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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님의 서재입니다.

조선 백정 영의정 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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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한만수™
작품등록일 :
2024.05.20 21:29
최근연재일 :
2024.06.30 07:43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17,364
추천수 :
547
글자수 :
218,253

작성
24.05.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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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2
추천
19
글자
12쪽

한성에서 살아남기(5)

DUMMY

며칠 비박을 했는지 초라한 행색의 하응백과 준호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일행이라면 같은 날 도착을 해야 한다.

진호가 아침부터 뭘 잘못 먹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 고개를 갸웃거렸다.


“전에는 몰랐지만 지금부터 아는 사이네.”


진호의 말에 거간보다 하응백이 먼저 놀랐다.

막연하게 희망이 모락모락 연기를 피우기 시작했다.

준호의 다음 말이 궁금해서 가슴이 쿵덕쿵덕 뛰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아는 사이라면?”

“나는 설천에서 온 정진호라고 합니다.”


준호가 거간의 말을 흘려보내고 하응백에게 손을 내밀었다.


“저, 저는 전주에서 올라온, 하, 하응백이라고 합니다.”


한성가면 멀쩡히 서 있는 사람도 코를 베어 간다고 한다.

하응백은 진호가 막상 도움을 줄 것 같은 느낌이 드니까 슬그머니 의심이 고개를 들었다.

준호의 과도한 친절에도 가슴이 두근두근 거리는 것을 느끼며 얼떨결에 손을 내밀었다.


“보아하니, 알성시를 보러 올라오신 것 같은데 저하고 같은 방을 쓰실 수 있겠습니까?”

“어이구, 그렇게만 해 주신다면이야···”


하응백은 준호도 알성시를 보러 왔다는 판단이 들면서 의심의 안개가 깨끗이 사라졌다.

내가 언제 준호를 의심했느냐는 얼굴로 진호의 손을 얼른 두 손으로 잡았다.

손을 놓으면 준호가 마음이 변하기라도 할 것처럼 꼭 잡고 굽실거렸다.


“올라오실 때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대덕에서 갑자기 병이 나는 바람에 사흘이나 지체를 했더니 여비가 부족해 사정하던 중이었습니다.”

“지금은 괜찮습니까?”

“아직, 온전한 몸은 아닙니다. 병을 앓고 나서 몸을 보강해야 하는데 알성시 시일이 급해서 그냥 올라왔더니···”

“이보게, 내가 돈을 줄테니 이 선비에게 장어탕을 내주게. 과거 시험을 볼 사람이 든든하게 잘 먹어야지.”

“그, 그러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응백이 천부당만부당하다는 얼굴로 손을 내저었다.


“저는 급한 일이 있어서 좀 나가봐야겠습니다.”


진호는 하응백에게 급하게 인사를 하고 여각을 나갔다.


“자, 잠깐만요. 너무 고마워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이거 제가 고마움의 증표로 드리는 것이니까 꼭 좀 받아 주십시오.”


하응백이 도포끈에 차고 있던 패옥을 풀어서 내밀었다.


“아니, 이걸 왜?”


진호가 받지 않겠다는 얼굴로 뒤로 물러섰다.


“전라감영에 근무를 하시던 부친이 물려 주신 호랑이 패옥입니다. 저한테는 아주 소중한 것이지만 은혜에 보답하는 뜻으로 드리겠습니다.”


하응백이 얼른 도포끈에 매달아 뒀던 패옥을 풀었다.

호랑이 그림이 그려져 있는 패옥을 진호 도포끈에 매달아 줬다.


“아닙니다. 귀한 걸 저한테 주시면 안되죠.”


과도한 호의는 경계해야 한다.

과도한 호의는 숨겨진 의도가 있거나, 관계를 이용하려는 음모가 숨겨 있을 수가 있다.

진호가 패옥을 받을 수 없다는 얼굴로 도포끈에서 풀기 시작했다.


“이걸 달고 계시면 장원급제 될 것입니다.”


부친으로 물려받았다면 가보급이다.

하응백은 부친께 물려받은 패옥을 내 줄 정도 은공을 갚는 성격이 아니다.

집에 장신구 보따리를 들고 온 부상에게 산 패옥인데도 귀한 것처럼 들러댔다.


“장원급제를 할 수 있는 패옥이라면, 더, 더욱 제가 받을 수 없습니다.”


진호가 새삼스럽게 하응백을 바라봤다.

행색은 초라해 보였지만 굵은 눈썹하며 얼굴의 선이 보통은 넘어 보인다.


“이래봬도 저는 신의가 있는 사람입니다. 제 성의니까 제발 받아 주십시오.”

“허어!”


진호는 거부하고 싶었지만 하응백의 표정이 너무 간절해서 그냥 받아 두기로 했다.

***

과거가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진호는 서둘러서 운종가 쪽으로 향했다.

운종가 근처에 있는 대장간에 가면 오늘쯤 설계도대로 외바퀴 손수레를 만들어 놓았을 것이다.


대장간은 시전에서 멀지 않은 곳이다.

대장간들이 줄지어 있는 곳은 아현 쪽이다. 진호는 일부로 아현 쪽으로 가지 않고, 시전 근처에 있는 대장간을 택했었다.

손수레를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가능한 손수레 만드는 방법을 다른 대장간들이 늦게 알게 하려는 의도다.


“오셨습니까?”


전병기가 집게로 시뻘겋게 달아 오는 쇠를 집게로 들고 모루 앞으로 가다 멈췄다.

진호에게 반갑게 인사를 하고 길쭉한 쇳덩이를 모루 위에 올려놓았다.

대장간에는 보통 5명이 일을 한다. 우두머리격인 야장은 전병기다.

전병기 밑에 매질을 하는 일꾼이 두 명있고, 풀무질을 하는 소년이 한 명, 낫이나 가위며 칼을 숫돌에 가는 일꾼이다.


“내가 만들어 놓으라고 한 손수레는 완성이 됐나?”

“아이고, 그러믄요. 지금 창고에 있습니다.”


전병기가 빙글빙글 웃으며 대장간과 붙어 있는 창고 문을 열었다.

창고 안에는 쇠로 골격을 만들어, 나무로 틈새를 매운 손수레가 있었다.

바퀴는 박달나무로 만들어서 쉽게 닳지 않도록 쇠로 테두리를 했다.


“이걸 만드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렸는가?”


진호는 들것처럼 적재함 양쪽에 튀어나온 손잡이를 잡았다. 앞으로 슬쩍 밀었다. 바퀴가 부드럽게 스르르 굴러간다.


“골조와 바퀴 만드는 철 달구는 시간이 두 식경은 됩니다. 적재함은 나무만 있으면 금방 만들죠.”

“우선 20대만 더 만들어 주게.”

“2대가 아니고 그 열 배인 20대나요?”


전병기가 이게 웬 횡재냐는 얼굴로 웃음을 깨물었다.


“앞으로 100대도 만들어야 하네. 내가 돈을 줄테니까 대장간을 좀 더 넓은 곳으로 옮기게.”

“배. 백대 라면?”

“한 대에 5냥씩이니까 500냥밖에 더 되는가?”

“나리, 500냥이면 쌀이 자그마치 160가마니, 100섬이나 됩니다요?”


전병기는 이게 꿈이냐 생시냐 하는 얼굴로 연신 군침을 삼켰다.


난생 듣도 보도 못한 이상한 손수레를 만들어 달라는 주문을 할 때부터 진호가 보통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500냥이면 평생 만져 볼 수 없는 돈이다.

하늘에서 불쑥 복이 떨어지는 일이 생긴다면 바로 이 말이다.

졸지에 부자로 만들어 줄 은인이디.

벌어진 입이 다물지 못하고 연신 쇳가루 묻는 손을 비볐다.


“오늘 두 대 값은 지불하고 내일 다시 오겠네.”

“가, 감사합니다. 딴 일 다 재껴주고 이것부터 만들기 시작하겠습니다.”


진호가 내미는 10냥을 황송하다는 얼굴로 만든 전병기는 연신 허리를 굽실거렸다.

500냥?

이럴 때일수록 정신을 차려야 된다며 새삼스럽게 수건으로 시커먼 얼굴을 닦기 시작했다.

***

여각에 지내다 보니 끼니때가 되면, 여각에서 운영하는 식당에서 밥을 먹는다.

저녁을 식당에서 먹는 손님들은 20여 명이다. 모두 사흘 앞으로 다가온 알성시를 보러 온 과시생들이다.

저녁 손님은 으레 술을 찾기 마련이다.

그래서 저녁에는 점심때보다 손님이 적어도, 매출액은 늘어 난다.

요즈음은 알성시 시즌이라 저녁에 술을 찾는 손님들은 없었다.


단 한명 진호는 예외다.

진호는 다른 과시생들처럼 책을 보며 밥을 먹거나, 바쁜 얼굴로 부지런히 밥그릇을 비우지 않았다.

다른 과시생들의 눈에는 과시생으로 보이지 않았다.

점잖게 앉아서 혼자 소주로 반주를 하며 조기 매운탕을 먹고 있다.


준호는 과거를 걱정하지 않았다.

조선은 유교를 숭상하는 나라다.

과거 시험도 당연히 공자의 철학에 관해서 나올 것이다.

공부를 하지 않아도 어렸을 할아버지에게 공자의 사경이라고 하는 논어, 중용, 대학, 맹자를 마스터했다.

조선의 군주의 나라다.

군주론의 핵심은 도덕적 이상보다는 실질적인 결과를 추구한다.

정조가 추구하는 실학사상과 비슷하다.

공자 철학에 군주론을 적당히 접목하면 채점관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다.


“어! 정형 혼자 한잔하십니까?”


차중식이 저녁을 먹으러 나왔다가 혼자 반주를 하고 있는 준호를 보고 반갑게 웃었다.


“예, 아직 저녁 안 드셨습니까?”

“책 좀 보느라, 좀 늦었습니다.”


차중식은 그렇지 않아도 과거를 사흘 앞두고 있어서 공부에 집중이 되지 않던 중이다. 잘됐다는 얼굴로 준호 앞으로 갔다.


“너무 늦게까지 공부를 하시면 과거를 볼 때 정신이 흐려질 수 있습니다. 오히려 푹 쉬시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아니, 어쩌면 정 형은 저하고 생각이 똑같으십니까? 저도 그런 생각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차중식이 심부름을 하는 사노비를 불러서 소주와 밥을 가져오라고 시켰다.


“정형, 설천서 오셨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사노비가 밥을 가져오기 전에 소주와 젓가락이며 숟가락을 가져 왔다.

차중식이 준호가 따라 주는 술을 두 손으로 받으며 문득 생각났다는 얼굴로 물었다.


“그런데요?”


준호는 설천 구경도 못해봤다. 아연 긴장이 됐으나 내색하지 않았다.


“설천이 무주 구천동 가는 길에 있는 동네 아닙니까?”

“그걸 어찌 아시오?”


차중식은 설천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준호가 말 한마디라도 조심하리라 생각하며 물었다.


“처의 외삼촌 되시는 분이 무풍현감으로 군무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한 5년 전쯤 됐을 겁니다. 처외삼촌한테 인사드리러 가다가 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 설천에서 하룻밤 묵은 적이 있습니다.”

“무풍에 가셨다면 무주구천동도 가 보셨겠군요.”


진호는 무풍을 이야기하니까 설천이 어디쯤 있는지 기억이 났다.

무주에서 구천동 가는 길목에 설천이 있다.

설천을 지나면 신라와 백제를 왕래하는 라제통문이 있는 무풍이다. 무풍을 지나야 무주구천동에 들어갈 수 있다.


“무풍까지 가서 무주구천동을 안 들어가 볼 수 있습니까?”

“그럼, 덕유산 기슭에 있는 백련사도 가 보셨겠군요.”


차중식의 입에서 더는 설천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데 준호가 화제를 돌렸다.


“당연하죠. 절이 엄청 크더군요, 그 골짜기에 그렇게 큰 절이 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신라시대니까 그런 골짜기에 백련사처럼 큰 절을 창건할 수 있을 겁니다.”


백련사는 구조며 대웅전의 위치는 그림으로도 그릴 수가 있다.

“맞습니다. 그런데 설천에서 임금님께 진상을 하는 특산물이 뭔지 아십니까?”

“그야, 바, 밭작물 아닙니까?”


설천은 사방이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지역이다.

진상품이 있다면 당연히 밭에서 나는 작물일 것이라고 예측하고 찍었다.


“송이버섯도 밭에서 납니까?”

사노비가 밥과 술을 가져 왔다. 차중식이 밥 생각은 없다는 얼굴로 술병을 들며 물었다.


“차 형이 잘 모르시고 하시는 말씀인데, 송이 버섯은 당연히 산에서 납니다. 하지만 송이버섯이 워낙 귀해서 밭에서 나는 고추며 밭마늘이 주요 진상품입니다.”

“아! 그렇군요. 저는 송이버섯만 진상하는 줄 알았습니다.”

진호 말에 차중식이 아하! 저는 송이버섯만 진상하는 줄 알았습니다.


“설천이 원래 물이 맑고 공기가 좋아서, 몸에 좋은 약초도 많습니다. 그런데, 술 너무 많이 드시는 것 아닙니까?”


진호는 이쯤에서 자리에서 일어나고 싶었다. 이게 막잔이라는 얼굴로 술을 따르며 물었다.


“걱정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하지만 저는 원래 술이 입에 들어갔다면 취할 때까지 마시는 편입니다.”


차중식은 진호에게 잘 보이고 싶었다. 진호는 설천 사람이다.

진호에게 잘 보이려면 가능한 설천을 많이 아는 척해야 고향사람 같은 느낌이 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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