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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점일미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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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점일미리
작품등록일 :
2022.05.15 21:22
최근연재일 :
2022.06.19 19:20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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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글자수 :
169,397

작성
22.06.14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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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0. 두 연합장의 대화.

DUMMY

“레이트 연합장, 자네도 들어서 이미 알겠지만, 이 APU라는 연합 자체가 어떻게 보면 메모러블 코퍼레이션 하나에만 너무 집중된 곳이라고 봐도 무방한 정도로 독점하고 있어. 아직은 큰 문제 일어나지 않고 운영되고 있긴 하지만, 나는 계속 이대로 그들에게 독점하게 둬선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어. 뭔가 그들이 혹시나, 정말 만에 하나의 경우라도 악의적으로 이 연합을 집어삼키려는 계획이 있다면 그 전에 다른 기업을 성장시켜서 견제해야 한다고 판단해서 메모러블 코퍼레이션을 배제하고 그들과 최대한 관련이 없는 기업을 선정하게 된 거지. 연관된 업체가 선정되게 된다면 그들이 갑의 위치에서 들어올지도 모르니 말이야.”


그의 대답에는 하수월 연합장 본인의 추측과 사실을 어느 정도 섞어서 말하긴 했지만, 메모러블 코퍼레이션과 있었던 밀회의 내용은 그에게 얘기하지 않았다. 그 내용은 자신이 정리하고, APU 내에서의 입지를 강화해야 하는 상황에서 AEU에게 얘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곧 APU가 메모러블에게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다거나 밀린다는 것을 AEU에게 공식화하는 것이나 다름없었으니까. 차마 그 말만큼은 꺼낼 수가 없었다.


“정말 그 이유가 맞겠지?”


“당연하지. 내가 뭘 숨기려고 하겠어.”


다시 한번 더 그의 마음을 떠보는 레이트 연합장이었지만, 역시나 하수월 연합장은 쉽게 넘어갈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 말을 끝으로 침묵으로 일관하는 그에게 레이트 연합장이 말했다.


“그래. 언제나 얘기해야 할 것이 있다면 대면으로든, 비대면으로든 꼭 최대한 빨리 연락을 줬으면 좋겠어. 자네는 내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고 있으리라 생각해.”


심증은 있는 그였지만, 확실한 물증이 없었던 그가 할 수 있는 말 중에서는 최선이었다.


“걱정해줘서 고맙네, 레이트 연합장. 꼭 힘든 일이 있거나 함께 헤쳐 나아가야 할 일이 있다면 얘기를 할 수 있도록 하지.”


그 말을 끝으로 잠시 정적만이 흐르고 있었고, 서로의 찻잔만 비워져 갈 뿐이었다. 대화의 흐름을 다시 만들어 낸 건, 이번에는 반대로 하수월 연합장이었다.


“이번에는 내가 좀 물어봐도 괜찮을까.”


“물론이지. 국가 보안 기밀에만 어긋나지 않는다면 말이야.”


방금 대화로 긴장한 기색이 역력해진 하수월 연합장의 기분을 좀 풀어주기 위해 부드럽게 웃으면서 농담 삼아 대답했지만, 그는 이번 대화에서 분위기를 전혀 풀 생각이 없어 보였다.


곧바로 어색해진 분위기 사이에, 하수월 연합장의 질문이 시작되었다.


“단도직입적으로, 자네는 어떻게 팀을 구성하고 있는 건지 물어보고 싶네. 아까 전 기억 의사와의 대화에서 나왔던 얘기가 없었던 것 같아서 말이지.”


“어떻게 팀을 구성 하는가... 우리 연합은 지금 자네가 하는 방법이랑은 확실히 다르긴 하지. 큰 기업부터 시작해서 작은 기업들까지 선별해서 조건에 충족하는 기업을 뽑아서 같이 협업을 하는 거니까. 덕분에 선별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오래 소요되었지만.”


가장 정통적인 방법을 쓰고 있는 건가, 라고 하수월 연합장은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장 레이트 연합장 다운 방식을 쓰는 것 같았다. 그는 항상 기초적이고, 올곧은 길로만 가려 하는 사람이었다는 걸 그 역시 알고 있었으니까.


“그렇군... 역시 자네는 늘 한결같은 면이 있어.”


“여태까지 연합장을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늘 이렇게 해왔으니, 나로선 이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이 들더라고, 물론 실패할 수도 있지만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하면 그래도 고통은 덜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말이지.”


“괜찮은 생각이야. 공감하기도 하고. 그럼, 자네가 객관적으로 봤을 때 이 상황을 기억 의사가 만족할 정도로 개선 시키는 확률과, 우리가 기억 편집 기술에 대한 연구를 완벽하게 만드는 확률이 두 개를 복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성공 확률이 얼마나 된다고 보고 있나?”


그러자 레이트 연합장은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툭툭 치면서 고민하더니 이내 그의 두 번째 질문에 대답했다.


“특정할 수는 없지만, 극히 낮은 확률임에는 분명하지. 기술 양산화는 오히려 쉬운 일일지도 몰라. 그건 이때까지 성공했던 기반을 기억 의사가 모두 가지고 있을 테니까. 그 데이터만을 이용하더라도 순식간에 완성도를 높이거나 진도를 빠르게 만들 수가 있겠지. 하지만 오히려 문제는...”


그가 무슨 말을 할지는, 하수월 연합장 역시 알고 있었다.


“역시, 연합원의 행복을 다시 찾아주는 게 오히려 큰 난제겠지.”


“그래. 여태까지 우리 연합도, 그리고 자네 연합도 마찬가지로 그 어떤 곳에서도 긴 기간 동안 긍정적인 지표를 만들어 낸 적이 없어. 사실상 그 어떠한 예제도 없다는 거야. 그런 상황에서 우리는 새로운 답안을 찾아내야 할 거고,”


그렇게 말하니 확실하게 체감이 되었다. 당장 자신 앞에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려 했었던 하수월 이었기에, 아까 전의 대화에서 있었던 기억 의사와의 대화에서도 그랬고, 자신이 너무 가까이만 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게 가장 급한 건 연합의 미래보다는, 기억 편집 기술의 양산화였으니까.


“새로운 답안이라, 이런 어려운 과제를 두고 가까이만 보고 있던 내가 조금 실망스럽군.”


“실망스러워할 필요 없어, 뭐든지 상황을 확인하고, 그걸 고치려 하는 순간부터가 시작이니까. 지금이라도 더욱 세부적으로 어떻게 할지 노력을 하면 되지 않겠나.”


“노력이라... 그래. 노력이 분명 필요하겠지.”


그렇게 대화하는 사이에, 그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의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 행동이 노력일지, 아니면 회피일지는 알 수 없지만, 표면적으로는 확실하게 긍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는 한 가지의 방법이.


‘아냐, 그래도 지금까지 해 왔던게 있는데, 지금 와서 그렇게 할 수는 없어.’


잠깐 고민을 하는 하수월 연합장이었지만, 이내 단순한 오판이라고 생각하고서 잠깐 들어왔던 그 생각을 멈추었다.


“머리가 꽤 아픈가 보군. 괜찮나?”


“아, 잠시 순간적으로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라서 그랬어. 괜찮아. 일단, 오늘 얘기는 여기까지인 걸로 하고 끝내자. 연합 안에서 해야 할 일들을 찾아야 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시간이 많지 않으니까.”


“그래. 내가 너무 오랫동안 잡아놨나 보군. 짧게 얘기한다는 게 시간이 좀 길어졌네.”


양 측의 연합장은 다 마시지 못한 잔 안의 음료들을 치우고서 카페 밖으로 나섰고, 그 이후론 별말 없이 각자의 차에 시동을 걸어 연합으로 돌아갔다.




APU 연합 중앙본부로 다시 복귀한 하수월 연합장은 자신의 집무실에 있는 컴퓨터를 켜고서 뉴스를 찾아서 기사를 하나씩 읽어보기 시작했다. 원래의 그라면 보통 넬 비서장을 통해서 굵직한 뉴스를 확인하였지만, 오늘만큼은 뭔가 어떠한 사람의 필터를 거치지 않고서 보이는 세상을 확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그가 올려놓고 간 주요보도기사 목록을 그대로 놔두고 자신이 직접 찾고 있었다.


그러자 생각보다 자신이 알고 있는 사회의 현재 모습은 정말 그중에서도 순화되어서 만들어진 표면만을 보고 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넬 비서장이 정리한 주요보도기사들은 메이저 언론사에서 나온 내용만을 조합한 것이었기에 통계자료와 격식을 갖춘 언어로 만들어진 내용이 대부분이었던 반면, 그런 주요 언론사를 제외한 다른 중소형 언론사나, 개인이 운영하는 커뮤니티에서는 훨씬 강력한 어조의 반발심과 연합 정부에 대한 비난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런 상황을, 점진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그의 머릿속에는 확신이 서지 않았다. 아니, 정확하게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게 맞았다. 이미 꼬여버릴 대로 꼬여버린 연합에서는, 부익부 빈익빈의 현상이 당연하다는 듯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고, 그들 간의 격차와 갈등은 날이 가면 갈수록 심해지고 있기 마련이었다. 사실상 하수월 연합장을 포함한 대부분의 연합 정부 인원과 연합을 이끌어나가는 핵심층은 기득권의 세력에 있다고 봐도 무방했고, 이미 주변에는 자신과 뜻을 같이하려 하는 사람은 거의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노아 코퍼레이션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라고 그는 생각했다. 결론은 하수월 연합장도, 그들도 목표는 기억 편집 기술의 상용화를 두고 있지만, 하수월 연합장은 그것으로 세상을 바꿀 방법을 마련하는 것이고, 노아 코퍼레이션은 자신들의 입지를 다질 기회라고 판단하고 이 사업에 뛰어들었을 것이다. 한마디로 동상이몽과도 같은 상황이다.


그렇기에 그는 극단적인 방법도 방금 떠올렸었다. 어차피 같은 뜻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구할 수 없다면, 다른 뜻으로 참여하는 집단 중에서 가장 강력한 곳과 함께해 자신이 받을 수 있는 최대한의 수혜를 메모러블 코퍼레이션에게서 받자는 생각을 말이다.


‘그런 판단을 내려야 한다면, 사실상 악마에게 영혼을 파는 방법이 오히려 더 나을 수도 있겠지. 컨트롤을 할 수 있는 곳을 휘하에 두는 것보다는, 영향력이 클 터니 말이야.’


그때, 자신의 집무실에 누군가 노크를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인지 묻는 하수월 연합장의 질문에 바깥에 있는 사람이 대답했다.


“연합장님, 오래간만입니다. 잘 지내셨습니까? 메모러블 코퍼레이션입니다.”


‘근 며칠 동안 연락이 없어서 드디어 포기했겠거니 싶었는데, 이런 상황을 노리고서 들어 온 건가?’


이전에도 메모러블 코퍼레이션에게서 느꼈던 느낌이지만, 그들은 항상 하수월 연합장 자신이 심각하게 고민을 하고 있을 타이밍을 알고 있다는 듯이 들어오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누군가를 그의 인근에 심어놓은 듯한, 그런 기분이었다.


“일단 들어오셔서 얘기하시죠. 들어오세요.”


그러자 문을 열고서 들어온 인물은 당연하게도 서연평 실장이었고, 문 앞에서 고개를 꾸벅 숙이면서 인사를 하고는 연합장에게 말했다.


“갑작스럽게 방문 드려서 죄송합니다. 상황이 어떻게 진행되어 가는 건지 너무 궁금해서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죄송하다는 말과는 다르게 당당한 그의 행동이 한 편으로는 어이가 없음에도 서연평 연합장이 연락도 하지 않고 오는 것에 대해 아무도 연합장에게 얘기하지 않았다는 게 연합의 균형추가 무너져 있다는 생각이 들어 서연평 실장 앞에서 한숨이 저절로 나오려고 할 정도였다.


“아무리 APU의 최대 기업의 간부라고 할지라도, 사전에 연락 하나 없이 찾아온다는 게 상식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서연평 실장.”


“그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의 말씀을 먼저 드리겠습니다. 이후에 들어오는 문책은 달게 받을 테니, 본론으로 먼저 들어가서 얘기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또 시작이다. 서연평 실장, 그는 분명 내가 무슨 상황인지 이미 알고, 항상 머릿속에서 하는 갈등이 최고조일 때, 그 타이밍을 정확하게 맞춰서 들어온다. 여러 번 건드려서 사람을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비틀거리는 사람한테 훅을 한번 맞추는 것 마냥, 한 번 한 번의 만남이 뼈를 때리는 느낌을 준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여기에서 먼저 접고 들어가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하수월 연합장은, 그가 원하는 대로 쉽게 응수하지 않았다.


“본론? 어떤 본론을 얘기 하는 거지?”


“아마 연합장님이 더 잘 아실 것 같은데, 연합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대해 말입니다.”




피드백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작가의말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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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0. 애초에 될 수 없었던 조건. +1 22.06.19 10 1 13쪽
29 #29. 호랑이 굴에 들어가다. 22.06.17 7 1 12쪽
28 #28. 풍전등화 22.06.17 6 1 12쪽
27 #27. 각 측의 대응 22.06.16 8 1 14쪽
26 #26. 계획 실행. 22.06.16 10 1 13쪽
25 #25. 크나 큰 결점 하나. 22.06.15 9 1 12쪽
24 #24. 주요 기업과의 담화 +1 22.06.15 12 1 11쪽
23 #23. 선택지는 하나. 22.06.15 10 1 12쪽
22 #22. 익명의 정보원 22.06.15 9 1 15쪽
21 #21. 마음에 걸리는 것 22.06.14 8 1 12쪽
» #20. 두 연합장의 대화. 22.06.14 8 1 12쪽
19 #19. 다시 진행된 회의 22.06.14 6 1 13쪽
18 #18. 예월하의 조력자 22.06.13 7 1 11쪽
17 #17. 그들에게 필요한 기업 22.06.13 7 1 14쪽
16 #16. 노아 코퍼레이션 22.06.13 8 1 12쪽
15 #15. 정반대의 두 연합. 22.06.13 7 1 13쪽
14 #14. 본격적인 협력 업체 모집 22.06.13 8 1 13쪽
13 #13. 메모러블 코퍼레이션 22.06.12 8 1 12쪽
12 #12. 일시적 결별 선언 22.06.12 11 1 12쪽
11 #11. 계약을 위한 세 가지 조건 +1 22.06.10 10 1 11쪽
10 #10. 큰 그림을 그리는 사람. 22.06.09 12 2 14쪽
9 #9. 삶을 포기하려 하는 자들 22.06.09 15 2 11쪽
8 #8. 일기장과 고민 22.06.08 11 2 12쪽
7 #7. 재방문 22.06.07 12 2 12쪽
6 #6. 만들어져 있던 각본 22.06.06 12 2 12쪽
5 #5. 만들어져 있던 내막 22.06.06 12 3 14쪽
4 #4. 바깥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1 22.06.04 17 6 13쪽
3 #3. 간이 회담 22.06.04 17 7 12쪽
2 #2. 근본적인 문제 +1 22.06.03 34 11 11쪽
1 #1. 외부로부터의 대화 +2 22.06.03 61 1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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