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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8179_9871js 님의 서재입니다.

십만대적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무협

참고등어
작품등록일 :
2023.05.10 16:31
최근연재일 :
2023.05.22 21:46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520
추천수 :
17
글자수 :
76,500

작성
23.05.11 00:23
조회
41
추천
2
글자
12쪽

꽃을 든 그녀가 내게로 걸어왔다.

DUMMY

와작


통각을 자극하는 아픔과 비릿한 피 냄새가 퍼져나왔다. 덕분에 두려움에 잠식되던 정신이 다시 의식 수면 위로 올라왔다.


' 정신 차려 무진아! 두려움에 사로잡히는 순간 모든 게 끝이다. '


필사적으로 꺼져가는 전의를 일깨운 나는 선공을 포기하고 가빠 오는 숨을 고르며 뒤로 물러났다. 무작정 공격만이 답은 아니다. 공격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면 반격을 노리는 수밖에 없었다.


" 고작 그 정도인가? 더 이상 볼 것도 없겠구나 "


내 실력에 실망한 남자가 큰 걸음으로 성큼 다가왔다. 그러면서 들고 있던 검을 횡으로 휘둘렀다.


초식도 없는 평범한 베기. 하지만 눈으로 좇을수도 없는 빠르기에 놀란 나는 본능적으로 검을 바로 세워 남자의 공격을 막아갔다.


쩌정


" 크윽 "


엄청난 파괴력에 순간 검을 놓칠 뻔했다. 간신이 검을 놓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결국 오른 손바닥이 찢어지고 말았다. 나는 황급히 검을 왼손으로 고쳐 들고 이어질 남자의 공격에 대비했다.


쩌엉


" 으윽 "


쩌엉


" 챗 쓰레기 같은 놈에게 시간만 낭비했구나. 이런 형편없는 실력인 줄 알았다면 너 같은 놈을 굳이 시간 내 찾아오지 않았을 것이다 "


쩌엉


초식도 없는 그냥 단순한 휘두르기에 몸이 이리저리 휘청거렸다. 비참했다.


" 빌어먹을 "


남자의 평가가 비참한 게 아니라 이런 실력으로 무술 좀 한다고 은근히 어깨에 힘을 주고 다녔던 지난날의 내 모습이 떠올라 비참했다.


' 무진아 넌 이 정도 실력으로 건방지게 시험 등수를 양보하며 거들먹거리면서 지냈구나. '


과거의 행동들이 부끄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 이만 끝내겠다. 잘 가라. 이건 선물이다. "


남자가 처음으로 자세를 바로잡고 검을 수직으로 휘둘렀다. 그 순간. 나는 환상처럼 나비 한 마리가 허공을 유영하며 나에게 날아오는 모습을 보았다.


죽음의 기운을 담고 있는 백색의 나비. 검으로 나비를 만들어내는 남자의 경지에 난 입을 다물지 못했다.


' 아름답다. 이런 게 가능한 거였구나.. '


나비가 허공을 날아다니는 모습에 완전히 정신을 빼앗겨 버린 나는 나비에 집중할수록 시야가 한곳으로 모이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시야는 좁아지는데 의식은 오히려 또렷해진다.


의식이 또렷해질수록 나비의 움직임이 느려지며 나도 세상도 고요해져갔다. 문득 나비 옆으로 빗방울도 하나 보였다. 비가 언제부터 내리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 빗방울이 떨어질 때 저렇게 생겼구나.. 아. 혹시 이게 말로만 듣던 주마등인가? '


나는 신비로운 경험에 정신이 팔려있다 문득 이대로 있다가는 정말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나비가 날아오는 궤적에서 목을 비틀기 시작했다.


' 움직이고 있긴 있는 건가? 안돼 이건 너무 느려. 너무 느려다고.. '


몸이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다. 온 힘을 다해 비틀고 있는대도 움직여지는 속도는 굼벵이 보다 수십 배는 느려 가슴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 저 나비는 저렇게 빠른데 넌 왜 이 모양이냐. 더 힘을 내 죽기 싫잖아 그럼 그것을 이겨낼 의지 정도는 있어야 할거 아니야!! '


내 속도에 비하면 날아오고 있는 나비가 번개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다. 이대로 죽기 싫으니까. 살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으로 나는 움직여지지 않는 목을 힘껏 비틀었고 어느 순간 뚜둑 하는 소리를 들었다.


' 어! 움직였다. '


정말이었다. 아주 조금이지만 방금 움직인 속도는 나비가 다가오는 속도와 비슷했다. 그 즉시 나는 목을 뜯어버릴 심정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 비틀었고 다시 소리를 들었다.


뚜두두둑


' 됐다! '


비록 한 뼘 정도밖에 움직이지 못했지만 이정도만 해도 머리가 반으로 쪼개져 즉사하는 상황은 피할 수 있었다. 나비의 공격권에서 몸을 완전히 빼내면 좋겠지만 시간이 없었다.


이 주마등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 그런 한심한 짓거리를 하고 있을수는 없다. 나는 부상을 감수하고 서라도 반격을 준비해야 했다.


생각을 마친 나는 즉시 왼손에 들고 있는 검의 끝을 틀기 시작했다. 어렵지 않은 일이다. 각도를 살짝만 틀어서 검과 남자의 심장을 일직선상으로 만들면 된다.


' 그러고 나서 검을 힘껏 밀고 있으면 돼 '


검 끝을 돌리는 건 목을 비트는 일보다 훨씬 수월했다. 손잡이를 살짝만 틀어도 검 끝의 각도가 확 벌어졌기 때문이다.


' 성공이다! '


혼신의 힘으로 검 끝을 비트는데 성공하는 순간 주마등이 끝이 났다.


푸학


" 크으으윽 "


그 순간 나는 왼쪽 가슴에서부터 오른쪽 복부까지 불에 데인 느낌을 받았다.


살면서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엄청난 통증이 몰려왔지만 그 찰나의 순간에 강한 무의식이 발동해 왼손을 앞으로 내 뻗는데 성공했다.


푸욱


" 컥 "


동시에 터져 나오는 두 마디의 비명 소리. 하지만 드러난 결과는 완전히 달랐다. 남자의 검은 내 머리를 쪼개지 못했지만 내 검은 남자의 심장을 정확히 꿰뚫어 버렸기 때문이다.


" 이런.. 말도 .. 안되는..."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심장을 내려다 보다 다시 날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 비장의 한수를 숨기고 있었더냐? 큭큭큭 완전히 당해 버렸구나... 하지만 ..안도하지마라 ..나같은 자들이.. 계속.. 찾아올 것이다.. 부디.. 쉽게 죽진.. 말아...줘.."


그는 그렇게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죽어버린 것이다.


' 내가 사람을 죽였다. '


싸울 때는 몰랐지만 결과가 드러나자 비로소 손이 덜덜 떨려왔다. 가슴에서부터 복부까지 갈라진 상처의 아픔보다. 살았다는 안도감보다도 사람을 죽였다는 두려움과 죄책감이 먼저 찾아왔다.


이후 나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생각하지 않았는데도 저절로 머릿속에 그려지기 시작했다.


' 감옥에.... 가는 건가.....'


사람을 칼로 죽였으니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불과 한 달 전에 강간범을 잡아 뉴스에 나왔는데 이제는 사람을 죽여버렸으니 기자들이 벌떼처럼 몰려들게 뻔했다.


" 빌어먹을..."


그래도 신고는 해야 했다. 정당방위였고 초범이니 유능한 변호사를 구하면 몇 년만 살다 나올 수 있을지도 몰랐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112를 누르는데 자꾸만 다른 번호가 눌려졌다.


" 진정하자...무진아..."


심호흡으로 조금 마음을 가라앉히고 막 버튼을 누르려는데 눈앞에서 불가사의한 일이 일어났다.


화륵


검에 심장을 관통당한 남자의 몸에서 갑자기 원인 모를 발화가 일어나더니 순식간에 맹렬히 타오르는 게 아닌가?


불길은 삽시간에 타올랐는데도 바로 앞에 있는 나에게는 조금의 열감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불길은 남자의 몸을 거침없이 태우기 시작했고. 1분도 되지 않은 짧은 시간에 남자는 형체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그가 쓰러져 있던 자리에는 시신을 태운 재는 고사하고 먼지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아니 하나 남아있는 게 있었다. 녹색 불꽃 하나가 허공에 떠 있었다. 모두가 상상하는 그 불꽃 말이다. 너무나 비현실적인 상황에 멍하니 불꽃을 바라보고 있던 나는 갑자기 촛불이 나에게로 날아오자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 어? "


깜짝 놀라 피해보려고 했지만 촛불은 순식간에 날아와 내 미간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 순간 난 머릿속에서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녹색 불길이 화르륵 일어나며 내 내면의 세상을 모로리 태워버리는걸 목격했다. 녹색의 불길은 환영처럼 내 두 눈을 가득 채웠고 온몸으로 퍼져 나갔다.


" 으아아악 "


그리고 난 몸이 불타는 고통을 받았다. 화형이라도 당하고 있는 것처럼 엄청난 열기가 온몸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 크아아아악 "


끔찍한 고통이다. 이건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고통이 아니었다. 난 필사적으로 몸을 움크린 상태로 고통을 견뎌내 보려고 했지만 결국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서서히 정신을 잃어갔다.


[ 추방한다. ]


그 순간 환청처럼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러오는듯 했지만 망각은 삽시간에 모든 생각을 삼켜버렸다.


****


" 으헉 "


지독한 악몽을 꾼 나는 튕기듯 침대에서 일어났다.


" 크윽 "


그 순간 가슴에서 예상치 못한 엄청난 통증이 찾아와 난 그대로 굳어 버렸고 숨도 쉬지 못하고 입만 벌리고 있었다. 그렇게 통증이 가라 앉길 기다린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고. 어렵지 않게 여기가 병원이란 걸 알아차렸다.


" 아. "


그제야 기억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가슴을 칭칭 싸매고 있는 붕대가 전날 일어난 일이 꿈이 아니란 걸 말해주고 있었다.


나는 무심결에 찢어져있는 손바닥을 내려다보며 첫 살인의 기억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경찰이 보이지 않는다. 시체가 사라져서 사건으로 진행되지 않은 건가? 내가 원인을 생각하고 있을 때 누군가 꽃을 들고 병실에 들어오는 게 보였다.


그런데..


" 어? "


꿈에서도 생각지 못한 얼굴이 보였다. 얼마나 놀랐는지 순간 가슴의 통증까지 잊어버릴 정도로 나는 멍하니 윤희의 얼굴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 깨어나셨네요 선배? "


" 어떻게 알고 온거야? "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가. 꽃을 든 그녀가 날 향해 싱그럽게 웃고 있다. 난 순간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가지 않아 이불 속에 숨겨 놓은 손으로 허벅지를 있는 힘껏 꼬집어 보았다.


' 윽 존나 아프다 '


현실이다. 순간 다시 혼란이 찾아온다.


' 설마 날 병원으로 옮긴 사람이 윤희였던 건가? '


" 힘들게 고민할 거 없어요. 어제 술집 뒤편 골목에 쓰러져 계시던 걸 제가 발견하고 119를 불러서 이리로 데려왔어요 "


역시 내 예상이 맞았나 보다.


" 아. 그랬구나. 고마워. 본의 아니게 신세를 져버렸네. 그런데 혹시 그곳에 나 말고 다른 사람은 없었어? "


" 아무도 없었어요. "


윤희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시체는 내 눈앞에서 사라져 버렸으니까 말이다.


" 기절한 학생들도 없었고? "


" 네 "


내가 기절해 있는 사이에 깨어나 도망쳐 버린 모양이다. 차후 신고가 들어갔다면 형사가 날 찾아올 가능성이 있었지만 내가 가해자도 아닌데 사서 걱정할 일은 아니었다.


' 그런데 그는 누구였을까 '


한차례 신비로운 경험을 하고나자 그제야 그 남자와 좀 더 대화를 나눠보지 못한 게 조금 아깝게 느껴졌다. 최소한 그가 누군지 왜 나와 그렇게 싸우기를 바랬는지는 알아야 했었는데. 그러지 못한 게 못내 아쉽다.


' 날보고 추방자라고 했고 맹약을 지켜야 한다고 했는데. '


아직은 그 단어들이 뭘 의미하는지 모르지만 남자가 죽을 때 말했던 자신 같은 자들이 계속 찾아올 거란 소리는 지금도 귓가에 맴돌고 있었다.


병실에 들어온 윤희가 자기를 닮은 꽃을 꽃병에 가지런히 정리하고 일어났다.


" 깨어나신 거 봤으니 가볼게요 쉬세요 "


" 윤희야 여기 1인실 같은데? 너무 부담돼. 나 이제 괜찮으니까 혹시 간호사에게 병실 좀 옮겨 달라고 말 좀 해주면 안 될까? "


" 안돼요. 선배 상처가 2센티만 깊었어도 심장이 통째로 잘릴뻔했대요. 절대 안 괜찮으니까 그냥 있으세요. 그리고 여기 우리 아빠 병원이에요. 병원비는 신경 쓰지 말고 그냥 편히 쉬세요.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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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그녀가 많이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23.05.16 29 0 11쪽
9 그녀는 내 눈만 바라보았다. 23.05.14 27 0 12쪽
8 좀비 23.05.13 35 2 11쪽
7 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 23.05.12 36 2 11쪽
6 꽃을 든 그녀가 내게로 걸어왔다. +2 23.05.11 36 2 11쪽
» 꽃을 든 그녀가 내게로 걸어왔다. 23.05.11 42 2 12쪽
4 대결 23.05.10 37 2 13쪽
3 서윤희 23.05.10 42 1 10쪽
2 일기장 23.05.10 52 3 11쪽
1 일기장 +2 23.05.10 105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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