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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71 님의 서재입니다.

고양이 성향 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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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71
작품등록일 :
2018.06.12 16:31
최근연재일 :
2018.06.22 19:15
연재수 :
6 회
조회수 :
275
추천수 :
8
글자수 :
11,423

작성
18.06.14 07:03
조회
38
추천
1
글자
5쪽

3. 첫만남

DUMMY

고양이가 나타난 건,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무료한 휴일의 순례를 마친 JJ가 풍선들 틈을 비집고 들어갈 생각에 가벼운 두통을 느끼며 집으로 향하고 있었으니, 고양이 앞에 JJ가 나타났다는 표현이 옳았다. 고양이는 금방이라도 달아날 듯 움츠린 자세로 JJ를 노려보고 있었다. JJ도 걸음을 멈추고 고양이와 눈을 맞췄다. 잿빛 털에 동그란 눈을 가진 고양이였다. 여느 길고양이가 그렇듯, 주인에게 버려졌거나 혹은 집을 잃었으리라. 하여 야생이랄 수는 없는 인가를 어슬렁거리며 쓰레기통을 뒤지거나 구정물이나 핥으며 연명하고 있을 터··· JJ는 마음이 짠해졌다.

그의 마음을 읽은 것일까? 고양이는 이내 경계를 풀고 JJ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그리고 발밑까지 도달한 고양이가 바짓단에 몸을 부비기 시작했다. 냐아옹~ 작고 애잔한 울음을 토해냈다. 고양이의 갑작스런 구애에 잠깐 당황했던 JJ도 손을 내밀어 머리께를 쓰다듬었다. 부드럽고 따뜻한 촉감이었다. 어정쩡한 스킨쉽은 한동안 이어졌다. 신발을 핥고 바짓단에 몸을 부비면서 고양이는 연신 나른한 신음을 토해냈다. JJ 역시도 머리에서 등짝을 훑어내리며 엉거주춤한 자세로 고양이의 구애에 호응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문득 들려온 인기척에 놀란 고양이가 후다닥, 화단 속으로 사라지고 난 뒤에도 JJ는 한동안 엉거주춤한 자세 그대로 고양이가 사라져버린 화단 너머를 바라보았다. 바짓단에 와 닿던 온기와 부드러운 감촉은, 조용히 현관문을 여닫고, 소리없이 옷을 갈아입고, 간단히 세면을 마친 후에도 잔영처럼 남아 있었다. 적이 묘한 기분이었다.

“고양이가 있어. 단지에.”

“어쩐지 자꾸 울음소리가 들리더라. 더러워.”

“경비실에 얘기해서 조치를 좀 취해달라고 해야겠네요. 뉴스에도 나오더라구요. 버려진 고양이들이 기하급수로 늘어서 병균을 옮기고 다닌다고. 하여간 불결하고, 시끄럽고.”

JJ는 입을 닫았다. 더럽다는 생각은··· 미처 해볼 틈이 없었다. 어스름 저녁무렵에 벌어진 느닷없는 구애와 호응··· 소리없이 음식을 넘기던 식탁 위에서도, 소파의 정물이 되어 앉아 있는 동안에도, 침대 위에 모로 누워 풍선의 압박 속에서 잠을 청하는 순간에도, JJ는 문득문득 그때의 감질나던 감촉이 떠올랐다. 이상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날 밤, 잠결에 어렴풋한 고양이의 울음소리를 들은 듯도 했다. 냐아옹~


“고양이요? 한두 마리가 아니에요. 저희도 민원 때문에 어떻게든 잡아보려고 했는데, 여간해서는 잡기가 힘들더라고요. 덫을 놓을 수도 없고··· 딱히 방법이 없더라구요.”

얼핏 보기에도 높은 연배인 경비아저씨는 JJ가 송구스러울 정도의 저자세로, 그러나 뭐,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의도와는 달리 점잖은 항의가 되어버린 고양이 발언에 JJ는 외려 머쓱해하며 꾸벅 인사를 하고 돌아서야 했다. 출근길의 아파트 단지에는 고양이의 흔적 따위는 없었다. 부질없었지만, JJ는 그 고양이의 안부를 잠시 궁금해했다. 고양이야, 밤새 안녕?


그날 이후, JJ는 집을 나서거나 귀가하는 길에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새로운 습관이 생겼고, 이전에는 알 수 없었던, 새로운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경비아저씨의 말대로 서식하는 고양이는 한두 마리가 아니었다. 한마리가 쓰윽, 나타났다가 홀연히 사라지기도 했고, 어둠이 내린 화단의 잔디밭에서 두어 마리가 무리지어 비명을 지르며 다투기도 했다. 덩치들도 제각각이어서 주눅이 들 정도로 큰놈도 있었고, 아직 젖을 떼지 못한 듯한 자그마한 것들도 있었으며, 어슬렁거리기에도 힘겨워 보일만큼 배가 잔뜩 부풀어오른 녀석도 있었다. 그럴때면, JJ는 처음처럼 걸음을 멈추고 그들을 지켜보곤 했다. 더럽고, 시끄럽고···. 그런 생각 따위는 들지 않았다. 오히려 처음 길고양이를 만났을 떄처럼, 그들 중의 누구든 다가와서 몸을 부비고, 발치를 핥아주기를 은근히 기대하곤 했다. 그러나 감질나는 그날의 구애는 커녕 잠시 눈을 마주칠 기회 조차도 별로 없었다. 고양이들은 아예 JJ를 무시하거나 잽싸게 몸을 피했다. 하여 그들의 놀다 사라져간 자리를 지켜보면서 JJ는 허황히 발길을 돌리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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