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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8179_9871js 님의 서재입니다.

십만대적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무협

참고등어
작품등록일 :
2023.05.10 16:31
최근연재일 :
2023.05.22 21:46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524
추천수 :
17
글자수 :
76,500

작성
23.05.21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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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멸망한 세계

DUMMY

리볼버에 어깨를 한방 맞은 덕분에 놈은 한결 신중해졌다. 맹수가 가장 무서울 때는 공격을 당해도 그걸 무시하면서 달려들 때인데 괴물들은 이성을 가지고 있어서 권총을 경계하고 있었다.


하지만 괴물의 신중함은 오히려 남자에게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었다. 호흡이 안정되니 총구의 떨림도 거의 사라졌다.


그걸 모르는 괴물은 몸의 털을 세우고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남자는 충고대로 괴물이 20미터 안으로 들어올 때까지 기다렸고 놈이 사정거리에 들어오자 정확하게 머리를 향해 총을 발사했다.


탕 탕 탕


세 발 모두 명중했다. 사격 솜씨가 의외로 나쁘지 않을 것을 보면 좀 전의 실수는 괴물의 기습에 놀라 당황해서 나온 행동인 것 같았다.


괴물은 머리에 총알이 두발이나 박히자 놀랬는지 급히 몸을 돌려 건물 잔해가 쌓여있는 곳으로 숨었다.


그 틈에 남자는 아이들을 데리고 내가 숨어 있는 아파트로 달려왔다. 난 그들을 제지하지 않았다. 여기가 내 것도 아니고 주변 100미터 내에서 이 건물이 그나마 멀쩡해서 몸을 숨기기엔 여기만 한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난 남자와 아이들에게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괴물 놈의 동태만 살폈다. 저놈이 도망가지 않고 숨어서 이곳은 쳐다보고 있는 모습이 자꾸만 내 신경을 건드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참을 노려보던 괴물 놈이 드디어 돌아가기 시작했다. 순순히 물러나는 게 조금은 의아했지만 어쨌든 위험이 스스로 물러나니 다행이었다.


나는 놈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고 있다 다시 침대로 돌아왔다. 눈을 감고 누워있는데 누군가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오는 게 느껴졌다.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그들이 누군지 알 것 같았다. 내가 다시 일어나 침대에 걸 터 앉자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문밖에서 들려왔다.


"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


" 들어와 "


이렇게 된 이상 나 역시 그들을 만나보고 싶어 방문을 수락했다. 잠시 후 문이 열리며 덥수룩한 수염의 중년 남자가 방으로 들어왔다.


그의 뒤에는 10대 후반의 소녀와 8살 여자아이가 바짝 붙어있었다. 나는 그들의 표정까지 볼 수 있었지만 그들은 방이 너무 어두워 내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다행이라면 다행인가?


" 용케 찾아왔군 "


" 아까 도움받을 때 대충 위치는 확인해 뒀었습니다.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감사 인사를 하고 싶어서 왔습니다. 절대 다른 뜻은 없습니다. "


" 그까짓 게 뭔 대수라고. "


" 아닙니다. 만약 다른 자들 같았다면 제가 죽든 말든 신경 쓰지 않았을 겁니다. 오히려 제가 죽길 기다렸다 가진 물건을 노렸을 겁니다. "


" 그런 건가.. 세상이 빌어먹게 변해 버렸군 "


" 너무 어두워서 그러는데 혹시 촛불을 켜도 되겠습니까? "


난 잠시 머뭇거리다 말했다.


" 내 몰골이 정상이 아닌데.. 놀라지 않을 자신있다면 난 상관없어. "


내 말에 중년 남자가 멈칫하더니 메고 있는 가방을 열어 뭔가를 꺼내기 시작했다. 그것은 기다란 양초 하나와 성냥이었다.


화륵


양초에 불을 붙이자 방은 금세 환해졌다. 하지만 내 얼굴이 드러나자 남자가 헛바람을 토해냈고 소녀의 입에서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 헙 "


" 아악 "

오직 8살 꼬마 아이만이 동요 없이 날 보고 있었다.


" 내 몰골이 정상이 아니라고 말했잖아 "


" 죄..죄송합니다.. 너무 놀래서..그만..촛불은 ..불편하시면 끄겠읍..니다 "


남자가 당황해 다시 촛불을 끄려 하자 이번엔 내가 말렸다.


" 괜찮아. 밝으니 좋아..그리고 나 괴물 아니니 그렇게 놀랄 필요 없어 "


" 그건.. 이미 알고 있습니다. 당신이 변형자였다면 이런 대화조차 할 수 없었을 테니까요..그런데 어쩌다..그런..모습을..."


" 나도 잘 모르겠어 정신을 잃기 전에는 분명 병원이었는데 깨어나 보니 이런 몰골이었고 세상도 망해버렸더라고..그래서 말인데 세상이 왜 이렇게 돼 버렸는지 혹시 알려줄 수 있나.. "


" 세상이 망해버린 지 6년이 다 되어 가는데 이제야 깨어났단 말입니까? "


남자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다시 되물었다.


" 그런 건가.. 벌써 6년이나 흘러버린 건가.. 내 말을 사실이야 난 어제 깨어났어 눈 떠보니 제일 종합병원이더군 . "


" 맙소사.. 거긴 세종병원과 함께 가장 먼저 변형체들이 나타난 곳인데..어떻게 "


" 변형체. "


" 예. 세종병원과 제일 종합병원에서 변형체란 것들이 처음으로 나타나고 한 달 후 온 세상에 그런 것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


생소한 단어지만 굳이 설명을 듣지 않아도 뭘 말하는 건지 알 것 같았다.


" 발생 초반에는 조금 진압이 되는 것 같았는데 점점 강한 놈들이 나타나고 놈들에게 총알과 화기들이 통하지 않게 되면서 세상은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


" 무기가 통하지 않았다면 막아 내기 힘들었겠지 "


" 그때만 생각하면 지옥이 따로 없었습니다. 시체가 널려있지 않은 도로가 없었으니까요. 다행히 지금은 각자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고 변형체들과 대적할 수 있는 방법도 알아내 근근이 버티고는 있지만 정부가 무너지는 바람에 오히려 무법자들이 판을 치는 세상이 되어버렸습니다. "


대충 예상은 갔다. 인간의 본성은 통제되지 않았을 때 드러나는 법. 약육강식이란 법칙에 가장 잘 어울리는 동물은 사자나 호랑이가 아닌 인간일지 모른다.


세상이 존재하는 한 강자는 약자를 짓밟을 것이다. 그 도구는 시대에 따라 다르겠지만 말이다.


" 이제 지구에 현대 문명은 없습니다. 단 5년 만에 중세 시대로 돌아가 버렸습니다. "


" 도시에 사람들이 전혀 없던데 살아남은 사람들은 어디에 머물고 있지? "


" 대부분의 사람들은 더 이상 도시에 살지 않습니다. 아스팔트가 땅을 덮고 있어서 농사를 지을 수 없자 그들은 식량을 구하기 위해 산으로 바다로 향했고 지금은 각자 그곳에서 터를 잡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


" 각자 살아간다는 말은 독립적으로 지낸다는 말이로군. "


" 맞습니다. 대부분의 마을들은 고립되어 각자 살아가고 있는데 그 방식이 전부 천차만별이란 소리를 저도 듣기만 했습니다. "


왠지 그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 같았다.


" 물론 마을에 소속되지 않은 자들도 있겠지? 당신처럼? "


" 예 저희같이 떠도는 사람들을 부랑자라 부르는데 대부분 마을에서 스스로 나왔거나 아님 쫓겨난 자들이죠 .. 아 참 무법자들은 여전히 도시에서 지냅니다... 그놈들은 여자와 식량을 위해서는 살인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


" 그렇게 잘 아는 당신이 저 아이들을 데리고 도시를 서성이는 이유는 뭐지? "


" 그건.."


그냥 궁금해서 한 말에 남자가 당황하며 아이들의 눈치를 봤다. 갑자기 왜 그럴까? 나는 이유가 궁금해 가만히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남자는 조금 머뭇거리다 다시 말을 이어갔다.


" 하아.. 사실은 도망치고 있는 중입니다. "


" 무엇으로부터? "


" 며칠 전까지 저와 아이들은 레드문의 보호를 받고 있었는데 그곳의 대장이 제 아이들을 팔아서 물건을 거래하려고 한다는 걸 알고 몰래 도망쳐 나왔습니다. "


" 레드문은 무법자들이 모여있는 곳이겠지? "


" ...예.. 하지만 전 그곳의 전투원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젊었을 적에 목수 일을 오래 해서 그들에게 몸을 의탁하는 대신 제 기술로 그들의 편의를 봐주고 있었을 뿐입니다. "


남자가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말하면서 오른손을 슬그머니 허리춤으로 가져가는 게 보였다. 나는 그런 그에게 살기를 쏘아 보내며 말했다.


예전 같았으면 본능을 조금 자극할 정도밖에 되지 않았을 텐데 지금은 내 살기에 노출된 남자가 식은땀을 흘리며 입술까지 떨기 시작했다.


" 글쎄 총 쏘는 폼이 예사롭지 않아 보이던데. "


아무래도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살기까지 강해져 버린 것 같았다.


" 정..정말입니다. "


남자가 공포에 빠져들수록 그의 몸에서 달콤한 냄새가 흘러 나와 내 코를 자극했다.


이 냄새 예전에도 몇 번 맞아본 적이 있는 냄새였다. 그때는 원인과 출처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는데 지금 보니 두려워하는 마음이 커질수록 냄새가 짙어지고 있었다.


혹시 몰라 나는 남자에게 진심을 담아 살기를 보내 보았다. 역시나 남자의 입술이 파래지면서 달콤한 냄새가 더 짙어졌다. 그새 오줌까지 지려 버렸는지 지린내가 풍겨오자 나는 살기를 거둬들였다.


" 커억.. 하아 하아 "


내 살기에서 풀려 난 남자가 겨우 가픈 숨을 토해냈지만 여전히 날 두려운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 하다 하다 이젠 두려움까지 냄새로 맡을 수 있게 돼 버린 건가? '


언젠가 TV에서 개가 후각으로 두려움을 맡을 수 있다는 말은 듣긴 했지만 내가 개도 아닌데 이런 능력은 별로 달갑지 않았다. 이러다 정말 사람이 아닌 뭔가로 변해버릴 것 같아 불안감만 커질 뿐이었다.


꼬르르륵


달콤한 냄새를 맡아서인지 갑자기 참을 수 없는 허기가 몰려온다.


" 혹시.. 먹을 것 좀 가지고 있나? "


" 있..있습니다. "


남자가 배낭에서 허겁지겁 감자와 고구마가 들어있는 봉투를 꺼냈다. 봉투를 여는 순간 쉰 냄새가 진동을 했지만 하얗게 변해버린 초코파이보다는 훨씬 맛있는 냄새가 풍겨왔다.


" 혹시 다 먹어도 되나? 너무 배가 고파서 말이야. "


" 다 드십시오. 여분이 남아있습니다. "


" 고마워. "


내가 음식을 먹기 시작하자 아이들의 입에서 침 넘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남자가 아이들에게 감자를 하나씩 건네자 아이들은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괜히 남의 귀한 식량을 뺏어 먹는 거 같아 마음이 편치는 않았지만 지금은 내 체력을 회복하는 일이 급해 난 한 봉다리나 되는 감자와 고구마를 몽땅 혼자서 먹어 치웠다.


배가 부르자 여지없이 졸음이 몰려온다. 졸음을 느끼는 건 나만은 아니었다. 아이들도 피곤했는지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 일단 다른 방에 가서 좀 쉬지. "


" 알겠습니다. "


남자도 지쳤는지 순순히 내 뜻에 따라 아이들과 다른 방으로 건너갔다. 나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문을 걸어 잠그고 잠에 빠져 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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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멸망한 세계 23.05.20 13 0 12쪽
12 4층 클리어. 23.05.18 18 0 11쪽
11 두번째 추방자 23.05.18 26 0 11쪽
10 그녀가 많이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23.05.16 29 0 11쪽
9 그녀는 내 눈만 바라보았다. 23.05.14 27 0 12쪽
8 좀비 23.05.13 36 2 11쪽
7 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 23.05.12 36 2 11쪽
6 꽃을 든 그녀가 내게로 걸어왔다. +2 23.05.11 36 2 11쪽
5 꽃을 든 그녀가 내게로 걸어왔다. 23.05.11 42 2 12쪽
4 대결 23.05.10 37 2 13쪽
3 서윤희 23.05.10 42 1 10쪽
2 일기장 23.05.10 52 3 11쪽
1 일기장 +2 23.05.10 106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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