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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앗호 님의 서재입니다.

개같이 멸망한 세계 속 유일한 파이브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지앗호
작품등록일 :
2023.05.22 17:05
최근연재일 :
2024.05.06 14:41
연재수 :
20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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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096
추천수 :
330
글자수 :
1,012,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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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4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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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죽은 자는 말이 없다 - 4

DUMMY

엘리제아르는 분명 도망칠 기회가 있었다. 그것도 많이.


하지만 그녀는 도망치지 않았다. 그야 당연히 개미를 보고 도망치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그러나 너무 위에서 본 것일까, 그저 작은 개미처럼 보였던 저들이 점차 가까워지니 거대해지고, 거대해지니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였다.


저들에게는 온이라는 날카로운 발톱이 있었고 분노라는 아성이 있었으며 그리고...


천공을 가르는 거대한 낫이 윤견을 내리쳤다. 윤견도 곧바로 흑도로 막았으나 압도적인 무게에 그대로 치이며 날아갔다.


수많은 나뭇가지들을 부수며 날아간 윤견은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졌다. 문하는 눈을 빠르게 윤견의 상태를 훑었고 윤견이 작게나마 미동을 보이자 바로 엘리제아르를 찾았다.


{권능: 십자가 – 블러드 키메라}


그러나 보이는 건 수십개의 머리를 가진 혈로 만들어진 개들 뿐.


"크르르..크아!"


수십 개의 머리가 헌터들을 공격했다. 그 뒤로 고고하게 떠있는 붉은 결은 한 껏 더 거대해진 날개를 펄럭이며 다시 한 번 거대한 검을 만들고는 바닥을 휩쓸었다. 대지가 파이고 먼지폭풍이 불어오며 거대한 흔적을 땅에 새겼다.


휘오오오...


피어난 흙먼지가 고요히 피어나며 전장을 덮었다.


"크아아아!!"


침묵은 금세 깨지며 엘리제아르의 소환수가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먼지를 뚫고 날아 온 충격파에 두 머리가 날아갔다.


엘리제아르의 두 눈은 곧바로 충격파가 날아온 방향을 거슬러 올라갔다.


“찾았다.”


서늘한 목소리가 작게 중얼거렸다. 분명 들릴 일 없는 거리와 크기였음에도 하성의 뒷덜미가 서늘해졌다.


“치잇!”


하성이 혀를 차며 총구를 겨누었지만 이미 엘리제아리는 쏜살같이 하강하고 있었다. 충격파와 탄환이 날아갔지만 붉은 결은 가볍게 피하고는 날카로운 손톱을 세웠다.


하성도 총구를 치우고는 총검을 세우며 각진 움직임을 보였다. 총검이 엘리제아르의 목에 다다르기 직전 그 보다 먼저 손톱이 하성의 어깨를 파고 들고는 그대로 움켜잡고 방향을 돌렸다.


하성의 다리가 땅에서 떨어지며 서서히 멀어졌다. 그러자 도끼와 언월도가 동시에 엘리제아르의 팔을 잘랐다. 잘리자마자 재생된 팔은 그대로 도끼와 함께 기도를 날리고는 문하를 향해 혈의 채찍을 휘둘렀다.


“으아아아!!”


{온 - 트라이던트}


문하가 기합과 함께 온을 트라이던트로 바꾸고는 휘몰아치는 채찍을 튕겼다. 계속되는 채찍질에 문하의 손가락이 점차 떨기 시작할 때 채찍질이 멈추더니 거대한 철퇴로 변해 문하가 아닌 다른 쪽으로 휘둘렸다.


철퇴를 밟고 올라선 윤견이 모습을 드러내며 화염의 참격을 날렸다. 철퇴는 한 바퀴 더 빠르게 회전하고는 참격을 막았다.


-모습이 변하더니 힘과 속도가 강해졌어. 필살기 같은 건가? 한마디로, 저걸 넘어야지 이긴다.


{권능: 십자가 – 블러드 웨폰}


허공에 수많은 병장기들이 하늘을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문제는 저 괴물을 어떻게 넘어가는 건데.


“헌터님.”


뒤에서 들려오는 기도의 목소리에 슬쩍 뒤를 돌아보니 한 쪽 팔이 잘린 기도가 가쁜 숨을 내쉬고 있었다.


“...팔을 자르셨군요.”

“하..하. 주인 닮아 워낙 거친 놈인지라. 것보다 저 십자가 보이십니까?”


기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병장기들이 낙하했다. 윤견은 쏟아지는 병장기들을 죽기살기로 막아내면서도 기도가 말했던 십자가를 발견했다.


-음? 그러고 보니 분명 놈이 사라지기 전에 너무 빨라 확인하지 못했지만 분명 자신에게 뭔가를 했었어. 그게 저 십자가였나.


“큿!”


카앙!


잠시 딴 생각을 한 윤견을 벌하듯 엘리제아르가 직접 하강에 병장기들을 낚아채고는 윤견에게 휘둘렀다. 윤견도 온 몸을 비틀며 엘리제아르의 검기를 방어했다.


{온 - 음속의 적탄환}


갑작스레 날아온 탄환이 엘리제아르의 한 쪽 눈을 빼앗았다. 그러나 엘리제아르는 전혀 개의치 않다는 듯이 남은 눈으로 한 쪽 팔로 겨우 총을 잡고 있는 하성을 바라봤다.


“으랴앗!”

“씨바알!!”


그런 뱀파이어의 뒤로 두 명의 헌터가 온을 꽂아 넣었다. 그러자 한순간이었지만 엘리제아르의 표정이 변했다.


-어?


붉은 병장기가 뒤에 있는 헌터들에게 향하려하자 흑도가 막아서고는 두 헌터에게 물러서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리고 시체들을 벗어나면서 챙긴 섬광탄을 터트렸다.


코앞에서 갑작스레 터진 섬광에 엘리제아르는 날개를 펄럭이며 하늘 위로 솟아났다. 그리고는 사방에 병장기들을 날렸다.


“효..효과가 있다.”


처음으로 만들어낸 틈. 분명 눈이 재생된 것처럼 금방 재생될 것이다. 고작해야 몇 분. 그 틈에 도망쳐 봤자 금방 따라올 것이다.


“다들 이쪽으로! 빨리!”


윤견이 외치자 하성와 문하 그리고 기도와 몇몇의 헌터와 군인들이 다가왔다. 아직 전부 온 건 아니지만 저들까지 기다릴 시간이 없었다.


“저 십자가가 약점일 수 있습니다.”


팔이 잘리고 눈이 퍼졌음에도 변화 없던 괴물이 온이 몸을 꿰뚫는 것에 반응했다. 다른 이가 봤으면 그렇게 봤겠지만 바로 정면에 있던 윤견은 달랐다. 몸을 관통한 온이 십자가를 건드는 것을 보았다.


그렇다고 확신할 수는 없었다. 근거는 너무 부족하며 비약했다. 고작 그 순간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니.


하지만 이제 시간이 없다. 이 빈약한 근거를 잡을지 말지 정해야 한다.


빈약한 근거. 충분히 뒷받침 할 수 없는 증거까지. 그러나 어느 누구도 반박하지 않았다.


"하아...뭐 그래도 다른 뾰족한 수는 없으니."

"하핫! 걱정마라 하성. 보통 만화나 영화 같은 걸 보면 저런 게 약점인 경우도 있어!"

"그럼 이제 어떤 작전을..."


한 헌터가 조심히 물어보자마자 회복한 엘리제아르의 공격이 쏟아졌다. 결국 이들은 목표만 정한 채로 흩어졌다.


하지만 차례차례 눈빛을 주고 받으며 조금씩 계획을 세웠다.


"으랴랴아아아!!!"


기도가 괴성과 함께 바닥에 나뒹구는 창을 집어 던졌다. 엘리제아르는 가볍게 피하는 가 싶더니 병장기 하나를 손에 쥐고는 뒤에서 날아오는 문하의 참격을 막았다.


그 순간 엘리제아르의 한 쪽 날개가 끊어지더니 중심을 잡지 못하고 아래로 추락했다.


떨어지는 와중 그녀의 눈동자는 총구를 겨누고 있던 하성을 발견하고 손을 뻗자 병장기들이 뭉쳐지더니 거대한 손바닥이 하성 위로 떨어졌다.


콰앙-!


거대한 소리에 살포시 착지한 엘리제아르의 잘린 날개 단면이 꿈툴거렸다. 윤견과 여러 헌터들이 이를 물어가며 돌진했다.


쏟아지는 병장기들을 뚫으며 도달한 윤견이 흑도을 휘둘렀다. 휘몰아치는 흑도를 받아치며 엘리제아르도 부드러운 검술을 뽐냈다.


혈도가 아름다운 궤적을 그릴 때마다 궤적을 따라 윤견의 피가 따라갔다.


"후..흡!"


마치 누군가가 장기를 쥐어 잡는 고통에 호흡은 점차 불규칙해졌지만 눈은 혈도만을 필사적으로 붙잡았다.


카앙-!


그 순간 가볍게 쳐낸 엘리제아르의 혈도에 윤견의 다리에 힘이 풀리며 휘청거렸다. 그러나 두 명의 헌터와 기도가 달려들며 윤견을 대신해 상대했다.


세 명의 헌터가 온을 몰아쳤음에도 엘리제아르는 아무런 빈틈도 보이지 않고 전부 응수했다.


"커헉!"


그 중 엘리제아르의 손이 한 헌터의 몸을 관통했다. 헌터는 떨리는 두 손으로 자신의 몸을 뚫은 팔을 붙잡았다.


"공굑해!!"


피가 절반인 유언을 뱉자 기도의 도끼가 뱀파이어의 쇄골을 파고들었고 옆에서 나타난 문하가 스피어로 십자가를 노렸다.


"어딜!"


변하고 나서 처음으로 엘리제아르의 목소리가 올라갔다. 덕분에 이들도 조금이나마 근거에 살을 붙일 수 있었다.


"가만히 있어!!"


기도가 이빨로 도끼의 체인을 뜯고는 엘리제아르의 팔을 묶었다. 그러자 몸을 뚫었던 팔을 그대로 휘두르며 문하의 창을 붙잡았다.

그리고 입을 벌리자 그 안에 핏방울이 두둥실 떠오르더니 그대로 문하의 옆구리를 찔렀다.


문하가 입술을 잘근 씹어 비명을 막았지만 작은 핏물이 주륵 틈에서 빠져 흘렀다.


"죽어."


차디찬 입김과 함께 문하의 위로 창들이 쏟아졌다.


{온 - 착화(着火)}


윤견이 어둠 속 푸른빛과 함께 나타나며 푸른빛을 휘둘렀다. 푸른빛이 지나간 자리에는 똑같은 빛의 불꽃이 일렁이며 창들을 막아냈다.


",,,하! 무지하구나, 무지해! 이때 노렸으면 치명적이었을 텐데!"


엘리제아르가 갑작스레 나타난 윤견에 내심 놀라면서도 윤견의 판단에 조소를 날렸다.


"나도 알아, 모기 새끼야."

"뭐?"


뜻밖의 태도에 엘리제아르의 눈썹이 꿈틀거리더니 천천히 위로 솟구치며 다급히 고개를 돌렸다.


{온 - 역린의 탄환}


"저..망할 녀.."


총구에서 탄환이 서서히 나아갔다. 탄환을 따라 엘리제아르의 눈동자가 움직였다. 체인이 묶인 팔을 잘라 다시 재생시키기도 늦었고 문하의 창을 놓을 수도 없다.


...저 탄환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탄환은 그대로 십자가에 명중하며 굉음과 함께 부서졌다. 십자가가 부서지자마자 하늘에 있던 병장기들은 그대로 형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피로 변해 비처럼 쏟아졌다.


“어...어..이..이게 무슨..”

-악몽인가? 왜 내가 이런 곳에서 이런 꼴을...


공허한 눈이 바닥에 떨어진 십자가 파편을 쳐다봤다. 모든 것이 이질적으로 보이고 느껴진다. 하늘하늘 불어오는 밤공기도 아름다움과 동 떨어진 자신의 꼴도 모두 눈을 뜨면 사라질 악몽만 같았다.


엘리제아르의 고개가 떨궈지며 붉은 머리도 같이 흔들렸다. 주변에 있던 이들의 표정이 점차 밝아지다 못해 해탈해지며 미소를 지었다.


“...어쩌면 진짜로 악몽일지도.”


여린 목소리가 들리기 전까지.


{권능: 혈 조작술 – 블러드 익스플로전}


그녀의 피부가 갈라지며 그 틈으로 피가 증기가 되면서 빠져나갔다.


“어.”


윤견은 단마디의 말만 남기고 다른 이들처럼 폭발에 휘말려 날아갔다. 바닥을 구르고 다시 구른 윤견이 갓 태어난 사슴처럼 온 몸을 떨며 일어서려 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팔과 다리에 힘이 풀리며 바닥에 얼굴을 수도 없이 묻었다.


-..일어난다고 해도 달라지는 게 있을까...나 혼자..


“견아..”


익숙한 목소리에 겨우 고개를 돌리니 온 몸에 피를 뒤집어 쓴 문하가 창을 지지대 삼아 일어나고 있었다.


“누님...도망쳐, 내가 최대한 붙잡고 있을..”

“아니, 가자, 견아. 끝낼 수 있어, 그렇죠?”

“그럼요!”


기도가 윤견의 팔을 잡아 일으키며 대답했다. 기도를 뒤로 두 명의 헌터고 비틀거리며 합세했다.


“여기서 아직 힘을 쓸 수 있는 사람?”


이들 중 유일하게 윤견만이 부들거리며 손을 들었다.


“...후우, 좋아, 부탁할게 견아.”


문하가 평소와 같은 시원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나서 윤견의 앞에 서자 다른 헌터들도 일제히 윤견의 앞에 모이기 시작했다.


이들에게는 온이라는 날카로운 발톱이 있었고 분노라는 아성이 있었으며 그리고. 희생이라는 마지막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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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 녹색 도시 - 2 24.05.06 6 0 11쪽
207 녹색 도시 24.05.05 6 0 11쪽
206 좋은 사람 24.05.03 10 0 10쪽
205 문제아 - 2 24.05.01 11 0 11쪽
204 불량아 - 7 24.04.29 11 0 11쪽
203 무채색과 긍지 24.04.28 15 0 11쪽
202 경찰청 - 3 24.04.27 11 0 11쪽
201 경찰청 - 2 24.04.24 15 0 11쪽
200 문제아 24.04.22 16 0 11쪽
199 경찰청 24.04.20 15 0 11쪽
198 불량아 - 6 24.04.18 17 0 12쪽
197 불량아 - 5 24.04.16 16 0 11쪽
196 불량아 - 4 24.04.14 21 0 11쪽
195 불량아 - 3 24.04.13 18 0 11쪽
194 불량아 - 2 24.04.11 19 0 11쪽
193 불량아 24.04.09 21 0 11쪽
192 운수 좋은 날 24.04.06 20 0 11쪽
191 작별 인사 24.04.04 23 0 11쪽
190 이들을 위하여 24.04.02 23 0 11쪽
189 파이브 - 3 24.03.31 27 0 11쪽
188 파이브 - 2 24.03.30 28 0 11쪽
187 죽은 자는 말이 없다 - 5 24.03.28 20 0 11쪽
» 죽은 자는 말이 없다 - 4 24.03.24 29 0 11쪽
185 죽은 자는 말이 없다 - 3 24.03.23 28 1 11쪽
184 죽은 자는 말이 없다 - 2 24.03.21 27 1 11쪽
183 죽은 자는 말이 없다 24.03.19 27 1 11쪽
182 리저드 공습 - 2 24.03.17 34 1 11쪽
181 리저드 공습 24.03.16 31 1 11쪽
180 되돌리다 24.03.12 35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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