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는 실을 자아내어 교묘한 덫을 치고, 그 덫에 사냥감이 걸려들기만을 숨죽여 기다린다.
숲이 드리운 짙은 어둠 속에 몸을 숨긴 채.
거미는 누구이고 나비는 누구인가. 잡는 자는 누구이며 잡히는 자는 누구인가.
악기 회사에서부터 시작해 이제는 세계적인 기업으로 음악 사업 전반에 손을 뻗히고 있는 츠메카린사의 외동딸과 한국이 낳은 천재 피아니스트 한시후가 수년의 열애 끝에 결혼에 골인한 것은 클래식에 관심에 없는 이들도 잘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한 이야기였다. 당연히 그 사랑의 결실인 딸 역시 세간의 관심을 모았으나, 거처를 어찌나 깊숙이 숨겨놓았는지 극성스러운 매스컴도 손을 뻗치지 못해 그 딸에 관해서는 세상에 알려진 바가 전혀 없었다. 누구라 한들 짐작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프랑스 대재벌가의 딸이 스위스의 알프스 산맥 어느 구석에 지어진 저택에서 자라고 있으리라는 사실을,
이후 한시후가 죽고 세간과 매스컴의 관심도 어느 정도 걷혔으나 그 딸은 계속 세상에 나가지 않은 채 그 저택에서 살고 있었다.
14년이나 지금이나 전혀 달라진 게 없을 정도로 철저한 경계 속에서.
스위스, 알프스 산맥의 어딘가에 자리 잡은 밀폐된 저택. 그곳에는 모성애라는 이름의 감옥이 있었다. 그 감옥에 갇힌 소녀를 위해 한 바이올리니스트가 오면서부터 무대의 막은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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