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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블랑 님의 서재입니다.

염병! 빌어먹을 헌터들이 다 내 뒤로 숨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르블랑
작품등록일 :
2023.05.10 11:14
최근연재일 :
2023.09.19 22:21
연재수 :
124 회
조회수 :
34,181
추천수 :
1,066
글자수 :
694,692

작성
23.05.14 09:03
조회
486
추천
12
글자
16쪽

11화 우연을 가장한 필연

DUMMY

가로등만 희미하게 비추고 있는 거리를 그는 터덜거리며 걷고 있었다.


이안이라는 교관과 훈련한 두 시간 반은 그가 현재까지 살아오면서 겪었던 일 중, 육체적으로 가장 고통스러웠다.


어깨가 찢어지고 복부에 목검이 박혔다.

다리가 부러졌고, 시뻘건 피가 온 사방에 흩뿌려지며 팔이 잘려 나갔다.


끝없이 이어지는 끔찍한 고통을 그는 아들 준이를 떠올리며 이를 악물고 버텨냈다.


그래도 정말 귀신같이 시간이 조금 지나면 전신이 회복되던 놀라운 마법.

아득한 통증은 여전히 남아있었지만 부러지고 찢어졌던 사지가 멀쩡하게 돌아왔다.

정말 그 훈련실 안은 마법의 공간이라 아니 부를 수 없었다.


게다가 절대 인간으로는 보이지 않는 교관, 이안.

두 시간 반 동안의 대련 후에도 한군데 흐트러짐 없이 절제된 모습을 보이던 이안에게 그는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나의 목표다.”


이안이 그에게 내린 지시는 간단명료했다.

매일 아침 일곱 시 반까지 그곳으로 출근해 구내식당에서 간단하게 식사한 다음 체력을 키우는 운동을 시작한다.

전담 트레이너와 10시까지 훈련, 그리고 잠시 휴식.

아공간에서 나타나는 것과 똑같은 몬스터들이 훈련소 안에 출현하면 실전 훈련에 돌입.


현재까지 모은 데이터로 실현화시킨 결과물로서 진짜 괴물과 모든 면에서 차이가 없을 거라 했다. 온갖 종류의 소형종부터 시작해 중형종으로...


“너 같은 독종은 처음이다.”


양 무릎이 반대로 꺾인 채로 검을 향해 팔꿈치로 기어가는 그를 보던 이안이 혀를 차며 한 말이었다.


하지만 사실 그도 뼛속까지 고통스러웠다.

영혼까지 두렵다고 해야 할까?


앞으로도 무한의 기일 동안 살아있다는 것이 저주스럽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래도 행운아다.”


일그러진 표정에서도 입 끝에 웃음을 흘리며 그가 중얼거렸다.


마흔아홉의 나이에 젊은 몸이 그에게 다시 한번 주어졌다.


그것도 평범한 젊음이 아닌, 아마도 틀림없이 최소한 대한민국에서는 제일 강한 몸이..

배우 뺨칠 정도로 잘생긴 외모, 균형 잡힌 몸매에 큰 키는 덤.

이건 정말 대단한 행운 아니냐?


‘우주에게 빙의해 놓은 존재로부터 죽은 아들을 다시 살려주겠다는 약속까지 받아놓았으니 내가 이 세상에서 무서워할 것이 어디 있으며 해내지 못할 것이 어디 있겠나?‘


-티틱


열린 대문을 열고 그가 집안으로 들어섰다.


돌계단을 올라오자 오른쪽엔 여전히 흐드러지게 핀 꽃이, 왼쪽엔 키 작은 관엽식물들이 희미한 빛 속에서 그를 반겼다.


“내 마음대로 생활하려면 아무래도 빨리 독립해야겠군.”


재정적인 문제는 부국장과 계약서를 수정하며 확약받았지만 그래도 미성년자 아들을 팔아 목돈 챙기신 아버지도 내놓으셔야지.


“이제 오니?”


그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환한 표정으로 어머님이 그를 맞았다.


“늦었구나. 저녁은?”


“배고파서 그냥 밖에서 사 먹고 왔어요.”


“그래 잘했다.”


“왔냐?”


그를 바라보지도 않고 마치 남 대하듯 관심 없다는 표정으로 그의 아버지가 툭 내뱉었다.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서류를 들여다보고 있는 아버지와 어머니 이외에, 거실에 다른 가족은 보이지 않았다.


두 분이 후식을 드시던 중인 듯, 커피잔 두 개와 예쁘게 깎여있는 과일이 담겨있는 접시와 포크가 테이블 위 한쪽에 보기 좋게 놓여있었다.


쇠뿔은 단김에 빼랬다 했다,


“저,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그의 말에 그제야 아버지가 시선을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뭔데?”


“우선 이리와 앉아.”


미간을 찌푸리고 그를 올려다보는 아버지와 달리 어머니가 그의 팔을 끌어당겨 소파에 앉혔다.


“왜? 뭐 부탁할 일이라도 있어?’


”예.“


우주의 몸을 빌려서 사는 지금 무슨 일이 있어도 그들의 아들로 최소한의 예절은 지키고 살아줄 것이라 그는 다짐했다.


그것이 그가 우주를 대신해서 그의 부모와 가족을 대하는데 가지고 있던 마음가짐이었다.


”저 독립하고 싶습니다.“


”....허어. 참!“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아버지가 그를 보고 피식 웃었다.


”그래, 무슨 돈으로?“


아버지의 말에 그가 가방에서 프린트 해온 영문 계약서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이게 뭐냐?“


영문을 모르는 어머니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서류에 얼굴을 가까이하자 아버지가 서류를 집어 들어 다른 서류의 밑으로 쑤셔 넣었다.


”이 자식이 지금!“


일그러진 표정으로 도끼눈을 뜨고 그의 아버지가 그를 노려보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열다섯 살부터 한 일이니 9년이면...“


그가 빙긋 웃으며 손가락을 펴고 하나씩 접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와, 선금받은 것까지 합하면 십구억.“


”이 새끼가 정말!“


붉으락푸르락하는 얼굴로 그를 노려보며 아버지가 벌떡 일어났다.


”....여보!“


남편의 갑작스러운 태도의 변화에 어머니가 놀라 벌떡 일어났다.


”어머니는 알고 계세요? 그 계약서가 뭔지?“


여전히 실실 웃으면서 시선은 아버지를 향한 채, 그가 손을 뻗어 포크로 접시 위의 사과 한 조각을 찍어서 입에 넣고 우걱우걱 씹기 시작했다.


”여보! 빨리 앉아요.“


그의 옆에 앉아있던 어머니가 남편을 향해 손을 내젓자 아버지가 하는 수 없다는 듯 ‘어험’하고 헛기침한 후, 자리에 앉았다.


”어어...“


그의 손아귀에 쥐어져 있던 포크가 마치 엿가락처럼 구부러지기 시작했다.


반으로 허리가 굽어진 포크를 보며 그가 피식 웃었다.


”아, 요새는 이렇게 불량품이 많아.“


볼품없이 변해버린 덩어리를 그가 접시 옆의 테이블 위에 툭 던져 놓았다.


”아니 이게...“


어머니가 놀라 손을 뻗어 반으로 꺾인 스텐레스 덩어리를 집어 들었다.


”아버지. 다음 주말까지 집에서 나가서 독립하고 싶어요. 그때까지 5억 부탁드릴게요.“


시뻘건 얼굴로 입을 악다문 아버지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런 아버지를 보며 입꼬리를 올린 그가 몸을 일으켰다.


”아니, 이게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얘! 계약서는 또 뭔데?“


”아버지한테 물어보세요. 어머니. 아버지가 알려주실 거예요. 아니면 다음 주말에 제가 알려드릴 수도 있고요.“


싱긋 웃음을 날리고 그가 몸을 돌려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이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아니, 이게 도대체 무슨 말 예요. 그 계약서는 또 뭐고?“


등 뒤에서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낮은 소리로 휘파람을 불며 방안으로 들어 온 그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활짝 웃었다.


아들을 살려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되살아난 아들이 아무 문제 없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부(富)를 축적해 놓는 것 또한 그가 해 놓아야 할 일.


힘들게 되살아난 아들의 삶이 피곤해지도록 절대로 그렇게 내버려 두지는 않을 것이다.



* * *



”아니 벌써 나가는 거야? 아침도 안 먹고?“


거실로 향하는 계단을 내려와 주방 앞을 지나는 그를 보며 아침을 준비하던 도우미 아주머니가 뛰어나와 눈을 똥그랗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예, 오늘부터 일찍 도서관에서 공부하려고요. 좀 더 늦으면 빈자리가 없거든요.“


”좋은 일이긴 한데, 그래도 배가 든든해야지. 공부도 밥심으로 하는 건데.“


”걱정하지 마세요. 굶진 않을게요.“


현관문을 열고 그가 정원으로 난 길을 걷고 있을 때 등 뒤에서 다시 현관문이 벌컥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우주야! 잠깐 기다려.“


어머니가 다급하게 뛰어나왔다.


얼마나 급했던지 한쪽 발엔 슬리퍼 다른 발엔 운동화가 걸려있었다.


”무슨 일인지 엄마한텐 솔직하게 말해줘. 갑자기 독립은 뭐고 계약서는 다 뭐야?“


그녀가 두 손을 뻗어 그의 손을 잡았다.


”엄마잖아. 응?“


밤새 잠을 못 잔 듯, 퀭한 얼굴로 그를 올려다보는 그녀의 표정은 맺힌 곳 없이 창백해져 있었다.

헝클어진 머리카락 사이로 울음이라도 터질 것 같은 그녀의 눈빛은 마치 그에게 애원이라도 하는 듯 보였다.


”그냥, 공부할 시간이 부족해서 학원 근처에서 살아보고 싶어서 그래요.“


한순간 그런 그녀의 모습에서 준이를 대하던 아내의 모습이 떠올랐다.

뜻 모를 이유로 화를 내는 준이를 보낸 후, 혼자 소파에 앉아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고 한참 동안 꼼짝하지 않고 눈물을 흘리며 실의에 빠져있던 아내의 모습.


다음 순간 그의 시야에 그런 아내의 모습과 열다섯 살의 우주가 겹쳤다.


”엄마하고 피자 먹고 싶다. 싫지만 엄마가 주는 피클도 먹고 싶다. 엄마가 너무 보고 싶다.“


그 열다섯 살의 우주가 성장해서 된 것이 현재 그의 모습.


”.....엄마.“


그의 그 한마디에 그녀가 그의 앞에서 무너져 내렸다.


”그래, 엄마야.“


그녀가 그의 허리를 와락 끌어안았다.


”너 깨어나서 나랑 거리 두면서 생전 한 적 없던 어머니라고 부르길래 내가 그동안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아니? 애가 얼마나 아프고 힘들었으면 이렇게 됐을까 하고, 내가 얼마나 못된 엄마였으면..“


눈에서 흐르는 눈물이 그녀의 볼 위에 흘러내려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따라 흘러내렸다.


”아무 일도 아니예요. 다 괜찮을 거예요. 엄마.“


그가 그녀의 등을 슬며시 다독였다.


”아무 걱정하지 말고 그냥 저 믿고 계시면 돼요. 우주는 엄마 사랑해요.“


터무니없이 오글거리는 말이었지만 어쨌든, 사실이었다. 그가 빙의한 몸의 주인인 우주는 그녀를 사랑했으니까.


힘들게 그녀를 진정시킨 그가 다시 집을 나섰다.




* * *



직원 식당에서 식사 중이던 그를 부국장 블레어가 자신의 사무실로 불렀다.


”휴대폰은 이제 이걸로 쓰세요.“


그가 서랍에서 새 휴대폰을 꺼내 그에게 내밀었다.


신형 휴대폰.


”휴대폰이라면 이미 가지고 있는데요?“


”이걸로 써요. 보안이 철저하고 필요한 앱이 깔려있으니...“


선뜻 손을 내밀지 않고 있는 그를 보며 그녀가 픽 웃었다.


”폭탄 아니야. 안 터져. 위치 추적기도 안 달려있고. 그런 건 이미 아무 소용없는 거 알고 있을 테고. 아무 때나 나와 직통으로 연락할 수도 있고 아공간이 열리는 시기나 흐름, 본사의 계획도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 확인할 수 있으니 여러모로 편리할 거예요.“


그렇게 그녀가 반말과 존댓말을 섞어 그에게 말했다.


한국으로 파견된 지 겨우 6년이라 했다.


그 이전에 한국에서 살았던 적이 있었던가?

아무리 생각해도 6년 동안 한국어를 배운 실력치고는 너무나 완벽한 말투였다.

얼굴을 보지 않고 전화로 통화한다면 대부분은 그녀를 한국인으로 오인할 게 틀림없었다.


”알겠습니다.“


그가 손을 뻗어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휴대폰을 집어 주머니에 넣었다.


”그럼, 전 이만...“


그녀를 바라보며 그가 막 소파에서 일어나려고 하는 순간이었다.


그의 눈앞 광경이 창졸간 바뀌었다.



타인의 낯선 집 안.


널찍한 침대 위에 한 남자가 누워있다.

잠자다 일어난 듯, 하체는 흰 시트로 가렸지만, 배꼽 위로는 알몸인 남자가 얼굴에 가득 웃음을 담고 누군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리와 베이비.“


”안돼. 브라이언. 지금도 늦었어.“


검은색 정장으로 차려입은 금발의 여인이 거울을 보며 옷매무시를 다듬고 있었다.


거울에 비쳐 보이는 그녀는 틀림없는 블레어 부국장.

주름이 없는 매끈한 피부에 어깨까지 덮고 있는 선명한 금발의 그녀는 현재 모습보다 15년 이상은 더 젊어 보였다.


거울을 통해 누워있는 남자를 흘긋 본 그녀가 몸을 돌려 슬며시 침대에 누워있는 그에게 향했다.


”브라이언. 자기도 이제 일어나.“


그렇게 말하면서도 고혹한 웃음을 흘리며 그녀가 상체를 숙여 그에게 키스했다.


”...으음!“


서로의 입술이 떨어진 후, 안타까운 눈빛을 보이는 남자에게 그녀가 슬며시 윙크했다.


”하니, 오늘 출근하면 앤더슨 팀장에게 분명히 해두라고. 이제 곧 미씨즈 밀러가 되어야 하니 이번 케이스가 종료되면 퇴사한다고 말야.“


”물론이지. 베이비.“


힐이 높은 검은 구두를 신은 그녀가 몸을 돌려 다시 한번 그를 향해 손가락을 입술에 대고 키스를 보냈다.

그런 그녀를 보던 남자가 침대 시트를 양손으로 움켜쥐고 신음했다.


”일이 끝나는 대로 일찍 와. 베이비. 나도 6시까지는 올 테니까.“


고혹적인 표정으로 남자에게 윙크한 그녀가 집 밖으로 나와 부지런히 걸음을 옮겨 막 출발하려는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린다. 이달 말에 결혼한다면서?“


그녀가 탈 수 있도록 엘리베이터를 잡아 준 중년여성이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네.“


”정말 잘됐네. 축하해.“


”고맙습니다,“


얼굴 한가득 환한 웃음을 담은 블레어가 흐뭇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중년여성에게 인사를 했다.



1층에서 내린 그녀가 건물 밖으로 나와 도로를 건너기 위해 횡단보도 앞에 발을 멈췄다.


고개를 돌려 연인인 브라이언이 있는 8층을 미소를 머금은 표정으로 그녀가 올려다볼 때였다.


”쿵! 콰쾅.....!“

난데없이 귀를 찢는 듯한 폭음과 함께 마치 지진이라도 난 듯 사방이 진동했다.


뒤이어, 깨진 석재와 벽돌 파편, 조각난 유리가 하늘에서 무더기로 쏟아져 내려 도로를 가득 덮었다.


잿빛 부유물과 먼지가 뽀얗게 허공에 일렁이며 시야를 가리고,


이미 시커멓게 변한 수십 개의 창문을 통해 시커먼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곧이어 불꽃이 창밖으로 치솟아 올랐다.

그녀가 살던 8층을 중심으로 3개 층은 벽까지 무너져 내린 채 일그러진 철재 구조물이 위태롭게 밖으로 튀어나와 있었다.


”....브라이언!“


얼이 빠진 채 멍하니 건물 위를 올려다보던 블레어가 창백한 얼굴로 온몸을 떨면서 미친 듯이 건물 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건물 밖으로 사람들이 미친 듯이 쏟아져 나오고, 그런 인파를 거슬러 그녀가 힘겹게 건물로 향했다.


힐은 벗겨져 유리 파편에 박힌 발바닥에서 순식간에 피가 번져 나와 도로 위에 붉은색으로 그녀의 발자국을 남겼다.


근처를 돌던 순찰차들이 몰려들어 건물 주위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는 그녀를 경찰의 억센 팔이 붙잡았다.


”..브..브라이언!“


건물 밖 파편 위에 주저앉은 그녀가 땅바닥에 손을 내리치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브라이...언...“


갈라진 손바닥에서 흘러나온 피가 그녀가 몸부림칠수록 머리카락과 얼굴, 그리고 가슴을 시뻘겋게 적시고 있었다.




”댄?“


그의 시야에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는 블레어의 얼굴이 들어왔다.


”뭐야? 갑자기 왜 그래? 귀신이라도 본 거야?“

눈을 똥그랗게 뜬 그녀가 그의 눈동자를 빤히 주시했다.


”아, 아무것도... 괜찮습니다.“


”정말 괜찮은 것 맞아?“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핸드백을 열고 그 안에서 손수건을 꺼낸 그녀가 그에게 내밀었다.


”어제 교관하고 생전 처음 생사를 걸고 훈련한 게 갑자기 떠올라서...“


”그래?“


손수건으로 이마에서 배어 나오는 땀을 닦는 그를 보는 그녀의 눈이 이채를 띠었다.


”뭐, 기억이 없어졌으니 그런 훈련이 처음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


그렇게 말한 그녀가 몸을 돌려 자신의 책상 쪽으로 천천히 발을 옮겼다.


”그럼, 전 이만, 훈련하러...“


테이블 위에 손수건을 내려놓은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알았어요. 오늘도 수고하도록 해요.“


문을 열고 사무실을 나온 그가 엘리베이터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미래를 보여주더니 이젠 과거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린 그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무의미하게 타인의 과거와 미래를 보여줄 이유는 없을 터.


‘마음 고통이 심했겠군.’


그렇게 생각하며 문이 열린 엘리베이터를 타기 전 그가 고개를 돌려 그녀의 사무실 쪽을 흘끗 바라보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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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3

  • 작성자
    Lv.22 mj*****
    작성일
    23.05.14 09:31
    No. 1

    43위 축하드립니다 작가님 ㅎㅎ .르독자로서 처음 추천글도 써봤는데 한번 읽어봐주시면 영광이겠습니다. 지금도 45위인데 앞으로도 쭈욱 올라갔으면 좋겠네요 ㅋ.린다 부국장의 아픈과거가 어떤 시발점이 된건거 궁금해지네요 ㅎ.

    찬성: 0 | 반대: 1

  • 작성자
    Lv.30 커피마신z
    작성일
    23.05.27 11:06
    No. 2

    잘보고 갑니다...꾸욱.

    찬성: 0 | 반대: 1

  • 작성자
    Lv.32 베르겐
    작성일
    23.05.28 17:01
    No. 3

    이번 화도 재밌게 읽었습니다. 작가님.
    추천!

    찬성: 0 | 반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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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1화 위기에 빠진 자를 구하라(1) +2 23.05.31 272 10 11쪽
31 30화 그림자 소환(2) +3 23.05.30 274 10 17쪽
30 29화 그림자 소환(1) +3 23.05.29 274 10 15쪽
29 28화 어나더 레벨(3) +4 23.05.28 261 10 12쪽
28 27화 어나더 레벨(2) +1 23.05.27 271 9 14쪽
27 26화 어나더 레벨(1) +3 23.05.26 279 11 12쪽
26 25화 태평양을 뛰어넘다. +2 23.05.25 269 9 17쪽
25 24화 각성의 시작(3) +2 23.05.24 284 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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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19화 아웃사이더(1) +5 23.05.19 315 9 13쪽
19 18화 어려진 건 몸 뿐만이 아니네? +5 23.05.18 334 11 12쪽
18 17화 외계 지성체의 영혼 조각 +3 23.05.17 323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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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3화 뜻밖의 조우 +3 23.05.15 401 9 17쪽
13 12화 앞으로 한걸음 더! +4 23.05.14 453 1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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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0화 지옥에서 온 이안 +5 23.05.13 829 12 15쪽
10 9화 린다 블레어 부국장 +2 23.05.13 537 12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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