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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8179_9871js 님의 서재입니다.

십만대적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무협

참고등어
작품등록일 :
2023.05.10 16:31
최근연재일 :
2023.05.22 21:46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522
추천수 :
17
글자수 :
76,500

작성
23.05.10 16:36
조회
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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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일기장

DUMMY

막 군대를 제대하고 복학한 2학년. 첫 종합 평가를 앞두고 오랜만에 만난 동기들과 술 마시느라 써버린 교제 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나는 결국 학교 뒷골목에 있던 중고 책방을 찾았다.


선배들이 졸업하며 팔아먹고 동기들이 군대 간다 팔아먹고. 데이트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학우들이 팔아먹은 관계로 수많은 전공서적들이 모여있는 곳. 바로 가난한 자들의 성지를 방문한 것이다.


" 안녕하세요 "


" 어서 와라 "


이곳에 방문은 처음인데도 주인 아저씨가 대뜸 반말로 인사를 건네왔다. 그런데 크게 기분이 나쁘지는 않는 건 왜일까? 아마도 주인 아저씨의 지긋한 연세도 한몫했지만 차분하고 낮게 깔리는 말투에서 정말로 날 반겨주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부산에서 고등학교를 다닐 때는 자주 다니던 헌 책방 주인 아저씨와 분위기가 상당히 비슷해 어색함은 금세 사라져 버렸다.


" 후아~~ "


중고책 특유의 쿰쿰하면서 아련한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냄새를 맡으며 나는 무도경호학과 전공 서적을 찾기 위해 책방 이곳 저곳을 살피고 다녔다.


10평이 조금 넘는 크기의 가게를 빼곡히 메우고 있는 책장과 책들 그리고 자리가 부족해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수많은 책들의 모습은 왜 어딜 가나 비슷한지 모르겠다.


이런 곳에서 원하는 책을 찾아 내기란 절대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는 나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서점의 내부를 돌아다녔다.


' 일관성이라고는 역시 없구나 '


정말 되는대로 꽂혀 있는 책들을 하나하나 인내심을 갖고 살펴봤지만 결국 필요한 책을 찾지 못했다. 나는 결국 꾸벅꾸벅 졸고 있는 아저씨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 저기 사장님 "


" 뭐 찾냐? "


" 무도경호학 개론 어디쯤에 있어요? "


" 3번 책장 4번째 칸 맨 오른쪽에 가봐 "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정확하게 위치를 알려주는 아저씨. 설마 하며 아저씨가 말한 곳을 찾아가 보자 정말로 그곳에 내가 찾는 책이 꽂혀있었다.


" 사장님 최곱니다. "


주인 아저씨에게 따봉을 날려준 나는 책을 꺼냈다. 그런데 내가 꺼내는 책과 함께 딸려 나오는 아주 오래되 보이는 낡은 책 한 권이 있었다.


" 뭐야 이건? "


나는 당연히 책을 다시 책 꽂이에 꼽아 넣으려고 했지만. 무심결에 하단에 적혀있는 빛바랜 이름을 보고는 손을 멈췄다.


- 무진에게 윤희가 -


뭔가에 이끌린 듯 나는 첫 장을 넘겨 보았고. 그 책이 누군가의 일기장이라는 걸 깨달았다. 나는 지금 세상에서 가장 비밀스러운 책을 훔쳐보고 있는 것이다.


***


1976년 8월 10일


혼란스러운 이 맘 가득 온통 당신뿐이라서..


달래다 달래다 그만두기로 해요..


돌아보니 단 하루도 그립지 않은 날이 없었던 듯 하지만


충분해요.


나 아직 그 자리에 있어요. 뒤돌아 가만히.. 기다리죠


맹약들이 마음속 한 칸 한 칸 기억들을 지워 가지만. 가만히 서 있어요


채우려 .. 채우려 해도.. 채워지지 않아 그만.. 두기로 하고 가만히 서 있어요.


돌아보니 단 하루도 사랑이 아닌 날은 없었던 듯 .. 감사해요..


또 하루가 가고.. 또 계절이고.. 내 기억은 지워지겠지만,, 사랑해요.


오늘 아침 드디어 당신의 미소를 떠올렸어요.


잠시 후 다시 흩어지겠지만 이 순간만큼은........무진 당신을 사랑해요.


" 무진? "


띠리리링


갑자기 울리는 휴대폰 벨 소리에 화들짝 놀란 난 일기장을 다시 책꽂이에 꼽아 넣고 황급히 전화기를 꺼냈다.


" 여보세요? "


[ 야 고무진 너 어디야! ]


휴대폰에서 동기인 영철이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나 학교 뒤에 있는 헌책방 왜? "


[ 미친놈인가? 너 오늘 미팅 있는 거 알아 몰라? ]


" 아! "


깜박 잊고 있었다.


[ 아? 아~~아? 개새끼야. 너 때문에 짝이 안 맞는다고 제일 예쁜 퀸카가 가버렸잖아!! ]


" 미안하다 그게 오늘인지 몰랐다. "


오늘 학교 앞 011 이라는 카페에서 동양화과 애들이랑 4:4 미팅이 있다는 걸 까맣게 잊어 버리고 있었다.


[ 씨파 색기. 내가 다시 너랑 미팅을 나가면 사람새끼가 아니다. ]


띠룩


일방적으로 끊겨버린 전화 너머로 영철이가 열받아 하는 모습이 선하게 그러졌다.


" 하하 새끼 지랄하는 거 보니 많이 예뻤나 보네 "


어차피 내가 원해서 잡은 미팅이 아니라서 굳이 나가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그래도 본의 아니게 약속을 어겨버려서 쪼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지금 가봐야 어차피 방해만 될 거 같아 나는 조금 일찍 자취방으로 향하기로 했다. 가방을 놓고 바로 얼마전에 새로 등록한 무도관으로 출발할 생각이었다.


" 사장님 이거 얼마에요? "


" 5천원 "


" 감사합니다. "


돈을 지불하고 책방을 나오는 순간까지 일기에 관한 건 까맣게 잊어버린 나는 왠지 모르게 조금 들뜬 마음으로 자취방으로 향했다.


학교에서 제법 떨어진 곳에 위치한 원룸. 군대를 막 제대하고 복학하면서 새로 구한 자취방은 내 마음에 꼭 들었다.


학교에서 도보로 30분 정도 떨어져 있어서 좋았고 가격도 착했다. 무엇보다 신축이라 시설 좋고 깨끗하다는 점이 좋았다.


단점이 있다면 시내와 거리가 있어서 근처에 편의 시설이 부족하다는 점이었지만 뭐. 그 정도는 충분히 감당할만했다.


시간이 많이 남아 쉬엄쉬엄 걷다 보니 평소보다 조금 늦게 원룸에 도착한 나는 간단한 샤워를 하고 가벼운 차림으로 집을 나섰다.


무도관은 집에서 버스로 30분 거리. 결코 가깝다 할 수 없는 거리 임에도 내가 가까운 곳 놔두고 그곳을 택한 이유는 그냥이었다. 그냥 충동적인 등록이랄까?


넓은 무도관에 관원 하나 없는 관장님이 불쌍해서라고 할 수도 있겠는데 그것보다는 정말 충동적인 이유 때문이 맞았다.


그래도 다행인 건 그곳으로 향하는 버스는 많아서 길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단축된다는 것이다.


[ 91번 5분 후에 도착 ]


정류장에 도착해 모니터를 보자 기다리던 버스가 5분 내에 도착한다는 안내글이 보였다. 나는 습관처럼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듣기 위해 에어팟을 꺼냈다.


막 에어팟을 귀에 꼽으려는 순간 생전 느껴보지 못한 이질적인 기운이 느껴졌다.


' 뭐지? '


불쾌 하면서 끈적거리는 느낌에 난 주위를 둘러 보았고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 착각인가?.'


다시 에어팟을 끼려는 순간 또 다시 같은 느낌이 전해져 왔다. 이번엔 좀 전 보다 더 확실하게 느껴져왔다.


' 착각이 아니야 '


나는 한 번 더 천천히 기운이 흘러 나오는곳을 살피기 시작했고. 그 기운이 도로 건너 편에서 다가오고 있다는 걸 알아냈다.


그곳을 확인하자 정말로 8차선 맞은편에서 웬 젊은 남자가 바바리 코트에 선글라스를 낀 상태로 날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 누구지? '


거리도 거리지만 선글라스를 끼고 있어서 누군지 분간할 수 없었고. 생전 처음 느껴보는 이질적인 느낌과 묘한 분위기에 나는 쉽사리 시선을 돌리지 못했다.


' 미친놈인가? 도대체 왜 저러는거지?..'


그렇게 나와 그 남자는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차들 사이로 한순간도 서로에게 향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마치 맹수를 앞에 두고 있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시선을 돌렸다가는 그 맹수가 달려들어 내 목덜미를 물어버릴 것 같은 긴장감에 나와 남자는 하염없이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치이익


그 와중에 기다리는 버스가 나와 남자의 사이에 끼어 들어 시선을 분리해 주었다. 나는 버스에 올라탔고 다시 고개를 돌려 남자가 서 있던 곳을 바라봤다. 하지만 그 짧은 순간에 남자는 감쪽같이 사라져 버리고 없었다.


' 기분 나쁘네 뭐 하는 놈이야? '


그렇게 좋았던 기분을 망쳐버린 나는 에어팟을 귀에 꼽고 볼륨을 높여 버렸다.


****


[ 종합 무술관 이창수 명인 ]


거창한 명판을 달고 있지만 너무 허름한 시설 때문에 아무도 찾지 않는 검도장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삼국지 장비를 연상시키는 관장님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눈을 감고 있었다.


' 참선을 하는 건지 좌공을 하는 건지 '


만난 지 얼마 안돼 물어보지 못했지만 생긴것 답지 않게 비밀이 많은 남자였다.


" 관장님 저 왔어요 "


나는 돌처럼 앉아있는 관장님에게 90도로 인사를 올리고 라커룸에 들어가 도복으로 갈아입고 나왔다. 그런 뒤에 널찍한 실내를 달리며 몸을 이완시키고 스트레칭으로 관절의 긴장을 풀었다.


30분 정도 가볍게 몸을 풀자 혈액순환이 빨라지면서 몸이 적당하게 달아올랐다. 그제야 나는 목검 한 자루를 들고 와서 평소 수련하고 있는 본국검법을 펼치기 시작했다.


발검이라는 동작을 취하며 마음을 세우고 천천히 검세들을 풀어나자 금방 무아지경으로 빠져들었다.


지검대적세에서부터 시우상전세까지 34초식을 순식간에 펼치자 목검이 만들어내는 그림자가 허공에 난무하기 시작했다.


면면부절하게 이어지는 동작 하나하나가 너무 아름다워 무희들이 춤을 추는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킬 정도였다.


비록 무협소설에 나오는 검기나 검강같은 초자연적인 현상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자세히 보면 검이 지나간 검로에 공간이 일렁이는 잔류(殘留) 현상 정도는 일어났다.


한눈에 봐도 수련 경지가 범상치 않아 보였다.


짝짝짝


두 시간 정도 수련을 하고 호흡이 거칠어지자 그 순간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박수 가 터지는 순간이 절묘하다.


낮에 만났던 정체불명의 남자가 신경쓰여 나도 모르게 검세에 힘이 들어가 호흡이 가파오르고 있었는데 그 틈을 박수 소리가 절묘하게 파고 들어서 맥을 끊어 주었다.


덕분에 난 들끓던 마음을 조금 안정시킬 수 있었다.


" 고맙습니다. "


분명 이창수라는 이 남자가 알고 한 행동임이 분명했다.


' 내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했구나 '


마음을 안정시킨 나는 다시 차분히 마음을 가라 앉히고 수련을 시작했다. 본국검법에 이어 평가 과제에 들어있는 몇가지 동양무술도 함께 수련한 나는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모든 수련을 마치고 땀으로 범벅이 되고 말았다.


" 샤워하고 잠깐 관장실로 오거라 "


" 예 "


도장에 나오기 시작한지 3일째. 관장님이 처음으로 날 관장실로 불렀다. 나는 샤워를 마치고 당연히 관장실로 들어갔고 이창수가 미리 타 놓은 믹스커피 한잔을 내밀었다.


" 커피나 한잔해라 "


" 예.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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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그녀는 내 눈만 바라보았다. 23.05.14 27 0 12쪽
8 좀비 23.05.13 36 2 11쪽
7 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 23.05.12 36 2 11쪽
6 꽃을 든 그녀가 내게로 걸어왔다. +2 23.05.11 36 2 11쪽
5 꽃을 든 그녀가 내게로 걸어왔다. 23.05.11 42 2 12쪽
4 대결 23.05.10 37 2 13쪽
3 서윤희 23.05.10 42 1 10쪽
2 일기장 23.05.10 52 3 11쪽
» 일기장 +2 23.05.10 106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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