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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앗호 님의 서재입니다.

개같이 멸망한 세계 속 유일한 파이브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지앗호
작품등록일 :
2023.05.22 17:05
최근연재일 :
2024.05.06 14:41
연재수 :
20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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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095
추천수 :
330
글자수 :
1,012,638

작성
24.03.10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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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온장간 - 4

DUMMY

쾅-!


집게다리가 바닥을 찍었다. 가볍게 피한 윤견은 침을 꼴깍 삼키고 라이터를 켰다. 다행히 가스는 불에 반응하지 않았다. 라이터를 바닥에 내려둔 검에 불을 지폈다.


검을 감쌌던 천에 순식간에 불이 붙으며 타올랐다.


확실히 불을 지피니 주위에서도 눈에 띄는 모양이다.


“키이!”


헬 스파이더들이 윤견을 향해 일제히 몸을 던졌다.


{온 – 소용돌이 창술}


창호가 창으로 큰 원을 그리며 휘두르자 소용돌이가 일어나며 헬 스파이더들을 날렸다. 그리고 소용돌이 덕분인지 주변 가스가 좀 거쳐져 여왕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모습을 드러낸 여왕은 두 집게다리를 벌리며 윤견을 공격했다. 한 손에는 횃불 한 손에는 마스크를 잡고 있어 그저 두 다리로만 움직이며 공격을 피했다.


그리고는 계속해서 몸에 올라탈 기회를 엿봤다.


집게다리로는 무리라 판단한 여왕이 입이 다시 벌어졌다.


{웹 슈팅}


끝이 창처럼 날카로운 여러 개의 거미줄이 발사됐다. 피하기에는 늦었지만 막을 수는 있다. 하지만.


-그러면 횃불이..


"하아앗!!!"


그 순간 윤견의 앞으로 다른 헌터가 나타나며 검을 휘둘렀다. 비록 뒷모습만 보이지만 흔들리는 검 끝이나 불안정한 호흡을 보아 헌터의 상태는 서 있는 것도 기적일 것이다,


"커헉!"


거미줄을 모두 자른 헌터는 결국 방독면 아래에서 피가 주륵 흘러내리며 쓰러졌다. 그런 헌터를 넘어 달려 나갔다.


옆에서 또 큰 덩치의 헬 스파이더가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창호가 끼어들며 창을 찔렀다. 그리고 기합과도 같은 괴성을 지르며 헬 스파이더의 움직임을 멈춰 세웠다.


그 틈에 윤견은 창호를 지나 여왕의 바로 앞까지 도달했다. 그와 동시에 반사적으로 올라가는 집게다리.


거대한 그림자가 한순간에 윤견을 가렸다.


"으랴랴랴랴!!!"


거대한 그림자의 앞으로 언제나 좋은 타이밍에 등장하는 기합과 함께 기도가 두 손으로 도끼를 쥐며 거세게 휘둘렀다.


도끼가 그대로 가스를 가르며 집게다리와 부딪쳤다.


콰드드득-!!


회전하는 도끼날에 집게다리가 긁히며 깎이기 시작했다. 거기에 더해 기도의 혼심을 담긴 힘에 옆으로 밀려났다.


"지금!!"


방독마스크에서 벗어난 호통 같은 신호가 떨어지자마자 윤견은 숨을 크게 들이 마시고는 손에서 마스크를 놓았다.


이제야 자유로워진 한 쪽 손으로 여왕의 다리를 잡아타며 기어올랐다.


"읍..."


여왕 역시 점차 움직이는 뜨거운 열기를 느끼며 몸을 움직이려하자 기도가 다시 한 번 고함과 함께 여왕의 눈앞에 도끼를 휘둘렀다.


덕분에 여왕의 짜증과 심기는 다시 도끼와 도끼를 흔드는 기도에게 향했다. 두 집게다리를 들어 올려 그대로 찍어 내렸다.


마치 역도를 드는 듯한 자세로 막아낸 기도의 팔과 다리가 비명을 질렀다. 어느 곳이라든 조금이라도 힘을 풀면 그대로 찌그러질 것이다.


하지만 그 사이 윤견이 머리 위로 올라가 두 손으로 검을 쥐었다. 붉어진 얼굴로 더욱 붉은 검을 그대로 여왕의 면상에 내려쳤다.


"키이이!!!!"


여왕의 끔찍한 비명이 울렸다. 가뜩이나 호흡이 점점 한계인 윤견은 당장이라도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지만 마음속으로 한 없이 기도했다.


-제발 눈치채줘.. 제발.


그렇게 3초란 시간이 지났다. 윤견의 한 쪽 눈이 스르르 감기고 핏방울이 기도의 뺨을 타고 내려가는 시간에 하나의 손가락이 천천히 방아쇠를 당겼다.


{온 - 음속의 적탄환}


타앙.


총구에서 나온 얇은 적색 충격파 탄환이 뿌연 가스를 뚫고서 나아갔다. 그리고 1초 뒤, 정확히 여왕의 관자놀이를 뚫고 지나갔다.


"끼이익!....."


그렇게 4초 만에 여왕의 비명이 멈추며 몸을 지탱하던 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했다. 여왕의 눈빛이 죽어가며 다리에 힘이 빠지며 바닥에 쓰러졌다.


"크으.."


여왕의 몸에서 내려온 윤견이 입을 틀어막으며 마스크를 찾자 기도가 절뚝이며 다가와 방독면를 던졌다. 윤견은 바로 받아내고는 조교 같은 속도로 방독면을 장착했다.


"푸하-!! 허억..허억.."


숨이 쉬어지자 그대로 다리에 힘이 풀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그 자세로 한동안 호흡에 집중했다.


-씨바. 지상에서 질식사 할 뻔 했네. 것보다..


호흡이 안정된 윤견은 연기들이 갈라지며 만들어진 탄환의 방향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분명 빠르게 만들어진 이 길 덕분에 이렇게 숨을 쉴 수 있는 거지만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날아온 탄환을 생각하니 하성의 집중력에 소름이 돋았다.


녹초가 된 윤견의 곁으로 망신창이인 창호가 다가왔다.


“아직 헬 스파이더들이 남아 있습니다. 일어나시죠.”

“크하하! 제 뒤에 착 붙으십쇼.”


기도의 손을 잡고 겨우 일어선 윤견은 주변을 살폈다. 아까 자신을 도와준 헌터는 바닥에 쓰러진 채 어떠한 미동도 없었다. 창호도 윤견의 시선을 읽고 고개를 저었다.


탄환이 지나갔던 방향으로 따라가니 거미줄이 막고 있는 출구와 그 앞을 지키고 있는 하성과 두 명의 헌터가 모습을 보였다. 아마 이 두명의 헌터가 하성에게 접근하는 헬 스파이더들을 막고 있었던 모양이다.


“수고하셨습니다.”


말투는 평소처럼 딱딱했지만 눈은 웃고 있는 하성이었다. 윤견도 쓴 미소를 짓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생존자는 이 여섯이 끝인 거 같으니 이제 나가죠.”


하성의 신호에 헌터들이 문에 붙은 거미줄을 자르기 시작했다. 다른 이들은 접근하는 헬 스파이더들을 상대하며 시간을 벌었다.


“아잇! 비키 봐!”


거미줄 자르는 작업이 늦어지자 참다못한 기도가 소리를 지르며 거미줄을 잘랐다. 기도의 목소리 덕분에 헬 스파이더들이 더 모여 들었지만 그래도 확실히 거미줄 잘리는 속도는 차원이 달랐다.


타캉-!


거미줄을 자른 줄 알았지만 철문까지 통째로 잘라낸 모양인지 문짝이 나가 떨어졌다. 문이 열리자마자 가스가 먼저 밖으로 빠져나갔다.


“나가자!”


기도가 먼저 지긋지긋한 가스 속에서 밖으로 몸을 던지자 줄줄이 밖으로 몸을 던졌다.


차를 지키고 있던 이들은 갑작스레 날아간 철문이나 연기와 함께 나타난 저들의 모습을 보며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뭔가 마술쇼 같네요.”


가스가 닿지 않은 곳인 트럭에 도착하자마자 윤견은 방독면을 벗어던지고 짐칸에 쓰러지듯 올라탔다. 하성도 마스크를 벗어재끼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


하성 역시 얼굴에 송글송글 땀이 맺혀 있었다.


"말하는 게 늦었지만 타이밍 좋았습니다."


짐칸에 퍼져있던 윤견이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하성은 짐칸에 있는 상자 안에서 수건을 꺼내 땀을 닦으며 말했다.


"윤견 님도 타이밍 좋았습니다. 만약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저는 사망하신 걸로 판단하고 문을 여는 판단을 했을 겁니다."


-...잘 못하면 버려질 뻔 했군.


다시 한 번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하성은 윤견을 슬쩍 보자 수건에 가려진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하지만 아직도 가스가 나오고 있는 온장간을 돌아보자 미소가 수그러들었다.


생존자가 트럭에 올라타니 빈자리가 더 많았다. 윤견도 창호도 기도도 한숨을 쉬고 입 안에 쓴 맛이 돌았다.


"...출발하겠습니다."


잠시 기다려봤지만 나오는 건 연기 뿐이니 운전병도 포기하고 출발 신호를 알렸다. 짐칸에 탄 인원도 아무 말 하지 않고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먼저 놓고 온 트럭이 출발하자 이들을 탄 트럭도 뒤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점차 멀어지는 온장간에서 한참이나 눈을 떼지 못한 하성은 시야에 온장간이 사라지고서야 지그시 눈을 감았다.



"음...모두 맞게 가져오셨네요. 고생하셨습니다, 하성 헌터."


강식이 꾸벅 고개를 숙이자 하성도 예를 갖춰 인사를 받고 시의회 건물을 떠났다. 강식은 하성에게 받은 테블릿을 빤히 보고는 한숨을 쉬었다.


-설마 이걸 다시 보는 날이 올 줄이야...


삐걱..


의자에 털썩 앉자 의자가 삐걱였다.


"지성아."

"네, 소장님."


다른 방에 있던 지성이 나오자 강식은 테블릿과 usb를 건넸다. 테블릿을 건네받은 지성은 아무 물음도 없이 들고서 자신이 나왔던 방으로 들어갔다.


손에서 테블릿이 벗어나자 강식의 손가락은 애꿎은 책상을 두드렸다. 그리고는 품 속 손수건에 꺼내 이마를 닦았다. 그 모습은 마치 무언가에 쫓기는 사람처럼 보인다.


한편 피와 먼지를 씻어낸 윤견은 계단에 걸터앉아 품속에 구겨져 있는 파일을 꺼내려하자 갑작스레 들려온 발소리에 다시 품속에 넣었다.


지금 윤견이 앉아 있는 계단은 이곳 주민들도 잘 오지 않은 동쪽 계단이었다. 게다가 윤견의 등 뒤로는 굳게 닫혀 있는 옥상 층이 있어 굳이 여기까지 올 사람은 없었다.


-누구지?


발소리는 점차 가까워지더니 마침내 주인과 마주칠 수 있었다.


"어? 하성 헌터?"


생각지도 못한 인물이었다. 하성도 마찬가지로 누군가 있을 거라고 생각지 못했는지 화들짝 놀라며 놀란 고양이 눈으로 윤견을 쳐다봤다.


"여..여기서 왜?"


하성이 답지 않게 당황해하며 물었다. 놀란 건 윤견도 마찬가지. 하지만 갑작스레 나타난 것보다 더 놀라게 하는 것이 있었다.


"아...그냥 뭐 혼자 있고 싶어서?...헌터님은?"

"...저도요."


하성은 멈췄던 발을 움직여 계단을 올라 윤견에게 고개짓을 보내고 잠긴 문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는 주머니에서 열쇠 하나를 꺼내 잠긴 문을 열었다. 하성은 그대로 문을 넘어 옥상으로 들어섰다.


다시 홀로 남은 윤견은 머리를 박박 긁고는 아래가 아닌 위로 올라서 옥상문을 열었다.


"평소에도 자주 오시나 봐요."


옥상 난간에 쓸쓸히 놓여 있는 의자에 앉아 있던 하성이 윤견의 목소리에 살짝 고개를 돌렸다.


"...자주는 안 와요."


윤견은 난간에 몸을 기대며 밖을 내려다봤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밖으로 나와 한 쪽은 빨래를 널거나 다른 쪽은 트럭을 정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윤견의 옆에도 인간 하성이 별 말 없이 의자에 기대고 있었다. 차갑고 다른 이들이 믿던 헌터 하성이 아닌 붉어진 눈으로 계단에 올라서던 인간 하성이.


그래서 그런지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친했던 분이 계셨던 모양이네요.”

“네.”


고작 한 마디의 대답이지만 많은 감정이 꾹꾹 담겨져 있었다. 하성은 주머니에서 작은 단추 하나를 꺼냈다. 단추에는 문양이 새겨져 있었는데 하성이 몸 담았던 길드의 문양이었다.


“저랑 같은 길드였던 후배에요.”


하성은 쓴 미소를 지었지만 눈은 절대 웃는 모습은 아니었다. 하성은 단추를 계속 만지작거리며 말을 이어나갔다.


“길드에 가입하면 나눠주는 단추에요. 이제는 저 밖에 가진 사람이 없지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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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 녹색 도시 - 2 24.05.06 6 0 11쪽
207 녹색 도시 24.05.05 6 0 11쪽
206 좋은 사람 24.05.03 10 0 10쪽
205 문제아 - 2 24.05.01 11 0 11쪽
204 불량아 - 7 24.04.29 11 0 11쪽
203 무채색과 긍지 24.04.28 15 0 11쪽
202 경찰청 - 3 24.04.27 11 0 11쪽
201 경찰청 - 2 24.04.24 15 0 11쪽
200 문제아 24.04.22 16 0 11쪽
199 경찰청 24.04.20 15 0 11쪽
198 불량아 - 6 24.04.18 17 0 12쪽
197 불량아 - 5 24.04.16 16 0 11쪽
196 불량아 - 4 24.04.14 21 0 11쪽
195 불량아 - 3 24.04.13 18 0 11쪽
194 불량아 - 2 24.04.11 19 0 11쪽
193 불량아 24.04.09 21 0 11쪽
192 운수 좋은 날 24.04.06 20 0 11쪽
191 작별 인사 24.04.04 23 0 11쪽
190 이들을 위하여 24.04.02 23 0 11쪽
189 파이브 - 3 24.03.31 27 0 11쪽
188 파이브 - 2 24.03.30 28 0 11쪽
187 죽은 자는 말이 없다 - 5 24.03.28 20 0 11쪽
186 죽은 자는 말이 없다 - 4 24.03.24 28 0 11쪽
185 죽은 자는 말이 없다 - 3 24.03.23 28 1 11쪽
184 죽은 자는 말이 없다 - 2 24.03.21 27 1 11쪽
183 죽은 자는 말이 없다 24.03.19 27 1 11쪽
182 리저드 공습 - 2 24.03.17 34 1 11쪽
181 리저드 공습 24.03.16 31 1 11쪽
180 되돌리다 24.03.12 35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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