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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앗호 님의 서재입니다.

개같이 멸망한 세계 속 유일한 파이브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지앗호
작품등록일 :
2023.05.22 17:05
최근연재일 :
2024.05.06 14:41
연재수 :
208 회
조회수 :
46,098
추천수 :
330
글자수 :
1,012,638

작성
24.03.19 20:00
조회
27
추천
1
글자
11쪽

죽은 자는 말이 없다

DUMMY

*


타닥..타닥...


분명 한밤중일 텐데 노을 지는 것 마냥 주변이 붉게 물들어 있다. 그 속에서 한 남성이 쌍검을 휘몰아쳤다. 그저 무아지경인 상태로 베고 베고 또 뱄다.


하지만 점차 늘어만 가는 파충류 괴물들. 그리고 줄어드는 사람들.


남성의 비명과도 같은 괴성을 울부짖으며 사방에서 몰려드는 괴물들의 머리를 베었다.


다들 괜찮은 건가? 무사히 도망은 쳤나?


그 어느 것도 알아 낼 수 없었다. 그저 보이는 건 까칠까칠 비늘과 고양이 눈을 가진 파충류들 뿐. 그러니 자연스레 그가 할 수 있는 짓도 한정되어 있다.


그렇게 몇 시간이 아니, 몇 분이 지난 걸까. 정신을 차려보니 손가락 몇 개는 녹아내리고 있고 다리는 살점이 뜯겨 뼈대가 보였다.


쿵! 쿵!


그리고 자신에게 오는 거대한 그림자. 남성의 포효와 함께 쌍검이 움직였다. 그러나 거대한 그림자가 움직이자...


*


“크악!!”


쌍두가 휘두르는 검에 두 명의 헌터의 몸이 베였다. 정확히 베이기보다는 거의 힘으로 신체를 억지로 찢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 괴물 놈이!!”


온 몸에 상처투성이인 창호가 창으로 풍차를 돌리고는 참격을 날렸다. 그러나 쌍두가 두 검을 교차하며 막자 가볍게 막아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문하의 이마에 식은땀이 주륵 흘러내리고 입꼬리는 반대로 살짝 올라갔다.


“좀 친다 이거지?”


바닥에 업어져 있는 리저드맨의 시체를 밟고 뛰어오르며 놈의 오른쪽 머리를 향해 스피어를 휘둘렀다.


"하앗!"


기합과 함께 낙하한 스피어는 쌍두의 손톱에 막히며 옆으로 흘렀다. 바닥에 착지한 뮨하을 향해 두꺼운 꼬리가 내려치자 스피어로 부드럽게 흘렸다.


하지만 생각보다 큰 힘에 스피어가 작게나마 진동했다.


"크기만큼이나 무식.."


거리가 가까워지자 놈이 몸에 두르고 있는 것들의 정체를 볼 수 있었다. 멀리서 봤을 때는 옥구슬로만 보였던 것들은 전부 사람의 머리였다.


까득.


리저드맨에게 죽어 눈을 감지 못하고 원통한 심정이 표출한 머리들을 보자 문하의 가슴 속에서 분노와 혐오가 불길처럼 일어났다.


하지만 어떠한 것을 보자 불길은 순식간에 모습을 감췄다.


불길 대신해 공허한 바람만이 맴돌았다.


-....


모든 사고가 정지하며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상대편 역시 문하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초점 없는 눈이 문하를 보고 있을 뿐.


"키에에!"

"크이아!"


쌍두의 머리가 울부짖더니 거대한 검이 문하을 덮쳤다.


{온 - 랜스}


뒤늦게 정신을 차린 문하가 창의 형태를 바꾸고는 대검을 막았다.


쿠우웅!!


랜스를 타고 전해지는 대검의 파괴력. 문하의 다리도 그 만큼 바닥을 팠다.


{온 – 청일점(靑一點)}


문하가 입술을 깨물며 단번에 힘이 축적된 랜스를 앞으로 뻗으며 방출했다. 본능적으로 위기를 감지한 쌍두가 대검으로 몸을 막았지만 대검과 함께 뒤로 밀려났다.


문하가 흔들리는 정신과 다리를 붙잡으며 놈에게 달려가자 쌍두의 오른쪽 얼굴이 팽창하더니 푸른색 산을 발사했다.


문하는 바닥에 있는 리저드맨의 사체를 주워 방패마냥 막고는 의무를 다하자마자 내팽겨쳤다.


접근하는 문하를 향해 대검을 들어 올리자 오른쪽 머리가 다른 방향에서 접근하는 창호를 발견했다. 쌍두가 검을 잡고는 거대한 원의 궤적을 그리며 창호와 문하를 쳐냈다.


밀려난 문하는 잠시 숨을 고르는가 하더니 다시 한 번 그 눈과 마주치자 자신의 몸에 채찍질을 하며 돌진했다.


'문하야.'


환청이다.


'산책?'


이것 또한 환청이다. 그럴 수가 없다. 그저 머릿속 추억일 뿐이다. 그저 망령과 나눴던 시간들이 다시금 떠올리는 것 뿐이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죽은 자는 웃을 수 없다. 죽은 자는 커피를 사주지 않는다. 위로해 주지 않는다, 슬퍼하지 않는다, 죽은 자는...다시 살아나지 않는다.


카앙-!!


대검과 랜스가 맞붙었다. 그러나 다시 보이는 적들에 쌍두는 가볍게 문하를 밀어내고 달려오는 헌터를 찢었다.


-정신 차려. 이미 많이 겪어봤잖아. 정신...차리라고.


"흐아아아!!"


상처투성이인 창호가 창을 휘저으며 쌍두를 공격했다. 그러나 쌍두는 가소롭다는 듯이 손톱으로 쳐내고는 꼬리를 휘둘러 창호를 날렸다.


“커헉!!”


바닥을 구른 창호가 피를 토했다.


타다다다-!!


수많은 총탄이 쌍두에게 날아왔으나 어떠한 탄환도 쌍두의 비늘을 뚫지 못했다. 쌍두의 얼굴들이 부풀어 오르더니 오른쪽 얼굴에서 푸른색 산이 왼쪽 얼굴에는 붉은색 산을 뱉었다. 두 산이 합쳐지더니 보라색 화염이 되었다.


“피..피해!!”


한순간에 변한 화염에 미처 피하지 못한 이들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화염에 휩싸였다. 갑작스런 불길에 윤견은 물론이고 다른 이들까지 단 번에 시선을 집중 시켰다.


“뭐..뭐야 저거? 대가리가 두 개네? ...누님?”


저 멀리 쌍두의 뒤에서 달려간 문하가 랜스를 힘껏 뻗었다. 그러나 이미 한 쪽 머리가 발견하고서 곧바로 랜스를 잡았다.


{온 – 청일점(靑一點)}


그 순간 랜스에서 충격파가 발산하며 쌍두의 손가락을 날렸다.


“키에에에에-!!!”


날아간 자신의 손가락에 복수하듯 쌍두가 대검을 내려쳤다.


탕-!


옆에서 몸을 날린 윤견이 대검에 발차기를 날리며 옆으로 꺾었다. 그리고 땅에 착지하자마자 두 손으로 검을 휘둘렀다.


검이 궤적을 그릴 때마다 비늘이 우수수 떨어졌다. 결국 쌍두가 한 발 물러서며 거리를 벌렸다.


"미쳤어?! 안 빠지고 뭐해?? 방금 죽을 뻔 했다고!"


윤견은 틈이 생기자마자 바로 문하를 나무랐다. 말 그대로 문하는 방금 죽을 뻔 했다. 평소의 문하였으면 하지도 않을 위험한 일이지만 상황이 어쩔 수 없으니 이해할 수 있어도 돌아오는 반격을 피하지 않은 것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문하는 고개만 끄덕일 뿐이다. 그 고개짓 속에서 붉어진 눈을 본 윤견은 고개를 돌려 쌍두의 달려 있는 것들을 살폈다.


"...나중에 해. 슬퍼하는 것도 명복을 비는 것도 나중에 해. 아직 감정에 빠지지 마."


늘 문하에게 받았던 것들을 이번에는 윤견이 자신 만의 방식으로 돌려줬다. 저 부드럽고 따뜻하게 말할 수도 있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따뜻한 감정보다는 차가운 이성이 더 중요했기에.


그렇다고 문하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윤견 또한 문하처럼 자신을 이끌어 줬던 사수가 있었으니. 하지만 아직 감성에 젖을 시간이 아니다.


"키이.."

"크르르."


아직 이종족이 서 있으니.


-그래도 덕분에 한 쪽 손은 못 쓰는 거...?

"뭐야?"


쌍두의 행동에 윤견은 물론이고 문하 역시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그저 장신구로 여겨질 줄 알았던 머리 중 하나를 떼어내더니 그대로 한 입에 삼켰다.


사람의 머리가 놈의 목을 완전히 넘어가자 왼 손에서 점막이 생성되더니 점막을 뚫고 새로운 손가락들이 재생됐다.


"...폼으로 달고 있는 건 아니구나."


윤견은 작게 중얼거리고는 문하의 흘긋 보고는 아무 말 없이 쌍두의 앞으로 향했다.


쌍두의 포효와 함께 대검이 움직였다. 대검이 휘몰아치며 자신에게 덤벼오는 적들을 베어갔다. 윤견 또한 몰아치는 대검을 막고 피하며 한 걸음 한 걸음 조금씩 놈에게 다가갔다.


쌍두의 한 쌍의 눈은 그런 윤견은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 시선 속에서 윤견이 검을 휘둘렀다.


쌍두도 날카로운 손톱을 세우며 흑도를 받아치려했다. 하지만 갑작스레 끼어든 할버드가 손을 쳐냈다.


윤견의 입가에 쓸쓸한 미소가 번지며 손잡이 옆에 한 손가락 겨우 들어갈 크기의 고리를 잡아 당겼다.


{온 – 착화(着火)}

키이이잉-!


그 순간 흑도의 검신이 소리와 함께 푸른 빛을 띠우기 시작했다. 영롱한 불빛에 쌍두의 네 눈도 물론 다른 이들도 한 눈을 뺏겼다.


그러나 평소에 보이던 불꽃은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흑도는 상당히 강한 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견아 그 검.."

"뭐, 내장형이라고 생각하면 돼."


문하가 처음 보는 흑도의 모습에 의아함을 표하자 윤견이 어색하게 웃어 넘겼다.


'이 레버를 당기시면...'


당시 검을 건넨 지성이 흑도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었으나 윤견은 그 중 아주 간단한 정보만 뽑아 들었다.


레버를 당기면 검이 뜨거워진다.


촤악-!


푸른 검신이 쌍두를 베자 상처에서 푸른 불꽃이 일렁였다.


-? 뜨거워지기만 한 게 아니었나?


"키에에!!"


놀란 건 쌍두도 마찬가지. 검에 베이고 그을리기까지 하니 고통은 배로 깊었다. 그리고 분노까지도.


쌍두의 입들이 다시 볼록 부풀더니 산을 뱉었다. 산은 다시 불로 변화하며 이들을 덮쳤다.


다시 한 번 살과 근육이 타는 끔찍한 냄새가 주변 이들을 에워쌌다. 불길 속 문하의 시야가 흔들린다.


불길 속 자신에게 붙은 불을 끄기 위해 허우적거리는 사람도 쌍두에게 달려가는 사람도 코끝을 더럽히는 냄새 때문인지 애처로운 비명 때문인지 모두 흐릿하게 보인다.


그런 시야 속에서 또렷이 무언가의 윤곽이 잡혀왔다. 분명 잘려 있어야 할 머리가 붙어있고 비통하게 짓고 있던 표정은 예전과도 같았다.


입이 움직인다. 비명소리 때문에 들리지는 않았다. 아니 애초에 들일 리가 없다.


죽은 자는 말이 없으니. 하지만 이상하게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 것만 같았다. 분명 윤견처럼 나무라고 있을 것이다. 공과 사는 아주 확실히 하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던 사수이니.


예전에도 그랬었다. 게이트에서 문하의 작은 실수를 꼬집어 혼을 냈었고 게이트 밖에 나가서는 미안했는지 커피 한 잔을 내밀었다.


“...죄송해요.”


문하가 중얼거리자 윤곽은 매연과 함께 사라지며 주변 풍경이 진해졌다.


“견아! 가자!”

“오케이!”


불길을 뚫으며 쌍두에게 다가갔다. 역시나 곧바로 발견한 쌍두가 머리들을 떼어내더니 그들에게 집어 던졌다. 머리를 감쌌던 막이 부풀어 오르더니 그대로 터지며 날카로운 파편들이 튀어나왔다.


{온 - 트라이던트}

{온 – 착화(着火)}


파편들을 막아내며 발을 멈추지 않았다. 파편이 어깨를 스치고 뺨을 베어도 살가죽에 박혔다. 쌍두가 다시 머리를 떼려하자 옆에서 반송장에 가까운 헌터들이 달려들었다.


그들의 목적은 오로지 하나, 아주 잠시라도 저들의 시간을 벌어주는 것. 온을 들어 올릴 힘은 없지만 저 많은 눈을 잠시라도 묶을 수는 있었다.


“키에!”


쌍두과 짜증을 내며 날파리 쫓듯이 대검을 휘둘렀다. 단 칼에 헌터들이 베이며 쫓아냈다. 하지만 그 잠깐 사이에 접근한 그들을 발견한 오른쪽 머리가 포효와 함께 산을 뱉었다.


그러나 몸을 낮춰 피한 윤견이 흑도를 치켜세우며 머리가 아닌 대검을 쳐냈다.


“지금!”


{온 - 언월도}


윤견의 신호에 대검을 밟고 뛰어오른 문하가 창의 형태를 바꾸고는 쌍두의 머리를 향해 힘껏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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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 녹색 도시 - 2 24.05.06 6 0 11쪽
207 녹색 도시 24.05.05 6 0 11쪽
206 좋은 사람 24.05.03 10 0 10쪽
205 문제아 - 2 24.05.01 11 0 11쪽
204 불량아 - 7 24.04.29 11 0 11쪽
203 무채색과 긍지 24.04.28 15 0 11쪽
202 경찰청 - 3 24.04.27 11 0 11쪽
201 경찰청 - 2 24.04.24 15 0 11쪽
200 문제아 24.04.22 16 0 11쪽
199 경찰청 24.04.20 15 0 11쪽
198 불량아 - 6 24.04.18 17 0 12쪽
197 불량아 - 5 24.04.16 16 0 11쪽
196 불량아 - 4 24.04.14 21 0 11쪽
195 불량아 - 3 24.04.13 18 0 11쪽
194 불량아 - 2 24.04.11 19 0 11쪽
193 불량아 24.04.09 21 0 11쪽
192 운수 좋은 날 24.04.06 20 0 11쪽
191 작별 인사 24.04.04 23 0 11쪽
190 이들을 위하여 24.04.02 23 0 11쪽
189 파이브 - 3 24.03.31 27 0 11쪽
188 파이브 - 2 24.03.30 28 0 11쪽
187 죽은 자는 말이 없다 - 5 24.03.28 20 0 11쪽
186 죽은 자는 말이 없다 - 4 24.03.24 29 0 11쪽
185 죽은 자는 말이 없다 - 3 24.03.23 28 1 11쪽
184 죽은 자는 말이 없다 - 2 24.03.21 27 1 11쪽
» 죽은 자는 말이 없다 24.03.19 28 1 11쪽
182 리저드 공습 - 2 24.03.17 34 1 11쪽
181 리저드 공습 24.03.16 31 1 11쪽
180 되돌리다 24.03.12 35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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