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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해 님의 서재입니다.

제우스의 EX급 헌터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조경해
작품등록일 :
2020.01.27 16:51
최근연재일 :
2020.02.29 21:15
연재수 :
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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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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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6
글자수 :
213,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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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27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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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코인 던전(2)

DUMMY

쿠르릉!


천둥소리와 함께 금색 섬광이 리자드맨 남작의 성채 첨탑 내부를 밝혔다. 던전의 보스가 잠들어있는 이 구역은 원래대로였다면 철저한 경비 체계로 감시해야 하는 위험지대였다. 설마 그럴 리는 없었지만, 만에 하나라도 보스 몬스터의 봉인이 풀릴 경우 던전 내부에 있던 몬스터들이 각성해 수많은 인명피해를 일으킬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쳇! 재수 없는 금수저 자식, 빌어먹을 안전 불감증! 꼭 저러다 사고 한 번 나야 사람 되지!’


보스룸의 경비를 맡고 있던 세 명의 B급 헌터 중 한 명인 고지선은 조금 전 보스룸에 들어선 금수저 커플에게 속으로 욕을 내뱉었다. 원칙대로라면 헌터 협회의 허가를 받지 않은 사람은 보스룸에 들어가선 안 된다. 하지만 규율과 규칙은 재벌 3세의 전화 한 통 앞에서는 무의미했다.


‘지선 씨. 우리 파이브 스타 길드 후원사가 오성그룹인 건 알고 입사했지? 그럼 알아서 잘하자?’


그녀는 마지막까지 막아보려 했지만, 대한민국 5대 헌터 길드 중 하나에 들어갔다는 사실에 기뻐하던 부모님의 얼굴을 떠올리자 체념하는 수밖에 없었다. 한국에는 그녀 말고도 50만 명이나 헌터가 있었고, B급 능력자는 2만 명이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상위 4%에 해당하는 고급 인력임에도 불구하고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것이다.


“우와~ 오빠, 진짜 재벌 3세가 좋긴 좋다! 진짜 오빠 전화 한 통에 다들 설설 기네?”


“다, 당연하지! 파이브 스타 길드가 점령한 던전인데, 사실상 오성그룹 꺼지! 근데, 경해야, 딴 건 건드리면 안 된다? 진짜 인증샷만 찍는 거야. 알았지?”


“알았다니까~ 오빠, 나 못 믿어?”


“아니, 못 믿는다는 게 아니고...”


그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지선은 혀를 차며 생각했다.


‘헌터 위에는 재벌이 있고, 재벌 위에는 미인이 있다더니... 하여간 말세다 말세야.’


그러자 근처에 있던 선배 헌터 유선이 어깨를 토닥이며 지선에게 말을 걸었다.


“너무 신경 쓰지 마, 지선 씨. 저거 A급 헌터가 봉인 건 거라 웬만하면 안 풀려. A급이 우리나라 상위 1% 밖에 없는 거 알지? 봉인 푸는 능력은 더 귀하고.”


“알긴 아는데, 재수 없잖아요. 팀장님도 놀러 갔고, 하여간 우리나라 안전불감증은 나아지질 않네요.”


“좋은 게 좋은 거지 뭐. 지선 씨 아직 2년 차 안 됐지? 앞으로는 이거보다 더 더러운 꼴도 볼 수 있으니까, 미리 예방접종 한다고 생각해. 이런 거에 일일이 스트레스받으면 이 일도 오래 못해~”


그녀의 사수인 유선 선배는 10년차 B급 헌터였다. A급 헌터인 팀장이 부재중인 지금은 최고참인 유선 선배가 이 현장의 책임자였다.


“알겠어요. 선배님 얼굴 봐서 참을게요.”


“잘 생각했어. 어차피 금방 나갈 것 같으니까 좀만 참아.”


그렇게 후배를 달래주던 유선은 보스 몬스터 앞에서 사진을 찍는 커플에게 주의를 주었다.


“거기서 더 가까이 가시면 안 됩니다! 민간인 출입하면 센서 울려요!”


“네~ 선 지킬게요~”


“저기요, 더 가까이 가시면 안...!”


보스몬스터에게 다가가는 여자를 만류하던 유선은 갑작스럽게 자신의 혀가 굳어버린 것을 느꼈다. 혀뿐만이 아니었다. 그의 온몸은 굳어버린 것처럼 움직일 수 없었고, 이는 다른 누군가가 마법이나 능력을 쓰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어떻게 된 거지? 분명 보스몬스터는 봉인됐을 텐데...!’


당황하던 그는 후배인 지선의 움직임도 멈춘 것을 확인한 뒤 빠르게 상황 파악을 마쳤다. 능력은 부족해도 짬밥은 충분한 베테랑이었기에 가능한 판단이었다.


‘제압 계열 능력이다! 그 여자가 헌터였어! 신분세탁이라도 한 건가? 젠장!’


상황 파악을 마친 유선은 자신의 전력을 다해 제압 능력을 풀려고 했지만, B급 헌터 중에서도 상위권인 그의 신체 강화 능력으로도 구속은 풀리지 않았다.


‘그것도 A급 이상이라고? 제길, 이대로면 끝장인가...!’


그렇게 세 명의 B급 헌터가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본 재벌 3세, 오성그룹 회장의 손자 오준성은 뭔가 잘못됐다는 걸 느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경해야... 아니지? 너가 한 거 아니지...? 너 무능력자라며...?”


“오빠... 오빠는 그런 생각 해 본 적 없어?”


그녀는 오준성의 움직임만을 제압한 뒤 보스몬스터에게 다가갔다.


“몬스터들도 사실 마음이 있고, 지능도 있고, 고통도 느끼는데, 사람들이 너무 잔인하게 군다는 생각... 그런 거 말이야. 오빠는 생각도 해 본 적 없지?”


“무슨 말이야 경해야... 몬스터잖아! 괴물이라고! 쟤네가 사람을 얼마나 죽이는데!”


“솔직히 몬스터가 던전에 나와서 사람 죽이는 경우가 얼마나 돼? 오히려 몬스터 입장에선 인간이 몬스터일걸? 맞는 말이잖아. 여기만 해도 그렇고.”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리자드맨 남작 배런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억압의 사슬과 해방의 열쇠]

A급 이하의 상대를 구속하고, A급 이하의 구속을 해제할 수 있는 A급 능력.


이 능력 덕분에 그녀는 과거에 제압과 마법 해제에 특화된 A급 서포터로 활동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능력을 얻고 헌터 세계의 실상을 알게 된 그녀는 자신이 믿는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사람들도 알아야 해! 몬스터도 우리랑 같은 인격체란 걸!’


사명감에 불타올랐던 그녀는 지난 수년간 몬스터 인권 보호 협회의 회원으로서 활동했다. 하지만 활동을 할수록 그녀는 현실의 벽 앞에 좌절했었다. 그녀가 아무리 몬스터의 권리를 주장해도 사람들은 몬스터를 괴물이나 짐승으로 볼 뿐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다.

감정과 지성을 가지고 있는 존재라면 누구나 인간의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

그것을 알고 있는 이상 그녀는 자신의 뜻을 펼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기로 각오했다.


“안 돼! 그러다 여기 사람들 다 죽어!”


“오빠는 진짜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이분은 인간이랑 대화가 가능한 몬스터야. 그것도 고결한 인품으로 유명했는데. 오빠는 유튜브도 안 보는구나?”


“그런 걸 일일이 어떻게 알아!”


“괜찮아. 모르면 지금부터 알면 되니까. 인간과 몬스터가 공생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줄게.”


세 명의 헌터를 구속하면서 A급 수준의 봉인을 풀고 있던 그녀의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다. 이는 그녀의 기력이 소모되고 있다는 뜻이었지만, 그녀는 지쳐가는 와중에도 마음을 다잡기 위해 지난날을 떠올렸다.


그녀는 몬스터 인권 보호 협회를 눈엣가시로 본 헌터 협회에 의해 누명을 쓰면서 범죄자 신세가 되었다. 이 부조리에 분노한 그녀는 다른 사람의 신분을 빼앗아 신분세탁을 한 뒤 성형수술까지 감행해서 추격을 피했다. 그야말로 인내와 고난의 세월이었지만, 그녀는 이런 시련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몬스터가 겪는 고통과 모욕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으니까.


‘다 됐다...!’


전력을 다해 능력을 사용한 탓에 숨이 헐떡거렸지만, 봉인을 풀고 일어난 남작 배런의 모습을 보자 속이 후련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가 보여줬던 고결한 태도를 던전 공략 방송을 통해 확인했던 그녀는 오랜 도피 생활을 끝낸 뒤 모든 수단을 동원해 그를 구출하기로 결심할 수 있었다. 그 결심이 마침내 결실을 맺은 순간, 그녀는 가명을 버린 뒤 기쁨에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


“반갑습니다, 리자드로드, 남작 배런 경. 저는 당신의 봉인을 푼 몬스터 인권 보호 협회 부회장 김혜경입니다! 당신과 대화를 하고 싶어서 왔으니, 부디 시간을 내어주세요!”


“드디어 풀려난 건가... 해방시켜준 것에 감사를 표한다, 인간이여.”


[소통 능력.]


B급 이상 던전의 몬스터 중 인간과 대화할 수 있는 이들이 가지고 있는 특수 능력. 이 능력을 사용해 인간이 들을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낸 배런은 5M가 넘는 거구를 일으켜 김혜경을 내려다봤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내게는 시간이 없다. 인간을 믿을 시간은 더더욱 없고,”


남작 배런은 말을 끝내자마자 던전의 마력을 동원해 자신의 무기와 방어구를 소환했다.


“네?”


무언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은 혜경은 무의식적으로 뒷걸음질 쳤지만, 남작 배런은 자신의 창을 김혜경의 머리 위로 내려쳤다. 만전의 상태였다면 어렵지 않게 피할 수 있는 일격이었지만, 기력을 소진한 탓에 대응 속도가 느려진 그녀는 미처 예상하지 못한 일격에 즉사하고 말았다. 제아무리 뛰어난 A급 헌터라고 해도 탱커형 능력자가 아닌 이상 동급의 보스몬스터의 공격에 직격당하면 죽음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안 돼!!!”


김혜경의 죽음과 함께 보스룸 내부에 있던 사람들의 구속이 풀렸고, 단 일격에 자신의 연인이었던 여자가 곤죽이 된 모습을 본 오준성은 절규했다.


하지만 주변에 있던 B급 헌터들에게는 오준성을 위로할 여유조차 없었다. 그들은 구속이 풀리자마자 곧바로 넋이 나간 오준성을 낚아챈 뒤 성채를 빠져나왔다.


“호준 씨는 다른 직원들 인솔해 사람들 대피 시켜! 던전 입구에서 비상용 물품 써서 저지선 형성하고 버텨봐! 지선 씨는 호준 씨 보조하면서 구조 요청하고!”


유선의 지시는 10년 차 헌터답게 신속하고 정확했지만, 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선배! 통화 불능이에요! 보스가 이미 차단한 것 같아요!”


“그래도 계속해! 나는 일단 최대한 시간 끌어볼 테니까!”


후배들을 대피시킨 유선은 도핑 물약을 마신 뒤 다시 첨탑으로 뛰어올랐다. 순식간에 첨탑의 꼭대기에 올라온 유선은 남작 배런이 첨탑 위에서 부하들을 호령하는 모습을 발견했다.


“병사들이여, 일어나라! 다시 한번 필패의 전쟁을 시작한다! 명예로운 죽음을! 패잔병의 긍지를 보여라!”


리자드맨 병사들의 함성을 듣던 유선은 시간을 끌기 위해 남작 배런에게 말을 걸었다.


“포기하십시오. 10분이면 강제로 입구가 열리고 지원이 올 겁니다. 죽으면 끝인 건 그쪽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살아서 치욕을 당하는 것보다는 낫더군. 내가 모를 줄 알았나? 산 채로 장병들이 모욕당하는 걸 지휘관으로서 어찌 지켜보란 말이냐!”


“지금 그만두시면 제가 책임지고 처우 개선을 하겠습니다. 싸울 줄 모르는 민간인을 죽이는 건 기사의 도리에 어긋나지 않습니까. 당신의 고결함은 많은 이들이 알고 있습니다.”


“이미 늦었다. 꼬리를 말고 도망친 개는 기사가 아니다. 여기 있는 건 일개 패잔병에 불과하지.”



남작 배런은 유선에게 창을 겨누며 말했다.


“10분이라. 후회 없이 날뛰기엔 모자람 없는 시간이군.”


그 말을 끝으로 전투가 시작됐고, 전투로 인한 충격은 첨탑을 뒤흔들 정도로 격렬했다.


‘무사하세요, 선배...!’


첨탑이 뒤흔들리는 모습을 본 지선은 선배의 무운을 빌며 고객들을 대피시켰다.


*


첨탑에서 한바탕 난전이 일어나는 것을 지켜본 제우스는 기남에게 말했다.


“어떠냐, 저기 괜찮은 표적이 있는 것 같은데. 저 덩치면 빗맞히는 게 더 힘들 것 같다만?”


제우스와 마찬가지로 첨탑을 주시하던 기남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 안 돼요. 이 위력으로 쏘면 사람까지 죽어요.”


“저 인간이 죽는 건 시간문제인데, 뭐 하러 신경 쓰느냐. 이 거리에서 봐도 역량 차이 정도는 한눈에 보일 텐데?”


“의도한 건 아니어도, 제가 직접 다치게 하는 거랑 몬스터에 의해서 그렇게 된 건 다르죠. 보험사에서 과실 비율도 다르게 쳐주고요.”


“쯧쯧쯧, 인간들의 규율이란 예나 지금이나 쪼잔하기 그지없구나.”


“어쩌겠어요. 법이 그런데.”


기남은 그렇게 말한 뒤 미리 번개를 끌어모아 언제든 던질 수 있도록 준비했다.


“각이 나오면 바로 쏠게요. 그전에는 근력 운동 좀 하면 되고요.”


그의 주력기는 번개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신체 능력이 약한 것은 아니었다. 그 증거로 A급 던전의 몬스터인 리자드맨 병사들은 그의 주먹 한 방에 온몸이 터져버렸으니까.


“아, 이러면 코어 모으는 건 글렀네.”


죽음을 각오하고 몰려드는 리자드맨 무리를 한 손으로 격파하는 와중에 세탁비가 더 나오는 게 아닐까 걱정을 하는 기남이었다.


*


“훌륭했다, 전사여. 그대의 이름은 무엇인가?”


3분.


B급 헌터 유선이 A급 던전의 보스를 상대로 버텨낸 시간이었다. 도핑과 헌터 도구를 활용해 전력을 다해 몸부림친 끝에 얻어낸 성과였지만, 그 대가로 그의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다. 그는 입에서 피를 토해낸 뒤 말했다.


“유선. 잘 싸웠다 싶으면 좀 살려주십쇼. 집에 돌 지난 딸이랑 아내가 있는 신혼부부라서...”


그는 사실 미혼이었지만, 그래도 혹시 모를 희망을 위해서라면 거짓말하는 정도는 일도 아니었다. 미혼이든 기혼이든 살고 싶어 하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였으니까.


하지만 남작 배런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유감이지만 그럴 순 없다. 그래서는 죽어간 부하들이 원통해 할 테니. 잘 가라, 전사여. 고통 없이 끝내주마.”


“잠깐...!”


유선의 단말마에 가슴이 찢어지는 기분이었지만, 그럼에도 남작 배런은 창을 내리쳐서 유선의 숨통을 끊었다. 전투를 끝낸 남작 배런은 자신보다 현저히 약함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해 싸운 유선에게 경의를 표했다. 그것이 한때 기사였던 자로서, 귀족이었던 자로서 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예의였다. 그렇게 고국의 방식으로 경의를 표한 남작 배런은 전장을 내려다봤다. 그러자 서른 명 정도의 사람들이 방어 시설이 갖춰진 비상 대피소에서 격렬하게 저항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놈들은 입구에 몰려있군. 일망타진할 기회다.’


전황을 파악한 그는 입구 쪽을 향해 뛰어올랐다. 고작 서른 명 정도의 인간 무리였지만, 저들만이라도 죽여서 그 피를 이 땅에 바칠 수만 있다면 그의 발악은 성공한 셈이었다.


‘인간에게 속아 항복해야 했던 그 굴욕, 그 어리석음! 이걸로 조금이라도 덜어낼 수 있다면...!’


그렇게 남작 배런의 거구가 허공을 가로지른 순간, 격렬한 파공음과 함께 한 줄기의 섬광이 그의 몸을 반으로 갈라버렸다.


‘이건... 대체...’


순식간에 몸이 두 동강 난 순간, 그는 그제야 하늘을 올려다봤다. 하늘을 검게 물들인 저 번개구름은 인간들이 장식용으로 설치한 가짜 구름이 아니었다. 조금만 생각해 봐도 알 수 있는 간단한 사실이었지만, 한순간이라도 빠르게 인간을 해치워야 한다는 조급함과 유선의 철저한 방해가 그의 판단력을 흐트러지게 한 것이다.


‘또 실패한 것인가... 죄송합니다... 용왕님...’


뛰어올랐을 당시의 관성에 몸을 맡긴 채 하늘을 가로지르던 그의 육신은 원래 목적지였던 던전의 입구를 향해 떨어졌다. 리자드맨들을 상대로 격렬하게 저항하던 고객과 헌터들은 하늘에서 남작 배런의 육편이 떨어지자 비명을 질렀다.


“꺄악!”


“뭐야, 저건!”


그 충격적인 장면에 사람들이 당황했고, 리자드맨들은 공격하는 것을 멈춘 채 보스 몬스터의 사체를 멍하니 바라봤다. 비록 치명상을 입었어도 보스 몬스터는 보스 몬스터. 그는 분명 죽기 직전의 상태임이 분명했지만, 그럼에도 마지막까지 의지를 발휘해 몸을 꿈틀거렸다. 그러자 아직 자신들의 주군이 살아있음을 확인한 리자드맨들은 남작 배런을 둘러싸 몸을 던져가며 헌터들의 공격을 막았다.


“지켜라! 마지막까지 충성을 보이는 거다!”


리자드맨 기사가 그들의 언어로 호령하자 다른 리자드맨 병사들의 사기가 더욱 올랐다. 리자드맨 군대의 사기가 심상치 않자 사람들은 식은땀을 흘렸다. 비록 잡몹일지라도 저들은 A급 던전의 몬스터였다. 지금까지는 비상시를 대비해 설치된 터렛과 에너지 장벽 덕분에 간신히 버틸 수 있었지만, 저들이 다시 공세를 취한다면 방어선이 뚫리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엄마, 아빠 미안. 이럴 줄 알았으면 보험 들어두란 말 들을걸 그랬나 봐...’


이제 대 몬스터용 탄약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는 걸 안 지선은 그렇게 생각하며 울먹거렸다. 아직도 던전의 입구는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헌터들의 기력 역시 슬슬 한계에 도달했다. 그렇다면 남은 일은 기적이라도 일어나길 기도하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대부분의 사람들이 망연자실하며 움츠러들었던 그때, 하늘에서 번개가 떨어지더니 보스 몬스터의 머리 위로 한 남자가 뛰어올라 남작 배런의 머리를 파괴했다.


남작 배런의 숨통을 끊어버린 기남은 보스 몬스터의 가슴에서 코어를 건져낸 뒤 번개를 흩뿌려 나머지 리자드맨들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그야말로 날벼락 같은 상황 변화에 사람들이 당황하고 있을 때, 주변을 말끔히 청소한 기남은 보스 몬스터의 코어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작은 건 500원이라는데, 이건 얼마예요?”


모두가 어안이 벙벙했지만, 상황은 그렇게 일단락되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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