에서 한국을 이기면
우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한 일본인들도 많았다.
이제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보고 싶다.
결론.
한국야구는 강하다. 단기전이어서 가능했다고 말하면
안된다. 준결승까지 전승으로 올라간 팀에 대한 모욕이다.
아직까지 돔구장 하나 없는 한국야구가 이 정도로
강한 것은 무엇보다도 위기상황에서 놀라운 단결력을
보여주는 국민성에 있다.
그것은 이미 IMF와 서해안 오염사태에서 여실히 보여주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 사태를 불러온 놈들은 처벌을 받는거야
뭐야)
그러한 국민성으로 올림픽에 나간 모든 종목에서 선전하기
바라며 메달을 따지 못하거나 어이없이 패배한 선수들도
격려해주자. 한기주도 빼먹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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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 낙서처럼 쓴 글이라 반말이네요.
제목 그대로입니다.
정규연재란의 무협소설 현월비도가 오랜 연중을 끝내고
연재를 재개하기로 했습니다. 연중을 하는 중에도 선작수가
오르는 기현상을 겪으면서 최대한 빨리 연재를 하려고 했는데
여러가지 사정이 겹치는 바람에 늦어졌습니다. 선작 취소하지
않고 기다려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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