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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님의 서재입니다.

조선 백정 영의정 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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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한만수™
작품등록일 :
2024.05.20 21:29
최근연재일 :
2024.06.30 07:43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17,344
추천수 :
547
글자수 :
218,253

작성
24.05.30 06:00
조회
530
추천
19
글자
10쪽

2화, 1만 냥 벌기(5)

DUMMY

한 끗 차이로 진호는 장원을 하고 벼슬까지 하사를 받았다.

이건 정책이 잘못돼도 너무 잘 못 된 것이다.

장원급제에게 정5품의 벼슬을 줬다면, 2등한테는 최소한 정6품 벼슬은 줘야 한다.

헌데, 겨우 한끗차이로 떨어졌을 뿐인데, 나머지 8명 급제자들처럼 정 7품 벼슬을 줬다.

정7품하고 종 5품은 끗수로는 두 끗이지만 업무 현장에서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차이가 난다.


“나, 나리!”


차중식은 어사화를 쓴 진호의 얼굴을 가까이서 보는 순간 통한의 울음이 터져 나왔다.

아침까지만 해도 답안지를 보여주겠다는 사람이다.

지금은 정 5품의 벼슬아치 신분이 되어 나타났다.

그놈의 아침만 먹지 않았어도 최소한 급제는 했을 것이다.


“너무 낙심하지 말게. 공부를 열심히 했으니 내년에는 급제를 할 걸세.”

“나리가 그리 말씀해 주시니 그나마 위로가 됩니다.”

“젊은 사람이 희망을 잃어버리면 되나?”


진호는 차중식의 등을 쳐주고 가까이 다가오는 하응백에게 손을 내밀었다.


“나리 축하드립니다.”

“우린 서로 벗하기로 약조를 하지 않았나? 그리고 우리는 같이 급제를 동방의 동년(同年) 아닌가?”


하응백은 진호가 내미는 손을 잡지 않았다.

진호가 하응백의 손을 잡아 악수하며 말했다.

동방은 같은 과거를 본 사람을 뜻하고, 동년은 같은 시기에 급제를 한 사이다.

그래서 벼슬을 하는 동안은 퇴직할 때까지 우정을 주고받는다.


객주는 언제나 내 차례가 돼서 진호에게 말을 거나 기회를 노리느라 침이 말랐다.


“그, 그래도 저, 정형은 정5품의 벼슬을 제수받지 않았는가?”

“약조라는 것은 지키라고 생겨 난 말이네. 신분이 바뀌었다고 해서 존칭어를 쓴다면 진정한 벗이라 할 수 있겠나?”

“고, 고맙네. 나는 이만 고향에 내려가 봐야겠네.”


하응백은 진호가 바다처럼 넓은 가슴을 내보일 때마다 질투심이 샘솟았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내색할 수 없다.

애매하게 웃으며 뒤늦게 진호가 잡은 손가락에 뒤늦게 힘을 줬다.


“이조 인사담당 좌랑 나리가 하시는 말씀이 전하께서 급제한 분들의 부모님들에게 연회를 베풀어 주신다고 하든데?”

“나도 들었네. 어서 빨리 내려가세. 정 형도 얼른 부모님을 뵙고 인사를 드려야지.”

“나는 내일 누굴 좀 만나야 하네. 내 걱정하지 말고 어서 내려가게.”

“그럼 열흘 후에 보세.”


하응백은 서둘러 책상 앞으로 갔다. 책상 위에 놨던 개피를 등에 둘러맸다.


“객주나리, 방을 예약하겠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응백까지 떠난 후에 객주가 비로소 내 차례가 됐다는 얼굴로 손을 슥슥 비비며 다가섰다.


“예약이라니? 알성시가 오늘 끝났는데?”


자!

과거 시험은 끝이 났다.

그것도 장원급제로 영광의 피날레를 울렸다.

이제, 슬슬 사업을 시작할 때다.

과거시험과 사업은 다르다.

과거시험은 정답이 있지만, 사업은 정답이 없다.

오직 배짱과 지혜로 재산을 모아야 한다.



“오늘 알성시를 보러 온 유생들중에 가을에 초시를 보겠다는 분들이 방을 예약하겠답니다.”

“예약을 받았나?”

“아, 아닙니다. 나리가 장원급제를 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미뤄 뒀습니다.”


객주가 웃음을 깨물며 밖을 바라봤다. 수십 명이 길게 줄을 서서 발을 동동구르고 있다.


“거래 내용이 좀 바뀌었네.”


조선시대에는 나라에서 주는 녹봉이 워낙 적어서 체면 유지도 할 수 없다.

가장 쉬운 방법이 이권을 주고 뒷돈을 챙기는 법이다.

하지만 뒷돈을 받게 되면 자칫 평판을 잃을 수도 있다.

안전한 방법은 사람을 둬서 장사하거나 밀무역 같은 것을 해서 돈을 버는 방법이다.


“어, 어떻게 바꾸실 생각이십니까?


진호가 사무실 쪽으로 가며 중얼거리는 말에 객주가 긴장한 얼굴로 촐랑촐랑 따라가며 물었다.


“내가 급제를 했을 때 숙박비를 10냥씩 받아도 된다고 하지 않았나?”


진호가 사무실 의자에 앉아서 자연스럽게 객주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 그랬습죠. 제가 50냥만 내 드리면···아니, 나리가 주신 50냥하고 1백냥을 내 드리면 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그때는 내가 급제를 했을 때의 약속이네.”

“맞다 장원급제를 하셨으니 숙박비를 더 비싸게 받아도 된다는?”

“여기서 장원급제하고 2등인 방안 두 명이 나왔네.”

“그, 그렇답니다. 해해.”

“사무거간 좀 불러오게.”


준호는 객주에게 1만 냥쯤 받아 낼 생각이다. 그러자면 객주가 빼도박도 못하기 완벽하게 1만냥을 내놓을 수 밖에 없는 논리를 펼쳐야 한다.


“왜, 왜요? 아, 알겠습니다.”


객주는 습관처럼 반문을 하다 이내 정신을 차렸다.

준호는 더는 과시생이 아니다.

정 5품의 벼슬아치다. 상인이 정 5품의 벼슬아치 말에 토를 달아서는 안 된다.

얼른 바깥으로 나가서 사무 거간을 불러 왔다.


“부 부르셨습니까? 나, 나리.”


사무거간은 준호가 불러오라는 말에 와락 겁이 났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준호에게 섭섭한 짓을 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바짝 쫄았다.


“전주사는 하응백이 돈이 떨어져서 2냥만 내면 안 된다고 하지 않았느냐?”

“나리 말씀이 사실이냐?”


객주가 엄청난 잘못이라도 한 것처럼 사무거간을 꾸짖었다.


“그, 그때는 나리를 몰라뵈었습니다.”

“괜찮다. 그때 누가 돈이 부족하면 내 방에서 같이 있자고 말을 했느냐?”

“그, 그야 나리가 말씀하셨습니다. 돈이 없으면 밥값만 내고 내 방에서 나와 같이 지내자고···”

“알겠네. 그만 가 보거라.”


진호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객주를 바라봤다.


“지, 진짜 그냥 가도 되겠습니까?”

“그렇다.”


진호는 사무거간이 서둘러 밖으로 나가는 모습을 바라보지 않았다. 객주를 지그시 바라봤다.


“그, 그러니까 나리가 아니시면 2등이 다른 여각에서 나왔을 것이라는···”

“보기보다 머리가 좋으시네. 종국적으로 나 때문에 이 여각에서 장원급제하고 2등 방안이 나왔다는 것이네.”

“그, 그렇군요.”

“바꿔 말하면 내가 이 여각에 기를 불어 넣어서 한성에서 가장 기가 좋은 여각으로 만들었다는 말이 되겠지.”

“그, 그러믄요. 나리는 알고 계셨지 않습니까? 그래서 첫날부터 장담을 하셨잖습니까.”


객주는 뒤늦게 생각해 보니 준호가 보통 사람이 아니다.

과거에 급제를 하겠다고 큰소리 치면서 50냥을 걸 때부터 장원급제 될 것이라는 걸 믿었는지도 모른다.

어떡하든 준호의 이름을 팔아야 천금같은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 같아서 가슴을 졸이기 시작했다.


“과시생들이 과거에 급제를 할 수 있다면 몇 백냥이 아깝겠느냐?”

“아, 아깝기는요. 급제할 수만 있다면 돈 몇 백냥이 아깝겠습니까?”


객주는 진호가 무슨 말을 할지 대충 짐작이 갔다. 침을 삼키며 어서 본론을 말해달라는 표정으로 손바닥을 쓱쓱 비볐다.


“아직 과시를 보려면 몇 개월이나 남았는데, 밖에서 보니까 벌써부터 예약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수십 명이네.”

“그러니까 돈을 더 올려 받아도 된다는?”

“숙박비만 올려 받겠다는 건가? 손님들을 몰고 온 당사자인 나는 아무것도 없고···”

“숙박비를 얼마나 받으면 올려 받으면 될까요?”

“하루 숙박비를 15냥 받게.”

“시, 십오 냥이면, 너무 폭리를 취한다고 호조에 고소라도 하면?”

“숙박비를 얼마씩 받으라고 법에 정해졌는가?”

“아닙니다. 그냥 시장 돌아가는 사정에 따라서 정해지는 것이죠.”

“하루 15냥이라···열흘이면 150냥이라는 말씀 아닙니까?”

“여기 방이 20개쯤 되지 않는가?”


진호가 이제 감을 잡았느냐는 얼굴로 느긋하게 물었다.


“방이 만석이면 3천 냥여지라는···”

“일 년 동안 밥해주고, 겨울에는 군불 때주고, 잔심부름 해 주면서 3천 냥을 벌어 봤는가?”


“사, 삼천 냥을 해마다 벌었으면 벌써 갑부가 되었을 겁니다요.”

“일 년에 과거가 몇 번인가? 평균 초시, 복시, 진시만 해도 3번, 오늘처럼 알성시, 증광시, 별시···무과를 제외한 문과만 해도 일 년에 서너 차례···”


진호가 슬슬 단가를 높일 때가 됐다고 생각하며 점잖게 말했다.


“과거를 8번만 본다고 해도···”


객주는 말을 하다 말고 갑자기 숨이 막혔다. 문과만 아니라 무과까지 합치면 과거가 일 년에 8회가 넘는다.

과거 때마다 만석이면 1년에 2만4천 냥을 번다는 결론이다.


이게 꿈인가?


오늘 들어 두 번째다.

얼굴을 힘껏 꼬집어서 젖먹던 힘까지 다해 비틀었다.


“아얏!”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것처럼 아프면서 눈물이 핑 돈다. 꿈이 아니라는 증거다.


“이제 감이 오는가?”

“나, 나리! 제, 제가 얼마를 드리면 되겠습니까요?”

“1만 냥은 줘야 되지 않겠는가?”


진호가 1만냥 정도는 기본이라는 얼굴로 망설이지도 않고 대답했다.

50냥을 받기로 한 금액을 200배로 올렸으면서도 눈 깜박도 하지 않았다.


“이, 일만 냥?”


객주가 1만 냥이라는 말에 벙 뜬 얼굴로 덜덜 떨든 말든 진호는 바라보지 않았다.

1년에 2만 4천 냥을 벌어들일 걸 생각하면 1만 냥은 큰돈 아니다.

하지만 당장은 엄청난 금액이다.

금융 여각에서 여각을 담보로 급전을 빌린다 치면 이자만 해도 한 달에 2천 냥이다.


“아무래도 무리겠지. 그럼 애초 약속을 한 대로 50냥만 내게.”


객주는 이미 2만 4천 냥여지라는 금액에 꽂혔을 것이다.

평생 과시 생들을 숙박시켜도 1년에 2만4천 냥은커녕 2천4백 냥을 벌기도 힘들 것이다.

진호가 더는 할 말이 없다는 얼굴로 일어서며 말했다.


“자, 잠깐만요.”


객주는 1만 냥을 빌리면 이자를 월 2천 냥 줘야 한다는 계산에 혼란이 파도처럼 밀려 왔다.

과거 한번을 볼 때 만실을 하면 3천 냥이다.

하지만 다음에 급제자가 나오지 않으면 신뢰도가 떨어진다.

까닥 잘못하다가는 돈만 1만 냥 바치고 알거지가 될지도 모른다.

사람은 심리적으로 안 되는 쪽보다는 잘되는 쪽에 배팅을 한다.

긍정적으로 생각해도 1만 냥은 너무 거액이다.

일단 생각해 볼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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