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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블랑 님의 서재입니다.

염병! 빌어먹을 헌터들이 다 내 뒤로 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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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르블랑
작품등록일 :
2023.05.10 11:14
최근연재일 :
2023.09.19 22:21
연재수 :
1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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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199
추천수 :
1,066
글자수 :
694,692

작성
23.05.31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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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
추천
10
글자
11쪽

31화 위기에 빠진 자를 구하라(1)

DUMMY

햇살 좋은 5월 말 화요일 오후 1시.


댄은 어머니와 함께 서울숲 나비 정원 안에 있었다.


서울 생활 5년의 간호사로 일하는 도미니끄가 추천한 곳.

주말엔 서울숲을 찾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편안하게 산책과 휴식을 취하기 힘들다고 했다.

그래서 주중에 하루 시간을 낸 그가 어머니와 함께 그곳을 찾았다.


아들을 구하기 위해 힘을 키우고 미션을 해결하는 한편,

또한 그에게 그런 기회를 준 우주를 위해 녀석의 삶도 그만큼 살아주고 싶었다.


어쩌면 현재 그를 이 세계에서 마음 깊이 사랑하고 아끼는 유일한 사람.

그런 그녀와 가끔 시간을 같이 보내는 것이 무슨 대단한 일일까.

어머니로서는 그것으로 만족할 터인데 말이다.



나비 정원 밖으로 나와 오솔길을 걷던 그녀가 손가락으로 길가의 벤치를 가리켰다.


“저기 좀 잠깐 앉았다 갈까?”


그렇게 말한 그녀가 슬며시 그의 손을 잡았다.


“힘들면 가까운 카페에서 커피 한 잔 하고 돌아갈까요?”


“아냐...”


싱긋 웃음을 지은 그녀가 손을 내저었다.


“그냥 잠깐만 앉아 있고 싶어서 그래.”



이파리 푸르른 나무 아래 벤치에 자리를 잡고 앉은 그녀가 환한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어쩜 오늘은 하늘이 파랗기도 하다.”


덩달아 그도 하늘로 시선을 두었을 때였다.


주머니에 넣어놓았던 휴대폰에 진동이 느껴졌다.


화면에 뜬 블레어 부국장의 이름을 확인한 그가 휴대폰을 귀에 갖다 댔다.


“....예.”


“댄, 중국 상황이 아무래도 심상치 않아요.”


갑작스런 그녀의 말에 그의 눈이 똥그래졌다.


“중국요?”


“중국과는 교류가 없어서 어느 정도 규모인지는 입수하지 못했지만, 청해성 청남고원 근교 아공간이 뚫린 것으로 확인됐어요.


”언제입니까?“


”약 두 시간 전.“


”....심각한 상황인가요?“


말을 잇기 전 그녀가 잠시 침묵을 지켰다.


”아마 한국으로 SOS가 올 듯합니다.“


”여기로요?“


”러시아와 그 외 여러 나라로 도움을 요청한 듯한데, 지금 러시아도 그렇고 각국에 헌터가 부족한 상황이에요. 미국과는 정치적인 대립 때문에 손은 내밀지 않을 거고요.“


”.......“


”연락이 온다면 공식적으로 거절의 의사표시를 하기 전에 댄에게 말해주는 거예요. 댄은 알고 있어야 하니까요.“


”가겠습니다.“


”....지금, 뭐라고 했어요?“


옆에서 미간을 좁히며 슬며시 자신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시선을 느낀 그가 언뜻 휴대폰을 손바닥으로 가렸다.


”대사관 일이라서요. 엄마.“


”그래...“


마치 그가 하는 말 모두 믿는다는 표정으로 그녀가 미소를 지었다.


그가 슬며시 몸을 일으켜 그녀에게 등을 보이며 서너 걸음 옮겼다.


”전 용병입니다. 적당한 몸값을 지불한다면 안 갈 이유가 없죠.“


”미국 본사에서 허가하지 않을 거예요.“


”계약서에 있지 않아요? 일곱 번째 조항. 주어진 일을 수행하는 이외에는 자유가 주어진다.“


그의 말을 들은 그녀가 나지막이 한숨을 쉬었다.


”댄, 이런 조항도 있죠? 자유롭게 하는 행위라도 미국의 국위를 손상시키는 일을 허가할 수 없다. 미국 본사에서 이 조항으로 물고 늘어지면 나중에 많이 골치 아파질 거예요.“


”.....흐음.“


‘미국 국위의 손상’ 이란 두루뭉술한 표현으로 충분히 발목을 묶어두려고 할 수 있는 자들이다.


댄이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분명 빠져나갈 틈새는 있을 것이다.

자신의 몸값을 불리는 것만의 목적은 아니었다.

존에게 들은 바로는 중국에는 무려 12개의 아공간이 존재한다고 했다.

그중에 지금 문제가 된 곳은 중국 서북지역에 위치한 중형급 아공간.


문제는, 만약에 중국이 이번 사태를 제대로 막지 못하게 된다면 다른 아공간도 뚫리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

혹시라도 북한과 인접한 중국 대련의 아공간이 터져 버린다면 괴생물체가 북한까지 밀고 내려오는 것은 그저 시간문제.


폐쇄적 국가인 중국과 북한은 문제를 공식화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만일, 괴생물체에 의해 북한까지 쑥대밭이 된 후에 남한으로 넘어온다면 아무 방어 준비를 갖추지 못한 우리나라도 아비규환이 될 것이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정치문제로 또 한국은 희생양이 되는 건가?


”....부국장님?“


”말씀하세요.“


”취할 수 있는 어떤 방법을 부국장님은 알고 계시는 거죠?“


말없이 머리를 끙끙 싸매며 생각하는 동안 부국장은 계속 그가 말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자신이 상상하고 있는 모든 재난을 부국장도 이미 모두 계산에 넣은 것은 확실한 일.


방법이 전혀 없고 그저 그 사실을 그에게 알릴 목적이었다면 전화를 든 채 이렇게 시간을 끌고 있지도 않을 터.


그녀는 기다리는 것이다.

그가 먼저 말을 꺼내기를...

자신에게 댄이 부탁하기를...


”...도와주세요. 블레어 부국장님.“


두 걸음 내딛기 위한 한걸음 후퇴.

까짓 앞으로 닥칠 재난을 막기 위해 머리 한번 수그리는 것이 무슨 큰 대수인가.


”좋아요.“


그의 귓속에서 서슴지 않고 대답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울렸다.


”중국 헌터 협회에서 이삼일 안에 도움 요청은 틀림없이 올 거예요. 그리고, 연락이 오면 공식적으로 거절할 거예요.“


”.......“


”물론 그런 후, 댄은 중국으로 떠나야 합니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쿤’이라는 헌터 알지요?“


”....예.“


”댄은 쿤을 구하러 청해성으로 가는 겁니다.“


”......“


”쿤이 오늘 날짜로 휴가를 내고 중국 여행을 떠났거든요. 청해성으로. 그러니 댄은 미국의 귀한 인적자본인 쿤을 안전하게 구해낼 의무가 있습니다.“


”....아, 알겠습니다.“


부국장의 의도를 알아차린 댄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만나서 하도록 하죠. 그렇게만 알고 계세요. 어머니에게도 미리 말씀드려 놓도록 하고요.“




통화를 마친 블레어 부국장은 휴대폰을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그녀의 입가에 회심의 미소가 흘렀다.


십수 년 동안 조사해온 일은 여전히 오리무중.

미국 헌터 협회는 어째서인지, 어떻게든 자신을 불러드릴 방법만 찾고 있다.


브라이언이 그렇게 세상을 떠난 후 그녀는 폭발사건의 배후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중요한 관련자들이 이상하리만치 모두 티끌 하나 남기지 않고 자취를 감춘 상황.

상당한 권력자들이 관련되어있다는 반증.


간신히 찾아낸 단서는 중요한 관련자 중, 한 명이 한국인이라는 것.

그것이 그녀가 한국행을 택한 이유였다.


”....독립적인 한국 헌터 협회를 설립하겠다고 했단 말이지?“


입꼬리에 옅은 웃음을 흘리는 그녀의 눈동자에 한순간 날카로운 빛이 번뜩였다.




”알바로 하는 거라면서 중요한 일을 맡은 거야?“


심각한 표정으로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는 댄을 보며 어머니가 물었다.


”아, 별일 아니예요. 중국에 비즈니스가 있어서 잠깐 다녀올 수 있냐고...“


댄의 말에 그녀의 눈이 똥그래졌다.


”외국에도 갔다오고 하는거야?“


”예, 어쩌다 보니....“


겸연쩍어하는 아들의 표정을 보던 그녀의 눈에 금세 눈물이 고였다.

어떻게 이렇게 잘난 아들이 올해 초까지 그렇게 꼭꼭 자신을 숨겨왔는지...


그런 상황을 만들었다는 것이 아들의 가족이고 자신이었다는 것에 미안함과 고마움이 밀려오는 그녀였다.


그렇게 자랑스럽고 고마운 아들의 등을 그녀가 어루만지고 있을 때였다.


”.....멍!“


쬐끄만 하얀 강아지 한 마리가 그녀를 향해 맹렬하게 뛰어오고 있었다.

그 뒤로 부지런히 달려오는 강아지의 주인인 듯한 두 여성.


벤치까지 달려온 녀석이 댄의 무릎사이 벤치 위에 앞발을 올려놓고 댄을 올려다보고 낑낑거렸다.


”죄송합니다.“

”어머 웬일이래? 성격이 까탈스러워 낯선 사람들 보면 난리블루스를 추는 녀석이?“


둘 중, 나이 든 여성이 댄을 올려다보며 꼬리를 냅다 흔들어대고 있는 비숑프리제를 보고 어이없어하는 표정으로 웃고 있다.


”안아줘도 되나요?“


그런 강아지를 내려다보던 댄이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그럼요.“


그녀의 말에 마치 안아달라고 미친 듯이 조르는 듯한 녀석을 댄이 두 손으로 끌어올려 품에 안았다.


“아이고 그렇게 좋아? 그렇게 좋아?”


기쁨에 겨워 품 안에서 온몸을 떨고 있던 녀석이 한순간 흥분을 못 이기고 가슴에 오줌을 지려버렸다.


입고 있던 흰 티의 가슴 부분이 순식간에 노란색으로 물들었다.


“어머! 미안해서 어쩌죠?”


당황한 표정으로 어쩔 줄 몰라 하며, 그의 품 안에 있던 강아지를 받아 든 여성이 사과를 했다.


“괜찮습니다.”


밝은 웃음을 짓는 그의 옆에서 백 속에 손을 집어넣고 손수건을 찾던 어머니도 한마디 거들었다.


“강아지도 잘생긴 남자는 아나봐요. 그 강아지 암놈이죠?”



* * *



“덕분에 오랜만에 아들한테 새 옷 하나 사줬네?”


근처 남성복 전문점의 문을 열고 나오며 어머니가 환한 웃음을 지었다.


“그러게요. 그 강아지가 행운을 가져다주나 본데요?”


그렇게 맞장구를 치는 아들을 보며 그녀가 바로 옆 카페를 가리켰다.


“여기 들어가서 좀 쉬면서 커피 한 잔 하고 갈까?”


그의 대답도 듣기 전 다시 환한 웃음을 지으며 어머니가 그의 손을 슬며시 끌어당겼다.





“저기 사람들이 몰려있네?”

커피잔을 입에 대고 창밖을 내다보고 있던 어머니의 말에 그가 시선을 돌렸다.

길 맞은편에 서 있는 차량의 앞에 한 남자가 수행원 두 명과 함께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다.


“저 남자는....”


언뜻 그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얼굴이 있었다.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올해의 기업’이라는 설문조사에서 2위를 한 에이엔에스사의 대표.

‘올해의 존경받는 CEO’라는 상까지 받은 장창식 대표.


길가에서 그를 알아본 몇몇 사람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한 그가 막 차에 오르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앉아 있는 카페의 창밖에 서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 한 남자.


‘...쌤?’


틀림없는 쌤이었다.

옆모습만으로도 느낄 수 있는 차갑고 날카로운 시선.

결코 잊을 수 없는 비열한 표정.


다음 순간,


-띵똥


청량한 소리가 그의 귓가에 울렸다.


[여섯 번째 미션 : 위기에 빠진 자를 구하시오]

- 미래에 중요한 역할을 할 인물입니다


‘그렇다면....’


길 건너편에서 차에 오른 장창식을 노려보고 있는 쌤.

그런 쌤을 보는 댄의 눈에 빛이 났다.


‘녀석이 이번엔 장창식 대표를 노리는 것이로군....’


그가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머니, 화장실 좀요.”


부지런히 걸음을 옮겨 화장실 안으로 들어온 그가 먼저 그 안에 다른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


“그림자 소환”


하얀 빛무리가 눈앞에서 순식간에 그의 형상을 갖추었다.


“쌤을 뒤쫓아. 금방 따라갈테니.”


닫혀 있는 화장실의 문 틈새로 연기처럼 사라진 그림자를 본 그의 입꼬리에 웃음이 흘렀다.


“오늘에야 잡았다. 이놈!”


눈을 번뜩이며, 댄이 화장실의 문을 열고 그를 기다리고 있는 어머니에게 발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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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36화 중국에서의 첫걸음(3) +2 23.06.05 260 11 11쪽
36 35화 중국에서의 첫걸음(2) +3 23.06.04 256 11 11쪽
35 34화 중국에서의 첫걸음(1) +1 23.06.03 268 9 14쪽
34 33화 위기에 빠진 자를 구하라(3) +4 23.06.02 271 11 11쪽
33 32화 위기에 빠진 자를 구하라(2) +4 23.06.01 272 15 12쪽
» 31화 위기에 빠진 자를 구하라(1) +2 23.05.31 273 10 11쪽
31 30화 그림자 소환(2) +3 23.05.30 275 10 17쪽
30 29화 그림자 소환(1) +3 23.05.29 274 10 15쪽
29 28화 어나더 레벨(3) +4 23.05.28 262 10 12쪽
28 27화 어나더 레벨(2) +1 23.05.27 271 9 14쪽
27 26화 어나더 레벨(1) +3 23.05.26 280 11 12쪽
26 25화 태평양을 뛰어넘다. +2 23.05.25 269 9 17쪽
25 24화 각성의 시작(3) +2 23.05.24 284 7 14쪽
24 23화 각성의 시작(2) +6 23.05.23 318 14 14쪽
23 22화 각성의 시작(1) +5 23.05.22 306 13 13쪽
22 21화 아웃사이더(3) +5 23.05.21 290 11 13쪽
21 20화 아웃사이더(2) +5 23.05.20 294 12 12쪽
20 19화 아웃사이더(1) +5 23.05.19 315 9 13쪽
19 18화 어려진 건 몸 뿐만이 아니네? +5 23.05.18 334 11 12쪽
18 17화 외계 지성체의 영혼 조각 +3 23.05.17 323 9 13쪽
17 16화 풋꼬투리 속에 숨겨진 진실 +2 23.05.17 336 8 14쪽
16 15화 모래 속에 숨겨진 비밀 +5 23.05.16 344 13 16쪽
15 14화 담장위의 고양이 +4 23.05.15 374 9 17쪽
14 13화 뜻밖의 조우 +3 23.05.15 402 9 17쪽
13 12화 앞으로 한걸음 더! +4 23.05.14 453 10 16쪽
12 11화 우연을 가장한 필연 +3 23.05.14 487 12 16쪽
11 10화 지옥에서 온 이안 +5 23.05.13 829 12 15쪽
10 9화 린다 블레어 부국장 +2 23.05.13 537 12 16쪽
9 8화 난 네가 알던 우주가 아니야! +3 23.05.12 551 1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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