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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점일미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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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점일미리
작품등록일 :
2022.05.15 21:22
최근연재일 :
2022.06.19 19:20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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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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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글자수 :
169,397

작성
22.06.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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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9. 호랑이 굴에 들어가다.

DUMMY

순간, 그에게 정확한 정보를 줄지, 아니면 조금이라도 거짓된 정보를 섞어서 줄지 그는 고민에 빠졌다. 어떻게 되건, 결국 노아 코퍼레이션은 현재 상황을 감당할 수 없을 거라 설혜성 실장은 생각했다. 다만 여기서 정확한 정보를 준다면, 조금이라도 희망의 불씨가 살아날 수도 있고, 거짓된 정보를 준다면 오만함을 부풀려서 기회조차 주지 않고서 짓밟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기회조차 주지 않고서 짓밟아놔야 한다는 얘기를, 그는 이미 불과 몇 분 전에, 수화기를 통해서 들었었다. 애초에 뭐가 문제였는지를 판단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게 해야 한다고, 말이다. 물론 강요로써 얘기한 것은 아니었기에, 판단은 그의 자유였다.


‘그래, 그래도 대표이사 스스로가 만회할 수 있는 기회는 줘야지.’


그는 현재 노아 코퍼레이션의 문제를 얘기했다. 역시 가장 큰 문제는 대표이사도, 기획재무실장도 예상했듯이, 실제 보유한 자산 대비 압도적으로 높은 부채였다. 다른 기업 이미지나, 경쟁력이야, 조금씩 무너져 가는데 지장을 줄 수 있는 요소라고 애써 무시를 할 수 있지만, 부채만큼은 달랐다. 이미 도미노로 무너지고 있는 것이었지만, 그들은 애써 무시하고 있던 것이다. 그리고 그걸 이제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서 확실하게 직면하는 것이다.


“부채라... 우리가 가지고 있는 현금으로는 얼마나 대응이 가능하지?”


“길어봐야 만기 이자를 몇 번 갚을 정도밖에 안 됩니다. 쌓여있는 악성 재고도 이제는 팔리지 않아서, 물물교환 비슷한 느낌으로도 이젠 자금 충족도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뭔가 더 좋은 방법이 없겠나?”


그러나 설혜성 실장이 해 주려고 했던 범위는, 지금 상황을 설명하려던 것뿐이었지, 굳이 그 이상으로 얘기하려던 의도는 전혀 없었기에, 침묵으로만 일관할 뿐이었다. 애초에 노아 코퍼레이션 내부에서는 해결할 수 있는 논제도 아니었기에 할 수 있는 말도 없었다.


“그래, 자네도 답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겠지. 그럼,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을 쓸 수밖에 없겠군. 악마한테 영혼이라도 팔아봐야지.”


“악마에게 영혼을 판다라... 그러면 저희가 협업하려고 했었던 그 계획은 사실상 물거품이 될 수도 있는데, 정말로 그것 말고는 답이 없겠습니까?”


“계획이 물거품 되더라도, 일단은 회사를 살려야 하지 않겠나. 최소한 그들과 지금 있는 갈등을 막고, 서로 협업하는 관계로 이어나가게 된다면, 지금은 분명 목숨이라도 건질 수 있겠지. 우리는 지금은 그렇게 해서라도 살아남아야 하고.”


“.......그렇게 해서라도, 기업이 살아난다면 말이죠.”


“그래. 여기에서는 더 이상 마땅한 방법을 찾는 건 불가능해 보이는군.”


대표이사는 곧바로 자신의 다른 수행원에게 전화를 걸어 입구에 차를 대기시켜달라고 부탁하고는, 겉옷을 입고서 옷매무새를 정리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얘기를 잘하고 오도록 해 봐야지. 이제 방법은 없으니까, 최대한 꼬리를 내리고 비굴하게라도 살아야 하니까. 그래야 그 뒤가 있는 법이야.”


그 말을 끝으로 나석운 대표이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노아 코퍼레이션을 빠져나갔고, 뒤이어 설혜성 기획재무실장 역시 비어있는 대표이사실에 있을 필요는 없어 밖으로 나왔다.


높은 층의 복도에서 대표이사가 차에 타서 출발하고 있는 것을 보니, 마치 호랑이 굴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래도, 무운을 빌겠습니다. 같이 오랫동안 일해왔던 사람으로서.”




차에 올라탄 그는 휴대폰으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정말 죽어도 전화를 걸고 싶지 않았지만, 이곳이 아니라면 그 어디에서도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반강제적인 선택이었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관심을 가졌더라면 달라졌을까, 생각하기도 했던 그였지만, 이미 시간은 지나갔고, 물은 엎질러져 주울 수 없었다.


“네, 메모러블 코퍼레이션 미래전략실장, 서연평입니다.”


“왜 당신이 받으시는 거죠? 저는 분명 회장님한테 전화를 드린 것 같은데.”


“지금 회장님은 장기간 부재중이라, 저한테 권한을 위임하고 가셨습니다. 저랑 얘기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노아 코퍼레이션 대표이사님.”


“그래, 그쪽 회장님의 뜻이 그렇다면, 뭔가 이유가 있겠죠. 잠시 얘기 좀 하도록 시간을 비워 주실 수 있겠습니까. 비공식적으로 많은 얘기가 오갈 것 같은데.”


“굳이 제가 당신이랑 얘기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요? 제가 무슨 이익이 있다고 얘기를 해야 하는 겁니까.”


순간, 비아냥 거리는 서연평 실장의 태도에 나석운은 감정이 복받쳐 욱한 마음에 언성을 조금 높이면서 대답했다.


“그렇게 비협조적으로 나오시겠다는 겁니까?”


“진정하시죠, 어차피 감정적으로 한다고 하셔서 얻을 수 있는 것도 없을 텐데 말입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마음속에서는 당장이라도 만나러 가서 주먹으로 한 대 세게 쳐버리고 싶었지만, 노아 코퍼레이션을 살릴 유일한 동아줄은 이게 마지막이라서 그는 자신의 목 끝까지 올라오는 말을 안으로 집어 눌러야만 했다. 물론, 그가 분노해 있다는 사실은 이미 서연평 실장은 알고 있었지만.


“잘 참으셨습니다. 그러면, 대표이사님이 원하시는 그 얘기. 한번 나눠보도록 하죠. 지금 바로 메모러블 코퍼레이션으로 오시면, 제가 앞에서 서 있겠습니다.”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차마 부들부들 떨리는 입에서 얘기하고 싶지 않은 말이었으나, 조금이라도 이미지를 좋게 만들어 놓기 위해 그는 자존심을 하나하나 모두 버려가고 있었고, 그런 그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서연평 실장은 만족하는 모습을 보였다.


“기회라뇨, 서로 동등한 위치에서 얘기하는 건데. 그럼, 가서 뵙도록 하겠습니다.”


당연하게도 전화는 서연평 실장이 끊을 때까지 이어졌고, 인내심이라도 테스트했던 건지 몇 초 정도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전화를 끊었다. 그걸 확인한 나석운 대표이사는 한숨을 푹 쉬면서 창문을 열어 바람을 쐬면서 기분을 달랬다. 지금 당장에라도 연초를 들고와서 한 개비 피우고 싶었다.


“그 개같은 자식... 완전히 나를 갖고 놀고 있군...”


어느 정도 알고 있고, 그가 들어가서도 계속 유리한 위치를 잡고 있을 것을 알고 있었던 대표이사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변하는 건 없다는 것 역시 잘 알고 있었다. 이미 말만 평등한 위치지, 방금 대화를 통해서 서로가 누가 갑이고, 누가 을인지는 확실하게 알았으니까.


이제 여기서 그가 할 수 있는 최선과 최고의 선택은 이미 없었다. 이미 최악과 차악만이 남아있었다. 차악은 간판이라도 남겨서 노아 코퍼레이션을 살리는 것, 그리고 최악은...


노아 코퍼레이션의 완전 부도, 메모러블 코퍼레이션에게 강제합병.


불안하고, 더러운 기분이 가득한 채로, 메모러블 코퍼레이션을 향해 밟았고, 여러 잡생각이 지나가면서 당장이라도 머리가 다 빠져나갈 스트레스를 겪어가는 동안 마침내 종착지인 메모러블 코퍼레이션에 도착하게 되었다.


나석운 대표이사는 마지막으로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차 문을 열면서 말했다.


“저 혼자 들어갔다가 오겠습니다. 기사님은 다른 곳에 있다가 제가 따로 부르겠습니다.”


그러자 알겠습니다 하는 말과 함께 기사는 메모러블 앞에 그를 놔두고 자리를 옮겼고, 그는 당당하게, 정문 입구의 자동문 앞에 서서 문이 열리는 것을 보고 들어갔다. 그리고는 그 앞에서 자신이 오길 기다리고 있었던 서연평 실장과, 그를 따르는 휘하의 인원들이 정문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반갑습니다. 나석운 대표이사님, 메모러블 코퍼레이션의 미래전략실장, 서연평이라고 합니다. 일단 바로 위로 올라가실까요?”


항상 본론부터 꺼내는 서연평 실장답게, 바로 주제로 넘어가자는 제스처를 취했고, 그것을 굳이 거부할 필요가 없었던 나석운은 고개를 끄덕이고 그가 안내해 주는 대로 길을 따라 올라가니 도착한 곳은 메모러블 코퍼레이션의 가장 최상층에 위치한 회장 집무실이었다.


“다른 분들은 이제 가셔도 좋습니다. 지금부터는 저와 나석운 대표이사님, 두 명이서만 얘기할 거니까요. 따라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그 말과 동시에 휘하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꾸벅 숙이고서 그를 향해서 인사를 함과 동시에 자리로 복귀하기 위해 아래로 내려갔다.


“자, 그럼 이제 저랑 당신 밖에 없으니까. 한번 얘기를 해보죠. 어떤 상황인지, 그리고 저희나 노아 코퍼레이션이 어떻게 해야 할지 말입니다. 많은 얘기를 준비하셨을 거라 기대합니다.”


‘정신차려, 호랑이 굴 안에 들어가도,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살 수 있어. 내가 이 회사를 책임져야만 해. 어떻게 해서든.’


둘은 문을 열고서 회장 집무실 안으로 들어왔고, 그 안에는 서연평 실장이 얘기해서 어렴풋이 예상하고 있었지만, 메모러블 코퍼레이션의 회장은 자리에 없었다.


“편하게 앉아서 얘기하시죠.”


“얘기하기 전에, 제가 드릴 수 있는 건 없지만, 한 가지만이라도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아, 예의상 지금 여론전은 잠시 멈추도록 하죠. 어차피 그걸 부탁하려던 것 아니었습니까?”


순간, 보통 사람은 아니라고 그는 생각했다. 마치 자신의 마음 속 안에서 의도를 옅보고 있는 그의 태도에, 긴장의 끈을 더욱 꽉 잡게 되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어디에선가 밀려오는 두려움도 역시 조금씩 커져만 가고 있었다.


“정확하시군요. 역시 혜안을 가지신 것 같습니다. 서연평 실장님은.”


“뭐...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이건 혜안이 아니라 경험에서 나오는 거라고 보시는 게 더 맞을 겁니다. 그럼, 어떤 협상안일지 한 번, 볼까요?”


‘올 것이 왔구나. 이제부터가 진짜다.’


속으로 마음을 가다듬고, 나석운 대표이사가 이 주제에 대한 얘기를 먼저 풀었다.


“저희 기업에 관련된 의혹에 대한 내용을 전원 철회하여 주시고, 이 쪽으로 들어온 것으로 추측되는 정보팀장의 유무를 한번 확인하게 해 주셨으면 합니다.”


“의혹이라... 그걸 어떻게 의혹이라고 단정 지으면서 말씀하실 수 있죠? 우리는 그저 다른 연합원 분들께서 최대한 피해받지 않도록 위험한 정보를 미리 공개하는, 그런 언론의 사회적 순기능을 하는 것 뿐입니다. 만약, 의혹이 아니라 사실이라면 말이죠.”


맨입으로 어려울 것은 이미 진작에 알고 있었다. 곧바로 지체하지 않고, 그가 꺼낼 수 있는 딜로 대답했다.


“그렇게 해 주신다면, 당신의 눈엣가시인 제가, 노아 코퍼레이션의 대표직에서 사임하겠습니다. 물론, 추가적으로 서연평 실장님께서 원하는 사람을 요직에 앉히실 수 있도록 판까지 모두 만들어 놓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사실상 경영지배권을 넘기는 것이나 다름없는 조건이었다. 그러나 서연평 실장의 반응은 여전히 시큰둥한 표정이 바뀌지 않았고, 대표이사의 머릿속에서 가장 최악의 질문들만 하나씩 뽑아서 그를 후벼 파듯이 물어보았다.


“굳이 노아 코퍼레이션을 우리가 살려둬야 할 필요가 있나요? 냉정하게 말해서, 우리가 이미 기술력도 우위, 영향력도 우위인데, 차라리 쓸모 없는 기업을 놔두기보단 정리를 하는 게 더 우리쪽에는 이득이라고 생각이 되는데 말이죠.”


“맞는 말씀이십니다. 하지만 그것에 대해서는 큰 허점이 존재합니다. 우선 첫 번째로, 연합에서는 더 이상 메모러블의 세력이 크지 않았으면 하기에, 분명 저희 노아 코퍼레이션이 없어진다면 오히려 더욱 제재 수위를 올리면서 본격적으로 갈등 단계에 접어들 것입니다.”


“그 하나만의 이유로는 굳이 살려둘 필요가 없다는 건 아실 텐데요?”


“그래서, 이제 실장님께서 충분히 흥미 있을 만한 두 번째 얘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이건 사실상 기업 내에서도 최고 비밀인데, 더 이상 이런 상황에서는 꺼내지 않을 이유는 없죠.”




피드백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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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0. 애초에 될 수 없었던 조건. +1 22.06.19 10 1 13쪽
» #29. 호랑이 굴에 들어가다. 22.06.17 6 1 12쪽
28 #28. 풍전등화 22.06.17 6 1 12쪽
27 #27. 각 측의 대응 22.06.16 8 1 14쪽
26 #26. 계획 실행. 22.06.16 10 1 13쪽
25 #25. 크나 큰 결점 하나. 22.06.15 9 1 12쪽
24 #24. 주요 기업과의 담화 +1 22.06.15 12 1 11쪽
23 #23. 선택지는 하나. 22.06.15 10 1 12쪽
22 #22. 익명의 정보원 22.06.15 9 1 15쪽
21 #21. 마음에 걸리는 것 22.06.14 8 1 12쪽
20 #20. 두 연합장의 대화. 22.06.14 7 1 12쪽
19 #19. 다시 진행된 회의 22.06.14 6 1 13쪽
18 #18. 예월하의 조력자 22.06.13 7 1 11쪽
17 #17. 그들에게 필요한 기업 22.06.13 7 1 14쪽
16 #16. 노아 코퍼레이션 22.06.13 8 1 12쪽
15 #15. 정반대의 두 연합. 22.06.13 7 1 13쪽
14 #14. 본격적인 협력 업체 모집 22.06.13 8 1 13쪽
13 #13. 메모러블 코퍼레이션 22.06.12 8 1 12쪽
12 #12. 일시적 결별 선언 22.06.12 11 1 12쪽
11 #11. 계약을 위한 세 가지 조건 +1 22.06.10 10 1 11쪽
10 #10. 큰 그림을 그리는 사람. 22.06.09 12 2 14쪽
9 #9. 삶을 포기하려 하는 자들 22.06.09 15 2 11쪽
8 #8. 일기장과 고민 22.06.08 11 2 12쪽
7 #7. 재방문 22.06.07 12 2 12쪽
6 #6. 만들어져 있던 각본 22.06.06 12 2 12쪽
5 #5. 만들어져 있던 내막 22.06.06 12 3 14쪽
4 #4. 바깥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1 22.06.04 17 6 13쪽
3 #3. 간이 회담 22.06.04 17 7 12쪽
2 #2. 근본적인 문제 +1 22.06.03 34 11 11쪽
1 #1. 외부로부터의 대화 +2 22.06.03 61 1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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