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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룡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가 마물을 떠넘겼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걸룡
작품등록일 :
2022.05.11 19:50
최근연재일 :
2022.09.01 22:45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5,344
추천수 :
245
글자수 :
264,345

작성
22.05.22 22:11
조회
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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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1쪽

014. 운도 실력이라며?!

DUMMY

“크흣!”


“차핫!”


“와와!”


계속되는 일진일퇴에 관중들은 열광하였다.


“역시 결승전입니다. 양 선수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주십시오.”


아나운서는 적절한 타이밍에 관중들을 부추겼다. 이에 경기장은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다.


‘대단하군. 이런 사람이 팔수라고? 여태껏 탈락한 것이 수상할 정도이구만.’


철수는 순순하게 상대에게 감탄하였다.


‘그런데 이 사람 이름이 뭐라고 했더라?’


철수는 경기가 끝나면 정식으로 상대와 인사를 나누고 싶어졌다.



***



‘크. 연문찬만 이기면 될 줄 알았더니...’


한권래, 철수를 상대하고 있는 이른 바 팔수의 오뚝이. 그 역시 철수의 실력에 놀라고 있었다. 상대의 실력은 그가 예상을 했던 것 보다 훨씬 뛰어났다.


‘솔직히 연문찬 이상이야. 이제껏 실력을 숨기고 있었군. 아니, 지금도 숨기고 있어!’


경기의 양상은 언뜻 철수가 약간 밀리는 모양새였다. 그러나 막상 철수를 상대하고 있는 당사자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대로 계속 간다면 결국 내가 진다. 하지만 실력을 숨기고 있는 것은 당신만은 아니지.’


한권래, 그는 이북 출신이었다. 마물이 출현했을 때 북한정권은 무너졌다. 한권래는 난리 중에 자신의 가족과 뿔뿔이 헤어졌다. 지금도 가족의 생사는 모른다. 이미 많은 세월이 흘렀기에 살아생전 가족과 다시 만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어쩌면 이미 저 세상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터이다.


제 한 목숨만이라도 부지하기 위해 마물을 피해 이리저리 정신없이 떠돌았다. 그 사이 여러 번 죽을 위기를 넘겼다.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남한이었다. 북한보다는 나았지만 남한 역시 엉망진창이었다. 언젠가는 최애 아이돌을 직접 보고 싶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탈북할 것 그랬다.


남한에서의 삶은 녹록치 않았다. 세상이 어수선한 탓이 크겠지만, 이북출신에 대한 차별이 있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체념하였다. 그래도 같은 동포라고 완전히 내치지 않은 것이 어딘가? 그렇게 자위하였다.


그래도 남한은 북한과 다르다. 한권래 자신과 같은 사람도 실력을 키운다면 성공할 수 있다. 그렇게 믿었다. 적어도 프리랜서 면허시험에서 7번을 낙방하기 전 까지는 그 생각에 변함이 없었다.


- 이만 포기하는 것이 어떻겠나?

- 운이 조금 없었을 뿐입니다.

- 자네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

- 예?

- 자네 실력은 내가 잘 알아.

- ... 베테랑 프리랜서였던 선생님께 그 말씀을 들으니 조금 아프기는 하네요. 그래도 좀 더 정진해서 부족한 실력을 키우면 될 입니다.

- 그게 아니야. 자네의 실력은 차고 넘쳐.

- ...

- 운이 없는 것도 어느 정도껏이야. ‘토너먼트’ 1회전부터 우승후보자를 만난 것이 몇 번이었지? 매번 그랬어. 부상도 무릅쓰고 악전고투 끝에 ‘토너먼트’를 통과했더니 또 어떠했는가? 상급 프리랜서라도 불가능한 임무가 주어졌지? 그게 정말 운이 없어서 그럴까?

- 무슨 말씀이 하고 싶은 신 것입니까?

- 자네 같은 이북출신 중에 프리랜서가 되었다는 말 이제껏 어디 한 번이라도 들어보았는가?

- ?!

- 현실을 직시하라는 걸세.

- ... 믿을 수 없습니다. 저 하나 따위가 뭐라고 굳이...

- 높으신 양반들의 머릿속을 애써 이해하려 들지 말게. 나도 이 나이 먹고도 전혀 이해가지 않을 때가 더 많으니... 이 이상 말하지 않겠네. 그리고 오늘부터 자네를 더는 지도하지 않을 생각이야.

- ... 선생님도 비겁하십니다.

- 미련한 사람아, 그걸 이제 알았나?


그날 이후 믿음이 흔들렸다. 그러나 천성이 미련한지라 포기하지 않았다. 선생의 말이 사실이든 아니든 상관없다. 실력을 더욱더 키워 확실하게 ‘토너먼트’에서 우승하자. 그래도 보는 눈이 있는데 우승자를 물 먹이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우승을 하면 임무를 한 번 바꿀 수 있다.


‘반드시 이겨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곤란해.’


한권래는 다시 한 번 마음을 다 잡고 철수를 노려보았다. 그와 동시에 그의 손에 들린 목검에서 미세한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



‘월령! 내가 잘못 본 거 아니지?’


‘네. 상대는 법력을 다룰 줄 압니다.’


‘설마 초인 각성자는 아니겠지?’


초인 각성자라면 굳이 이 같은 수고를 할 필요가 없다.


‘글쎄요... 무언가 사정이 있어 정체를 숨기고 있을 수는 있죠. 당장 주인님만 해도 본 실력을 숨기고 있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지만...’


‘뭐 그래도 각성자일 가능성은 아무래도 적겠죠.’


‘그렇다면 역시?’


‘지금으로써는 '내츄럴'이라고 보는 것이 좀 더 타당하겠죠. 여기서 '반각성자'이라고 불리는 존재 말입니다.’


극히 드물지만 경험 많은 프리랜서 중에서 법력(法力)을 깨닫고 이를 사용하는 자들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었다. 이러한 자들을 반각성자(半覺醒者)라고 하였다. 반각성자들은 비록 초인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그들의 신체능력 역시 일반인의 범주를 아득히 넘어 섰다.


‘그럼 일단은 반각성자라고 보고 생각해 보자.’


‘팔수생인걸 고려해보면 각성하진 얼마 되지는 않았을 거에요.’


‘음... 이걸 어떻게 할까?’


‘혹시 포기하시게요?’


‘그럴까싶어. 이기려고하면 이길 수야 있겠지. 하지만 그만큼 이쪽의 실력도 상대에게 드러나겠지. 지금 시점에서 굳이 그러고 싶지는 않아.’


‘동감입니다. 지금 주인님 입장에서 우승해서 얻는 메리트도 딱히 없고요.’


우승상금이 적지 않지만 철수의 수중에는 훨씬 많은 돈이 있다. 그리고 ‘추가뽑기’도 의미가 없었다.


‘그래도 최대한 자연스럽게 져야겠지?’


철수는 그 뒤 몇 차례의 공방을 더 주고받은 뒤 기회를 봐서 바닥을 나뒹굴었다. 꽤나 요란한 모양새였다.


“크헉. 제가 졌습니다.”


‘어휴, 저 발연기. 그러고 보면 민정 씨가 연기를 참 잘했어.’


‘...’


철수가 패배를 인정하자 심판은 우렁차게 우승자를 선언한다.


“최종우승자 한권래!”


“와와와.”



***



“철수, 괜찮아? 어디 다치지는 않았어?”


“네 아저씨, 괜찮습니다. 좀 구르긴 했어도 크게 다친 곳은 없어요.”


“아저씨, 정말로 괜찮으세요? 마지막에 엄청 아파하시는 것 같았는데...”


철수가 괜찮다고 해도 별이는 못내 걱정하였다.


“괜찮아. 괜찮아. 엄살 부렸던 거야.”


괜찮다는 소리를 철수 대신 연화가 대신 하였다.


“... 아야야야.”


“봤지? 저 어색함.”


‘호오? 역시 연화 씨군요. 단번에 간파하다니.’


‘월령, 넌 좀 닥치고 있어.’


“다행입니다. 철수 씨. 고생 많으셨습니다.”


“미안합니다. 읍장님. 이왕 우승했으면 좋았을 텐데요.”


“별 말씀을 다 하십니다. 준우승도 엄청 대단한 겁니다. 철수 씨에게는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


“형님, 아쉽게 됐습니다.”


“아니야, 네 말대로 상대가 강했어.”


그렇게 철수 일행이 아쉬움 반 기쁨 반을 나누고 있을 때, 뜻밖에도 한권래가 먼저 철수에게 다가왔다.


‘그렇지 않아도 인사라도 할까 했는데 잘 됐네.’


“저기 실례하겠습니다. 한권래라고 합니다.”


“이철수입니다. 한권래 씨 정말로 훌륭한 솜씨였습니다.”


“아닙니다. 저야 말로 한 수 배웠습니다.”


“하하. 이거. 너무 요란하게 져서 그런지 쑥스럽습니다. 여하튼 감사합니다. 그리고 우승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한 수 지도(指導) 받을 수 있을까요?”


“그럼요. 그런데 제가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요? 하하.”



***



대구부 프리랜서 행정사무실 한편에 이철수, 연문찬, 한권래 그리고 그 외 역시나 2차 시험을 통과한 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있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이틀 뒤 정오, 지금 이 자리에서 ‘임무뽑기’를 할테니 늦지 말아주시길 바랍니다. 자 그럼 오늘은 이만 해산하도록 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연문찬 씨만 잠시 남아주시겠습니까?”


“예? 저요?”


“네.”


“무슨 일로 그러신지?”


“다른 분들이 계신 자리에서는 말씀드리기가 좀...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그래요? 철수 형님, 죄송합니다.”


“아니야, 밖에서 기다릴게. 천천히 얘기 나누고 와.”



***



한 30분 쯤 지났을까? 연문찬이 사무실에서 빠져 나왔다. 그런데 그의 표정이 영 좋지 않았다.


“무슨 일이야?”


“그게...”


연문찬은 언뜻 대답하지 못했다.


“무슨 일인데 그래?”


“저보고 다시 시험을 보라고 합니다.”


“무슨 말이야? 무슨 시험을 다시 봐?”


“면허시험 중 2차 시험은 괜찮은데 1차 필기시험은 다시 보라고 합니다.”


“아니, 왜?”


“그게 누군가가 제가 부정행위를 했다고 신고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시험을 다시 봐라?”


“예.”


“말 같지도 않는 소리! 무슨 근거로 부정행위를 했다는 거야?”


“그건 알려 줄 수가 없다고 합니다. 여하튼 위원회에서 재시험 결정을 했답니다.”


“못한다고 그래!”


“네. 저도 그랬죠. 그런데 시험을 거부할 경우 불합격 처리는 물론 향후 면허시험을 보지 못하게 한다고 합니다. 대신 시험을 보면 설사 점수가 모자라도 불합격으로만 처리하지 부정행위는 없던 것으로 하겠다고 합니다.”


“씨발 새끼들. 하지도 않은 부정행위를 가지고 이 무슨 생트집이야. 아니, 설사 부정행위를 했다고 쳐. 그래도 이제와 이러려면 그에 맞는 증거가 있어야 할 것 아니야. 이거 아무래도 그 새끼들 짓인 것 같은데... 그 놈들 그 정도로 빽이 있었어?”


“...”


“그래서 어쩔꺼야?”


“방법이 있나요. 다시 시험을 볼 수밖에요. 올해는 불합격 되더라도 어쩔 수 없지요.”


1차 시험에 겨우 턱걸이로 합격한 연문찬은 영 자신이 없었다. 그마저도 제 실력이 아니었다. 아주 운 좋게도 연필굴리기로 찍은 것들이 꽤나 잘 맞은 덕분이었다. 연문찬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잘 맞았다. 그런 행운을 다시 기대할 수는 없었다.


“시험이 혹시 언제야?”


“일주일 뒤요.”


“모레 ‘임무뽑기’는 어찌되는 거야? 참가하래?”


“예. 일단은 합격자신분이 유지된다고 하더군요. 재시험에서 탈락하면 그 때가서 합격취소를 하면 그만이랍니다.”


“일주일 뒤라. 가만 보자 흐음... 뭐 할 만하겠네.”


“예? 뭐가요?”


“뭐긴 뭐야. 재시험 합격이지. 일주일이면 충분해.”


“예? 형님도 아시다시피 저 겨우 합격했어요.”


“얼씨구, 그 패기 넘치던 무사(武士) 연문찬은 어디 갔어? 자신 없어?”


“네... 솔직히 그렇습니다.”


“걱정 마. 내가 너에게 무술을 가르치지 못해도 필기시험은 잘 가르칠 수 있어. 필기시험은 내가 일타강사라구. 나 못 믿어?”


“아니요. 믿습니다. 애초에 형님이 그 때 ‘핵심요약본’을 주신 덕분에 합격한걸요. 하지만 교사가 좋으면 뭐 합니까? 학생이 돌대가리인데.”


“무슨? 너 돌대가리가 아니다.”


“돌대가리 맞아요. 제가 아무리 멍청해도 제가 머리 나쁘다는 것 정도는 안다고요.”


“네가 머리가 나쁘다고? 웃기는 소리. 넌 너 스스로를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어.”


“예?”


“그냥 믿고 따라와. 지금부터 일주일간 합숙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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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018. 여뀌꽃성 22.05.28 73 3 11쪽
18 017. 면허취득 22.05.27 75 3 12쪽
17 016. 네가 왜 여기에? 22.05.26 96 2 12쪽
16 015. 돌대가리와 팔수생 22.05.24 87 3 11쪽
» 014. 운도 실력이라며?! 22.05.22 88 4 11쪽
14 013. 토너먼트 22.05.21 87 3 12쪽
13 012. 지덕체 22.05.20 112 3 12쪽
12 011. 프리랜서 22.05.19 125 4 12쪽
11 010. 영웅의 추락 22.05.18 155 5 12쪽
10 009. 독낭독목어(毒囊獨目漁) +1 22.05.17 163 5 12쪽
9 008. 누이와 아비 +1 22.05.16 179 7 11쪽
8 007. 투량환주 22.05.15 172 5 11쪽
7 006. 신(新) 골품제 +1 22.05.14 197 7 12쪽
6 005. 개새끼와 칼춤을 22.05.13 212 8 11쪽
5 004. 꽃 피는 봄이 왔건만 22.05.12 233 12 12쪽
4 003. 별빛바라기성 22.05.11 301 20 12쪽
3 002. 기연과 감옥 +2 22.05.11 352 26 12쪽
2 001. 세월이 하 수상하니 +1 22.05.11 524 33 12쪽
1 프롤로그 +3 22.05.11 678 37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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