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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성향 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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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71
작품등록일 :
2018.06.12 16:31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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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수 :
6 회
조회수 :
272
추천수 :
8
글자수 :
11,423

작성
18.06.15 14:28
조회
41
추천
1
글자
4쪽

4. 그럼, 고양이들은?

DUMMY

바야흐로 바쁜 시절이었다. 해가 바뀌고, 계절이 바뀌고, 유행도 바뀌었다. JJ의 가구매장도 가구 배치를 바꾸고, 이월상품에 대한 할인정책을 정하고, 신상품을 입고했다. JJ는 능숙하게 지시를 하고, 제품 검수를 하고, 입고서에 서명을 했다. 직원들은 가구의 배치를 옮기고, 청소를 하고, 고객을 맞이했다. 딱히 새로울 건 없었다. 한해가 가면, 새해가 왔고, 어김없이 때가 되면 계절은 바뀌었다. 유행 또한 다르지 않아서 돌고 돌다보면, 언젠가 본 듯한 제품들이 신상품이라면서 전면을 차지하곤 했다. JJ의 업무는 더 이상 JJ에게 열정이나 도전 따위를 요구하지 않았다. 그냥 바쁘게 돌아가는 ‘자동화 공정’같은 것이었다. 장담할 순 없었지만, 적어도 향후 십여 년 정도는 그러한 공정이 반복되리라고 JJ는 생각했다. 누군가 덜컥, 전원을 끄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바쁘기는 두 개의 풍선들도 마찬가지였다. 어느새 부담스러운 부피가 되어버린 두 풍선들은 한몸처럼 움직여서 새 학기를 시작했고, 첫 모의고사를 치러냈고, 두번째 모의고사를 치르기 전까지 학원을 세번 옮겼고, 화실을 두번 옮겼다. 시시때때로 큰 풍선은 다그쳤고, 작은 풍선은 짜증을 냈다. JJ는 짐짓 걱정스러운 나머지 괜찮냐?고 한마디 물었다가 이게 괜찮아 보이냐?는 식의 울화를 뒤집어써야 했다. 미안, 그만 깜박 잊고 있었지 뭐야··· JJ는 곧장 정물이 되어버렸다.


그럼, 고양이들은?


한가로웠다. 아니, 적어도 JJ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제법 풀색이 돌기 시작한 화단을 헤집고 장난을 치거나, 지들끼리 뒹굴거나, 그도 아니면 조용히 배를 깔고 엎어져 있거나··· 어쨌든, 일 따위를 하는 것 같이 보이지는 않았다. 뭐, 사냥이라도 하고 그래야 하는 것 아닌가? JJ는 궁금해졌다. 과연 그들은 무얼 먹고 살아가는가? 가만히 생각해보니 신기한 일이었다. 드넓은 아파트 단지와 촘촘한 빌딩들 사이에서 그들은 무엇으로 연명하고 있을까? 쥐들은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없었고, 배출된 음식물쓰레기는 밀봉되어 수거되었다. 단지는 지나치게 깨끗했다. 그나마 상가와 음식점들이 밀집된 거리로 나온다고 한들, 별반 다를 게 없었다. 먹을 만한 게 있기나 할까?

“뭐, 풀이라도 뜯고, 벌레라도 잡아먹지 않을까? 어쨌든 뭐라도 먹으니까, 그렇게 부지런히 번식하고 살아가는 거겠지···. 근데 왜 뜬금없이 고양이야?”

“야, 버려진 개들도 인근 야산에 올라가서 상위 포식자가 된다더라. 지들끼리 서열도 정해서 무리 생활도 하고···”

친구들은 별걸 다 궁금해한다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JJ는 궁금해졌다. 또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기도 했다. 혹시 배를 골고 있는 건 아닐까? JJ는 술자리가 끝나고 난 뒤에 반 넘게 남긴 음식을 싸들고 집을 나섰다.

깊은 밤,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JJ는 조용히 화단을 넘었다. 그리고 싸들고 온 음식물을 잔디 위에 풀어놓았다. 과태료 10만원에 처해질 명백한 비행이었지만, 어쨌든.... 그날 밤, 풍선들이 잠든 틈을 타서 들어선 거실에 홀로 누워서도 JJ는 가슴이 두방망이질을 쳤다. 오래 전, 친구들과 숨어서 입담배질을 하던 시절의 자신처럼. 그날 밤, 아련하던 고양이 울음소리가 좀더 크고 힘차게 들리는 듯도 했다. 생각 탓이겠지···

다음날, 범죄 현장을 다시 찾는 범인의 심정으로 그곳을 찾은 JJ의 입가에는 저절로 미소가 그려졌다. 잔디 위에 널어놓은 음식들은 감쪽같이 사라지고 없었다. 늘 처음이 힘든 법, JJ의 비행은 점점 더 대담해져 갔다. 퇴근 무렵 마트에서 베이컨을 사다가 잔디밭에 널어놓고도 했고, 회식이나 술자리에서는 으레 남은 음식을 챙겼다. 마치 산타라도 된 양 뿌듯해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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