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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쑥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자가 은하에서 살아남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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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쑥
작품등록일 :
2020.10.20 20:08
최근연재일 :
2020.11.24 16:35
연재수 :
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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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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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3
글자수 :
118,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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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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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만남 (3)

DUMMY

1.


“왜 네가 여기에...”


그곳에 있던 것은 파시야와 아나스타샤.

백작가의 쌍둥이였다.


서로를 마주하고 잠깐 동안 흐르는 정적.


말문을 먼저 연 것은 나였다.


“오랜만이군.”

“어.. 어? 그래...”


파시야는 내가 건넨 인사를 어설프게 받을 뿐 말을 잇지 못했다.


“이런 곳에서 보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마,맞아... 나도...”

“파냐, 뭐하는 거야. 드디어 만났잖아.”


나를 만난 것이 상당한 충격인지 파시야는 계속해서 말을 더듬었다.

아나스타샤는 그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파시야의 어깨를 툭 치며 꾸짖었다.


“유리씨, 아시는 분이에요?”


세니아는 서로 아는 사이인 것처럼 보이는 나와 쌍둥이가 무슨 관계인지 궁금한 듯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잠깐 어릴 때의 인연입니다. 그때 수인의 귀족인 코시카 백작가에 잠시 신세를 졌거든요.”

“흐음, 어린 시절에는 수인이 있는 동부 은하에 계셨군요.”


어릴 때의 만났다는 말에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세니아.


“뭔가 이상한가요?”

“아뇨, 수인족은 반연방 체제를 외치는 대표적인 종족인데다가 폐쇄적이기까지 해서 어떻게 아는 사이라는 게 신기해서요.”


연방의 수인족 강제병합.

수인의 국가였던 디키아 제국의 혁명으로 전복되고 그 혼란을 틈타 이루어진 이 강제병합은 그들의 엄청난 반발을 샀다.


때문에 그들은 연방소속이긴 하지만 연방에 적대심을 가지고 그들의 영역인 은하의 변방에서만 활동할 뿐, 밖으로 진출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수인과 아는 사이라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었다.


“사정이 있었습니다. 그게 남에게 자랑스럽게 말하고 다닐 일은 아니거든요.”

“으윽.”


그렇게 말하고 쌍둥이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니 무언가 찔리는 듯 움찔하는 아나스타샤.


연방은 일단 노예제도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니 나를 노예로 부렸다는 것은 그녀에게도 큰 약점이었다.


“상황을 보아하니 제가 낄 자리는 아닌 거 같군요. 유리씨 그럼 나중에 뵙죠.”


세니아는 나와 쌍둥이 사이에 흐르는 기류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낀 건지 짧은 인사를 건네며 자리를 피해주었다.


그리고 이제 남게 된 것은 나와 쌍둥이 뿐.

이들이 왜 이곳에 있는지 알아야했다.


2.

스크리아의 정문에는 지나가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일단 근처에 있던 테이블로 자리를 옮긴 나는 쌍둥이에게 앉을 것을 권했다.


“일단은 앉지.”

“그래...”


내 권유에 쭈뼛쭈뼛하며 어색하게 앉는 파시야.


“...”


테이블에 앉은 그녀는 손가락 크기의 은색 나비를 만지작거릴 뿐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것은 고르니 우주정거장에 있었을 때 울고 있던 파시야에게 주었던 장식품.

아직까지 저것을 가지고 있었을 줄은 몰랐다.


“파냐, 여자답게 나가라고. 여자답게.”


우물쭈물하는 파시야를 응원하는 아나스타샤.


여자답게라는 아나스타샤의 말은 내가 듣기에 어딘가 이상했지만 수인은 여성이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종족.

아나스타샤에게는 정상적인 것이었다.


“...”


그래도 아무 말 없는 파시야를 보던 아나스타샤는 안 되겠는지 말문을 열었다.


“내가 대신 이야기 할게. 10년 전 고르니 우주정거장에서 드렐에 타고 있었던 것은 너였지?”

“그래.”

“하아... 할 말을 많이 준비했는데. 그렇게 쉽게 인정을 해버리다니.”


아나스타샤는 순순히 사실을 인정하는 태도에 무언가 맥이 빠진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어차피 그 사실은 숨겨지지도 않았다.


“함선내부의 감시용 카메라와 나를 본 승무원들. 그리고 드렐의 내부 기록. 증거가 확실하잖아.”

“역시 유리가...!”


파시야는 내가 드렐에 탔었다고 말을 하자 역시 그랬냐는 듯이 얼굴이 환해지며 눈을 빛냈다.


“좋겠네. 파냐, 왕자님이랑 다시 재회해서.”

“그..그..그렇지 않거든?”


밝아진 동생의 모습에 아나스타샤는 농담을 건넸고, 파시야는 심하게 말을 떨며 그녀의 말을 부정했다.


“그럼 이제 장난은 그만하도록 할게.”


그리고 이만하면 됐다고 생각했는지 아나스타샤는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최유리.”


숙여지는 아나스타샤의 고개.


“너에게는 진심으로 감사한다. 나의 목숨. 그리고 더 나아가 어머니와 대피소에 있던 수많은 수인을 구해준 것. 그 모두를 대표해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아나스타샤는 나에게 허리를 굽혀 정중한 말투로 고르니 우주정거장에 있었던 일에 대한 감사를 전했다.

계속해서 고개를 숙인 채 말을 이어나가는 아나스타샤.


“그리고 너를 노예로 부렸던 것. 그것 또한 사과한다. 그때는 무엇이 잘못됐는지도 몰랐고 우리가 철이 없었다. 어떤 벌이든 달게 받지.”

“나도 유리에게 정말로 감사하고 미안하다고 생각해.”


아나스타샤의 사과에 파시야 또한 고개를 숙였다.


예의상 하는 것이 아닌 진심이 느껴지는 사과.


게다가 파시야은 나의 전생에 있었던 긴 노예생활 중 유일하게 나에게 잘해주었던 존재.

나쁜 감정은 없었다.


“됐다. 대신 나중에 나의 부탁을 들어줬으면 좋겠군.”

“고맙다. 12가문 중 하나인 코시카 백작가의 이름을 걸고 그것이 무엇이든 들어주겠다.”


코시카 백작가는 나중에 있을 수인독립전쟁의 핵심 가문중 하나.

게다가 이들은 전생에서 최강의 아머로이드라고 평가되는 ‘즈베즈다’를 만들었다.

빚을 지어 둔다면 정말 나중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데 나한테 감사나 사과를 하려고 이곳에 온 것은 아닐 테고 왜 스크리아에 있는 거지?”

“그래. 네 아머로이드 조종 실력이라면 스크리아에 갈 것이라고는 생각했지만 너와 만난 것은 순전한 우연. 다른 목적이 있어서 영지를 떠나 이곳까지 왔어.”


아나스타샤는 내 질문에 가벼운 말투로 나와 이곳에서 만난 건 우연이라고 답했다.

그리고 아나스타샤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파시야를 보았다.


“파냐는 왕자님을 만나러 왔을 수도 있지만.”

“아냐! 왜 그런 거까지 말하는 거야!”


또다시 자신을 놀리는 아나스타샤에게 빼액하고 소리를 지르는 파시야.


본래 고르니 우주정거장에서 죽었어야할 아나스타샤가 파시야와 함께 이곳 스크리아에 있는 것은 전생에는 없었던 일이었다.


“다른 목적이라면?”

“백작가를 위해서야. 아머로이드에 관련하여 최고들만 모아둔 이 스크리아에서 배우는 관련 지식은 아머로이드를 개발하는 우리 백작가에 큰 도움이 되거든. 게다가 이곳에 있으면 차세대 유망주들과 인연도 맺을 수 있지.”

“한마디로 스크리아에 유학 왔다는 거군.”

“그래. 그리고 개인적인 용무도 있고,”


확실히 이곳 스크리아에서 배우는 지식과 얻는 인맥은 나중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나 또한 앞으로의 미래를 대비해 이곳에 왔으니까.


“그런데 파냐! 계속 그러고 있을 거야? 너 전에 유리를 만나면 무슨 말을 할지 적는다면서 노트도 썼잖아. 내가 자리도 마련해 줬는데 계속 이럴 거야?”

“아닌데? 아닌데? 그런 적 없는데?”


자신의 등을 떠미는 아나스타샤와 강하게 부정하는 파시야.

나는 그런 파시야의 모습을 보며 잘 지내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나스타샤가 말했던 개인적인 용무가 마음에 걸린다.

그것이 무엇인지 대충 예상은 갔다.


“아나스타샤, 안젤리카 페트로브나를 만나려 이곳에 왔나?”

“너... 어떻게 그걸...”


내 말에 정곡을 찔린 듯 깜짝 놀라는 아나스타샤.


"역시 그랬군."


페트로브나 공작가.

혁명 당시 가문이 몰락하자, 보유하고 있던 고르니 우주정거장을 연방에 넘기고 연방의 보호를 받은 가문.


안젤리카 페트로브나는 그 페트로브나 공작가의 마지막 후예였다.


“현재 수인족이 가지는 연방에 대한 반발은 점점 커지는 중. 친연방파인 코시카 백작이 그들을 막고 있지만 그것도 이제 한계. 내전이 발발할 거 같으니까 수인들의 지지를 얻었던 페트로브나 공작가를 불러들여 수인을 하나로 모으려는 생각이지?”

“거기까지 알고 있다니. 정말 대단하네.”


내가 자신의 계획을 맞추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못 당하겠다는 표정을 짓는 아나스타샤.


전생에서도 많은 수인들이 페트로브나 공작가의 부활을 위해 이곳 스크리아로 찾아왔다.


“그래, 맞아. 나는 안젤리카 페트로브나님을 우리 수인의 곁으로 모시기 위해 이곳으로 왔어.”


안젤리카 페트로브나는 전생에서도 꽤나 유명했다.

그리고 유명한 이유는.


“미안하지만, 그건 헛수고다.”


나는 아나스타샤에게 덤덤하게 말했다.


“뭐라고?”


자신이 잘못 들었다고 생각하는 듯 나에게 다시 묻는 아나스타샤.


“헛수고라고 했다. 안젤리카 페트로브나를 데려가는 것은 불가능 할 거다.”

“네가 뭘 안다고!”


내가 헛수고라고 다시 말하자, 아나스타샤는 불같이 화를 내며 나의 멱살을 잡기위해 달려들었다.


“너 이 자식! 다시 한번 말해봐.”

"아냐! 지금 뭐하는 거야!"

"그 성질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여전하군."


지잉.


발버둥치지만 꼼짝하지 않는 아나스타샤의 몸.


“이건 대체?”


사이오닉의 한 형태인 염동력.

사물을 움직이는 힘인 그것이 아나스타샤를 향해 발현되었다.


“이야기를 들어라.”


그렇게 달려오는 아나스타샤를 그대로 정지시킨 나는 조용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안젤리카 페트로브나는 수인을 증오하거든. 그러니 수인이 있는 곳에는 돌아가지 않을 거다.”


안젤리카 페트로브나에게 수인은 자신의 가문 사람들을 모두 죽인 증오스러운 종족.


그녀의 수인 혐오는 스스로 자해를 할 정도라 전생에서도 유명했다.



3.


“지금부터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 있겠습니다. 먼저 신입생도 대표 세니아 아리스프양 단상위로 올라와 주시죠.”


시작되는 신입생도를 위한 오리엔테이션.

세니아와 공동 일등이었던 나에게도 신입생 대표를 맡지 않겠냐는 권유가 들어왔지만 받아도 큰 이점이 없기 때문에 거절했다.


오리엔테이션이 열리는 이 장소를 둘러보면 보이는 것은 수많은 생도들.

그중 나를 노골적으로 바라보는 아나스타샤의 시선이 느껴졌다.


‘아직 이해가 안 됐나보군.’


하지만 아나스타샤도 안젤리카 페트로브나를 만나보면 알게 될 것이다.

그녀가 가진 수인족에 대한 증오가 얼마나 커다란 것인지.


나는 아나스타샤를 무시하고 이곳에 모인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은하에서 최고의 재능을 가진 이들은 이 은하의 중심이 될 것이다.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생각하면 친분관계를 맺어두는 것은 필수다.


‘그리고 제일 처음은.’


“그럼 재학생도 대표의 환영인사가 있겠습니다.”


세니아의 차례가 끝나고 단상위로 올라가는 한 여성.

그 모습을 본 생도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티타니아다.”

“아머로이드 대전 3회 연속 우승했다던 그 사람?”

“동화율이 70퍼센트가 넘는다지? 마의 80퍼센트를 돌파할 수도 있다고 들었는데.”


그리고 말을 꺼내는 티타니아.


“환영합니다. 여러분.”


단지 인사만을 건넸을 뿐인데 장내는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그녀는 그만큼 압도적인 존재감을 내뿜었다.


티타니아.

내가 스크리아에 온 목적 중 하나.

그리고 연방이 낳은 천재 중에 천재.

미래에 동화율 80퍼센트를 넘고 승천해 천사의 칭호를 얻는 존재.


[고스트]라고 불리는 그녀는 전생에서도 매우 유명한 아머로이드 파일럿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녀를 [고스트]라고 부르지 않고 다르게 불렀다.


‘오랜만이군 고스트. 아니, 연방의 배신자.’


그녀의 소속은 근원교.

티타니아는 근원교에서 이곳, 스크리아로 파견된 스파이였다.


스크리아로 온 나의 첫 번째 목표는 그녀를 나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작가의말

이전화에 나온 아머로이드 수치들이 등급으로 바뀌었습니다.


적합성이 높을 수록 파일럿의 동화율 성장 한계치가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동화율->적합성

일반인의 아머로이드 동화율 수치 5%-> 적합성 E등급.

스크리아 입학 최소 동화율 10%->적합성 B등급.

페이로즈의 아머로이드 동화율 17%->적합성 C+등급.

아나스타샤의 아머로이드 동화율 38%->적합성 S등급

세니아의 아머로이드 동화율 43%->적합성 S+

전생에서 최유리의 아머로이드 동화율62%->적합성 A+

현재 최유리의 아머로이드 동화율 43%->적합성 S+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 작성자
    Lv.51 am200
    작성일
    20.11.07 22:26
    No. 1

    현생 주인공 동화율은 줄었는데 적합도는 올랐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6 떡쑥
    작성일
    20.11.07 22:52
    No. 2

    지적감사합니다. 동화율과 적합성에 관한 설명을 추가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9 티말
    작성일
    20.11.08 06:33
    No. 3

    역사가 좀 바뀌겠군요.
    그런데 근원교의 신은 있는 모양이네요. 그러니 회귀를 시킬 수 있는걸테지.
    주인공을 통해,서 주인공 몰래,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인도하려는게 아닐까 싶지만, 두고봐야겠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5 n4******..
    작성일
    20.11.08 19:54
    No. 4

    장마갤 보고 왔습니다.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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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수습기간(3) +6 20.11.15 193 18 14쪽
17 수습기간(2) +4 20.11.13 200 18 15쪽
16 수습기간(1) +7 20.11.09 228 19 12쪽
» 만남 (3) +4 20.11.07 217 18 12쪽
14 만남 (2) +4 20.11.05 227 17 12쪽
13 만남 (1) +1 20.11.04 219 18 12쪽
12 발할라(2) +1 20.11.02 231 17 12쪽
11 발할라(1) 20.10.30 237 14 10쪽
10 시더(2) +1 20.10.29 237 20 11쪽
9 시더(1) +1 20.10.28 226 20 11쪽
8 고르니 우주정거장(5) 20.10.27 231 17 10쪽
7 고르니 우주정거장(4) 20.10.26 238 17 10쪽
6 고르니 우주정거장(3) +1 20.10.25 262 20 11쪽
5 고르니 우주정거장(2) +1 20.10.24 262 15 13쪽
4 고르니 우주정거장(1) +4 20.10.23 296 17 16쪽
3 코시카 백작가(2) 20.10.22 333 18 10쪽
2 코시카 백작가(1) 20.10.20 369 16 13쪽
1 되돌려지다 20.10.20 649 18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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