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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앗호 님의 서재입니다.

개같이 멸망한 세계 속 유일한 파이브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지앗호
작품등록일 :
2023.05.22 17:05
최근연재일 :
2024.05.06 14:41
연재수 :
20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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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083
추천수 :
330
글자수 :
1,012,638

작성
24.04.09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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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불량아

DUMMY

'잘 살아라.'

'안녕.'


파이브의 힌트에 자연스레 잊고 있던 기억들이 떠올랐다.


"운...미호?"


그리고 작게 기억 속 아이의 이름을 되뇌었다.


한 때 윤견과 파이브가 신세를 졌던 집의 어린 주인. 언제 올지 모를 부모를 기다리다 윤견의 말에 다른 생존자 무리와 합류했던 그 아이가 지금 윤견의 눈앞에 있었다.


-말도 안 돼...


그 아이가 서울도 아닌 이곳에, 이 먼 산길에 다시 나타난 것에 당연한 반응이었다.


"왜...왜요? 아는 사람이에요?"


민혁이 파이브와 윤견 그리고 앞에 소녀를 번갈아 쳐다보며 물었다. 아직도 얼빠진 채 있는 파이브를 대신해 파이브가 입을 열었다.


"예전에 닥터와 내가 만났던 사람이야. ...서울에서."

"...뭐? 그럼 저 아이도 일로 온 거야? 아니, 것보다 그 아이가 확실해? 도플갱어 아냐?"

"아!"


또 다시 의도치 않은 힌트에 윤견의 기억이 다시 반응했다.


'뭐야? 너 닌자야? 분신술이라도 쓴 거야?'

'제...'


"그러고 보니 쌍둥이 동생이 있다고 했어. 사진으로 봤을 때에도 똑같이 생겼었어."

"그럼 저 아이는..."


한편 멀리 가만히 서 있는 차를 경계하던 소녀는 아무 움직임 없는 차를 보며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벌컥.


그런 도중 조수석 문이 벌컥 열리더니 건장한 남성 한 명이 내리는 게 아닌가.


"씹!"


소녀는 바로 욕을 씹고는 뒤를 돌며 달리기 시작하자 등 뒤에서 생각지도 못한 이름이 발목을 붙잡았다.


"운미호!...알지?"

"어떻게 그 이름을...?"

"...후. 말하자면 길긴 해."


겨우 붙잡은 소녀의 당혹스러운 표정을 보며 윤견은 두 손을 보이게 들고는 천천히 다가갔다.


"예전에 만난 적이 있어. 그 때 쌍둥이 동생이 있다는 소리를 들었어. 너 맞지?

분신술 쓴 거 마냥 똑 닮아서 알겠더라."

"그런 얘기는 많이 들었어요...분신술도 간만에 듣네..그래서 용건은요?"


아직 경계심에 날을 세운 듯한 모습에 윤견이 발을 멈췄다.


"혹시 산을 벗어나는 일이면 좀 태워 줄까해서. 물론 강요는 아니야. 네가 싫다고 하면 우리가 먼저 출발할 게."

"...왜 그런 친절을 베푸는 거죠? 고작 우연히 만난 아이의 쌍둥이 동생일 뿐인데."


잔뜩 날이 선 말에 윤견이 나지막하게 웃으며 말했다.


"얻어먹은 밥 값이라고 생각해."


미호의 동생은 그 말을 듣고 잠시 고민을 하고는 천천히 차에 다가갔다. 그리고 자신과 또래로 보이는 파이브와 라호를 보고 경계심이 조금은 풀렸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생각지 못한 손님을 태운 차가 다시 움직이자 미호의 동생은 여전히 긴장한 듯한 눈으로 윤견을 쳐다봤다.


"왜? 언니 소식이라고 묻고 싶어서?"


진즉에 눈치챈 윤견이 너스레를 떨며 말하자 놀란 토끼눈이 윤견의 뒤통수를 쏘았다.


"...네. 둘 다 건강하던가요?"

"어, 미호랑...나준이였나? 암튼 둘 다 잘 있었어."

"그 아픈 언니도 있었잖아."

"아, 맞다. 셋."


"예? 나준이요? 아빠가 아니라 나준이 내랑 있었어요?"


중간에 낀 파이브의 불안한 시선이 짧게 교차했다. 그리고 윤견은 잠시 고민을 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아빠는요?"


걱정과 불안에 잠식 된 작은 목소리였다. 그런 목소리와 달리 아까와 같은 말투의 목소리가 돌아왔다.


"글쎄...확실하지 않아서 확답은 힘들 거 같구나. 그러고 보니 아직 통성명도 안 했네."


윤견은 자연스레 운전석의 민혁을 시작으로 라호까지 모두 소개했다.


"운미아. 제 이름이에요."


미아가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분명 미호의 말에 의하면 미아는 어머니랑 같이 헤어졌다고 했는데 왜, 이런 곳에 혼자 있지?

"그래, 통성명이 끝났으니 하나 물어 볼 게. 왜 이런 산길에 혼자 있는 거야?"


미아는 잠시 뜸을 드리고는 한숨 섞인 대답을 꺼냈다.


"혼자이다 보니 좀 더 안전한 곳을 찾느라 그냥 떠돌아다니고 있었어요."


-혼자라...


하나의 대답에서 여러 궁금증을 풀 수 있었다. 혼자라는 것에 소녀의 어머니에게 무슨 일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아버지의 생사도 모르는 대답에 이미 자신 만의 답을 곧바로 내릴 수 있는 것에 무슨 일이 일어났음도.


-근데...


“그런데 그래도 혼자 산속을 다녔던 거야? 이종족이 득실거리는데?”


마침 윤견의 가려운 부분을 민혁이 시원하게 긁었다.


확실히 그런 아픔을 가지고 있어도 혼자 이런 산속을 헤매는 게 말이 안 됐다. 차도 없이 이런 산길을 조금이라도 걸었으면 분명 이종족의 공격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미아의 상태를 보면 그저 등산을 즐기러 온 사람처럼 보인다.


“그냥...계속 피해 다녔어요.”

“...운이 좋은 편인가 보네.”


윤견의 눈빛이 순간 변하며 백미러로 미아를 흘긋 쳐다봤다.


-뭔가 있다. 분명 헌터는 아니야. 그런데 뭔가로 이런 산길에 상처하나 없이 돌아다니고 있어.


윤견이 괜히 백미러를 만지작거리며 순간적으로 라호와 눈을 마주쳤을 때 무언의 신호를 쏘았다.


“아!...음..흠.”


신호를 받은 라호가 어색한 티를 내며 눈동자만 굴려 미아를 경계했다.


아무리 미호의 동생이라도 미아는 미호가 아니다. 뭔가를 숨기고 있는 미아가 갑자기 자기가 안고 있는 가방에서 권총을 꺼내 싸재낄 수도 있다.


“그런데 어디에 내려주면 될 까?”

“이대로 좀 더 가면 문경시 중에 가장 큰 도심에 도착하는 데 그곳에 내려주시겠어요?”

“음? 거기면 돼?”

“네. 꽤 넓어서 몸 숨기기에 좋을 거 같아서요.”


그렇게 짧지 않은 시간을 소비해 문경시에 도착한 일행들은 미아가 말해준 도서관 앞에 세워 내려줬다.


“태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심히 가세요.”


미아는 정말 간단한 감사 인사를 남기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


“허...그래도 좀 더 얘기하고 갈 줄 알았는데...”

“무슨 얘기?”

“아니, 뭐. 자기 쌍둥이 언니는 괜찮냐? 어떤 무리에 있냐? 같은...”


민혁이 운전대를 손가락으로 탁탁 치며 궁시렁 거렸다.


윤견도 같은 생각이었다. 아무리 처음 보는 이들일지라도 자신보다 자신의 자매를 마지막으로 본 사람일 텐데, 고작 몇 번 질문을 끝으로 아무 말도 없이 차만 타나 내리고 간 꼴이니.


“민혁아 잠깐 지도책 좀.”

“예? 아, 여기..”


지도책을 건네받은 윤견이 접힌 부분을 펼치며 문경시를 확인했다. 확실히 지금 일행들이 있는 곳은 미아의 말처럼 상당히 건물들은 그리 큰 편은 아니었지만 넓은 도심지였다.


“제는 이렇게 넓다는 걸 어떻게 알았을 까?”

“음? 저희처럼 지도책이라도 있었나 보죠?”

“아냐, 그랬으면 처음 만났을 때 손에 들고 있었겠지. 처음 가는 길이였을 텐데.”

“그냥 길 따라서 갈 생각이었던 거 아냐?”


뒤에 있던 파이브도 의견을 냈다.


“그래도 여기까지 오는 데에 갈림길은 수도 없이 있었어. 게다가 우리가 가는 방향을 마치 알고 있다는 듯이 얘기 했잖아.”

“어..그러고 보니 ‘이대로 가면’이라고 하긴 했죠.”

“...하아 됐다. 어차피 끝난 일인데. 연이 있으면 또 보겠지 뭐.”


이미 떠난 미아의 자리를 하염없이 보던 윤견이 한숨과 함께 논란을 잠재웠다.


"자기가 먼저 얘기 꺼냈으면서..."

"흐흐..."

"다 들린다 급식들아. 출발하자."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바퀴는 열심히 굴러가며 나아가던 중 다시 한 번 멈춰섰다. 갑작스레 날아온 화살들이 차 앞을 막았기 때문.


"그냥 밟을 걸 그랬나?"


뜬금 없이 등장한 화살에 반사적으로 브레이크를 밟은 민혁이 아쉽다는 듯 혀를 차며 말했다.


확실히 지금의 차는 날아오는 화살 비도 가뿐히 무시하고 달릴 수 있는 모습이었다.


"어? 사람."


뒤에 있던 파이브가 화살이 날아온 옆 건물을 가리키며 말하자 세 명의 사람이 문을 열고서 모습을 보였다.


각자 일상생활에서 구할 수 있는 것들로 몸을 보호하는 갑옷을 입고 있었다.


"...저거 도마 아냐?"

"게다가 오토바이 헬멧도 있네요."


차 안이 수군되는 사이 저들 중 가장 선두에 있던 이가 대못을 박은 야구방망이를 들고서 천천히 차에 다가갔다.


"...총 줘봐."


민혁에게서 조용히 권총 한 자루를 받아 안 보이게 숨기고는 창문을 살짝 열며 말했다.


"무슨 일이시죠?"

"당신들 누구야?"


경계심과 적의가 단번에 느껴지는 목소리. 윤견은 권총을 세게쥐며 최대한 달래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냥 지나가는 길입니다."


문 틈으로 보이는 상대의 눈빛은 여전했지만 저 멀리 두 명은 지금 차의 외관에 정신이 팔린 듯 보였다.


"뒤에 애들은 뭐야?"


생각지 못한 화살의 방향에 윤견이 잠시 말문을 잃었다. 그야 그간 뒤에 앉은 파이브나 라호를 보면 조금이나마 경계심이 조금이라도 풀리면 풀렸지 이렇게 더욱 경계한 적은 거의 없었다.


"떠돌다가 만난 얘들입니다."

"피는 안 섞여 있지만 끈끈한 유대로 뭉쳐졌습니다."


민혁이 불쑥 고개를 내밀며 보탰다. 민혁의 말이 통했던 것일 까 남성은 콧방귀를 뀌고는 뒤에 있는 일행들에게 무기를 내려놓으라는 신호를 보냈다.


"이봐들, 조심히 가라고."


그 말을 끝으로 이들은 미련없이 차를 보내줬다.


"...뭘 조심하라는 거야?"


백미러로 점점 멀어지는 이들을 보며 민혁이 말했다. 라호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백퍼센트 싸움 날 줄 알았는데."

"안 나서 다행이지 뭐. 음? 앞에 또 뭐야?"


또 다시 굴러가는 바퀴가 멈췄다. 윤견이 가리킨 손 끝에는 미아처럼 홀로 서 있는 많아 봐야 고2로 보이는 소년이 서 있었다.


소년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손을 훠이 휘젔고 있었다. 마치 택시를 부르는 것처럼.


소년 앞에 멈춰 서저 소년이 운전석 방향으로 돌아가 창문을 두드렸다.


그 모습을 보자 윤견이 재빨리 권총을 민혁에게 넘겼다. 권총을 문에 기대 보이지 않게 한 후 창문을 살짝 열었다.


"무..무슨 일이니?"

"저 좀 잠시 태워 주실 수 있으세요."

"그건 좀 힘들 거 같구나."


윤견이 끼어들어 즉답했다. 하지만 소년은 그럼에도 물러서지 않았다.


"제발요...저 이상한 사람들에게 쫓기고 있어요...무서워서.."


살짝 열린 창틈으로 보이는 비에 젖은 고양이와도 같은 눈빛. 그러나 윤견은 이미 애처로운 눈빛 말고도 여러 가지 보였다.


"야. 굳이 가까운 조수석이 아니고 운전석까지 가는 것도 이상한데, 쫓기는 사람이 누가 봐도 괴상한 차에 타고 있는 처음 번 사람한테 도움을 청해? 니가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

"씨발!!"


윤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창밖에서 욕설과 함께 창문이 요동치며 굉음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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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 녹색 도시 - 2 24.05.06 6 0 11쪽
207 녹색 도시 24.05.05 6 0 11쪽
206 좋은 사람 24.05.03 10 0 10쪽
205 문제아 - 2 24.05.01 11 0 11쪽
204 불량아 - 7 24.04.29 11 0 11쪽
203 무채색과 긍지 24.04.28 15 0 11쪽
202 경찰청 - 3 24.04.27 11 0 11쪽
201 경찰청 - 2 24.04.24 15 0 11쪽
200 문제아 24.04.22 16 0 11쪽
199 경찰청 24.04.20 15 0 11쪽
198 불량아 - 6 24.04.18 17 0 12쪽
197 불량아 - 5 24.04.16 16 0 11쪽
196 불량아 - 4 24.04.14 21 0 11쪽
195 불량아 - 3 24.04.13 18 0 11쪽
194 불량아 - 2 24.04.11 19 0 11쪽
» 불량아 24.04.09 21 0 11쪽
192 운수 좋은 날 24.04.06 20 0 11쪽
191 작별 인사 24.04.04 23 0 11쪽
190 이들을 위하여 24.04.02 23 0 11쪽
189 파이브 - 3 24.03.31 27 0 11쪽
188 파이브 - 2 24.03.30 28 0 11쪽
187 죽은 자는 말이 없다 - 5 24.03.28 20 0 11쪽
186 죽은 자는 말이 없다 - 4 24.03.24 28 0 11쪽
185 죽은 자는 말이 없다 - 3 24.03.23 28 1 11쪽
184 죽은 자는 말이 없다 - 2 24.03.21 27 1 11쪽
183 죽은 자는 말이 없다 24.03.19 27 1 11쪽
182 리저드 공습 - 2 24.03.17 34 1 11쪽
181 리저드 공습 24.03.16 31 1 11쪽
180 되돌리다 24.03.12 35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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