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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님의 서재입니다.

조선 백정 영의정 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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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한만수™
작품등록일 :
2024.05.20 21:29
최근연재일 :
2024.06.30 07:43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17,826
추천수 :
574
글자수 :
218,253

작성
24.06.01 06:00
조회
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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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글자
11쪽

3화 홍문관 교리(2)

DUMMY

이창배가 소개를 해 준 집은 마음에 들었다.

우선 궁궐하고 거리가 가깝고, 시전도 멀지 않다.


“어, 어서 오십시오.”


50대 청지기가 이창배에게 인사를 하고 나서 준호를 바라봤다.

뒤늦게 집을 사러 온 양반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민망하게 웃으며 인사를 했다.


전형적인 양반집으로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양쪽에 행랑채와 바깥사랑채가 있다,

마당에는 대추나무와 감나무가 있다.

우물도 있는 걸 봐서 사대부가 살던 집이다.

안채에는 대청을 사이에 두고 사랑방과 안방이 있다.

안방 옆에는 건넛방이고, 정짓간의 찬모와 하녀나 노비가 잠을 잘 수 있는 쪽방이 있다.


“당장 밥을 해 먹어야 하니까, 찬모하고 심부름할 계집종을 한 명 구해주게.”

“예, 제가 믿을만한 찬모와 계집종을 구해보겠습니다. 청지기는 필요하지 않습니까?”

“청지기?”


준호는 청지기라는 말에 벽사골의 때출이가 떠올랐다.

청지기는 덩치도 있어야 하지만 기본적으로 입이 무거워야 한다.

집안을 들락거리는 사람들에 대한 신분이며, 집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밖에 노출시켜서는 안된다.

적당한 인물은 때출이다.

때출이는 호랑이를 때려잡는 힘이 있다. 게다가 형제와 같은 처지라서 믿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 데리고 올 명분이 없다.


“예, 마당이 넓으니까 청지기도 있어야 합니다.”


이창배 말에 뒤를 따라다니던 청지기가 간절한 얼굴로 준호를 바라봤다.


“청지기는 내가 구해보겠네. 집이나 계약을 해 주시게.”


사람과 사람 관계에서는 맺고 끊는 것이 정확해야 한다.

옛 주인 청지기는 옛 주인에게 최적화되어 있을 것이다.

준호는 일부러 청지기가 들으라는 얼굴로 말했다.

“지금 당장 제가 계약을 하겠습니다.”

“알겠네. 객주가 차명 계약을 해 주게. 대금은 지금 주겠네.”

“예. 계약서가 나오면 한성부나 호조에 가서 신고를 하겠습니다.”

“고맙네.”


준호는 감개무량한 얼굴로 다시 집안을 한 바퀴 천천히 돌았다.

***

전병기는 준호를 보자마자 굳은 얼굴로 잔기침을 하며 밖으로 나왔다.

지난번처럼 10년 만에 처가 오는 사위 반기듯 하는 시어머니 얼굴이 아니다.

불만에 얼굴이 퉁퉁 부은 얼굴로 말도 안 하고 창고 앞으로 갔다.


“20대를 만들어 놨습니다.”

“나한테 뭐 할 말이 있는겐가?”


창고 안에는 20대의 손수레가 나란히 줄지어 있다.

준호가 손수레 대수를 확인하고 전병기를 바라봤다.


“에이···”

“너, 이놈, 야장 주제에 감히 뉘 앞이라고 인상을 쓰느냐?”

“나리, 나리 요새 철가격이 얼마나 비싼 줄 아십니까?”

“그걸, 왜 나한테 묻느냐?”


준호는 전병기 얼굴이 퉁퉁 부어 있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전병기가 공손하게 부탁을 했다면 제조 가격을 올려 줄 수가 있다.

하지만 장이 기질을 앞세워 불만을 섞어 요구하면 한 푼도 올려 줄 수 없다.

한 푼을 올려주면, 나중에 1냥을 올려달라고 할 것이다. 결국은 제멋대로 만들어서 팔겠다고 큰소리칠 것이다.

이런 경우는 나중이라도 가격 운운할 수 없을 정도로 짓눌러 놔야 한다.


“손수레 한 대 원가가 3냥입니다요. 제가 남은 2냥을 다 먹는 것도 아닙니다. 직원들은 흙 먹고 일을 합니까?”

“그러니까 네 놈이 하고 싶은 말이 뭐냐?”

“긴 말씀 안하겠습니다. 한 대당 10냥은 받아야겠습니다.”

“한 대당 10냥을 받겠다···”


20대 가격은 5냥씩 주기로 했으니까 100냥이다.

준호는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100냥짜리 음표를 꺼내서 내밀었다.


“이, 이게 뭡니까?”


글씨를 읽을 줄 모르는 전병기가 100냥짜리 음표를 얼떨결에 받아들고 물었다.


“그게, 1백 냥짜리 음표다. 육조거리에 있는 평시서에 가면 현금으로 바꿔 줄 것이다.”

“이게 백 냥짜리라면?”


전병기는 손에 쥐고 있는 종이쪼가리가 100냥짜리라고 하니까 갑자기 긴장됐다.


“너 같은 놈을 조선 최고의 야장으로 봤던 것이 내 실수였다. 더는 손수레를 만들지 않아도 된다.”

“허! 마음대로 하십시오. 제가 염창동에 끌고 가면 20냥은 못 받아도 15냥은 받을 수 있습니다.”


전병기는 조선 최고의 야장이라는 말에 찔끔했으나 용기를 냈다.


“만에 하나, 네 놈이 내 허락 없이 손수레를 만들어 팔다가는 목숨이 위태로울 것이다.”

“모, 목숨이 위태롭다니, 지금 저를 협박하시는 겁니까?”

“협박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왜 대장간이 많은 아현이나 광희문 밖으로 가지 않고 여기로 왔는지 아느냐?”

“왜, 왜 오셨는데요?”

“네 놈 실력이 조선에서 알아줄 만큼 좋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인격이 땅바닥에 기어 다니는 벌레 같은 놈이라면 더 상대할 가치가 없다.”

“마, 마음대로 하십시오. 저는 저대로 만들어 팔테니까요.”


전병기는 두 번씩이나 조선 최고의 야장이라는 말을 들으니까 슬그머니 미안해졌다.

하지만 5냥짜리를 20냥에 파는 꼴을 구경만 할 수는 없다.

마음대로 하라는 얼굴로 음표를 소중하게 착착 접었다.


“아현에 가서 제일 큰 대장간을 찾아 독점계약을 하겠다. 그럼 너는 다시는 손수레를 만들 수 없을 것이다.”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아현에서 있는 대장간에서 네 놈이 손수레를 만들어 파는 걸 구경만 하고 있을 것 같냐?”

“그, 그럼···”

“네 놈도 그렇지만 야장들 성질 더러운 거 알고 있지않느냐? 모르긴 몰라도, 네가 손수레를 만들어 팔면 망치를 들고 달려올 것이다.”

“나리! 제, 제가 너무 욕심을 부렸습니다. 하,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준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하지만 전병기의 귀에는 죽여 버리겠다는 말로 들렸다.

돈이 아무리 많아야 죽으면 그만이다.

무릎을 착 꿇으며 두 손으로 싹싹 빌기 시작했다.

***

궁궐에는 왕과 왕비며 왕세자의 옷을 전담해서 만들어 주는 상의원이 있다.

벼슬아치들은 감히 상의원에서 관복을 맞춰 입을 수 없다.


관복을 바느질을 전문으로 하는 침선장에게 맡길 수 없다. 양반들과 벼슬아치들 옷을 만드는 의복장에게 맡긴다.


벼슬아치들이 수시로 옷을 갈아입는다.

조정에 나갈 때는 사모를 쓰고 흉배까지 차고 나가는 공복을 입는다.

사무실에서 집무를 할 때는 공복이 불편해서 근무할 때는 상복을 입고, 공적인 일을 할 때는 시복(時服)을 입는다.

시복은 직업군인들이 행사 때 입는 정복이 아닌, 근무복처럼 약식으로 흉배를 찬다.


“관복은 15냥, 상복은 2벌 정도 해야 하니까 10냥, 시복은 철따라 바꿔 입어야 하니까 4벌 가격이 20냥 해서 모두 45냥입니다.”


의복장이 점잖게 가격을 제시했다.


“알겠네. 사흘 후에 찾으러 오겠네. 나흘째가 되는 날 궁궐에 첫 출근을 하는 날이니까, 날짜는 엄수하게.”

“어이구! 어렵습니다. 적어도 한 달은 시간을 주셔야 합니다.”

“내가 사흘 만에 관복을 완성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주겠네.”

“죄송하지만 제가 양반나리들 옷이며 관복을 만들기 시작한 지가 올해로 20년째입니다. 사흘 안에 시복 한 벌은 만들 수 있겠지만 관복은 어림도 없습니다.”


의복장이 어림도 없다는 얼굴로 손을 내저었다.


“바느질 잘 하는 침선장 5명만 수배를 해서 우리 집으로 데리고 오게.”

“침선장을 수배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5명이 달려든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닙니다.”

“침선장 한 명이 옷 소매만 만든다면 하루에 몇 벌 몫이나 만들 수 있겠는가?”


진호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의복장을 지그시 바라봤다.


“천만 있다면 열 벌인들 못 만들겠습니까?”

“5명에게 각각 분담하게, 바짓가랑이, 옷소매, 저고리 앞단, 뒷단, 그것을 서로 연결하는 침선장. 자네는 바느질이 잘 되었는지, 각 부분이 제자리에 잘 이어졌는지 관리감독만 하면 이틀이면 족하네.”

“그, 그런 수가 있었군요. 알겠습니다. 그럼 시전에 들려서 천을 끊어 저녁에 댁으로 가겠습니다”

“천을 끊으려면 돈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선금으로 10냥 주겠네.”

“아이고, 선금을 주시면이야 더 힘을 내서 옷을 만들겠습니다.”


진호는 의복장에게 10냥을 내밀었다. 의복장이 황송하다는 얼굴로 돈을 챙겼다.


“이건, 시전에 가서 떡이나 사 먹으라고 주는 돈일세.”


조선시대라고 팁이 없는 것은 아니다. 팁을 주면 바느질 한번 할 것 두 번 하고, 다리미질 대충 할 거 몇 번이고 각을 잡는다.


“아이구, 이러지 않으셔도 이 바닥에서 저를 따라 올해 의복장은 없습니다.”


의복장은 지금까지 벼슬아치들 관복을 수백 벌이나 만들었다. 수고했다는 말은커녕, 쉰 탁배기 한잔 얻어먹은 적이 없다.

진호는 벼슬도 높지 않다.

올해 장원급제한 정 5품이다. 그런데도 1냥이라는 거금을 떡값으로 내민다.

손톱이 빠지는 한이 있더라도 최고의 관복을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

행정고시에 합격해서는 곧바로 발령을 받지 않았다.

적게는 2개월 많게는 3개월 후에 임용 예정자로 발표가 난다.

임용 예정자는 신체검사, 약물검사, 신원검사를 거쳐야 비로소 임용된다.

초시나 진사로 급제를 하면 성균관에서 2년 동안 공부를 하며 다시 복시를 보기도 한다.

알성시는 왕이 직접 주최를 한 과거라 장원급제를 하면 곧장 사령장을 받는다.


사령장을 받기 전에 왕이 주최를 하는 축하연이 벌어졌다.

왕이 주최를 한다고 해서, 이제 새내기 벼슬아치들이 된 급제자들과 건배를 외치는 자리가 아니다.

삼정승과 육조판서를 비롯해서 좌찬성, 우찬성 등 고위급 대감들이 참석을 하고, 왕은 얼굴만 내비치는 자리다.


장소는 날씨가 더우니까 경희루로 정했다.

누각으로 된 경희루에는 연회를 펼칠 준비가 되어 있다.

긴 교자상이 아니다.

일인 일상으로 독상이 참석자 앞에 한 개씩 늘어서 있다.

왕이 참석하는 자리니까 예행연습이 있어야 한다.


이조 좌랑 김윤식과 의정부의 검상이며, 예조의 정랑들이 자리 배치부터 정해줬다.

오른쪽에는 기라성같은 대감들이 도열할 예정이고, 왼쪽에는 10명의 급제자들이 서 있을 자리다.


“전하가 들어오시기 전에 자리에 앉으면 안 된다. 전하가 먼저 옥좌에 앉으셔서 앉으라는 계시가 있으신 후에 자리에 앉는다.”


김윤식은 준호를 정조와 가장 가까운 자리를 정해줬다.

맞은 편에는 영의정 오양수의 자리다.

2등을 한 하응백은 당연히 준호 옆자리에 배정을 받을 줄 알고 슬금슬금 다가갔다.


“자네는 저쪽에 서게. 여기는 한성판윤대감 나리 자제분 자리네.”


김윤식이 준호 옆자리로 온 김윤식을 밀어냈다.

그 대신 저만큼 서 있는 한성판윤의 아들을 불렀다.

졸지에 망신당한 기분이 들은 하응백은 한성판윤 아들 옆자리에 섰다.

준호가 어디로 발령을 받았는지 너무 궁금하다.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거지?

비참해졌다. 근본도 모르는 놈이 장원급제했다고 해서 벌써부터 알랑 거리는 것은 아닌지. 자존심이 상했다.

하지만 준호는 궐 안에 있는 각사에 발령을 받을 것이다.

자존심보다는 출세가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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