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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님의 서재입니다.

조선 백정 영의정 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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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한만수™
작품등록일 :
2024.05.20 21:29
최근연재일 :
2024.06.30 07:43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17,348
추천수 :
547
글자수 :
218,253

작성
24.05.31 06:00
조회
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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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글자
11쪽

3화 홍문관 교리(1)

DUMMY

준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더는 할 말 없다는 얼굴로 의자에서 일어났다.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뭐가 또 할 말 있느냐?”

“나, 나리가 제 여각에 기를 불어 넣어 주신 것은 감사합니다. 하지만 제 여각이 없었다면 나리가 기를 불어 넣고 싶어도 넣을 곳이 없을 것 아니겠습니까?”


준호가 배짱을 부리는 통에 얼떨결에 말을 한 객주는 마음속으로 소스라치게 놀랐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기가 막힌 말이다.

준호는 다른 여각에 가서는 한 푼도 받지 못한다.

준호가 아니면 큰돈을 못 벌지만, 준호도 큰돈을 벌지 못할 것이다. 충분히 흥정해 볼 가치가 있다.


“그러니까 객주 말은 1년에 2만 4천 냥을 벌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시겠다.”

“1만 냥은 저한테 엄청나게 큰돈입니다. 나리 말씀처럼 우리 여각에 기를 불어 넣어 주셨다고 해도 급제자가 나오지 않으면 저는 뭐가 되겠습니까?”

“당연히 객주는 알거지가 되겠지.”


진호가 가소롭다는 얼굴로 웃으며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마, 맞습니다. 물건이라면 창고에 보관했다가 나중에 팔면 되지만 이건, 순전히 운 아닙니까?”

“내가 처음 이 여각에 들어올 때 운을 믿고 50냥을 걸었다고 생각하느냐?”

“그, 그건 아닙니다만···”

“그렇다면 또 무슨 말이 필요하다는 거냐?”


진호가 마음속으로 객주 머리 위에 있다고 생각하며 물었다.


“다, 다음에 급제자가 나온다면 당연히 그렇게 되겠지요.”


객주는 묘하게 진호에게 끌려가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내 말을 못 믿으시겠다?”

“미, 믿습니다. 저는 위험 부담을 좀 줄여 달라는···”

“그럼, 다음에 급제자가 나오면 1만5천 냥을 내겠느냐?”

“지, 지금 1만 냥도 너무 많아서 결정을 못 내리고 있는 판국에?”


갈수록 태산이지만, 객주는 어쨌든 진호를 붙잡고 싶었다.


“지금 사무실 밖에 예약을 기다리는 유생들이 수십 명 기다리고 있네. 하룻밤 숙박비가 15냥씩인데 예약할 생각이 있느냐고 물어보게.”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진호는 못 이기는 척 의자에 앉았다.

객주는 움직이지 않았다. 연신 마른 침을 삼키며 진호를 바라봤다.


“내 말이 믿어지지 않는 모양이군.”

“아, 아닙니다. 나리···”


진호가 다시 의자에서 일어나려는 기척을 보이자 객주가 바쁘게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


“나, 나리!”


객주가 들뜬 얼굴로 문을 노크도 하지 않고 뛰어 들어왔다.


“15냥이 비싸다고 하든가?”

“예약하겠다는 손님들에게 스, 스무 냥에 20명만 받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객주가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얼굴로 더듬거렸다.


“그랬더니?”

“거의 순식간에 20명이 차 버렸습니다.”

“순식간에 20명이 예약을 했다면 돈을 더 줄 테니 예약하자는 손님은 없었던가?”

“아니, 그걸 어찌 아셨습니까? 제가 예약을 받을 때 밖을 내다보셨습니까?”


객주가 놀란 얼굴로 닫힌 문과 진호를 번갈아 바라보며 물었다.


“입장을 바꿔보게. 객주가 선착장에서 참돔을 사러 갔네. 참돔 한 마리에 1전씩인데 다 팔렸어. 하지만 자네가 참돔을 떼다 손님에게 팔면 1냥을 벌 수 있으면 어찌하겠나?”


준호는 객주가 1만 냥을 내놓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야, 선장을 붙잡고 2전 줄 테니 나한테 팔라고 하겠죠···장사꾼들은 죄다 그렇게 생각할 겁니다.”

“손님들이 벌떼처럼 몰려서 예약을 하겠다고 아우성치면, 그걸 본 다른 손님들은 이 여각에 서 숙박하지 못하면 또 과거에서 낙방하게 될 것이라는 두려운 마음이 생기는 걸세.”


진호는 객주에게 페어미씽아웃의 원리를 설명하면서 문득 다영이 떠올랐다.

페어 미 씽 아웃(FONO)은 어떤 것을 놓칠까 봐 두려워하는 마음이다.

다영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다영이와 행복한 시간을 보낼 때는 뜻하지 않는 일로 행복이 깨져 버릴까 봐 두려워했었다.


“저는 나리처럼 공부를 안 해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예약을 못한 손님들이 방방 뛰고 있습니다. 하지만 급제자가 나오지 못하면···”

“터가 좋다고 해서 200냥이나 지불했는데 낙방을 하면 어찌하느냐는 말을 묻고 싶은가?”

“예. 이번에야 하루에 20냥씩 받을 수 있다 쳐도 급제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으면···그다음에는 ”

“걱정하지 말게, 이 여각은 터가 좋아서 공부가 잘 될 걸세.”

“터가 좋다는 말은 못 들어 봤는데···”


객주는 터가 좋다는 말이 기분 좋게 들리기는 했지만, 은근히 걱정이 됐다.


“사람은 누구나 잠재된 능력의 1할만 활용을 하지. 나머지 9할은 영원히 쓰지 않다가 나이가 늙으면 결국 못쓰게 되지.”

“그러니까 나리 말씀은 잠재된 능력 9할을 더 꺼내 쓰면 공부를 잘하게 된다는 겁니까?”

“그렇지. 잠재된 능력을 더 발휘할 수 있는 열쇠는 자신감이네. 이 여각에서 숙박을 하면 급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잠재된 능력을 일깨우게 되는 걸세.”

“오호! 그럼 또 급제자가 나온다는 말씀이시군요.”

“확률상으로는 급제자가 나올 확률이 높지.”


이 상황에서 장담하면 나중에 손해배상을 요구 받을 수가 있다.

확답이 아닌 예상치만 대답해야 나중에 빠져나갈 구멍이 생긴다.


“그렇겠군요. 저도 자신도 모르게 몇 배의 힘이 났던 때가 있었습니다.”

“당장은 큰돈이 없겠지?”


자! 이제 수금을 할 때다.

말이 길어지면 객주의 마음이 또 바뀐다.

준호가 객주의 말을 끊고 다짜고짜 물었다.


“어찌 아셨습니까? 돈을 빌려주는 금융여각도 현찰 1만 냥을 쥐고 있지는 않을 겁니다.”

“금융여각보다 염해여각을 찾아가면 쉽게 돈을 빌릴 수 있을 걸세. 내일 중으로 1만50냥을 내 놓게.”

“알겠습니다. 여각을 담보로 하면 그 정도는 충분히 빌릴 수 있습니다. 언제 가시겠습니까?”

“내일 고향에 내려갈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한성에서 처리할 일이 있어 며칠 더 있을 걸세.”

“나리가 떠나시기 전에 돈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알겠네.”


진호는 일부러 시크 한 목소리로 대답하고 의자에서 일어났다.

***

신안여각 이창배는 진호가 장원급제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사복을 입은 진호가 나타나는 모습을 보고 눈이 빠지게 기다렸다는 얼굴로 반갑게 맞이했다.


“손수레를 사겠다는 사람들이 60명이나 기다리고 있습니다.”

“명단을 적어 놨나?”

“예, 제가 계약금까지 모두 받아 놨습니다. 한 대당 10냥씩 해서 600냥 받아 놨습니다.”


이창배가 600냥이 들어 있는 자루와 손수레 구입자 명단을 내밀었다.


“여기 60냥일세. 받으시게.”


준호가 자루에서 10냥짜리 꾸러미 10개를 꺼내서 내밀었다.


“이게 웬 돈입니까?”

“객주가 앞장서서 주문을 받아 주고, 계약금까지 받아 줬으니 수고비를 주는 걸세.”

“수고비라니요? 저는 그저 가만히 앉아서 돈만 받았을 뿐입니다.”


이창배가 이게 웬 떡이냐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손은 내밀지 않았다.


“객주도 객주 일이 있을 거 아닌가? 객주 일을 못 하고 내 일을 대신 해 줬으니 수고비를 주는 건 당연하네.”

“그래도 60냥은 너무 많습니다. 그냥 6냥만 받겠습니다.”

“나는, 객주 정도 수완이 있는 능력자는 60냥을 받아도 된다고 생각하네.”


잠재능력은 대응 상황이 일어날 때 눈을 뜨게 된다.

준호에게 60냥은 60대를 팔고 얻게 될 1200냥에서 원가 300냥을 제외한 900냥의 1할도 안 되는 돈이다.

하지만 이창배에게는 큰돈이다.

준호는 이익금의 1할도 안 되는 돈으로 이창배의 잠재능력을 깨울 생각이다.

그러면 100배가 넘은 6천 냥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계산했다.


“어휴! 너무 많습니다. 저는 그저 가만히 앉아서 예약만 받았을 뿐인데, 이렇게 큰돈을?”


세상에 돈 싫다는 사람없다. 이창배가 이게 웬 떡이냐는 얼굴로 물었다.


“백 대를 예약 받으면 1백 냥을 주겠네.”


관직에 나가서도 계속 신안여각을 들락거리며 주문을 받을 수는 없다.

이창배가 주문을 받고 수금까지 해 주면 손 안 대고 코를 푸는 식이다.


“그, 그러니까 계속 저한테 예약을 받으시라는 말씀이십니까?”


진호가 슬쩍 내미는 미끼를 이창배가 덥석 물었다.

소금처럼 무거운 소금가마니를 선착장에서 창고에 옮겨 놓고 파는 것도 아니다.

가만히 앉아서 주문 만 받으면 1냥씩 떨어진다면 돈을 줍는 것이나 같다고 생각했다.


“이왕 말이 나온 김에 앞으로 손수레는 신안여각에서만 파는 거로 하겠네. 한성에서만 팔구 백 대 정도는 우습게 팔 것이네.”

“아이구, 저한테 맡겨두시면 더 많이 팔 수 있습니다.”

“그럼 계약서를 쓸까? 적은 돈도 아니고, 천 대를 팔면 천 냥이 생기는 계약인데 구두로 할 수는 없잖은가?”


립서비스 한다고 돈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또 천 대를 팔지 말라는 법도 없다. 진호가 점잖게 뒷짐을 지며 말했다.


“아이구, 예, 예. 저도 계약서 좋아합니다. 거래는 크고 작은 것을 떠나서 계약서를 남기는 것이 매우 중요합죠.”


이창배가 서둘러서 지필묵을 가져 왔다. 진호는 점잖게 계약서를 작성했다.


“집을 한 채 구해야겠는데, 잘 아는 집주름이나 거간 있는가?”


계약서 두 장을 작성해서 지장을 찍고 난 진호가 지나가는 말처럼 물었다.


“몇 칸짜리 집을 구하실 생각이십니까?”

“기와를 얹은 10칸짜리면 좋겠는데? 소개비는 톡톡히 주겠네.”

“아! 그러시면 제가 소개를 해 드리겠습니다. 광흥창 근처에 있는 집인데, 제가 잘 아는 염해객주가 살던 집인데 지금 비어 있습니다.”


관리들 녹봉을 주는 광흥창은 염창동에 있다.

염창동은 양화나루와 거리가 가까워 지방에서 세금을 싣고 올라오는 세곡선이 접근하기 좋다.

이점은 궁궐까지는 거리가 멀지 않다는 점이다. 진호가 쇠뿔도 단숨에 빼는 것이 좋다는 얼굴로 말했다.


“왜 집을 비워 뒀는가?”

“아! 오상호라는 염해객주인데 나이가 들어서 고향인 경기도 파주로 내려갔습니다. 집을 내놓은 지는 보름 정도 됐습니다.”

“한번 가 볼까? 집은 얼마에 내놨는가?”

“550냥에 내놨는데 500냥이면 살 수 있습니다.”


이창배는 거간을 불러서 사무실을 지키라고 지시를 하고 외출준비를 했다.


“빈집을 그냥 내버려 두면 불한당들이 수시로 들락거릴 수도 있을 텐데?”

“하하! 청지기가 지키고 있습니다. 청지기뿐만 아니라, 찬모도 있습죠.”

“둘이 부분가?”


진호가 염창동 쪽으로 걸어가면서 자연스럽게 물었다.


“그걸 어찌 아셨습니까?”

“아! 10칸이나 되는 집에 남녀가 지키고 있다면 유별난 사이겠지.”

“맞습니다. 둘이 부붑니다. 나리가 집을 구하시면 그 청지기 부부를 계속 데리고 있으시는 것이 좋으실 겁니다. 제가 그 집을 자주 들락거려서 잘 아는데 청지기는 아주 듬직합니다요.”

“사람은 직접 만나봐야 알 수 있는 법이네.”


진호는 잘됐다고 생각하면서도 뜸을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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