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풍선들
“여자친구라도 한번 만나보는 건 어때?”
친구의 조언에 JJ는 단호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풍선은 두 개로도 차고 넘쳤다.
“골프 라운딩은 어때?”
JJ는 이번에도 고개를 가로저었다. 재작년인가, 매장에서 가구 배치를 바꾸다가 허리를 다친 이후, 골프와의 인연을 끊었다. 친구도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럼, 내내 지루해하시든지···.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도 JJ는 점점 소리없는 사람이 되어갔다. 통풍에 좋지 않은 맥주는 가끔 입가만 적셨고, 바삭하게 튀긴 닭고기도 그닥 손이 가지 않아서 서비스로 나온 과자를 씹어봤지만, 입안에서 바스라지는 소리에 이내 입맛이 떨어지고 말았다. 조심스레 고민거리를 꺼내놨지만, 친구들은 한결같이 대수롭지 않은 반응이었다.
“호강에 겨운 소리 하고 있네. 난 주말마다 집안일로 허리가 휠 지경이다!”
“그 시간 나한테 팔아라. 딱 하루만 나 혼자 푹 쉴 수 있었으면 좋겠네.”
“격렬하게, 더욱더 격렬하게,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싶다!”
퓨, JJ는 들릴락말락한 소리로 한숨을 내쉬었다. JJ의 고민거리를 대충 씹어 소화해낸 뒤 친구들은 화제가 만발한 곳을 옮겨다니며 유람을 즐기는 동안, JJ는 내내 무료히 자리를 지킬 뿐이었다. 살점이 뜯겨진 뼈들을 헤아려가며··· 뭐, 시간은 흐르니까. 때는 곧 자정이었고, 한 시간여만 버티면 그럭저럭 잠들만한 소파에 드러누울 수 있을 것이고, 그 즈음이면 부풀어오른 풍선들도 곤한 잠에 빠져 있을 거였다.
무료한 주말이 반복되어 가는 사이, JJ의 시간을 보내는 방법에도 다소 공력이 붙었다. 영화를 예매하기도 했고, 맛집을 찾아서 끼니를 해결했으며, 서점에서 책을 사들고 커피숍에서 읽기도 했다. 때마침 봄이 왔고, 제법 공원을 산책하기에도 적당한 일조였다. 허나 무료함이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어서 여전히 낙수소리는 감질났고, 반쯤 되삼킨 한숨은 JJ의 습관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어마어마하게 부풀어오른 풍선들은··· 발꿈치를 들지 않고는 버틸 수 없을만큼의 어마어마한 부피로 자라나 있었다.
“어머, 당신 언제부터 거기 있었어요?”
“으응, 좀 아까···”
“기척이라도 좀 하시지, 깜짝 놀랐잖아요.”
소리없이 기척을 하는 방법이 있을까? JJ는 좀 서글퍼졌다. 자신의 몸 안에서 중요한 무언가가 서서히 소멸되어가는 기분이었다. 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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