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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점일미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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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점일미리
작품등록일 :
2022.05.15 21:22
최근연재일 :
2022.06.19 19:20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367
추천수 :
70
글자수 :
169,397

작성
22.06.07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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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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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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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7. 재방문

DUMMY

“때가 됐습니다. 기억 의사는 이 상황에서 외면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메일로 추가 자료를 붙여 놨으니, 이걸 들고 가서 같이 말씀해 주시면 될 겁니다. 이번에야말로 좋은 성과가 나오길 바라겠습니다.”


사실상, 하수월 연합장은 여기에서 그가 얘기하는 것에 대해 태클을 걸거나 할 수 없었다. 이 계획은 그 혼자서 거의 대부분을 진행한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통화가 끝난 후, 하수월 연합장은 레이트 연합장에게 연락했다. 그가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어도, 레이트 연합장은 무슨 이유로 자신에게 전화를 건 것인지 알 수 있었다.


“그래, 자네는 최선을 다 한거야. 다시 한번 해 보자고.”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그대로 자신의 집무실에서 자고 일어난 기억 의사는 온 몸이 죄다 뻐근했다. 눈 아래에는 이미 시커멓게 멀리서도 보일 정도로 다크서클이 올라오고 있었고, 일어날 때마다 머리에 물이 차는 것처럼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그도 그런 게 어느 순간부터 이곳을 방문하는 환자의 수가 계속 줄어들지 않고 꾸준하게 늘어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몸은 하나인데, 인원이 늘어나고 있었기에 한계를 이미 한참 넘어선 것일지도 모른다, 라고 기억 의사는 생각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시계를 보니 시간은 벌써 영업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옆에서 그를 보고 있던 소녀는 그의 몸 상태가 많이 걱정되어 보인 건지 이마에 손을 갖다 대고는 말했다.


“의사님, 괜찮으세요?”


기억 의사의 이마에는 열이 가득했었다. 당장에라도 휴식이 필요할 정도의 몸상태라는 것 정도는 누구나 손쉽게 알아챌 수 있었다.


“그동안은 계속 지켜만 봤지만, 오늘은 쉬셔야 할 것 같아요. 의사님 본인 건강도 신경 쓰셔야죠. 많이 걱정돼서 그래요.”


그 역시 마음은 소녀가 말한 것과 같이 당장에라도 휴무를 하고 싶을 정도로 가득했다. 그러나 현재 상황을 봤을 때 단 하루라도 쉬게 되면 이후에는 더 많은 고통을 가진 사람들이 몰려오거나 혹은 또 다른 좋지 못한 선택할 거라 생각해 쉽게 결정을 내릴 순 없었다.


“마음은 고맙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이곳에 찾아 오셔서 이 기술을 필요로 할 사람이 많아.”


“그럼, 의사님의 건강은 누가 책임지고요. 의사님이 없으면, 이 일도 아무도 하지 못하는 게 되어버리는데, 그게 더 문제가 될 거라 생각은 안 하세요?”


그를 걱정하는 마음에 소녀의 언성이 높아졌다. 곧바로 소녀는 고개를 꾸벅이며 사과했으나, 기억 의사는 손사래를 치면서 말했다.


“아냐, 걱정하는 너의 마음도 잘 알고 있어. 나도 내 몸 상태가 얼마나 안 좋은지는 알고 있고. 그래도 지금 상황에서는 이 방법 말고는 방법이 없으니까. 이해해주길 바랄게.”


소녀는 기억 의사의 표정을 계속 지켜봤지만, 그의 표정은 좋아보이지 않았다. 분명 피로가 많이 쌓여있어서 그런 것이라고 소녀 역시 알 수 있었다.


“그 방법은, 안 되는 건가요?”


“무슨 방법을 말하는 거니?”


그러자 소녀가 살짝 고민하는듯하더니, 이내 소녀의 입이 열렸다.


“기억 편집 기술의 상용화... 라는걸 들었어요. 그때 오셨을 때.”


그러자 기억 의사의 표정이 굳으면서 소녀에게 말했다. 일부러 듣지 못하게 하려고 자리를 피하게 한 것이었는데, 이런 상황이 올 줄은 전혀 몰랐었다.


“네가 그걸 어떻게...”


“죄송해요. 원래 듣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로 저를 보낸 건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혹시나 해서 뒤에서 몰래 숨어서 엿들었어요. 그 방법은 안 되는 건가요?”


이론적으로 불가능하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상용화를 시키게 된다면 리스크가 크고, 악용한다면 끝도 없이 악용하리라 생각해 선제적으로 원천봉쇄를 하기 위함이었다. 기억 의사는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대답했다.


“그래도 그건 위험해. 그 사람들이 아무리 공신력이 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함부로 넘겨주게 된다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야.”


“그렇지만... 이대로 의사님이 고통받는 걸 보는 것도 너무 싫어요. 저는 의사님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라고 말하며 울상을 짓고 있는 소녀의 표정을 보니 기억 의사 본인의 마음도 찢어지는 것만 같았다. 정녕 자신이 원하는 방법으로는 이룰 수 없다는 것이 너무나도 한탄스러웠다.


그때, 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고,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가 들렸다.


“안녕하십니까. AEU 연합장, 다윈 레이트입니다. 다시 얘기를 하고 싶어서 찾아 왔습니다. 가능하시다면 문 좀 열어주시겠습니까?”


레이트의 그 말에 기억 의사가 문을 열었고, 이번에도 APU 연합장인 하수월 역시 같이 와서 그의 옆에 있었다. 이전에 왔을 때와는 다르게 긴장한 모습이 보이고 있을 정도였다.


“저희가 온 이유는 분명 아실거라 생각합니다. 앉아서 얘기하시죠.”


그러자 기억 의사는 고개를 끄덕이고서 소녀를 위로 올려보내려고 했고, 그러자 소녀는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말했다.


“저도 같이 듣고 싶어요. 의사님, 허락해 주세요.”


처음에는 안된다고 말하려 했으나, 이미 소녀 역시 어느 정도 상황을 알고 있다는 것을 기억 의사도 알게 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 올려보내 봐야 소용이 없을 거라 생각하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상황이 대충 정리가 되자, 모두 자리에 앉았고, 전과 같이 가장 처음 말을 꺼낸 사람은 레이트 연합장이었다.


“의사님도 최근에 분명 느끼셨을 겁니다. 이곳에 방문하는 사람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을. 우선 이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의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시작하겠습니다.”


“제가 분명히 말씀드렸죠,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저는 이 제안을 받아들일 생각이 전혀 없다고. 그런데 오히려 상황이 더 악화가 되면 악화만 됐지, 호전된 것이 아무것도 없지 않습니까. 이 상황을 보고서도 제가 아무리 한 연합의 연합장이라고 해도 신뢰를 할 수가 있겠습니까?”


“그 부분에 대해서는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저와 여기 있는 하수월 연합장 역시, 다른 시도를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여러 제도를 개편하고, 새로운 복지를 추가하면서 사람들의 삶의 질을 올리기 위해서 노력은 했었습니다. 결과가 이렇게 되었지만...”


“그게 악의적으로 진행된 계획일지 아닐지는 제가 알 방법이 없지 않습니까. 제가 정치나 경제학적으로 뭔가를 배운 사람도 아니고, 정책이 많아도 아무런 쓸모없는 정책들만 있디면, 그건 오히려 퇴보시키는 거나 다름없지 않겠습니까.”


냉정하게 말하는 기억 의사의 말에 하수월 연합장은 흠칫 놀라는 모습을 숨기기가 어려웠다. 자신이 고의적으로 주도한 행동은 아니지만, 그가 말하는 행동을 이미 서연평 실장에 의해 진행하고 있던 것이 혹시나 들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릿속으로 온갖 잡생각이 들어 대답하기 어려워하는 하수월 연합장 대신, 레이트 연합장이 언성을 높이면서 말했다.


“아닙니다! 우리는 한 연합의 수장입니다. 수많은 넘어가는 사람들이 우리의 결정으로 삶의 질이 바뀌고, 인생이 바뀝니다. 그리고 우리는 방향을 항상 좋게 이끌어나가야 하는 책임과 의무가 있습니다. 그걸 하지 않는 연합장은, 최소한 여기에만큼은 없을 것입니다. 애초에 우리가 그런 연합장이었다면, 당신한테 찾아오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우리가 굳이 돈을 벌거나 개인적인 이득을 취할 것이었다면, 굳이 기억을 지우는 기술이 필요하겠습니까? 다른 수단으로도 사적인 이익은 충분히 취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기억 의사는 묘하게 레이트 연합장의 말투와 행동에 대해 설득을 당하는 기분이었다. 그의 행동 하나하나에서 진심이 느껴지고 있는 것이 기억 의사의 의견을 다른 쪽으로 당기는 데 힘을 보태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하나 염려하고 있는 부분은 더 있었다. 저자는 믿을 수 있다 한들, 아직까지 하수월 연합장은 믿을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레이트 연합장은 믿음을 계속해서 언변으로 보여주고 있었지만, 기억 의사가 그를 볼 때마다 그는 계속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최대한 감정과 행동을 보여주지 않으려 하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무언가를 숨기고 있을 수도 있다는 게, 기억 의사의 생각이었다. 그랬기에 그의 생각을 떠볼 필요성이 있었다.


“레이트 연합장님, 당신의 말은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한 분의 말로는 모든 것을 확정 지을 수 없습니다. 양쪽 모두의 상황을 듣고서 결정해야 그 어느 쪽도 피해를 볼 상황이 생기지 않을 것 같으니, 하수월 연합장님, 당신의 얘기도 조금 들어보고 싶습니다.”


아, 올 것이 왔구나, 라고 하수월 연합장은 생각했다. 저렇게 레이트 연합장이 반발하면서 자신을 믿어달라고 얘기를 하고 있는데, 자신에게 오지 않을 거라 생각 하는 게 말도 안 되는 생각이었을지도 모른다. 두 명이 왔는데, 한 명한테만 얘기하진 않을 테니까.


그것도 이미 예상하고서, 서연평 실장이 관련된 자료를 하수월에게 넘겨줬던 것이겠지만.


하수월 연합장은 그가 보내줬던 자료를 하나둘씩 펼쳐서 책상 위로 올려놓기 시작했다. 그 내용에는 여태까지 자신이 해왔던 정책과 그로 인한 기대효과, 그리고 이외에도 다른 여러 프로젝트를 시행하려 했었던 여러 사례도 같이 동반되어 있었다.


이것을 바탕으로 준비되어 있던 대본을 숙지한 그는 자신의 언변 실력을 적당하게 섞어서 말하기 시작했다. 그의 대본으로 완벽하게 흠잡을 것 없이 잘 설명할 수 있었기에, 기억 의사는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었다. 서연평 실장이 만든 자료는 이상적으로는 완벽했었으니까.


“앞에서 그가 말했던 것처럼, 저희 의도에 벗어나서 진행된 것에 대해 용서를 받진 못할 겁니다. 그 의도가 좋았던, 좋지 못했던, 현재 상황이 좋지 못한 건 사실이니 말입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반드시 고쳐 나가겠습니다. 더 이상 연합원이 고통받는 모습을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서 지켜볼 수만은 없습니다.”


그의 말에는 기본적으로는 진실이 깔려 있었기에, 거짓이라고 기억 의사가 어느 정도 믿을만한 느낌을 주긴 했다. 하수월 연합장 역시 그 나름대로 이 상황을 계속 유지하고 싶지 않았고, 어서 상황을 종결시킬 수 있도록 기억 의사가 도와주기를 바라는 것은 사실이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더욱 기억 편집 기술을 상용화시키는 것에 대한 허락이 중요시되었다.


그럼에도 기억 의사는 하수월 연합장을 의심하는 듯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아직 확실한 신뢰를 그에게 주지 못했다고 판단한 그는, 결국 또 다른 자료 하나를 꺼내 들었다. 그가 기억 의사를 만나기 며칠 전, 서연평 실장이 추가로 남겨줬던 자료였다.


자료를 펼치자, 그 안에는 한 여성의 얼굴이 있는 이력서, 그리고 그녀가 쓴 듯한 일기의 스캔본이 있었다. 기억 의사가 자료들을 가리키며 무슨 자료냐고 물어보자, 연합장은 대답했다.


“연합, 그리고 제가 왜 기억 편집 기술을 필요로 하는지에 대한 이유입니다.”




피드백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작가의말

더욱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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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8. 풍전등화 22.06.17 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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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6. 계획 실행. 22.06.16 10 1 13쪽
25 #25. 크나 큰 결점 하나. 22.06.15 9 1 12쪽
24 #24. 주요 기업과의 담화 +1 22.06.15 12 1 11쪽
23 #23. 선택지는 하나. 22.06.15 9 1 12쪽
22 #22. 익명의 정보원 22.06.15 9 1 15쪽
21 #21. 마음에 걸리는 것 22.06.14 8 1 12쪽
20 #20. 두 연합장의 대화. 22.06.14 7 1 12쪽
19 #19. 다시 진행된 회의 22.06.14 6 1 13쪽
18 #18. 예월하의 조력자 22.06.13 7 1 11쪽
17 #17. 그들에게 필요한 기업 22.06.13 7 1 14쪽
16 #16. 노아 코퍼레이션 22.06.13 8 1 12쪽
15 #15. 정반대의 두 연합. 22.06.13 7 1 13쪽
14 #14. 본격적인 협력 업체 모집 22.06.13 8 1 13쪽
13 #13. 메모러블 코퍼레이션 22.06.12 8 1 12쪽
12 #12. 일시적 결별 선언 22.06.12 11 1 12쪽
11 #11. 계약을 위한 세 가지 조건 +1 22.06.10 10 1 11쪽
10 #10. 큰 그림을 그리는 사람. 22.06.09 12 2 14쪽
9 #9. 삶을 포기하려 하는 자들 22.06.09 15 2 11쪽
8 #8. 일기장과 고민 22.06.08 11 2 12쪽
» #7. 재방문 22.06.07 12 2 12쪽
6 #6. 만들어져 있던 각본 22.06.06 12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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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 바깥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1 22.06.04 17 6 13쪽
3 #3. 간이 회담 22.06.04 17 7 12쪽
2 #2. 근본적인 문제 +1 22.06.03 33 11 11쪽
1 #1. 외부로부터의 대화 +2 22.06.03 61 1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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