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풍선들
통풍입니다. 당분간 음주는 좀 자제하시고요. 될 수 있는 한 육류 섭취도 좀 줄이시는 게 좋습니다. 처방해드리는 약 꾸준히 드시면 금방 좋아지실 겁니다···
통풍이라··· JJ는 속엣말로 중얼거렸다. 의사의 말대로라면, 그닥 걱정할 만한 일은 아니었지만, JJ는 아무려나 최근 몸이 일어난 심상찮은 변화들이 자꾸만 마음에 걸렸다. 뭐, 갱년기라고 한다면, 그럭그럭 수긍해야 하겠지만.
아내 역시 대수롭지 않은 반응이었다.
“약 챙겨 드세요. 요즘 통풍은 병도 아니래요.”
“그러지 뭐.”
“그리고 서영이 요즘 예민하니까, 괜히 애 신경쓰이게 하지 마시고요.”
“그래, 알았어.”
JJ는 입을 닫았다. 정작 예민한 것은 아내였다. 딸의 입시가 다가오면서부터 아내는 풍선처럼 서서히 부풀어오르기 시작했다. 무심코 내딛는 발소리에도, 기침소리에도, 심지어는 현관문 여닫는 소리에도 불평을 늘어놓았다. 하여 JJ는 점점 더 소리 없는 사람이 되어갔고, 어쩌다가 술자리가 있을 때에는 굳이 딸과 아내가 잠드는 새벽 한 시 이후에 소리없이 현관문을 열고, 씻지도 않고 소파 위에 모로 누워 잠을 청하기 일쑤였다. 풍선이 터지지 않기를 바라면서.
의사의 말대로 통풍은 채 한달도 지나지 않아서 사라졌다. 그리고 그러는 사이 터지지 않은 풍선은 점점 더 커져갔고, 마침내 두 개가 되었다.
“아빠, 쩝쩝 소리 좀 안 내면 안돼?”
“아빠, 가만히 좀 앉아 있으면 안될까? 공부하는데 자꾸 신경이 쓰여서···.”
“나 이제 낮잠 잘거니까, 거실 커튼 좀 쳐줘.”
매일도 아니고, 일요일에나 겨우 가질 수 있는 가족식사 자리였고, 내내 소파에 정물처럼 앉아 있다가 물 한잔 마시러 일어선 것이었고, 방에서 낮잠을 자는데, 거실의 커튼을 치라니··· 작은 풍선의 요구에 JJ는 내심 당황했지만, 그런대로 참아보기로 하였다. 뭐, 시간은 흐르니까···. 하여 밥을 먹을 때에는 대충 씹고 꿀떡 삼키는 습관을 들였고, 소파의 정물이 되거나 아예 집을 나와 매장에 머물렀다.
그러나 JJ에게 매장도 편히 쉴 곳이 못되었다.
“모처럼 주말인데, 댁에 들어가 쉬세요. 저희가 다 알아서 할게요.”
“아니야. 난 괜찮아.”
“저희 못 믿으세요?”
“아니야, 못 믿긴.”
“그럼, 쉬세요. 사장님께서 이렇게 계시면 저희 일하는데 불편합니다.”
JJ는 결국 매니저를 설득시키지 못했고, 고객들과 담소를 나누면서 힐끔힐끔 던지는 그의 시선을 느끼면서 매장을 나서고 말았다. 춘삼월 매운 바람이 만만치 않았다. JJ는 가구업 이십여년만에 처음으로 적당한 온도와 습도 속에서 은근한 조명을 받고 있을 가구들을 부러워했다. 쩝.
마지못한 발걸음은 널려 있는 커피숍과 해장국집, 그리고 다시 커피숍으로 이어졌다. 또오오오오오오···.. 시간은 낡은 수도꼭지의 낙수모양 느리게 흘렀다···. 옥, 딱! 뜸금없이 불러낼 친구도 없었고, 불러낸다고 한들 딱히 할 일도 떠오르는 게 없었다. JJ는 불쾌할 정도로 무료했으며, 향후 몇 개월간은 JJ가 불쾌해 하든 말든 내내 무료할 전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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