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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점일미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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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점일미리
작품등록일 :
2022.05.15 21:22
최근연재일 :
2022.06.19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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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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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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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397

작성
22.06.03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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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 근본적인 문제

DUMMY

‘역시,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불안했던 기억 의사의 예상이 들어맞음과 동시에 레이트 연합장의 말에 그는 의구심이 있었다. 자기 자신 역시 기억을 지우는 일을 하면서도 본인 이외에 다른 사람에게 가르쳐 줬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 기술을 습득한 사람이 없었는데, 그걸 무슨 수로 상용화시키겠다고 하는 건지는 조금 더 들어봐야만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불안함은 일단 잠시 접어두기로 하고, 레이트 연합장에게 물어보았다.


“구체적으로 준비하신 계획이 있으신 건가요?”


그러자 이번에는 기억 의사의 질문에 대해 APU의 연합장인, 하수월이 대답했다.


“그 부분에 대한 계획은 제가 설명 드리도록 하죠.”


그러더니 그는 자신의 가방 안에 들고 왔던 태블릿을 꺼내어 책상 위에 올려놓고 말을 이었다. 화면에서 보이는 문서 파일은 이러했다.


‘MEMORY : 기억 편집 기술 개발 방안’


“기억 편집 기술이라...”


“어디까지나 가칭일 뿐입니다. 들어보니 완전히 지울 수 있는 건 아니라고 들었었고, 그래서 기억 소거라고 칭하는 것보다는 편집한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이라고 생각해서 말이죠.”


기억 의사는 태블릿 안에 있는 내용을 하나씩 훑어보기 시작했으며, 내용인즉, 다음과 같았다. 지금 현재 자신에게 오는 환자들의 사례를 분석하고, 해당 상황에서 성공적으로 집행될 때의 조건을 각종 녹화장치로 정리함과 동시에 그들에게 제공했던 말이나 행동을 하나하나씩 기록하여 일종의 빅데이터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후에 현재 발전되어 있는 로봇의 정밀한 기술로 만들어진 체계적인 방식에 사소한 부분에서 로봇을 통제하는 전담팀을 만들어 변수를 수시로 제거하고서 시술을 진행한다면 충분히 상용화를 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보고서였다.


“똑같은 상황만 만들고서 진행한다면, 두 연합장님께서는 똑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신 겁니까.”


그러자 하수월 연합장은 확신에 찬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거의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백퍼센트 똑같은 환경은 어려워도, 대부분의 상황에 있어 조건을 충족하게 된다면 결과가 비슷하게 나오는 것처럼 말이죠. 결과적으로 인간의 뇌 역시 계산을 하는 장치이니까요. 예를 좀 들어보자면, 여기 있는 기억 편집 기술이 아니더라도, 다른 신체에서 병이 걸렸을 경우, 의사들은 그에 맞춰서 처방을 해주면 고쳐지지 않습니까? 저는 이러한 점이 기억 편집 기술에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기계나, 사람이나, 비슷한 상황이면 비슷한 처방을 내리면 되니까요.”


그의 말이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라고 기억 의사는 생각했다. 기본적으로 자신이 하는 기억을 지우는 일은 결론적으로는 사람의 신체 부위 중 하나인, 뇌를 건드려서 진행하는 건 맞으니깐. 하지만, 다른 신체 기관과 뇌의 명확한 차이는 하나가 있었고, 그 부분 때문에 그는 하수월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는 없었다. 뇌라는 건 셀 수 없을 정도로 변수가 많은 정신적인 부분에서 영향을 받으니깐. 다른 육체 기관들과는 다르게 말이다.


기억 의사는 그 부분에 대해 확실하게 듣기 위해 그들에게 질문하였고, 이번에도 대답하는 쪽은 하수월 연합장이었다.


“저희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습니다. 불안정할 수도 있고, 수많은 시행착오가 일어날 거라는 점도. 그러나 기억 의사, 당신도 느끼고 계시겠지만, 최근 들어서 기억을 지우러 오시는 분들이 많아지지 않았습니까?”


그의 말에 대해 반박할 수는 없었다. 원래부터 조금씩 찾아오는 사람의 숫자는 늘어나고 있긴 했지만, 근래 들어서 확실히 거의 두 배 이상으로 환자가 늘어나고 있기도 했으며, 그로 인해 시간이 많이 부족해 진료를 해주지 못하는 사례도 나오긴 했었으니깐.


“뉴스를 잘 보시진 않으셨다고 했으니, 정확하게는 모르시겠지만, 지금 현대 사회에서는 많은 경쟁 사이에서 사람들이 절망을 느끼게 되고, 그럼에 따라 안타깝게도 자살률과 실업률까지, 좋지 못한 지표들이 계속해서 상승하는 추세입니다. 한마디로, 성장 동력을 잃었다는 거죠.”


하수월이 했던 말로써 지금 생각하는 그들의 의도를 보자면, 기억을 지우는 기술을 통해서 암울해져 가는 지표 상태를 조금이라도 줄여보겠다는 것인데, 이것은 기억 의사가 느끼기에는 일시적인 처방으로밖에 생각되지 않아 썩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그는 그런 불만을 확실하게 표출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부흥 방안 같은 게 더 필요하지 않나요? 유감스럽게도, 제가 가지고 있는 기술은 완전히 사람 기억을 완벽하게 지울 수는 없는 기술입니다. 상황에 따라서 다시 그 기억이 재발할 수도 있고, 완벽하게 잊어버린다 해도 상황을 개선하지 못하고 반복된다면 그걸 잊은 상황에서 결국 똑같은 굴레에서 있을 뿐일 겁니다.”


기억 의사가 말소리를 높여 그들에게 얘기하자, 그들은 침묵하고 있었고, 그것은 곧 기억 의사의 말에 동의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사실 그들도 본질이 해결되지 않는 이상, 이 사태가 줄어들 방법이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을 거니깐.


고개를 끄덕이고는 기억 의사에게 다시 대답한 건 이번엔 레이트 연합장이었다.


“맞습니다. 본질인 이 상황을 끝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죠. 저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동의하며, 저희가 아무것도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에 대해선 뭐라 드릴 말씀 없이 죄송하다는 말씀밖에 드릴 수 있는 게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기에 더욱 협조가 급한 상황인 부분이기도 합니다. 기억 의사, 당신께서 진행하고 있는 기억을 지우는 기술을 받으면 일시적일 수도 있으나, 반면에 거의 영구적으로 개선되어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도 존재할 것입니다. 지금 정상적으로 출근하고 있는 그 직원처럼 말이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너무나도 어려운 상황이니, 급한 불부터 꺼보자는 게 저희 심정입니다.”


그는 연합장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니었다. 연합의 정부에서 이 상황을 타개하려면 거의 모든 체계를 뜯어고쳐야만 변화가 생길 터였는데, 그것을 지금부터 천천히 고치기에는 너무나도 늦은 시기에 봉착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해한다고 한들, 무조건 동의를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왜냐하면 이걸로 인해 통계상으로 줄어드는 수치만 보이게 되더라도, 언제든지 입을 싹 닫고서 연합에서 이 기술만을 이용하여 통제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그는 염두에 두고 있었기에 그들에게서 확실한 것을 받아내야만 했다.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 이 대답을 받아내야만 한 발자국 넘어갈 수 있었다.


“급한 불이라도 먼저 끈다, 말씀하신 연합장님의 취지는 인정하지만, 그래도 본질적인 문제가 개선되는 상황이 보이지 않는다면, 말씀드렸다시피 사람들은 계속 기억을 지우려고 찾아올 것입니다. 한 번 적응하지 못해서 찾아 왔으니까요. 그렇게 수없이 기억을 지운다면 제가 알지 못하는 어떠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고, 최악의 상황에는 사람들이 예전보다 많이 죽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시나리오를 만약 조금이라도 고려 하고 있었다면, 저는 도울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 말에 대해서 레이트와 하수월, 두 연합장은 반박하려 하진 않았다. 단호하게 말하는 기억 의사의 말에 오히려 수긍하고는 침묵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었다.


“안 좋은 기억을 지움으로써 그로 인해 묶여있는 스트레스나 정신적인 질환을 제거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는 있겠죠. 하지만, 무차별적인 기억 제거나 이렇게 대처 없이 무작정 기술만 도입해서 하는 건 전 국민에게 기억을 삭제할 수 있다는 도구를 쥐어 주고, 그걸 이용해서 스스로 버티라는 말밖에 안 될 겁니다. 끝없이 반복하게 될 뿐이죠.”


기억 의사의 말을 다 들은 두 연합장은 기억 의사가 확고하게 거부하고 있다는 느낌을 모를 리가 없었고, 지금 상황에서는 마땅한 수가 없다는 것을 파악하고 있었다. 달리 얘기할 내용이 없었던 그들은 큰 수확 없이 알겠습니다 라는 말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기억 의사에게 인사를 하고서 문 바깥으로 나섰다.


기억 의사는 완전히 그들이 멀리 사라지는 걸 보고서야 자리에 앉아 다시 진료일지를 펼쳤고, 그 사이에 따로 파일로 정리한 기록들을 꺼내었고, 그 기록에는 안타깝게도 아직 완치되지 못하고 치료가 진행 중인 사람들의 기록이 적혀 있었다. 여기에 있는 사람들은 최소 다섯 번부터 수십 번까지, 그 고통의 증가세가 남들과는 달랐다. 그들을 상대하는 기억 의사 역시 정신적인 무리가 있는 건 마찬가지였다.


‘언제까지고 저들을 계속해서 내가 관리를 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 저 사람들이 말했던 것처럼 양산화가 된다면 더 많은 희생자를 구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 계획을 믿어도 되는 걸까?’


머릿속에 생각들이 가득 차 아플 때쯤, 그가 인상을 찌푸리고 있던 것이 걱정되었던 건지, 미소가 그에게 다가와서는 그의 손을 잡으면서 말했다. 소녀의 손에 있는 따뜻한 온기가 그에게 전달되면서 조금씩 진정되는 느낌이 들었다.


“실례가 안 된다면, 어떤 얘기였는지, 저도 알 수 있을까요? 의사님이 저에게 해주셨던 것처럼, 저도 피해가 안된다면 의사님의 고통을 덜어드리고 싶어요.”


라고 말하며 소녀가 기억 의사를 향해 쳐다보는 모습에서는 걱정이 가득한 기색이 역력했고, 그 얼굴을 본 그는 조금이나마 정신을 차리고서 그녀에게 말했다. 일부러 평소에는 제대로 짓지도 않는 억지웃음까지 지으면서.


“날 그렇게 생각해준다니, 고맙구나. 미소야. 하지만, 이건 어른들의 이야기란다. 이 문제는 내가 잘 해결할 테니, 미소 너는 너무 불안해하지 말고 본인의 삶에 더욱 열심히 살아줬으면 한단다. 그런다면 분명 아저씨도 더욱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거든.”


애써 웃음을 보이는 기억 의사의 말에 미소는 뭐라 반박하며 말할 수는 없었다. 방금까지 안 좋은 얼굴을 가지고 있던 기억 의사가 자신을 위해서 지은 거짓된 웃음을 보고있는 것 자체가 안타까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계속 파고들려 했다가는 그가 더욱 싫어할 것이기도 하고, 더욱 힘들어할 것을 소녀도 알고 있었다.


“그러니, 우선 학교부터 가자. 미소야. 오늘 하루도 시작해야지.”


대화 주제를 돌리는 기억 의사의 말에 조금 풀이 죽어있는 미소에게 기억 의사는 미안한 감정이 들었고,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미안해. 다 알려주지 못해서. 모든 게 정리가 되면 다 천천히 미소에게 알려 줄 테니깐. 그때까지만 조금 기다려 주렴. 부탁할게.”


기억 의사의 말에 미소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를 벗어나 학교 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고, 그와 동시에 그 역시 이곳의 영업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피드백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작가의말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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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0. 애초에 될 수 없었던 조건. +1 22.06.19 10 1 13쪽
29 #29. 호랑이 굴에 들어가다. 22.06.17 6 1 12쪽
28 #28. 풍전등화 22.06.17 6 1 12쪽
27 #27. 각 측의 대응 22.06.16 8 1 14쪽
26 #26. 계획 실행. 22.06.16 10 1 13쪽
25 #25. 크나 큰 결점 하나. 22.06.15 9 1 12쪽
24 #24. 주요 기업과의 담화 +1 22.06.15 12 1 11쪽
23 #23. 선택지는 하나. 22.06.15 9 1 12쪽
22 #22. 익명의 정보원 22.06.15 9 1 15쪽
21 #21. 마음에 걸리는 것 22.06.14 8 1 12쪽
20 #20. 두 연합장의 대화. 22.06.14 7 1 12쪽
19 #19. 다시 진행된 회의 22.06.14 6 1 13쪽
18 #18. 예월하의 조력자 22.06.13 7 1 11쪽
17 #17. 그들에게 필요한 기업 22.06.13 7 1 14쪽
16 #16. 노아 코퍼레이션 22.06.13 8 1 12쪽
15 #15. 정반대의 두 연합. 22.06.13 7 1 13쪽
14 #14. 본격적인 협력 업체 모집 22.06.13 8 1 13쪽
13 #13. 메모러블 코퍼레이션 22.06.12 8 1 12쪽
12 #12. 일시적 결별 선언 22.06.12 11 1 12쪽
11 #11. 계약을 위한 세 가지 조건 +1 22.06.10 10 1 11쪽
10 #10. 큰 그림을 그리는 사람. 22.06.09 12 2 14쪽
9 #9. 삶을 포기하려 하는 자들 22.06.09 15 2 11쪽
8 #8. 일기장과 고민 22.06.08 11 2 12쪽
7 #7. 재방문 22.06.07 12 2 12쪽
6 #6. 만들어져 있던 각본 22.06.06 12 2 12쪽
5 #5. 만들어져 있던 내막 22.06.06 12 3 14쪽
4 #4. 바깥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1 22.06.04 17 6 13쪽
3 #3. 간이 회담 22.06.04 17 7 12쪽
» #2. 근본적인 문제 +1 22.06.03 33 11 11쪽
1 #1. 외부로부터의 대화 +2 22.06.03 61 1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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