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걸룡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가 마물을 떠넘겼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걸룡
작품등록일 :
2022.05.11 19:50
최근연재일 :
2022.09.01 22:45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5,347
추천수 :
245
글자수 :
264,345

작성
22.05.24 21:58
조회
87
추천
3
글자
11쪽

015. 돌대가리와 팔수생

DUMMY

철수와 연문찬이 처음으로 인사를 나눈 것은 프리랜서면허 필기시험일 점심시간 때였다.


철수는 남들 보다 빠르게 답안지를 제출하고 고사장(考査場)에서 빠져 나왔다. 그 후 연화가 준비해준 도시락을 야무지게 해치운 뒤, 햇볕이나 쬘까싶어 여유롭게 벤치에 드러누웠다. 오후 시험이 남아있었지만 여유만만이었다.


“야, 네 집 돌쇠도 시험 보러 왔더라?”


“그래, 말도 마. 제깟 놈이 무슨 자유기사를 하겠다고...”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슬슬 시험을 마치고 삼삼오오 나오고 있었다.


그 중 한 무리가 나누는 대화가 유독 철수 귀에 들어왔다. 그들과 철수가 위치한 곳의 거리가 제법 있었지만 오행신공으로 신체능력이 올라간 철수에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저들의 대화가 들으면 들을수록 가관이었다.


“뭐 똥통 같은 인생에 출세 한 번 하고 싶은가보지?”


“분수를 알아야지.”


“그래도 그 놈 피지컬은 좋잖아? 혹시 시험에 합격하는 거 아니겠지?”


“그래봤자지. 신체조건이 웬만큼 좋더라도 체계적 훈련이 되어있지 않는 이상 합격은 무리야. 알만한 놈이 왜 그래?”


“혹시나 해서. 그래도 제 놈도 스스로는 믿고 있는 구석이 있으니 시험을 보러 온 거 아니겠어?”


“야야. 무슨 과대평가를? 그냥 별 생각 없이 시험 보는 거야. 밑바닥 인생이 헛된 꿈이라도 한 번 꾸어 보는 거지.”


“맞아. 요즘 큰일이야. 개나 소나 자유기사가 되겠다고.”


“그리고 저 녀석이 2차 시험까지 갈 일도 없어.”


“왜?”


“그건...”


“잌, 야야. 네 집 돌쇠 나온다.”


“크크. 이제와 나오네.”


오전 시험의 경우 대개 그 시험시간을 모두 채우고 나오는 응시자는 드물다.


무리 중 한 명이 돌쇠, 아니 연문찬을 손짓으로 부른다.


그 손짓에 부리나케 연문찬이 달려왔다.


“그래. 시험은 잘 봤어?”


“네. 도련님 덕분에... 도련님은 잘 보셨습니까?”


“나야 뭐 그럭저럭. 여하튼 잘 봤단 말이지? 그런데 아까 연필은 왜 굴린 거야?”


“그게... 몇 문제가 좀 헷갈려서...”


“그래서 찍었다?”


“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시험 중에 시끄럽잖아. 난 또 어디 천둥이 치는 줄 알았어. 장차 자유기사를 하겠다는 놈이 이 무슨 개매너야.”


“죄송합니다.”


“그래 조심 좀 해. 네가 그러면 우리 집안도 같이 욕먹는다고. 사람들이 욕해 도대체 아랫것들 교육을 어떻게 한 거냐고.”


“죄송합니다.”


“그래 다음에는 조심해. 그리고 말이야 진작 공부 좀 미리 미리 해두지 그랬어? 일한다고 공부할 시간이 없었나?”


“아, 아닙니다. 제가 게을러서 그렇죠.”


“그래, 시간이 없었다느니 하는 거 그거 다 핑계야.”


“네...”


“어째 오늘은 영 재미가 없네.”


“예?”


“아니야. 이만 가봐. 휴식시간에 조금이라도 오후시험 준비해야지? 안 그래? 네가 널 너무 오래 붙잡았네.”


“그럼 가보겠습니다.”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을 숨기기 위함이었을까? 연문찬은 고개를 푹 숙이고 빠른 걸음으로 자리에서 벗어났다.


연문찬이 사리지자 일행들은 다시 함께 연문찬을 비웃기 시작했다.


“크크. 무슨 말인지 알겠다.”


“그래 이제 알겠어? 그리고 그뿐만이 아니지.”


“?”


“내가 저 놈에게 오후 시험에 관련해서 ‘엉터리 족보’를 줬거든.”


“뭐?”


“녀석은 그걸 금과옥조처럼 아끼면서 연신 나에게 감사하다고 하면서 얼마나 감격하던지. 웃음 참느라 죽는 줄 알았어.”


“크크. 이 악마도 울고 갈 놈.”


이 모든 대화를 들은 철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오지랖이겠지만...’



***



철수는 급히 주먹밥을 먹고 있는 사내에게 은근히 다가가 괜한 헛기침을 하였다.


“허험.”


“...”


반응이 없다.


“실례하겠습니다.”


“뉘신지?”


연문찬은 그제야 철수를 쳐다보았다.


“아. 수상한 사람은 아니고 오늘 시험을 보러 온 응시자 중 하나입니다.”


“아, 예. 그런데 무슨 일로?”


“다른 게 아니라, 선생님 손에 들린 책자가 무엇인가 궁금해서이지요.”


“예? 그게 왜?”


“하하. 사실은 무엇인지 이미 알고 있습니다. 족보... 맞죠?”


철수는 괜히 주위를 살피는 척 하며 은근한 어조로 말했다.


“무, 무슨. 족보라니요! 아닙니다.”


“그래요. 그럼 신고해도 상관없으시겠네요.”


“신, 신고라니요?”


“어허. 이 사람이! 시험이라는 것이 모름지기 자기 실력으로 보아야지. 꼼수라니. 쯧쯧.”


“꼼수라니요? 이거 괜찮은 것 아닙니까? 분명 도련님은 괜찮다고 했는데.”


“좀 전만 해도 족보가 아니라고 하더니, 이제는 인정하시는군요.”


“예?!”


“거짓말을 하다니 괘심하군요. 이걸 어쩐다? 확 정말로 신고를 해야겠군.”


“예? 선생님. 잠시 만요.”


갑자기 홱 하고 돌아서는 철수의 바짓가랑이를 연문찬이 급히 잡는다.


“어허. 이거 왜 이러세요. 사람들이 쳐다봅니다.”


애초에 연문찬이 인적이 드문 곳에 처박혀 있었던 터라, 철수의 말과는 달리 주위에 아무도 없었다.


“선생님, 살려주세요. 전 이게 문제가 될줄 몰랐습니다.”


“다들 그리 말씀하시죠.”


“정말입니다.”


“뭐 그렇다 치죠. 그러나 가만 둘 수는 없네요. 그렇지 않으면 같은 응시자로서 제가 피해를 볼 테니까요.”


“아이고, 선생님, 제발... 한 번만 눈 감아 주시면 이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어허! 이제 사건은폐까지? 이거 놓으세요.”


“제가 어쩌면 되겠습니까? 무얼 하면 눈 감아 주시겠습니까?”


“뭐 한 가지 방법이 있긴 한데...”


“뭐, 뭡니까 그게?”


“그 족보 저도 좀 보여주시죠. 아! 그 대신 저도 이걸 드리겠습니다. 족보만큼은 아니겠지만 꽤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것도 인연인데 상부상조하시죠. 혹시 싫으세요? 싫으면 어쩔 수...”


“아, 아닙니다. 싫다는 게 아니라...”


잠시 뒤 철수는 자신이 요약정리한 자료를 연문찬에게 건네주었다. 그것을 보고 연문찬이 시험에 합격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엉터리족보의 잔상이 남아 있어 더 헷갈릴 것이다. 다만 다음 시험에는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이번 시험이 끝나면 연문찬도 깨닫게 될 것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족보가 엉터리라는 것을.



***



‘... 그리 생각했었지. 그런데 정말로 합격할 줄이야.’


아슬아슬했다. 그래도 합격은 합격이었다. 후에 연문찬의 말을 들어보니 어찌어찌 기억이 떠올라 문제를 풀 수 있었다고 했다. 다만 시험이 끝난 뒤에는 전혀 생각이 나지 않더라하였다. 하지만 그것은 오히려 당연할 일이다.


재시험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기에 앞서 철수는 연문찬의 학습능력을 간단히 테스트 해보았다. 생각 이상으로 훌륭하였다. 연문찬이 기초지식이 부족하다는 점, 그리고 그간 체계적인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점을 고려해보면 더욱 그렇다.


‘그런데 막상 당사자는 이제껏 자신을 ‘돌대가리’로 믿고 있단 말이지. 어처구니없을 정도야.”


- 누가 너 보고 돌대가리네?

- 주변 사람 모두 다 그랬는데요?

- 뭐? 도대체 주변 사람 누가?

- 주인집 도련님도 그랬고... 저희 어머니도 그랬고...


“형님, 무슨 생각을 그리하세요? 형님 차례에요.”


“응? 아, 미안. 죄송합니다.”


철수와 문찬은 이른 바 ‘임무뽑기’ 중이었다.


정신을 차린 철수는 사무실 한편에 있는 투명 구형 통으로 다가갔다. 통 안에는 수십 개의 공이 들어 있었다.


“그 앞의 빨간 버튼을 누리시면 됩니다.”


“네.”


신나게 요동치던 공들 중에 하나가 뽑아져 나왔다. 마치 옛날의 로또복권추첨과 같은 광경이다.


철수는 건네받은 공속에서 쪽지를 꺼내 임무를 확인한다.


‘으음. 그럭저럭 괜찮군.’


“자, 이제 마지막으로 한권래 씨 차례입니다.”


철수가 그랬듯 한권래는 버튼을 누르고 공속의 쪽지를 확인하였다. 그런데 그의 표정이 썩 좋지 않았다.


“토너먼트 우승 특전으로 받은 임무교체기회를 사용하겠습니다.”


꽤 까다로운 임무인가보다.


“새로 뽑은 임무가 더 나쁠 수 있습니다. 번복할 수 없다는 것 알고 계시죠?”


진행요원의 말에 한권래는 고개만 끄덕였다.


“그럼 버튼을 다시 누러주세요.”



***



재시험은 그날 채점하여 바로 결과가 나왔다. 다행히 연문찬은 재시험을 통과하였다.


그 축하 기념으로 철수와 문찬은 대구부 중심가에서 한 잔하고 귀가 중이다.


“어째 형님은 속지도 않습니까? 놀라거나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연문찬은 저번에 철수에게 놀림 당한 일도 있어 괜히 시무룩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시험장을 나왔다. 하지만 철수에게 전혀 먹히지 않았다.


“서투른 연기에 도저히 속아주기 힘들더라. 나 한 연기하는데 언제 한 번 연기지도 좀 해줘?”


“쳇.”


“그리고 말이야. 설사 네가 떨어지더라도 내가 안타까워 할 일은 아니지.”


“크. 형님, 아무리 농담이라도 방금 그 말씀에 아우는 조금 섭섭합니다.”


“그러던가말던가... 진짜 안타까운 것은 한권래 씨야.”


철수는 문득 2번째 임무뽑기를 한 후 깊은 탄식을 내뱉던 한권래가 생각났다.


“네. 그렇지요... 한권래 씨 설마 포기할까요?”


“아니, 그렇지는 않을 거야.”


“그렇겠죠? 칠전팔기로 여기까지 오신 분이니까.”


결코 포기한 사람의 눈빛은 아니었다. 자신감도 있어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반각성자였다. 근거 있는 자신감이었다. 비록 고생은 하겠지만 한권래는 이겨 낼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철수는 그의 깊은 탄식이 못내 마음에 걸렸다.



***



그것은 정말로 우연이었다. 철수는 자신에게 할당된 임무를 마치고 돌아가던 중이었다. 그런데 천만 뜻밖으로 피투성이의 한권래를 발견한 것이다. 크게 놀란 철수는 급히 한권래에게 다가갔다. 그런데 뜻밖에도 한권래는 무기를 고쳐 잡고 이철수를 경계하였다.


“설마 이철수 당신마저도?”


“무슨 말씀이신지?”


“혹시 그들과 한 패라면 날 희롱하는 것은 이제 그만두시오.”


“무슨 일이 있군요.”


철수는 피투성이가 된 인간을 두고 당연한 소리를 했다.


한권래는 잠시 이철수를 살폈다. 무언가를 고민하는 눈치였다.


“난 지금 쫓기고 있는 중이요. 날 죽이려는 자들이 있소.”


“?!”


“그러니, 나랑 엮이기 싫다면 어서 여기를 떠나시오. 계속 있다가는 당신마저 위험해져.”


한권래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철수는 자신의 품에서 손수건 하나를 꺼내든다. 그리고는 손수건으로 자신의 얼굴을 감쌌다.


“그러기에는 이미 늦은 것 같군요.”


한권래가 뛰어오던 방향에서 일단의 무리가 다가오고 있었다.


“어쩔 셈이요? 지금이라도 날 두고 도망가시오.”


“그런 몸으로 혼자서 당해 낼 수 있겠습니까?”


“그건... 어째든 당신과는 상관없는 일. 이제라도 그만...”


“거참 그 양반 고집은... 도와준다고 해도 싫다 그러시네. 오히려 지금 상황이라면 바짓가랑이라도 붙잡아야 하는 것 아니요?”


“...”


“그리고 저들도 이미 날 발견했어요. 둘이라면 어찌 되지 않겠습니까?”


“철수 씨 당신의 실력이 훌륭하다는 것 저도 잘 압니다. 하지만 저들의 실력과 수가 만만치가 않아요.”


“이래도요?”


철수의 손에 들린 검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세계가 마물을 떠넘겼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1 020. 향단 22.05.30 67 2 12쪽
20 019. 원님재판 22.05.29 67 3 12쪽
19 018. 여뀌꽃성 22.05.28 73 3 11쪽
18 017. 면허취득 22.05.27 75 3 12쪽
17 016. 네가 왜 여기에? 22.05.26 96 2 12쪽
» 015. 돌대가리와 팔수생 22.05.24 88 3 11쪽
15 014. 운도 실력이라며?! 22.05.22 88 4 11쪽
14 013. 토너먼트 22.05.21 87 3 12쪽
13 012. 지덕체 22.05.20 112 3 12쪽
12 011. 프리랜서 22.05.19 125 4 12쪽
11 010. 영웅의 추락 22.05.18 155 5 12쪽
10 009. 독낭독목어(毒囊獨目漁) +1 22.05.17 163 5 12쪽
9 008. 누이와 아비 +1 22.05.16 179 7 11쪽
8 007. 투량환주 22.05.15 172 5 11쪽
7 006. 신(新) 골품제 +1 22.05.14 197 7 12쪽
6 005. 개새끼와 칼춤을 22.05.13 212 8 11쪽
5 004. 꽃 피는 봄이 왔건만 22.05.12 233 12 12쪽
4 003. 별빛바라기성 22.05.11 301 20 12쪽
3 002. 기연과 감옥 +2 22.05.11 352 26 12쪽
2 001. 세월이 하 수상하니 +1 22.05.11 524 33 12쪽
1 프롤로그 +3 22.05.11 679 37 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